류은주
동국대학교 대우교수/글로벌 제약 보건 전문가
미 보건국, 2024-2025 시즌 백신 접종률 올리려 노력
지난 2024년 11월 21일 미국 질병통제 예방센터(CDC)는 2024-2025 시즌 인플루엔자 및 코비드 백신 접종률을 발표했다. 11월 9일까지의 접종 데이터를 기준으로, 18세 이상 성인의 인플루엔자 및 코비드 백신 접종률은 대략 35% 및 18%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5%가량 증가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낮은 접종률이다.
이에 미 보건국 (HHS) 에서는 'Risk Less, Do More' 캠페인을 강화해 남은 시즌 백신 접종률을 최대한 올리려고 노력 중이다. 그러나 세부 분석 결과, 시골보다는 도시 지역의 경우, 히스패닉과 흑인보다는 아시안과 백인의 경우, 무보험자보다는 보험가입자의 경우가 상대적으로 접종률이 높았다고 하니 지역적, 인종적 요인 등을 고려한 차별화된 캠페인이 필요해 보인다. HHS 캠페인 외에도 백신접종이 주요 소득원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미국 약국 체인 중 하나인 월그린에서는 백신접종 후 물건을 구매하면 할인을 해주는 프로모션이 한창 진행 중이다.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2024년 6월부터 미국에서 공식적으로 접종이 권고된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espiratory syncytial virus, RSV) 백신 제조사 GSK는 질환의 위험성을 알려서 접종을 유도하는 TV 광고를 적극 펼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스포츠 '피클볼'을 즐기던 노인들의 모습이 갑자기 화면에서 사라지면서 치료하지 않을 시 수명이 짧아질 수 있다는 내용의 'Cut Short by RSV' 광고는 대중의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반면, 다양한 CDC 자료들을 종합 분석한 2024년 11월 19일 자 뉴스위크 (NewsWeek) 기사에 따르면, 소아 백신 접종률이 최근 몇 년간 미전역에서 감소하는 추세라고 한다. 또한 미연방 소아백신 예방접종 권장사항을 반대하는 주정부와 지방정부가 늘고 있는데, 그 결과 홍역처럼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의 사례가 미국과 전 세계에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경향은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높아진 미국 내 백신 접종 회의론을 반영하며,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백신 회의론자인 로버트 F 케네디(RFK) 주니어를 보건장관(HHS)으로 지명하면서 백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더 확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및 백신 회의론자 지명으로 촉발된 백신 논쟁
몇몇 백신제약사의 주가가 다시 회복되고는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이후 주요 백신 회사들의 주가가 일제히 급락했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보건장관(HHS)으로 지명한 RFK 주니어가 주창했던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설은 소위 '백신괴담' 중 하나였지만, 백신의 과학적 검증 과정과 신뢰를 훼손할 우려 때문에 미국 약학대학 교재에서 정식으로 다룰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 해당 교재에 따르면, 자폐 유발 위험 물질로 지목됐던 수은 함유 백신 방부제가 소아 백신 제품에서 제거된 2001년 이후로도 소아 자폐증 환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데이터를 종합 분석했을때 '백신과 자폐증이 유관하다는 증거는 없다'라고 결론지었다고 한다.
현재 CDC는 위에 언급한 RSV를 포함해 약 25개 질환을, WHO는 콜레라, 결핵, 말라리아 같은 특정 지역 감염 질환들까지 포함해 30여 개 질환을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질환'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여행이 빈번해지고 지구가 일일생활권이 되면서 홍역 등 특정지역에서 근절됐던 질환이 다시 발병하거나 말라리아처럼 지역 감염으로 국한됐던 질환의 발생 영역이 확대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상호 긴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각 나라 및 지역에 맞는 공공 보건 전략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한 예로, 2022년 6월부터 이스라엘을 시작으로 영국, 미국, 캐나다 하수에서 소아마비 바이러스가 검출됐는데, 코로나19 예방접종에도 긍정적이었고 약물 감시 시스템이 잘 발달한 영국에서는 실제 감염자가 나오기 전이었음에도 다른 국가들과 달리 소아마비 백신 접종을 예방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즉각 시행했었다. 또 다른 예로, 인플루엔자 백신은 그간 A형 독감 2가지와 B형 독감 2가지를 예방하는 4가 백신이었는데, 그 중 B형 독감 1가지가 북반구 지역에서는 2020년 이후 거의 검출되지 않고 있으므로, 이제 인플루엔자 백신에서 제외해도 충분하다고 2023년 말 WHO은 발표했다. 이 수정 권고안을 받아들인 미국은 2024-2025 시즌부터 전국적으로 3가 인플루엔자 백신으로 접종을 실시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4가 백신에서 3가 백신으로의 전환 접종을 내년 시즌으로 1년 유보했다.
다국적 제약회사의 한국 지사에서 재직하던 때, 최초로 2개월 이상의 유아 접종이 승인된 뇌수막염 백신 (Hib)의 한국 임상 시험 관리를 했던 필자는, 백신 접종이 치명적이었던 몇몇 질환들을 근절시키거나 약화하는 등 전 세계 보건 예방에 기여해 왔다고 생각한다. RFK 주니어를 필두로, 미 식품의약청(FDA) 청장 및 CDC 소장에 연이어 현재의 백신 접종 지침 및 정책에 다른 의견을 가진 인사들을 지명한 트럼프 2.0 시대에 과연 지금의 백신 접종 지침 및 한창 진행 중인 주요 백신 개발 연구에 어떤 변화가, 얼마나 일어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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