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매년 9월 셋째 주 화요일은 ‘왕자의 날(Prinsjesdag)’이다. 이 날은 국왕의 연설로 공식적인 의회 회기를 개시하게 되는데, 이 연설에는 다음 해 네덜란드 정부의 예산 계획을 중심으로 한 주요 계획이 담겨있어 ‘예산의 날(Budget Day)’이라고 불린다.
올해 9월 셋째 주 화요일인 20일에도 네덜란드 빌렘 알렉산더(Willem-Alexander) 국왕은 모든 장관, 국회의원이 참석한 자리에서 내년도 정부 계획을 발표했다. 코로나로 인해 지난 2년 간은 왕가의 마차 행진 행사가 없었던 터라 헤이그에는 많은 인파가 몰리기도 했다. 특히, 내년도 예산 계획에 172억 유로의 예산이 국민들의 구매력 향상을 위해 할당되어 관심을 모았다.
<예산의 날 네덜란드 왕가의 모습>
[자료: omroepwest.nl]
<2023년 정부 예산 계획을 발표하는 국왕 모습>
[자료: tweedekamer.nl]
에너지 가격 인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네덜란드 통계청(CBS)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2022년 7월, 8월 네덜란드의 인플레이션율은 전년 동기 대비 10.3%, 12.0% 였다. 주로 전기, 가스, 지역난방 등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견인된 인플레이션으로 8월 에너지 가격은 1년 전 보다 151% 더 비싸졌다.
<네덜란드 최근 5년 물가상승률>
[자료: cbs.nl]
식품 가격도 올랐다. 올해 8월 기준 음식값은 작년 같은 달보다 13.1% 올랐다. 특히 주식으로 먹는 파스타 제품의 가격 상승이 가팔랐다. 식품과 함께 의류 가격도 올라, 에너지 가격 인상에서 시작된 가격 인상 추이가 점차 다른 필수 제품으로 전이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국가 간 인플레이션 비교에 쓰이는 소비자 물가 조화 지수(Harmonised Index of Consumer Prices, HICP)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소비재 및 서비스 가격은 올해 8월 기준 작년 동기 대비 13.7%나 올랐다. 이는 다른 유로 지역의 인플레이션율 보다 높은 편인데, 네덜란드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에너지 비용이 비교적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유럽 및 네덜란드 인플레이션 비교>
[자료: cbs.nl]
이와 같은 인플레이션에 따라 정부는 취약계층을 위한 에너지 수당을 도입하고 의료수당, 주택수당, 아동예산 등을 증액할 예정이다. 정부는 네덜란드 전역의 저소득 가구가 치솟는 에너지 가격의 영향으로부터 보다 영향을 덜 받도록 연간 800유로의 일회성 에너지 보조금을 받도록 했다. 국왕도 예년보다 훨씬 비싼 에너지 청구서를 받을 국민들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나아가 전반적인 국민들의 구매력 감소 방지를 위해 2023년 최저임금을 10.15% 인상할 계획이다. 네덜란드 최저임금은 매년 1월 1일과 7월 1일에 조정되는데, 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올해는 연정 합의를 통해 최저임금을 추가로 인상한다고 명시한 것이다. 국민들의 노동 소득 증가에 대한 구조적인 노력도 이어질 것이다. 이를 위해 노동 소득에 대한 세금이 줄어들 예정인데, 근로자들은 연간 최대 102유로를 보다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를 위한 투자
여느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네덜란드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투자를 위한 고민이 깊다. 내각은 교육 및 기회 균등(28억 유로), 주택 및 기반 시설 확충(75억 유로), 농촌 지역의 미래(240억 유로), 기후 변화(350억 유로)에 주요 예산을 할당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국방 예산도 50억 유로를 배정했는데 우크라이나 사태가 계기가 되었다.
이와 같은 대규모 투자는 정부 재정 적자를 일시적으로 악화시킬 것이다. 국가 부채에 대해 인상된 금리도 2023년 재정 지출에 추가적인 압박을 가할 것이다. 그럼에도 네덜란드 정부 부채는 2023년에도 GDP의 49.5%로 비교적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2030년까지 정부 부채가 60%를 넘을 가능성도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2020년 이후 팬데믹 대응을 위해 증가했던 정부 부채 안정화를 위해 2022년부터는 코로나 안정 지원 규모를 줄여 안정적인 부채 관리에 보다 신경을 쓰고 있다.
기후 변화 대응
기후 문제와 에너지 전환 이슈도 내각의 주요한 과제이다. 기업의 행동 변화를 촉구하는 데 있어 환경세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아 천연가스 등 배출이 많은 에너지 사용에 대한 세금을 인상할 계획이었으나,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인해 세금 인상을 1년 유예하기로 했다. 하지만, 탄소배출에 부과되는 세금(Emissierechten)에 대한 면제권은 예정대로 줄어들 것이다. 또한 2023년 1월 1일부터 기존 탄소배출세 외 산업별 최소 탄소배출 가격이 도입되어 해당 산업군에 속하는 기업이라면 예외 없이 최소한의 일정 세금을 부담해 나가야 한다. 항공 여객세도 2023년 1월 1일부로 기존 7.85유로에서 26.43유로로 인상된다. 한편, 태양광 패널에 구매에 대한 부가가치세는 기존 21%에서 0%로 사라져 구매가 늘 것으로 보인다.
내각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재정적으로도 큰 부담이 되고 있으며, 국민 모두가 슈퍼마켓 계산대와 에너지 청구서에서 급격히 상승한 가격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 수십년 동안 보지 못했던 인플레이션을 경험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저소득층과 중산층을 돕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동시에 구조적 조치로 조세제도를 개선해 향후 수년에 걸쳐 다양한 근로 유형에 따라 세금을 세분화 해 부과하고 친환경적인 활동을 유도하는 세금을 도입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마무리
전세계 어느 국가도 2023년 경제 발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네덜란드 경제도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예측하기 어렵다. 네덜란드 정부는 이번 예산의 날을 통해 2023년에는 네덜란드 경제 성장 속도가 더딜 것이며, GDP는 1.5%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국제 정세의 불확실한 상황으로 인해 경제 성장이 멈출 수도 있다고 암울한 전망을 내 비췄다.
작성지원: Betul Bulut
자료: nos.nl, cbs.nl, rijksoverheiddata.nl, ondernemersplein.kvk.nl, pwc.nl, Government.nl, deloitte.com, tweedekamer.nl, omroepwest.nl 등
원문링크 | https://dream.kotra.or.kr/kotranews/cms/news/actionKotraBoardDetail.do?MENU_ID=70&pNttSn=19719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