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제조물책임지침(PLD) 개정 발표

 

EU 집행위는 2022928일 새로운 제조물 책임지침(Product Liability Directive) 및 인공지능 (AI, Artificial Intelligence) 책임지침 법안을 제안했다. 기존 EU의 제조물 책임지침(85/374/EEC)1985년에 채택된 이후 제품 결함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에 대한 제조사 배상 책임을 규정하며 역내 단일시장을 보호하던 법이다. 하지만 4차 산업시대에 들어서며 제품이 생산·유통되는 방식이 변하고 기존 법안으로 규제할 수 없는 데이터, 소프트웨어, AI, 제약 등 지식 기반 상품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EU는 디지털· 순환 경제 전환에 맞춰 새로운 시장에서의 소비자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신규 제조물 책임 지침과 AI 책임 지침을 제안했다.

 

제조물 책임법이란?

 

제조물 책임법은 제조사가 제조하고 시장에 유통한 상품의 결함으로 이용자가 피해를 입었을 경우 제품의 생산, 판매 과정에 관여한 이들이 피해를 보상하도록 배상 책임을 규정하는 법이다. 국제적으로 많은 국가가 제조물 책임법을 도입했으며, 한국에서는 20027월부터 시행 중이다. 제조물 책임법은 나라마다 제조물의 정의와 결함의 범위, 책임의 엄격성 등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으며 EU에서도 회원국 별도의 입법이 필요한 지침의 성격상 나라마다 법안에 일부 차이가 존재한다. 


무엇이 변하는가?

 

제조물의 정의와 손해 범위의 확장

 

개정된 EU 제조물 책임지침은 제조물의 범위로 무형과 유형의 모든 상품 및 서비스를 망라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전기, 디지털 파일(디지털 버전의 문서 또는 템플릿 등), 제품 운용 및 기타 목적의 소프트웨어, AI 시스템 등이 포함된다. 즉 역내 유통되는 모든 유무형의 제품과 서비스, 제품 사용을 위한 소프트웨어 등이 제조물 책임지침의 대상이다. 따라서 비상업적으로 이용되는 무료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등에는 책임이 면제되지만, 만약 해당 소프트웨어가 상업 활동에 사용 되는 경우에는 지침의 대상이 된다.

 

한편 신규 지침은 피해자가 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손해의 종류도 확대하고 있다. 기존 지침의 손해 범위인 재산 손해 및 물리적 상해에 더해 신규지침은 의학적으로 인정된 심리적 피해나 데이터의 손실까지도 손해로 인정한다. 또한 소비자가 더 쉽게 자신의 손해를 주장할 수 있도록 재산 손해 인정 범위의 500유로 하한선과 일부 회원국 법으로 규정된 사망 혹은 상해 시 최고 보상금 7000만 유로의 상한선도 없앨 계획이다. 결함 제품에 대한 제조사의 책임기한으로는 기존 제품 출시 이후 10년이 유지지만 즉각적이지 않은 신체적 상해를 유발할 수 있는 화학물질과 음식 등 일부 제품에 대해서는 책임기한이 15년까지 연장된다. 피해 사실을 주장할 수 있는 기한은 피해 사실을 인지한 날부터 3년으로 유지. 


소비자의 권한 강화

 

제조물 책임 법안은 피해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가 제조물에 의한 피해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따라서 4차산업시대에 들어서며 늘어난 지식 기반 상품으로 인해 제조사와 소비자 간 정보의 격차가 커지면서 소비자의 입증 부담도 증가하게 . 이에 신규 지침은 소비자의 입증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의약품과 AI 등 특정 제품에 한해 피해자가 증거에 접근할 수 있도록 법원이 업체에 증거 공개를 요구하는 등의 장치를 도입하고 이 외에도 인과관계 추정 등을 적용하고 있다.


<인과관계 추정(Presumption of causality)> 

  • EU의 신규 제조물 책임지침은 책임업체가 피해 예방에 필요한 의무 사항을 준수하지 않았거나, 법원의 증거 공개 요구를 거부할 경우, 제품에 대한 EU 안전 규정 미 준수 시 혹은 명백한 오작동 발견 시 제품의 결함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다고 추정할 것을 제안함으로 피해자가 제 을 직접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완화
  • 단, 업체는 피해 방지를 위한 의무를 준수했음을 증명하거나 다른 피해 원인을 규명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를 반박할 수 있음.


단, 증거 공개 요구의 경우 증거 공개 과정에서 제조사의 영업 비밀이 노출 되지 않도록 청문회 및 녹취록에 대한 접근권 제한 등의 보호하는 조치도 마련할 예정이다. 하지만 피해 예방을 위해 제조사는 예방에 필요한 의무 사항을 준수해야 하며 디지털 서비스의 경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보안 취약점 등에 대한 조치 등이 의무화되며 제조사 책임이 강화된다.

 

또한 소비자가 피해를 입은 경우 역내외 구분 없이 제조·수입 업체에 보상 요청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별도 수입업체가 없이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직접 EU에 제품을 판매한 경우에도 피해 배상 의무가 발생한다. 따라서 역내 진출한 한국 기업 및 온라인을 통한 직접 유통망을 거쳐 제품을 판매하는 제조업체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AI 책임 지침

 

AI 책임지침은 기존 EU에서 추진 중인 AI법을 보안하기 위해 제안. AI법이 AI로 인한 위험을 줄이고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는 반면, AI 책임 지침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 이용자의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안전망으로 작용한다.

 

제조물 책임지침도 AI에 대한 배상 책임을 규정하고 있지만 AI 책임지침은 제조물 책임지침이 보장하지 않는 손해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보상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즉 제조물 책임지침이 적용되지 않는 기본권 침해나 직접적인 거래관계 없이 AI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비계약적 과실기반 손해 배상 청구)에 적용된다. 또한 AI 제조사가 아닌 AI 사용자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에도 해당 지침을 적용할 수 있다.

 

AI 책임지침 역시 피해자의 입증 책임을 완화하기 위해 피해자에 증거 공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인과관계 추정 원칙 등 제조물 책임지침과 함께 피해자의 권리를 강화하고 있다.

 

향후 일정

 

제조물 책임 지침과 AI 책임지침은 EU 이사회와 유럽 의회의 승인을 거쳐 발효될 예정이다. 신규 지침이 발효 되면 기존 지침은 발효일로부터 1년 뒤 폐지되며 각 회원국은 1년간의 전환기간 동안 신규 지침의 입법을 완료해야 한다. 신규 지침은 기존 지침의 폐지와 함께 시행되며 신규 지침 시행 이전에 출시된 제품에 대해서는 기존 지침이 계속 적용될 계획이다. 


시사점


EU의 제조물 책임 지침 개정에서 우리는 4차산업 시대, 그린·디지털 전환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EU의 전략을 엿볼 수 있다. 이 법안은 소비자의 권리를 강화함과 동시에 제조사의 책임을 강조 하며 시장에서 보다 지속 가능하고 안전한 제품이 유통되도록 유도 EU의 순환경제 가속화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EU가 계획하는 디지털 , 데이터, 인공 지능 등 기술 집중적인 산업 육성에 앞서 해당 시장의 이용자를 위한 안전망을 미리 준비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관련 집행위는 20214월에 세계 최초로 AI법을 제안했으며, 해당 법안이 채택되면 EU에서 AI에 대한 규제가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신규 지침의 대상 및 범위 확대에 따라 우리 기업의 대응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이 지침으로 제조사의 배상 책임 확대가 전망됨에 따라 역내 진출 기업은 제품 안전을 위한 기술 향상뿐 아니라 제품 설명서 및 경고 표시 등 피해 방지에도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신규 지침이 디지털 제품의 하드웨어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제공 업체에도 배상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으므로 관련 업체들의 대비도 필요하다. 특히 책임 기한 동안 진화하는 사이버 보안 위험에 대응해 제품의 취약성을 해결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업데이트 등 피해 방지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한편 만약의 사고를 대비하는 제조물 배상 책임 보험에 대해서도 법 개정에 맞춘 규정 개정 여부 확인 등 관련 기업의 유의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원문 출처 : 코트라

원문링크 https://dream.kotra.or.kr/kotranews/cms/news/actionKotraBoardDetail.do?MENU_ID=70&pNttSn=1976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