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지역전문가 반기안 (스쿨랩 상무)
스타트업 테스트베드가 되고 있는 프랑스 공공기관들
최근 프랑스에서는 테스트베드 프로젝트를 통해 스타트업과 공공기관이 협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테스트베드가 스타트업과 공공기관이라는 고객 양쪽에 아주 유용한 도구라는 사실이 깔려 있다.
먼저 스타트업들은 테스트베드를 통해 제품 혹은 서비스의 시장 적합성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창업자들이 특정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책을 개발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처음부터 실제 환경에서 모든 것을 적용해 볼 수는 없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많은 가정들을 하게 된다. 테스트베드를 통해 창업자들은 본인이 만든 가정들이 정말 맞는지 검증해 볼 수 있다.
이러한 검증 과정은 스케일업 과정을 통해 더 큰 규모로 사업을 전개하기 전에 반드시 거치는 게 좋다. 테스트베드를 통해 스타트업들은 고객들로부터 소중한 피드백을 받고, 제품 및 서비스의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또한 제품 및 서비스의 근본적인 문제점이나 결함을 미리 검토해 봄으로써 대량으로 판매를 하기 전에 최소한의 품질과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다.
고객의 입장에서도 테스트베드는 여러모로 유용하다. 고객들은 테스트베드를 통해 스타트업들이 개발한 혁신적인 해결책들을 접할 수 있으며, 비교적 안전하고 제한된 환경에서 이 해결책들이 어떤 식으로 자신들의 문제들을 실질적으로 해결하는지 시험해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고객들은 지금까지 생각해 보지 못했던 관점에서 새롭게 문제를 바라보고 혁신적인 접근방식을 통해 해결책을 도모할 수도 있다.
여기서 고객이라고 하면 민간기업도 있지만 공공기관도 포함한다.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은 여러가지 면에서, 특히 목적 그리고 존재이유라는 면에서 다르지만, 갈수록 서로의 유사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추세다. 공공기관은 민간이 제공하는 혁신적인 접근방식을 채택하는 걸 그다지 망설이지 않는데, 이건 민간이 가진 유연성이나 효율성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민간도 점점 공공적 가치에 대해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ESG 그리고 임팩트를 갈수록 더 많이 이야기하는 게 그 좋은 예일 것이다. 민간기업들은 공동체의 책임감 있는 구성원으로 더 이상 환경과 사회적 문제를 무시한 채 이윤만을 추구하는 게 불가능해졌다. 민간과 공공은 서로에게 배울 점들이 많으며 상호협력을 통해 더욱 개방적인 혁신들을 만들어간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렌 관광앱>
[자료: 렌 관광 사무소]
프랑스 공공기관과 스타트업 사이의 협력 사례
프랑스의 공공기관과 스타트업 사이 테스트베드를 통한 협력 사례는 다수인데, 그 중 렌(Rennes)이라는 지방도시와 어느 프랑스 스타트업이 함께 일한 경우를 다루겠다. 프랑스는 세계에서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나라 중 하나로, 관광은 국내총생산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아주 중요한 산업이다. 문제는 수도 파리를 비롯한 일부 관광 지역에 해외관광객들이 몰리면서 렌과 같은 비교적 작은 도시들은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시작해 렌은 테스트베드가 되어 혁신적인 스타트업들과 협업을 통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경제활동을 활성화 하고자 했다.
프랑스 스타트업 중 한곳은 인공지능(AI)을 이용한 혁신적인 솔루션을 가지고 찾아 왔는데, 이 솔루션을 사용하면 방문객들은 더욱 편하게 도시를 구경하면서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관광객이 핸드폰에 앱을 다운로드 받은 후 사진을 찍으면 인공지능이 이미지를 인식한 후 그에 관한 설명을 관광객이 설정한 언어로 보여주는 식이다. 한마디로 관광객들은 자기만의 가이드를 주머니에 넣고 렌을 방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스타트업은 렌 관광 사무소의 도움을 받아 콘텐츠를 개발했으며, 렌 관광 사무소는 앱을 홍보하고 관광객들이 앱을 설치하는 걸 도와주는 식으로 협력했다. 결과는 아주 고무적인데, 지난 여름 앱을 출시한 후 1만명 이상 관광객들이 앱을 다운로드 받았으며, 스타트업은 자신들의 비지니스 모델을 시험하고 향후 다른 프로젝트들을 위한 소중한 전례를 갖게 되었다. 또한 렌은 관광객들에게 도시를 방문하는 차별화된 새로운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열려 있는, 혁신적인 도시라는 이미지를 대내외에 광고하고 있다.
렌 같은 지방도시들뿐만 아니라 수도인 파리도 스타트업들과 협력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특히 파리는 2024년 올림픽 대회를 앞두고 관광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데, 스타트업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테스트베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예들 들어, 파리의 공공교통기관 RATP는 매년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을 선발해 스타트업들이 제안하는 솔루션을 시험해 보고 있으며, 파리 시에서 운영하는 관광 전문 액셀러레이터 “Welcome City Lab”은 스타트업들과 관광에 관련된 공공기관 혹은 민간기업 간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주선한다.
<위치 추적 기능을 활용한 파리 관광 앱>
[자료: 파리 관광 사무소]
한국 스타트업이 프랑스 공공기관과 협력하기
갈수록 늘어나는 테스트베드 프로젝트는 프랑스 진출을 계획 중인 한국 스타트업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프랑스 공공기관들은 스타트업들과 협력해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데, 특히 공공기관이 가진 자원과 접근방식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때 더욱 그렇다. 또 어떤 경우에는, 공공기관이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점을 발견하는 것을 스타트업이 도와주기도 한다.
프랑스 공공기관의 경우 해외 스타트업이 아니라 프랑스에 기반한 스타트업과 협력하기를 원하는 것도 사실이다. 공공기관의 성격상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외 스타트업들에게 완전히 문이 닫혀 있는 건 절대 아니다. 경쟁사들이 따라할 수 없는 기술과 가치를 제공한다면 당연히 프랑스 공공기관과 협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최첨단 기술력을 자랑하는 한국 스타트업들 중에는 이미 프랑스 공공기관과 논의하고 있는 곳들이 몇 곳 있는데, 에너지 혹은 해조류를 이용한 먹거리 분야가 좋은 예다.
또한 국지적인 이슈가 아니라 전세계가 직면한 위급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고자 한다면 프랑스 공공기관도 협력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예를 들어,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 포집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혹은 여성, 장애인 같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솔루션을 제공해 더욱 포용적인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고자 하는 스타트업들은 프랑스에서도 공공기관들이 충분히 관심을 가질 만하다. 앞으로 한국의 혁신적인 스타트업들과 프랑스 공공기관들이 테스트베드를 통해 협력하는 모습을 더 많이 보게 되기 기대한다.
※ 해당 원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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