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륙도시들의 외자유치 모범사례, 충칭의 HP 유치

 

물류는 모든 사업의 근본이라 할 수 있을 만큼 기업의 경영활동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2011년 HP의 유럽향 노트북 물류 지원을 위해 충칭에서 처음 시작된 중국-유럽 화물열차는 충칭시로의 HP 노트북 공장 유치를 위해 진행된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로, 중국이 외자기업 유치를 위해 지원 강도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또 외자기업이 중국의 인프라를 얼마만큼 활용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좋은 사례 라고도 할 수 있다.

 

오늘날, 충칭은 전 세계 노트북 생산의 25%~40%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충칭이 노트북 생산지의 중심지가 된 건 2009년 HP가 충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나서이다. 2008년 발생한 금융위기로 세계 산업 전반에 침체가 왔을 당시, 오히려 노트북 산업은 연평균 20%대의 성장세를 보이게 된다. 이에 HP는 해외 생산공장 증설을 검토하게 되고 중국과 인도, 말레이시아, 그리고 인도네시아가 그 후보지에 포함되는데, 이러한 소식을 접한 중국 발개위와 충칭시는 HP를 접촉하였다. 다만, 당시 상하이에 이미 생산기지가 있던 HP는 중국을 후보지 중 후순위에 놓였고, 특히, 충칭시는 중국 내수보다는 유럽향 수출이 절대적이었던 HP의 사업구조를 돌이켜 본다면 투자대상지로 결정되기에는 극도로 어려운 프로젝트였다. 물론, 낮은 인건비와 국가에서 지정한 직할시라는 장점들이 있었으나, 그 지리 및 물류환경적으로 노트북 기업이 입주하기에 적합한 지역은 아니었다는 이야기이다.

 

이에 충칭시는 여러 조건을 제시하며, HP를 끌어오게 되는데 가장 핵심적인 조건은 3가지였다. 첫째, 충칭의 발달된 제조업 기반을 활용 HP 공정의 80%를 현지화 시키겠다는 것이었고, 둘째, 3년 내 4,000만대의 노트북 생산과, 80%의 현지화에 성공하게 된다면, 해당 생산에 발생한 모든 물류비는 충칭시에서 보전하겠다라는 것이었으며, 셋째, TCR(Trans China Railroad, 中班列)을 통해 유럽향 수출물류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공급업체의 현지화는 기업의 생산단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바, 이는 HP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고 팍스콘, 콴다 등 핵심 기업들을 이끌고 충칭에 투자를 진행하였으며, 3년 후 HP가 성공적으로 현지 기업들과 클러스터를 형성, 성공적으로 4,000만대 생산을 이뤄냈다. 또한 2011년 개통된 TCR을 통해 정상적인 유럽수출을 이뤄낸 모습을 본 Acer와 Asus, 도시바 등 다른 노트북 기업들 또한 2013년 투자를 결정하기에 이르게 되며 오늘날 전 세계 노트북 생산량의 25% 가량을 책임지는 도시로 거듭나게 되었다.

 

충칭시의 투자 전략은 비교적 영리했다. 충칭시는 현지화라는 HP에게 명확한 시장기회를 제시했고 이렇게 HP가 진출해 형성한 산업 클러스터는 ACER와 ASUS 등 후속기업들의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다만, 이러한 투자유치 계획을 제시할 수 있게 한 근간에는 중국~유럽 횡단열차라는 산업인프라가 존재했다. 서부지역 중에서도 남부 광저우항과 가깝다는 이점과 더불어, 유럽으로의 화물운송을 가능케 해주었던 TCR의 개통이 없었다면 구미지역 노트북 수출을 주목적으로 했던 HP의 최종 투자지는 바뀌었을 가능성이 높다.

 

내륙지역으로의 전파된 모범사례

 

충칭의 성공사례는 빠르게 주변도시들로 전파되었고, 이듬해인 2012년 우한과 창사, 청두 등 내륙도시들의 유사 인프라 구축이 시작되었으며, 오늘날 크고 작은 60여개 도시에서 중국-유럽 횡단열차를 운영하고 있다. 2022년 중국 발개위에서 발표한 <중국-유럽 횡단열차 발전보고서(中欧班列发展报告2021)>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1년까지 횡단열차의 전체 운행량은 4만9,000회, 컨테이너 수 443.2만에 달한다고 한다.

 

<중국-유럽 횡단열차 개설 현황>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2019

충칭

(3)


우한

(10)


정저우

(7)


이우

(11)


하얼빈

(6)


우루무치

(5)


선전

(5)


친저우

(1)


선양

(9)



창사

(10)


쑤저우

(9)




허페이

(6)


시닝

(9)


창춘

(10)


탕산

(4)





청두

(10)


시안

(11)




쿤밍

(7)

















구이양

(7)

















샤먼

(8)

















란저우

(8)

























 

[자료원: 포털검색, 시안무역관 자체 정리]

 

다만, 도시별 활용도는 천차만별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시안, 충칭, 청두, 정저우, 우루무치 등 5개 도시를 5대 중국-유럽 화물열차 집합센터로 지정하였으며, 허페이, 이우, 쑤저우, 창사, 샤먼, 우한, 간저우, 지난, 쉬저우, 선양, 창춘 등이 중국-유럽 또는 중국-아시아 화물 열차를 정기적으로 운행중인 도시라고 볼 수 있다. 한편, 2021년 기준 상기 5개 집합센터(시안, 충칭, 청두, 정저우, 우루무치)에서 운행된 횡단여차는 총 8,469개편으로 2021년 전체 운행량인 15,183회의 56%를 차지했다.

 

<중국-유럽 횡단열차 운행 지도>

                                                                                                                                                                                                             


[자료원: 일본통운 상하이지사]

 

시안발 TCR, 창안호

 

상술하였듯 창안호로 지칭되는 시안발 TCR은 경유지인 아라산커우와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 시안을 중국의 5대 화물열차 집합센터 중 하나로 성장시키는데 이르렀으며, 오늘날 창안호는 45개 국가 및 지역까지 이어진 15개 노선을 운영하는 등 독보적인 운영환경을 구축하기에 이른다.

 

[자료원: KOTRA 시안무역관 자체정리]


 

 

<창안호 주요 운영 노선>

연번

구간

소요기간

1

시안-로테르담(9850㎞)

시안-신장-카자흐스탄-러시아-

벨로루시-폴란드-독일-네덜란드

18

간선

2

시안-모스크바(7251㎞)

시안-신장-카자흐스탄-러시아

14

지선

3

시안-카자흐스탄

(알마티 3866㎞/Remu 5027㎞)

시안-신장-카자흐스탄

알마티 6일,

Remu 10

 

[자료원: KOTRA 시안무역관 자체정리]

 

 

시안은 지리적으로 중국의 중부지역에 위치하여 전국 대도시와의 평균 거리가 짧은 편이며, 특히, 충칭, 청두, 우한 등 주요 중∼유럽 화물열차 개통도시에 비해 아라산커우와 훠얼궈스 국경통상구까지 거리가 약 600㎞ 짧아 국내 구간 운송비만 해도 이들 도시에 비해 약 200달러 저렴하다. 아울러 시안은 중∼유럽 화물열차 운행횟수가 비교적 많고 운행 스케줄도 안정적으로, 이를 바탕으로 해외 철도공사와의 협상을 통해 해외 구간도 비교적 저렴한 운임을 확보했다. 또한 중∼유럽 화물열차 조정위원회가 발표한 2019년 중∼유럽 화물열차 운행품질 평가 순위에서 적컨테이너비중(100%)으로 전국 1위, 월별 계획 이행율(84.41%)로는 전국 2위를 차지했다. 특히, 중점물류도시로써 점차 줄어드는 추세인 정부의 물류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도 쉽게 빠지지 않는다는 점 또한 창안호의 비교우위 중 하나이다.

 

창안호, 여타 운송수단 대비 뚜렷한 비교우위 보유

 

KOTRA 시안무역관에서는 이러한 창안호의 실질적 활용 가능성을 따져보기 위해 오랜 기간 창안호를 활용한 일본통운 상하이지사와 함께 기업의 창안호 활용타당성 평가를 진행했다. 일본통운은 창안호의 이점과 활용방안을 크게 세가지로 분석했다.

 

① 유럽도착 기준 해운 대비 최대 25일 빠른 물류속도

 

물류기간 단축은 횡단열차의 최대 장점 중 하나이다. 일본통운은 관련 분석자료를 통해 “중국 상하이에서 독일 함부르크까지의 해상운송 기간은 35일~40일 정도 소요되는 것이 일반적이나 창안호 활용 시 시안에서 독일 함부르크까지의 운송 기간은 약 18~20일 정도로 대체로 50%~60%가량 기간 단축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해운 대비 노선이 많고 발차 빈도수가 높아 항공운송 수준의 안정성이 보장될뿐만 아니라, 각 국가 간 사전 협의된 통관 절차와 제한된 물류 플레이어를 기반으로 각 경유 국가의 통관이 원활하다는 점도 해운 대비 철도운송이 가진 장점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철도운송의 운송안정성은 특히 궂은 날씨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데 날씨의 영향이 큰 항공 및 해운 대비 철도운송은 날씨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운송수단별 소요기간 (시안~폴란드, Door to Door)>

[자료원 : 일본통운 상하이지사]

 

② 중국 정부 보조금을 바탕으로 한 해운ㆍ항운 대비 저렴한 가격

 

항공운송 대비 철도운송이 훨씬 저렴하다는 점은 누구나 알 수 있을만한 사실로 기본적인 발생비용을 1/8~1/10 수준으로, 고유가 상황 속에서 그 격차는 더욱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최근 중국 정부의 공격적 물류지원금을 기반으로, 상황에 따라서 해운보다 저렴한 경우도 일부 확인되고 있는데 일본통운은 2022년 1월~5월 운임비를 예로 들며, 상하이~함부르크까지의 평균 운임 기준, 철도 운송이 해운운송보다 비쌌던 적이 없다고 분석했다. 일본통운 관계자는 이러한 정부지원금은 정부지출 과다 문제로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나 창안호에 대한 지원금은 한동안 유지될 것이라고 본다고 첨언하기도 했다.

 

<2022년도 철도 및 해상운송 가격 비교>

FEU COC

1

2

3

4

5

Rail

$ 14,570

$ 15,070

$ 14,020

$ 11,800

$ 10,570

Ocean

$ 15,950

$ 15,620

$ 14,270

$ 12,650

$ 12,290



 [자료원 : 일본통운 상하이지사]

 

 

③ 탄소배출, 공급망 주기 개선 등 물류 여건 전반 개선

 

또한, 전력 기반으로 운행되는 창안호의 경우 항공 및 해운 대비 탄소배출량이 낮다는 점도 해당 이슈에 민감한 기업들에게는 고려할만한 선택지이다. 물론 해운 자체의 탄소배출량은 철도운송 대비 약간 높은 수준 정도이지만, 각 지역별 내륙도시까지 운송이 가능한 철도운송 대비, 내륙 트럭운송이 반드시 수반되는 해운 운송의 경우 철도운송 대비 약 2~3배 정도의 추가배출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유럽향 수출기업의 투자 고려 필요

 

코로나를 기점으로 일부 지역의 제로코로나 정책에 따라 발생한 해상 운송망 붕괴는 안정적인 물류 루트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을 제고시켰다. 당시 발생한 해상운송 이슈가 어느 정도 해소된 현재에도, 현재 여러 기업에서 수출루트 다양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특히, 유럽 및 CIS향 수출규모가 높은 통신, 전기, 전자, 가전 등 제품과 자동차 부품 등의 경우 실제로 철도운송 활용을 고려해 볼만 하다.

 

특히, 중국 내수시장과 유럽/CIS 시장에 동일 품목 고객군을 갖춘 기업이라면 중국으로의 투자진출을 고려해볼만 한데, 실제로 다수의 일본 자동차 부품 기업들은 창안호를 활용, 중국 내수와 유럽향 공급물량을 동시에 소화해내고 있으며, 나고야발 수출 대비 매년 약 35%에 달하는 물류비용 절감효과를 보고 있다고 한다.

 

특히, 고객사 측이 안정적이고 주기적인 제품공급에 민감한 편이라면, 또는 기존에 중국 진출을 이미 고려 중에 있으며 유럽/CIS향 수출업무 또한 수행 중인 경우 안정적 철도활용을 위해서라도 중국향 투자진출을 고려해 볼만 하다. 물론 창안호 운영사인 루강그룹에서는 현재 한국과 시안항을 잇는 국제 물류 서비스를 제공 중에 있으나 중앙아시아 지역의 국지분쟁 발생 전까지만해도 적재율 120%에 달했을만큼 창안호의 물류 여유가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그 수출 규모가 크고 다양한 조건이 만족될 수 있되 시안향 투자진출은 나쁘지 않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또한, 특정 산업군을 위해 개발된 측면이 있는 타 노선 대비, 민감전자제품류를 제외한 전 제품의 물류통관을 지원하는 창안호의 경우, 그 포괄 지역이 42개국에 달할 만큼 간선이 매우 많은 편에 속한다는 점도 시안으로의 진출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 중 하나로 여겨진다.

원문 출처 : 코트라

원문링크 https://dream.kotra.or.kr/kotranews/cms/news/actionKotraBoardDetail.do?MENU_ID=70&pNttSn=198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