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는 지난 10월 22일 ‘CFIUS 집행 및 처벌에 관한 지침’을 공개했다. 이는 1975년 CFIUS 설립 이후 최초로 외국인 투자 심의 위반처벌 규정을 명문화한 것으로 언론의 관심을 모았다. 이에 앞서 9월 15일 바이든 대통령은 CFIUS 집행강화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두 가지 조치 모두 ‘국가 안보’에 직결된 외국인 투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바이든 정부의 의지로 해석된다.
글로벌 기술 경쟁 속 주목받는 CFIUS 역할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 즉 CFIUS(Committee on Foreign Investment in the United States)는 연방 부처 합동 위원회(inter-agency committee)로서 국가 안보와 관련된 외국인 투자를 규제 감독하는 기능을 맡는다. 재무부 장관이 위원장직(chair)을 맡고 국방부·국무부·상무부·국토안보부 등 16개 부처 대표가 직간접적으로 CFIUS 운영에 관여한다.
1975년 당시 포드 행정부는 행정명령을 통해 CFIUS 조직을 신설하고 최초로 외국인 투자에 대한 연방 정부의 감시 기능을 도입했다. 1980년대 일본 기업들의 미국 기업 인수 열풍(일본 후지쓰사의 미국 페어차일드 반도체 인수 등)이 불자, 이에 위협을 느낀 의회는 법률(Exon–Florio Amendment 1988)로써 국가 안보 위협 소지가 있는 외국인 투자 거래를 중단시킬 권한을 행정부(즉 CFIUS)에 부여했다.
2018년 트럼프 정부 당시 ‘외국투자위험검토현대화법’(FIRRMA: Foreign Investment Risk Review Modernization Act) 통과로 CFIUS 예산, 인원 및 심의 대상 확대 등 대대적 제도 개혁에 성공했다. 이로써 CFIUS 심의 분야가 핵심기술(T: Critical Technologies), 핵심 인프라(I: Critical Infrastructure), 민감 개인정보(D: Sensitive Personal Data) 등 일명 ‘TID 사업’ 관련 외국인 비지배적 투자(non-controlling investment)로 확대했다. 과거에는 지배적 투자에 국한됐던 CFIUS 심의 분야가 벤처 투자와 같은 간접 투자로까지 확장된 것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를 배후에 둔 중국계 투자자본이 미국 기업 지분 인수를 통해 첨단기술을 획득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효과적 대책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반영하듯, 로디엄 그룹(Rodium Group)의 ‘중국 투자 모니터링’에 따르면 FIRRA 이전인 2016년 최고 320억 달러에 달했던 중국의 전략적 인수 투자(Strategic Acquisition)가 법 통과 후 37억 달러(2019년)로 10배 가까이 급감했다.
한편, 올해 2월 백악관 산하 과학기술위원회(NSTC)는 국가 안보에 중대 영향을 미치는 핵심 및 신흥 기술(Critical and Emerging Technologies)에 해당하는 19개 산업을 다음과 같이 선정해 CFIUS의 외국인 기술 투자 규제 대상을 확대했다.
<백악관 NSTC 선정 핵심 및 신흥 기술 목록>
1 |
첨단 컴퓨팅(Advanced Comput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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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소재 공학(Advanced Engineering Material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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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가스터빈엔진 기술(Advanced Gas Turbine Engine Technologies |
4 |
첨단 제조업(Advanced Manufacturing) |
5 |
첨단 네트워크 센서 및 서명 관리(Advanced and Networked Sensing and Signature Management) |
6 |
Advanced Nuclear Energy Technologies(첨단 핵에너지 기술) |
7 |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
8 |
자율 시스템 및 로봇 기술(Autonomous Systems and Robotics) |
9 |
바이오테크(Biotechnologies) |
10 |
통신 네트워크 기술(Communication and Networking Technologies) |
11 |
지향성 에너지무기(Directed Energy) |
12 |
금융기술(Financial Technologies) |
13 |
인간-기계 인퍼페이스(Human-Machine Interfaces) |
14 |
극초음속(Hypersonics) |
15 |
네트워크 센서 기술(Networked Sensors and Sensing) |
16 |
퀀텀 정보 기술(Quantum Information Technologies) |
17 |
재생에너지 생산 저장(Renewable Energy Generation and Storage) |
18 |
반도체 및 극소 전자공학(Semiconductors and Microelectronics) |
19 |
우주 기술 시스템(Space Technologies and Systems) |
[자료: 백악관]
CFIUS 심의 대상 및 절차
CFIUS 심의 대상은 크게 ⒧ 외국인이 미국 기업의 지배권을 취득하는 거래, ⑵ 외국인이 TID 사업 관련 미국 기업의 소수지분을 취득하는 거래(minority investment), ⑶ 외국인의 부동산 투자 거래로 나뉜다. 해당 투자 거래 시에 미국 기업 및 외국 투자가가 CFIUS에 자발적으로(voluntarily) 신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규제 당국 승인이 필요한 거래에서는 거래 종결 최소 30일 이전에 신고할 의무가 발생한다. 의무 신고 요건이 발생하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외국 정부가 상당한 지분 보유 시, 즉 ⒧ TID 관련 투자 거래일 경우, ⑵ 외국인 투자가가 미국 기업의 지분 25% 이상 취득하는 경우, ⑶ 외국 정부(영국, 캐나다, 호주 제외)가 해당 외국인 투자가의 지분을 49% 이상 보유한 경우 등 모두 해당 시
둘째, 핵심기술 수출의 경우, 즉 ⒧ 미국 기업이 핵심기술(critical technology)의 생산·설계·테스트·제조·개발 등을 수행하는 경우, ⑵ 해당 핵심기술이 미국 당국의 수출 및 재수출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경우 또는 외국인 투자가에게 핵심기술이 이전되는 경우 등 모두 해당 시
외국인 투자가 및 미국 기업은 정식 또는 약식 행태를 선택해 신고할 수 있다. 정식 신고서(notice)를 접수하면 CFIUS가 45일 이내에 심의 결과를 알려야 하며, 필요 시 45일 동안 추가 조사를 진행(특수 정황 포착 시 15일 기한 연장)할 수 있다. 만약 약식 신고서(declaration)로 접수하게 되면, CFIUS는 30일 이내 심의 결과를 신청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 CFIUS가 정식 신고서(notice) 제출을 명령할 수 있다. 또한 사전에 신고되지 않은 투자 거래라 할지라도 CFIUS가 필요하다고 판단 시 사후 심사를 통해 거래취소를 명령할 수 있다.
CFIUS 심의 결과 해당 거래의 국가 안보 우려가 해소되지 않으면, 권고문(formal recommendation)을 통해 대통령에 최종 결정을 의뢰하게 된다. 권고문 접수 후 15일 이내 대통령은 해당 거래에 대한 승인(clear), 중단(suspend), 금지(prohibit) 또는 부대조건(imposing condition)을 결정한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 대통령 결정까지 이르기 전에 CFIUS가 거래 당사자에게 거래 철회 또는 정부 중재안 수용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관여하게 된다.
[자료: Latham & Watkins LLP]
재무부 CFIUS 투자 심의 위반처벌 규정 강화
이번 발표된 ‘CFIUS 집행 및 처벌에 관한 지침’에는 투자 심의 위반 행위를 △의무 신고서 미제출, △CFIUS의 시정명령 등 불이행, △부정확한 정보 제공 등 3가지 유형으로 정하고 해당 위반 시 금전적 처벌 및 기타 시정조치를 부과할 수 있게 된다. 만약 특정 기업이 의무 신고 규정을 위반하거나 시정명령을 어겼을 때, CFIUS는 외국인 투자가 또는 미국 기업에 최대 25만 달러 또는 전체 거래금액 중 높은 금액에 해당하는 민사금전벌*(civil monetary penalty)을 부과할 수 있다. 또한, 고의로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정보를 누락했을 경우에는 위반 건당 25만 달러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주*: 민사금전벌 제도는 행정상 의무이행의 확보를 위하여 행정기관이 부과 징수하거나 법원이 민사절차에 의하여 위반 행위자 등에게 부과 징수하는 일종의 금전적 처벌 (자료: 서강대학교 법학연구소, 2016)
또한, CFIUS 심의는 거래 당사자 신고에 기반해 진행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3자 또는 공공의 제보에 따른 수사 착수 및 영장 청구의 권한을 CFIUS에 부여함으로써 조사의 자율성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바이든 정부 CFIUS 집행강화 행정명령(E.O.14083)
백악관이 9월 15일에 공개한 이번 행정명령은 기존 CFIUS 심의 또는 집행 권한을 확대하지는 않았지만 한층 강화된 국가 안보 평가 기준(Criteria)을 수립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행정명령은 앞으로 외국인 투자 국가 안보 심의에서 위중하게 고려할 판단 근거(factor)를 다음과 같이 명시했다.
⒧ 공급망 탄력성에 미칠 영향(국방 및 비국방 분야 포함)
⑵ 미국 기술 리더십에 미칠 영향(극소 전자공학, 인공지능, 바이오테크 및 제조, 퀀텀 컴퓨팅, 첨단 청정에너지, 친환경 기술 등 분야 전반)
⑶ 전체 산업 동향에 미칠 영향(개별 투자 거래가 전체 산업 구조에 미칠 영향까지 판단)
⑷ 사이버안보 위험성 영향
⑸ 미국 개인 민감 정보(sensitive date) 침해 영향
백악관은 이번 행정명령을 통해 투자의 규모(size)가 아닌 기술의 성격(characteristics)을 외국인 투자 심의 우선 평가 기준으로 삼게 됐다고 자평했다. 앞으로 CFIUS는 사전에 특정 기술을 지정할 필요 없이 잠재적인 국가 안보 위협만으로도 외국인 투자를 규제할 수 있는 재량권을 가지게 됐다.
시사점
러-우크라이나 사태와 미-중 간 무역·기술 분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국가 안보 목적의 기술·산업 규제가 중대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편,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과 반도체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통과의 영향으로 미국 반도체, 친환경, 미래 자원 기업에 대한 우리 투자 수요도 급증할 것이 예상됨과 동시에 국가 안보 성격의 정책 및 규제 동향을 잘 모니터링해야 한다.
최근 CFIUS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에 CFIUS에 접수된 정식 신고(notice) 272건 중 130건에 대해 조사(investigation)가 시행됐고 이 중 74건의 거래가 철회(withdraw)됐다. 2021년 가장 많은 정식 신고를 접수한 국가는 중국(44건), 캐나다(28건), 일본(28건) 등이고 우리 기업도 총 13건을 접수한 것으로 보고됐다. 2019~2021년 우리 기업이 CFIUS에 제출한 누적 공식 신고는 총 25건으로 업종별로 제조업 12건, 금융·정보 서비스 6건, 광업·유틸리티·건설 4건, 도소매·운송 3건으로 집계됐다.
워싱턴 현지 로펌 관계자는 매우 체계적인 전략 속에서 바이든 정부의 고강도 국가 안보 수출·투자 규제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 첫 번째 단계로서 CFIUS 외국인 투자 규제(inbound investment)가 완성됐고 최근 발표된 반도체 및 제조 장비에 대한 수출통제(export control)가 두 번째 단계로 진행됐다. 그리고 머지않아 미국 기업의 해외 투자(outbound investment)에 대한 규제 장치가 마련되면, 마지막 단계로 수출통제 대상을 기반․신흥 기술(foundational and emerging technologies)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자료: 백악관 홈페이지, 재무부 홈페이지, Latham&Wakins LLP, Gibson Dunn, National Law Review, 뉴욕타임즈 및 KOTRA 워싱톤 무역관 보유 자료
원문링크 | https://dream.kotra.or.kr/kotranews/cms/news/actionKotraBoardDetail.do?MENU_ID=70&pNttSn=1981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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