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새로운 기술이 그렇듯 실패도 개발의 한 과정입니다. 그런 면에서 빠르고 안전하게 실패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는 지난 10월 28일 대구 국제 미래모빌리티 엑스포(Daegu International Future Auto & Mobility Expo) 기조 연설자로 나선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GMTCK) 대표, 브라이언 맥머레이가 강연 중에 한 말이다. 이 날 맥머레이 대표는 “가상 엔지니어링(Virtual Engineering)” 기술의 유용성을 강조하며, 실제 시험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위험하고 복잡한 조건에 대한 테스트를 가상 검증을 통해 빠르고 정확하게 해낼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구 국제 미래모빌리티 엑스포 기조 연설자로 나선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GMTCK) 대표, 브라이언 맥머레이>
[자료: gmauthority]
자동차 개발 단계에서의 가상 엔지니어링(Virtual Engineering)의 역할
GM은 2021년 6월 이미 가상 엔지니어링의 활용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캐딜락(Cadillac)의 전기 SUV인 리릭(LYRIQ) 개발에 가상 엔지니어링 기술을 활용해 출시를 예정된 계획보다 9개월이나 앞당 길 수 있었던 점을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연간 15억 달러의 엔지니어링 비용 절감도 가능했다고 밝힌 바 있다. 리릭의 경우 가상 설계를 사용해 추운 환경과 더운 환경 모두에서 운전자 및 탑승자를 위한 차 내부 쾌적성을 테스트하고 공기역학적인 디자인으로 최대 항속거리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또한, 다양한 운전자 보조 및 능동적 안전 기능 테스트를 비롯해 에어로어쿠스틱(Aeroacoustics) 및 자동 도로 소음 제거 기능 등을 가상 테스트와 검증을 통해 작업했다고 밝혔다. 리릭의 수석 엔지니어 Jamie Brewer는 신차 개발의 초기단계에서 가상 엔지니어링을 통해 설계, 품질 및 성능을 최적화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GM의 가상 설계, 개발 및 검증 전무이사 Mike Anderson 또한 “이제 더이상 엔지니어들은 신차 개발을 위해 클레이 모델을 만들어 풍동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필요가 없이 컴퓨터 화면 뒤에서 더 나은,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언급하며 가상 검증(Virtual Validation)이 미래 자동차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강조한 바 있다.
<클레이 모델로 자동차 풍동 테스트(왼쪽)와 가상에서의 풍동 테스트(오른쪽)>
[자료: carsforsale(왼쪽) & FutureCar(오른쪽)]
가상 검증(Virtual Validation)이 무엇이고 왜 화두인가?
현재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기업이 전기차를 출시했거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아직까지 성장 단계인 전기차 시장 점유를 위해 각 기업들은 출시 시간을 앞당기려 노력하고 있다. 기술의 변화가 빠르고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전기차 시장 점유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디자인과 기능의 모델을 빠르게 개발해 시기 적절하게 시장에 출시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개발 방식에서는 한계가 있다. GM은 약 18개월 만에 허머(Hummer) EV 스포츠 유틸리티 트럭의 프로토타입을 개발했고, 약 2년 반 만에 메인 생산이 가능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가상 프로토타이핑과 가상 검증으로 달라진 개발 프로세스>
[자료: NI]
기존 제품 개발 방식은 물리적으로 프로토타입을 제작한 뒤 실험실로 옮겨 테스트하는 방식이어서 시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여러 테스트를 통해 보완점을 식별하고 보완 후 재설계하는 과정을 거친다. 따라서 과정이 반복될수록 필요한 인력과 비용도 증가한다. 반면 가상 검증은 가상 프로토타입을 사용하기 때문에 초기 설계 단계에서 최상의 결과를 얻기 위한 반복작업을 상대적으로 빠르고 적은 인력과 비용을 사용해 시행할 수 있다. 또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환경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정확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제품의 초기단계부터 효과적인 제조라인 및 공장 배치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생산의 효율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미국 가상검증(Virtual Validation) 시장 동향
일반적으로 자동차 제조기업들의 신차 개발 및 출시에 5~7년이 소요됐지만 GM의 전기 트럭 허머(Hummer)는 3년이 걸리지 않았다. 앞으로 더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비용과 시간의 이점을 얻기 위해 가상 엔지니어링 및 프로토타입을 통한 가상 검증으로 전환함에 따라 가상 검증 시장도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BIS Research 자료에 따르면, 미국 가상 검증 시장 가치는 2019년에 55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연평균 34.01%로 증가해 2030년에는 1억366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여진다.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 자료에 따르면, 최근 자동차에 탑재되는 소프트웨어 코드 규모는 전투기 한 대의 4배 수준인 1억 라인이고 이는 2030년까지 3억 라인으로 증가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자동차 한 대에 테스트해야 하는 검사가 늘어날 것이라는 의미이다. 전기차를 비롯해 자율주행분야에서도 새로운 기술을 시험함에 따라 자동차 산업 전반에서 가상 검증의 사용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안전 관련 규정 준수가 복잡해지고 제품 인증을 위해 더 많은 입증이 요구됨에 따라 가상 검증 없이는 개발 시간과 비용을 단축시키지 못해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들도 보인다.
<미국 전기차 가상검증 시장 동향>
(단위: US$ 백만)
[자료: BIS Research, KOTRA 디트로이트 무역관 정리]
자율주행차 개발에 가상 검증(Virtual Validation)은 필수
미래의 자동차 산업의 핵심은 전기화(Electrification), 자동화(Automated), 연결화(Connected), 효율화(Efficient)이다. 모든 자동차 제조 기업들은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핵심 기술 개발에 노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안전'이다. 안전에 대한 테스트와 검증이 끝나지 않고는 어떠한 기술도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 받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가 시장에 출시되기 전에 1억㎞ 이상의 시험 거리를 주행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는 약 2~3년의 시험 기간에 해당한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도로에서 자동차로 모든 시험 주행을 해야 한다면, 비효율적이고 경제적이지 않다. 뿐만 아니라 긴급 제동, 크루즈 컨트롤, 고속도로 운전자 보조기능같은 ADAS나 AD 또한 발생 가능한 모든 주행 조건에 대비하기 위해 주행 환경 검증작업을 거쳐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상 검증 방법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가상 검증은 안전한 환경에서 시험이 가능하며, 실제 도로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복잡한 주행 시나리오를 시험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핵심기술로 미국 시장 진출의 기회를 엿보다
가상 검증은 소프트웨어 기반의 기술이며 수요가 증가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미국 각 주에서도 해당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시간주의 산하기관인 미시간 경제개발공사(MEDC)는 미시간 전략기금(MSF)을 조성하고 인센티브 프로그램인 미시간 사업 개발 프로그램(MBDP)을 운영하며 투자진출을 희망하는 기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미시간 사업 개발 프로그램(MBDP) 인센티브 책정 기준은 투자 액수와 일자리 창출의 기여도에 따라 다르다. 특히, 미국의 Big 3 자동차 기업이 위치한 미시간주는 가상검증 기술과 같이 혁신산업 분야 소프트웨어 기술(Innovation 카테고리)을 보유한 기업에는 인센티브 조건을 완화해주고 있다.
미시간 사업 개발 프로그램(MBDP) 인센티브는 미시간주에 위치하거나 진출한 기업들의 실적을 기반으로 하여 지원해주는 보조금과 시장 이자율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해주는 지원 형태가 있다. 미시간 전략기금(MSF)의 승인에 따라 대출금은 유예 및 상환 조항, 탕감 조건 및 유연한 담보 요건을 포함한 일반 대출보다 유연한 조건으로 운영이 된다.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서는 먼저 지역 경제 개발 사무소 또는 해당 지역 미시간 경제개발공사(MEDC) 담당자에게 연락을 하면 신청과 필요한 실사에 따른 절차를 안내받을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디트로이트 지역을 중심으로 투자/진출에 관심이 있는 기업들은 디트로이트 지역 파트너십(DRP)의 무료 지원 또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 파트너십 프로그램은 투자 진출 희망 기업이 디트로이트 지역의 시장 경쟁 상황을 이해하고, 최적의 인재 확보뿐만 아니라 주 정부 및 지역의 인센티브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미시간 투자 진출 인센티브 및 파트너십 프로그램>
[자료: michiganbusiness.org(왼쪽), detroitregionalpartnership(오른쪽)]
구인시장에서도 각 기업들은 가상 검증 분야 엔지니어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 정부에서도 글로벌 엔지니어 인재 확보를 위한 O-1비자를 발급하고 있다. O-1비자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중요한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우수성을 입증해야 하는데 작업이나 성취에 대한 기사, 관련 분야의 중요한 학술 저널에 실린 논문·연구, 또는 산업 개발에 중요한 공헌한 자료 등이 필요하다. 미국은 글로벌 엔지니어들에겐 보다 적극적으로 국경의 담을 낮춰주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사점
코로나 팬데믹은 분명하게 산업 전반적으로 영향을 주었다. 이러한 도전의 시간과 달라진 상황이 결과적으로 좋은 변화와 새로운 시도의 기회가 되기도 했다. 비대면으로 작업 환경이 옮겨지는 과정 중에서 많은 자동차 기업들은 가상 엔지니어링의 기회 요인들을 발견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는 미래 자동차 시장의 핵심이 되고 있다. 지난 5월 현대 오토에버가 국내외 4개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과 함께 가상에서 자동차 시스템 및 구동장치의 안정성을 검증하는 가상 검증 플랫폼 구현에 나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최근 차량 기술 영역에서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전동화 흐름이 거세지면서 이와 관련된 방대한 차량 소프트웨어를 사전 검증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현대 오토에버는 실물 차량에 기반하는 기존 검증의 한계를 극복하며, 가상 검증 플랫폼으로 급성장하는 시장에서 기회를 선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자동차 제조 기업에 근무하는 A씨는 KOTRA 디트로이트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자동차의 제어기 통합 및 커넥티비티 기능의 확대에 따라 소프트웨어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검증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신뢰할 만한 기술력으로 가상 검증 플랫폼을 개발한다면, 자동차 제조기업들은 더 안전하고 빠르고 편안하게 미래 자동차를 제조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관련 기업들은 시장의 변화에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료: Daegu International Future Auto & Mobility Expo, gmauthority, carsforsale, FutureCar, NI,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 BIS Research, 미시간 경제개발공사(MEDC), 미시간 사업 개발 프로그램(MBDP), 디트로이트 지역 파트너십(DRP), 현대 오토에버, KOTRA 디트로이트 무역관 자료 종합
원문링크 | https://dream.kotra.or.kr/kotranews/cms/news/actionKotraBoardDetail.do?MENU_ID=70&pNttSn=1981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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