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독일의 경제 상황이 어두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22년 4분기 독일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금리 인상, 인플레이션 및 글로벌 경기 둔화로 내수 소비 진작도 어려운 상황이라 2023년 경기도 어려울 것으로 경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하는 듯했지만 러-우 사태와 이에 따른 원자재 가격 인상 및 인플레이션 발발로 경제 상황이 쉽게 개선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독일 정부는 경기 침체가 완만하게 해소될 것이라고 보고 있어 올해 독일 경제 성장 방향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2022년 4분기 독일 경제 마이너스 성장

 

<2021년~2022년 분기별 독일 경제성장률 추이>

[자료: 독일 통계청]

 

2022년 독일 경제 성장률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독일연방통계청은 독일의 2022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가 지난 분기 대비 마이너스 0.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속에서도 2022년 1분기는 0.8%, 2분기는 0.1%, 3분기는 0.5%로 플러스 성장을 하며 선방하였지만 4분기에는 21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을 한 것이다.

 

이에 경제 전문가들은 2023년 독일 경제가 침체기에 빠져드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보통 2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일 경우에 국가 경제가 침체기에 빠졌다고 정의한다.

 

대표적으로 경기 침체임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 지표인 실업률 동향을 보면 현재 경기 상황을 체감할 수 있다. 5.9%였던 2020년 연간 실업률은 2022년 5.3%까지 떨어지며 코로나 위기를 잘 극복하는 듯했지만, 2023년 1월 실업률은 다시 5퍼센트 후반인 5.7%를 기록했다. 2022년 경기 침체에 따른 성장 둔화가 후행 지표에 반영된 것이다.

 

실제 2023년 연초부터 독일의 실업자 수는 증가 추세다. 2023년 1월 기준으로 전체 실업자 수는 261만 명에 달한다고 독일 노동청(Bundesagentur fuer Arbeit)은 발표했다. 이는 지난 2022년 12월 보다 16만 명이 늘어난 수치다. 참고로 해당 수치에는 일부 우크라이나 난민 숫자가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2020년~2023년 독일 실업률 동향>

[자료: 독일 노동청]

 

또 독일 기업들의 주가도 많이 빠져있는 상태다. 독일의 대표 주가 지표인 DAX 지수는 22년 연초 대비 현재 2~3% 정도 하락했다. DAX 지수는 독일 대표 40개 대기업들로 구성된 주가 지수로 아디다스, BMW, 컨티넨탈, 포르쉐 등 글로벌 기업들이 포함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MDAX지수도 동 기간 15% 정도 주가가 하락했다. MDAX 지수는 DAX 지수 다음으로 규모가 큰 60개 기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루프트한자, 휴고 보스, 라인메탈 등이 포함되어 있다. TecDAX 지수도 약 10% 정도 하락했다. TecDax 지수는 30개 독일 대표 IT기업들로 구성된 지표로 도이치텔레콤, SAP 등이 포함되어 있다.

소비자 관련 지표도 하향세다. 2022년 1월 100.28였던 독일의 소비자신뢰지수가 2022년 10월 기준으로 96.22까지 떨어졌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최저점을 기록했던 2020년 5월(98.74) 보다도 낮은 수치다. 소비자신뢰지수는 소비자의 현재 및 미래 재정상태를 기반으로 소비자가 생각하는 경제 상황과 구매 조건 등에 대한 조사를 지수화한 것으로, 100을 상회하면 긍정적이고 미만이면 부정적이라는 것을 나타낸다.

이 외에도 경기 상황을 판단할 수 있게 참고할 수 있는 지표들을 보면 현재 경제가 긍정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건설업 수주 지수는 2022년 9월 기준으로 작년 동 기간 대비 -22.6%를 기록했다. 2022년 1월 -4.4%에서 다섯 배 가량 떨어진 수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속에서 건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여 점진적으로 수요 부진이 심해진 것이다. 제조업 수주도 상황은 비슷하다. 2022년 1월 기준 제조업 수주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2.9% 성장한 수치를 보이며 성장세를 보였으나 2022년 9월 기준으로 -2.9%를 기록하며 감소세를 보였다.

 

마이너스 경제 성장 이유

 

이러한 독일의 부진한 경제 성장률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

 

우선,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영향이 있다. 독일은 전 세계적에서도 손 꼽히는 제조업 강국으로 분류된다. 그만큼 자동차, 기계, 화학 등 제조업이 전체 GDP의 18%를 차지할 정도로 의존도가 크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과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등의 영향으로 제조업 부문에서 많은 피해를 입었다.

 

다음으로 러-우 사태에 따른 영향이 있다. 러-우 사태에 따른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독일 내 에너지 공급 불안 심리가 커졌고, 이는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도 후퇴시켰다. 실제, 천연가스 40%를 러시아에 의존하는 독일은 러-우 사태 장기화에 따른 가스 공급 불안이 여전히 큰 상태다. 러-우 사태 이후 한 때 천연가스 가격은 최대 43.5%까지 상승했다.

 

<2022년 독일 가스 가격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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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독일 통계청]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라 소비자 물가도 상승했다. 독일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021년 3.1%를 기록하여 1년 전인 2020년의 0.5%보다 무려 여섯 배나 올랐다. 특히, 2022년 9월부터 11월까지는 각각 10%, 10.4%, 10%대의 물가 상승률을 보였다. 2022년 12월에야 8.6%로 다소 상승세가 꺾이는 분위기였지만, 2023년 1월은 다시 9~10%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2022년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후 1년 만에 물가 상승률이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실제 마트, 식당 등을 가보면 비용이 올랐음을 단번에 체감할 수 있다.

 

<2022년 독일 월별 인플레이션 추이>

[자료: 독일 통계청]

 

이러한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는 금리 인상이라는 조치를 단행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도 현재 4.75%까지 기준금리를 올린 상태이며 앞으로도 현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공통 화폐인 유로화를 쓰는 유로존의 기준 금리도 비슷한 추세를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0%였던 기준금리가 2022년 12월에서 0.5%를 인상하며 2023년 2월 현재 3.0%까지 올랐다. 이러한 베이비 스텝이나 자이언트 스텝 등 금리 인상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경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독일도 예외는 아니다. 유로존 금리가 독일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독일의 장기 기준금리도 러-우 사태 발발 전 마이너스 금리에서 2022년 12월 기준으로 2.08%까지 올랐다.

 

<2022년 독일 장기 기준금리 추이>

[자료: 독일 통계청]

 

여기에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와 세계 교역량 감소도 독일 경제에 영향을 미쳤다. 2022년 10월 기준으로 세계 교역량이 1.6% 감소하면서 독일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고, 6월에는 독일 역사상 30년 만에 처음으로 무역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러한 추세는 2023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무역기구(WTO)는 3.5%였던 2022년 세계 교역량 증가율이 2023년에는 1%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독일 정부 반응 및 2023년 독일 경제 전망

 

독일 정부는 경기 부진인 상황을 인정하면서도 하반기에는 점진적 회복세에 돌아설 것이라고 예측한다. 로버트 하벡 경제부 장관은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다“라며 „경기 침체가 단기적이며 점차 둔화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IFO 연구소 지표에 따르면 2023년 초부터 4개월 연속 경기 지표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어 독일 정부는 2023년 경제성장률을 0.2%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겨울 전망했던 마이너스 0.4%보다 긍정적으로 예측하여 발표한 수치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나아지면서 일종의 기저효과를 볼 수 있다는 기대치가 반영되었다. 특히, 2021년의 경우 2022년 경제성장률을 1.8%로 예측하였으나 코로나 상황이 회복되고 다시 소비 진작, 산업 활성화 등 경제활동이 정상궤도에 들어서면서 실제 경제성장률이 2.6%를 기록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 상공회의소 마틴 반스레벤 대표는 2023년 경기 상황을 신중히 지켜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반스레벤 대표는 „에너지 가격, 인플레이션 및 글로벌 경제 둔화 등은 독일 기업의 활동에 큰 제약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면서 „여기에 더해 기후 변화, 고령화 및 디지털화 등 산업 구조의 전환도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독일 내 2023년 경제 전망은 안갯속이다. 실제 독일 정부 및 기타 경제 전문 기관의 발표도 엇갈린다.

독일 정부와 IMF는 독일의 2023년 경제 성장률을 플러스로 전망한 반면, 독일연방은행과 OECD는 마이너스 성장률을 예상치로 내놓았다. 마찬가지로 독일 5대 경제 연구소(RWI Essen, DIW Berlin, Ifo, IfW Kiel, IWH Halle)도 서로 상반된 전망치를 발표했다.

<독일 GDP 성장률 전망치>

[자료: 독일 정부, IMF 등]

 

한편 2022년 유로존의 경제 상황이 선방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유럽통계청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2022년 유로존의 GDP 성장률은 3.5%를 기록했다. 2021년의 5.3%보다는 둔화한 수치지만 미국(2.1%)나 중국(3.0%)보다 양호한 기록이다. 실제 유로존의 경제성장률이 미국과 중국보다 앞선 것은 1974년 이후 4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해 4분기 유로존 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1%로 전년 동기 대비 1.9% 성장했다. 당초 전문가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GDP 성장률도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으나, 유럽의 겨울 날씨가 따뜻하게 유지되어 에너지 대란을 피하고 성장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우려했던 것보다 따뜻한 겨울, 휘발유 가격 하락, 정부 지원 덕분에 유로존은 예측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시사점

 

현재 독일 경제 상황을 두고 여러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비단 독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 흐름이다. 이 같은 악재 속에서도 유로존의 2022년 경제성장률이 미국과 중국을 뛰어넘었다는 것, 점진적 물가 상승 압력 완화 추세, 에너지 가격 안정세 돌입이라는 측면에서는 고무적이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경제가 점진적인 회복세에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보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지속 여부와 관련한 지정학적 리스크 등 다양한 대외 변수를 고려해야 하며 어떤 방향으로 국제 정세가 변할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자료 : Witschaftswoche, Tagesschau, Statistisches Bundesamt, Handelsblatt, FT, Statista, 코트라 함부르크 무역관 보유 자료 등 종합

원문 출처 : 코트라

원문링크 https://dream.kotra.or.kr/kotranews/cms/news/actionKotraBoardDetail.do?MENU_ID=70&pNttSn=200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