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22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위원회(Commission)는 애플(Apple Inc.)이 불규칙한 심장 박동을 측정하는 의료기기 제조업체 얼라이브코(AliveCor Inc.)의 손목 밴드 장치에 적용된 두 개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ITC 캐머런 엘리엇(Cameron Elliot) 행정판사(Administrative Law Judge)의 2022년 6월 27일 잠정 결정(Initial Determination)을 재확인하는 결정이었다. 위원회는 애플이 심장박동을 측정하는 애플워치(Apple Watch)에 탑재된 심전계(Electrocardiogram, EKG or ECG) 앱이 얼라이브코의 특허를 침해해 미국 관세법 제337조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ITC는 다만 얼라이브코의 심장박동 측정기술 자체가 유효하지 않다는 특허심판원(Patent Trial and Appeal Board, 이하 PTAB)의 확정된 결정이 나올 때까지 침해중지 명령(cease and desist order) 시행을 유보하기로 했다.
미국 관세법 제337조는 미국 ITC에 미국으로의 물품 수입 또는 수입된 물품의 미국 내 판매와 관련해 불공정한 경쟁방법(unfair methods of competition) 또는 지적재산권의 침해(infringement of intellectual property)가 있는지 여부를 준사법적으로 조사할 수 있도록 하고 위의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당해 물품의 수입금지 명령(order of import exclusion) 또는 그러한 침해물품의 침해중지 명령(cease and desist order)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ITC는 연방지방법원과 달리 미국 워싱턴 D.C.에만 소재하며 미국 관세법(Tariff Act)에 따라 미국 산업을 보호하고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한 강력한 통제 권한을 갖는 대통령 산하 독립적이고 초당적인 준사법기관(quasi-judicial administrative agency)이다. 미국의 관세법 제337조는 복잡하게 규정돼 있을 뿐 아니라 모호한 측면이 있어 피제소자에게 불리한 요소가 많이 존재한다고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 기업이 관세법 제337조에 의해 미국 ITC에 제소된 경우 이 절차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달 해외시장뉴스에서는 미국 ITC의 관세법 제337조에 따른 지적재산권 침해 조사 절차와 그에 따른 수입금지 명령과 침해중지 명령 그리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최근의 애플워치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관세법 제337조 개요
1974년 무역법(Trade Act of 1974)에 근거해 적용되기 시작한 관세법 제337조는 관련 조사 건만 공식적으로 통계가 집계된 2013년 11월 말까지 900여 건에 달한다. ITC에 따르면 1972~1980년에 97건, 1981~1990년에 227건, 1991~2000년에 121건, 2001~2010년에 310건, 2011~2013년 11월에 151건의 제337조 조사가 개시됐다. 또한 1975년부터 2013년 2월 사이에 한국 기업들이 관련된 제337조 조사 건수는 103건에 달한다. 한국 기업들과 관련된 제337조 조사의 다수는 한국 기업들에 대한 제소였으나 최근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이 다른 국가의 기업을 상대로 제소하기도 한다.
<제337조 조사 건수 추이(1972~2013년)>
[자료: 국제무역위원회(ITC)]
제337조의 적용 대상
관세법 제337조는 연방무역위원회법 제5조(Section 5 of the Federal Trade Commission Act)와 궤를 같이하는데 수입품의 수입과 판매에 있어서 불법적인 불공정한 경쟁방법(unlawful unfair methods of competition)과 불공정한 행위(unfair acts)를 광범위하게 규제한다. 원래부터 제337조는 수입품으로부터 발생된 불공정하거나 침해적인 경쟁으로 인해 미국 국내 산업이 피해를 입었음이 증명되는 경우 미국 산업에 구제를 제공하는 광범위한 조항(“catch all” statute)으로 제정됐다. 덤핑이나 불법 보조금을 주는 행위는 제337조의 적용 범위에 속하지 않지만 수입품과 관련한 다양한 불만 사항은 제337조가 발동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오랜 기간에 걸쳐 제337조는 거의 독점적으로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해 발동하는 조항으로 발전하게 됐다.
제337조에 근거한 조사의 대부분은 특허(patent), 등록되지 않은 상표(unregistered trademark), 영업 비밀(trade secret)에 맞춰져 있는데 그 이유 중 큰 부분은 이런 유형의 권리가 미국 관세청에 등록(recordation)할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ITC는 그동안 등록된 상표와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의 유용, 트레이드 드레스 침해, 원산지 또는 자료 허위 표시(false designation of origin or source), 상표 희석(trademark dilution), 저작권 침해, 반도체 배치설계권 침해(mask work infringement), 영업비밀의 유용(misappropriation of trade secrets)까지 관할 조사 대상으로 관리해왔다.
제337조 조사 요건
ITC는 미국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한 물품의 수입이나 판매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해 단속한다. 구체적으로 (i) 유효하고 권리 행사가 가능한(valid and enforceable) 미국 특허와 등록된 저작권을 침해한 물품, 또는 (ii) 유효하고 권리 행사가 가능한 미국 특허로 보호되는 공정에 의해 제조, 생산, 가공 또는 채굴된 물품 또는 (iii) 1946년 상표법에 따라 등록된 유효하고 권리 행사가 가능한 미국 등록상표를 침해하는 물품 또는 (iv) 등록된 반도체 배치설계권(mask work)을 침해하는 방법으로 제조된 반도체 칩, 또는 (v) 디자인의 독점권을 침해하는 물품을 미국으로 수입하거나 수입을 위해 판매하거나, 수입 후 미국 내에서 판매하는 경우 제337조(a)(1)에 의해 ITC의 침해 조사 대상이 된다.
제337조 조사요건과 관련해 두 가지 사항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 제337조는 미국 지적재산권을 침해한 물품의 수입행위 뿐만 아니라 동 물품의 미국 내 판매행위를 규제한다는 점이다. 둘째, 특허, 저작권, 상표, 반도체 배치설계권이나 디자인 특허 침해와 관련해 ‘미국 내에서 산업이 존재하거나 설립 과정에 있는(in the process of being established)’ 경우에 한해 제337조 조사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즉, 미국 내에 산업이 존재하지 않거나 설립과정 중이 아니라면 미국 지적재산권을 침해한 수입품을 제337조에 근거해 규제할 수 없다.
제337조 조사 절차의 개시와 절차의 참여자들, ITC의 구성
관세법 제337조에 근거한 ITC의 조사 절차는 일반적으로 미국 국내외 기업의 제소장의 접수로 시작되나 간혹 ITC의 직권으로도 개시된다. 제337조의 조사에는 다섯가지 측면에서의 참여자(participants)가 존재한다. (1) 상대편의 제337조 위반을 주장하는 제소자(complainant), (2) 제337조 위반으로 제소당한 피제소자(respondent), (3) ITC를 대신해 조사를 시행하는 ITC의 조사 변호사(Investigative Attorney, IA), (4) 증거를 듣고 조치를 권고할 수 있는 행정판사(Administrative Law Judge, ALJ), (5) 조사를 마무리하고 국회와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6명의 위원들(Commissioners)이다. 위원회(Commission)는 원래는 6인 합의체이나 현재는 1명이 공석으로 5인 합의체로 운영되고 있다. ITC의 조사에 참여하지 않거나 증거개시절차(discovery)에 응하지 않거나 소장이나 답변서에 응하지 않는 경우에는 피제소자 궐석으로 인한 제소자의 승소 판결(default judgment)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제337조 조사에 다섯가지 측면의 참여자>
[자료: KOTRA 뉴욕 무역관 자체제작]
ITC는 원래 6인의 위원들(Commissioners)로 구성되며 대통령이 미국 상원의 동의를 받아 임명한다. ITC 각 위원의 임기는 9년이다. 대통령은 2년 임기의 위원장과 부위원장으로 각각 한 명의 위원을 임명한다. 같은 정당에 속하는 위원은 3인 이내여야 하며 위원장은 바로 이전의 위원장이나 부위원장과 동일 정당에 소속될 수 없다.
ITC는 불공정한 수입 조사(unfair import investigations) 외에도 반덤핑(antidumping) 및 상계관세(countervailing duties)와 관련된 수입 피해 조사(import injury investigations)를 포함한 여러 무역 관련 조사를 실시한다. ITC는 또한 미국의 관세 일정을 관리하고 대통령과 의회에 정보와 분석을 제공한다. 위원회(Commission)는 수백 명에 달하는 변호사, 경제학자 및 산업별 전문가 등 내부 전문가의 지원을 받는다. 지원 인력 부서에는 행정판사실(Office of the Administrative Law Judges), 법무실장실(Office of the General Counsel), 조사실장실(Office of Inspector General), 불공정수입조사실(Office of Unfair Import Investigations, OUII), 관세·무역협정실(Office of Tariff Affairs and Trade Agreements) 및 대외협력실(Office of External Relations) 이외에도 여러 부서가 있다.
ITC 관할 행정 재판을 주관하고 제출 자료 및 증거물을 검토한 후 잠정 결정을 내리는 역할은 현재 5인의 행정판사(Administrative Law Judge, ALJ)가 담당하고 있다. 행정판사의 장(Chief ALJ)은 행정판사 중 한 명에게 조사를 배정하고 그 판사가 재판 단계(trial stage)에서 신청(Motion)에 대해 결정을 내린다. 재판 후에 행정판사는 제337조 위반 여부에 대해 잠정 결정(Initial Determination, ID)을 작성해 발표한다. 위원회의 위원들(Commissioners)은 잠정 결정을 검토해 채택(adopt), 수정(modify), 파기(reverse)하거나, 취소 또는 환송할 수 있다. 당사자들이 잠정 결정에 대해 ITC에 심사청원을 하지 않거나 위원회가 직권으로 심사를 명령하지 않으면 잠정 결정이 최종 결정(Final Determination)으로 확정된다.
대통령의 거부권
ITC는 제337조에 따른 조사를 시행한 후 국회와 대통령에게 결정 내용을 통지한다. 대통령은 ITC의 결정통지 수령 후 60일 내에 정책적 판단에 근거해 ITC의 수입금지 명령을 거부할 수 있다. 60일 이내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거나 결정을 추인하는 경우 ITC의 결정은 확정판결의 효력을 갖는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3년 2월 21일 애플워치의 수입을 금지할 수 있는 ITC의 위 특허권 침해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ITC는 이미 애플워치의 수입을 금지하는 수입금지 명령(exclusion order banning imports of the watches)을 내렸지만 얼라이브코가 별도의 특허심판원(PTAB)의 심결에 항소하는 동안 이 금지 명령의 집행을 유보했다. 금지 명령의 집행 여부는 얼라이브코사가 특허심판원 심결의 항소심에서 이기느냐에 달려있고 따라서 항소의 결과가 나오고 실제로 수입이 금지될 때까지는 수개월이 더 걸릴 것이다.
대통령은 60일 이내에 ITC의 수입금지 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데, 이 권한은 오랫동안 미국무역대표부(The Office of the U.S. Trade Representative, USTR)에 위임돼 통상 USTR이 거부권을 행사한다. 2023년 2월 21일 USTR의 캐서린 타이(Katherine Tai) 대표는 애플워치의 수입을 금지한 ITC의 2022년 12월 22일 결정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혀 사실상 ITC의 수입금지 결정은 확정판결의 효력을 갖게 됐다. ITC의 결정은 법원의 제1심판결과 같이 취급돼 미국연방항소법원(CAFC, U.S. Court of Appeals for the Federal Circuit)의 사법심사 대상이 되는데, 2023년 2월 21일 애플은 ITC의 결정에 대해 연방항소법원(CAFC)에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ITC에 애플워치에 대한 수입금지 명령이 공공의 이익(public interest)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고 500명의 애플워치 심전도 측정 기능 사용자들로부터 받은 지지 성명서를 제출했다.
ITC 결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매우 드물지만 2013년에 ITC가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삼성의 특허를 침해해 수입금지를 명령한 것을 오바마 행정부가 개입해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얼라이브코의 애플 제소와 ITC의 최종 결정
얼라이브코는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 소재한 스타트업으로 2016년 애플과 협력해 애플워치용으로 카디아밴드(KardiaBand)라는 모바일 기기용 심전계 기술을 개발했으며, 이를 현재도 카디아(Kardia.com) 홈페이지에서 판매하고 있다. 2018년에 애플은 자신들이 독자 개발한 카디아밴드와 유사한 심전계 기술을 곧 출시할 것이라고 발표했고 2018년 9월에 심전계 앱을 탑재한 애플워치 4세대를 출시했다.
얼라이브코는 애플이 자사의 세 개의 특허를 침해해 제작한 애플워치와 그 구성요소에 대해 영구적인 제한적 수입금지 명령(limited exclusion order)과 영구적 침해중지 명령(cease and desist order)을 내려달라고 2021년 4월 20일 ITC에 애플을 제소하는 소장을 제출했다. 소장에 따르면 세 개의 특허는 모두 기존의 웨어러블 기기(wearable device)의 특화된 센서(specialized sensors)를 사용한 심장 모니터링 기술을 개선하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얼라이브코는 ITC에 애플이 자사의 세 개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제소했지만 2022년 12월 22일 ITC는 애플이 얼라이브코가 주장한 세 개의 특허 중 두 개의 특허만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얼라이브코와 애플이 협력해 2016년 출시한 애플워치용 카디아밴드(KardiaBand)>
[자료: 카디아 홈페이지 kardia.com]
<심전계 기능을 탑재한 애플워치의 기능을 설명하는 사진>
[자료: 애플코리아 공식 홈페이지]
특허심판원의 얼라이브코 특허 무효 심결
ITC는 애플워치의 수입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지만 2022년 12월 6일 특허심판원(PTAB)은 얼라이브코의 웨어러블 기기(wearable device)의 특화된 센서(specialized sensors)를 사용한 심장박동 측정 기술에 대한 세 가지 특허 자체가 유효하지 않다는 세 개의 심결을 내렸고 얼라이브코는 이에 항소했다.
특허심판원은 2022년 12월 6일 당사자계 특허 무효 심판(Inter Partes Review(IPR)) 절차에서 얼라이브코의 세 특허 모두가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와 같은 판단은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미국 특허청 본부에서 세 특허에 대해 열린 통합 청문회에 따른 것이었다. 청문회에서 애플의 변호사들은 세 특허의 모든 청구항들은 오래된 특허들과 학술 논문 들에서 이미 여러 차례 다뤄진 기술에 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애플의 변호사들이 찾아내 제출한 오래된 자료들은 얼라이브코의 특허들이 새로운 기술에 대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특허심판원의 심판과 ITC 결정의 관계에 대해서는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는데, 특허심판원이 항소 절차에서도 끝내 얼라이브코의 세 특허에 대해 무효를 확정 짓고 나면 ITC가 애플이 침해했다고 결정한 두 개의 특허 자체가 무효가 되므로 과연 애플워치의 미국 내 수입금지가 끝내 강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시사점
ITC의 관세법 제337조 조사절차는 지적재산권 침해 여부에 대한 신속한 판단과 구제 결정이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침해로 판정되면 침해 물품의 미국 시장 접근이 세관 당국에 의해 원천 봉쇄되는 강력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 연방법원 특허 소송 절차에 비해 진행이 신속하게 전개되며, 수입 물품에 대한 대물관할(In rem jurisdiction)을 적용해 미국 법원의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 다수의 외국인과 외국 기업들도 피제소자로 지목이 가능하기에 단일 절차를 통해 복수의 외국 수입업자들을 대상으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한편, 부품을 조립해 완제품을 미국에 수출하는 경우 사용 부품 중 하나라도 수입금지 명령(exclusion order)의 대상이 돼 있으면 전체 완제품(down stream product)의 미국 내 반입이 금지되기에 미국에 수출하는 기업은 미리 확인하고 대비해야 한다. 또한 ITC의 제337조 수입금지 명령은 일단 발효되면 대세효(enforceable against the world)를 가지기 때문에 직접 당사자가 아닌 자에게도 유효하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미국에 수출을 하는 기업과 수출을 예정 중인 기업 모두가 ITC의 관세법 제337조에 따른 조사 절차를 잘 이해해 예상치 못하게 미국으로 수입금지 명령이나 침해중지 명령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그리고 반대로 관세법 제337조를 이용해 우리 기업이 소유한 지적재산권을 침해자로부터 잘 지키도록 대비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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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링크 | https://dream.kotra.or.kr/kotranews/cms/news/actionKotraBoardDetail.do?MENU_ID=70&pNttSn=2005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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