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는 공산당이 중앙정부를 통해 국가경제 전반을 통제하는 관리경제체제로, 정치가 경제에 선행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는 1959년 쿠바혁명 이후 공산당 1당 체제가 60년 넘게 지속되며 발생한 상황으로, 쿠바경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쿠바정치 환경과 변화에 주목하여야 한다.
쿠바는 “1국가 1당” 원칙에 따른 사회주의 정치체제를 유지
쿠바는 1959년 혁명 이후 점진적으로 공산주의 정책을 도입했으며, 공산당을 중심으로한 사회주의 정치 체제를 유지해 왔다. 쿠바의 명목상 최고권력기구는 입법권을 행사하는 인민권력국가회의(Asamblea Nacional del Poder Popular)로 5년 임기의 대의원 609명으로 구성된다. 이 대의원 중 31명이 최고 입법기관인 국가평의회(Consejo de Estado, Council of State) 의원으로 선출된다. 국가평의회는 실질적인 입법 기능을 수행하며, 행정은 인민권력국가회의에서 별도로 선출한 내각위원회(Consejo de Ministros)가 담당한다. 사법권을 행사하는 최고의 기관은 쿠바 최고인민법원(Tribunal Supremo de Cuba)으로, 최고인민법원의 판사 역시 인민권력국가회의가 선출한다.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을 본따 건설한 쿠바 인민권력국가회의장(El Capitolio)>
쿠바 공산당의 제1비서는 쿠바의 최고지도자로, 2019년 헌법에 따라 대통령직을 맡은 현 미겔 디아즈-카넬은 2021년 4월 라울 카스트로의 뒤를 이어 쿠바 공산당 제1서기에 취임함하며 쿠바의 최고지도자로 부상했다.
2023년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정권교체의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
2020년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위기 및 2021년 7월에 발생한 반정부 시위에도 불구하고 많은 전문가들이 2023년 정권 교체 가능성을 매우 낮게 예측하고 있다. GDP 하락, 통화 불안정 및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인한 국민들의 대규모 국외탈출은 집권 공산당에 어려움일 될 것이나, 60년 넘게 구축해온 쿠바 공산당의 국가장악력을 단기간내에 이를 약화시킬 대안세력이 등장할 가능성은 낮다.
쿠바 정부는 장기적으로 단편적인 자유화 조치를 도입하기 위해 노력 하고 있지만, 급격한 자유화는 허용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꾸준히 확산되고 있는 인터넷의 사용은 정부에 대한 반대를 표현하는 강력한 채널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정부정책 및 표현의 자유에 대한 요구가 더욱 강력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2023년은 대통령 재선여부 확정 및 인민권력회의(입법부) 선거로 정치지형의 변동 예상
현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정치경제 전반에 걸친 개혁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보수적인 쿠바 공산당 내부 및 군부의 저항으로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디아스-카넬 대통령의 첫번째 임기는 2023년 10월에 종료되는데, 헌법상 1회 연임이 가능하나 현 체제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떨어지고 정권안정에 대한 위험이 높아지면서 연임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2023년 재선을 앞둔 디아스-카넬 대통령>
3월 26일에는 최고권력기관인 인민권력회의 선거가 있는데, 공산당원만이 피선거권을 가질 수 있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투표율 자체가 국민들의 정치시스템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통로로 인식됨에 따라 그 중요성이 크다. 특히 2022년 11월 지방선거의 투표율이 쿠바 기준 매우 낮은 70% 이하를 기록하며, 정치권에 대한 높아진 불신이 간접적으로 나타났기에 이번 3월 선거에서는 유권자들을 투표에 참여하도록 설득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의 관계개선은 요원, 중국, 러시아, 터키와의 밀월관계 유지
바이든 대통령이 2022년 5월 전임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일부 제재를 철회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긴장을 유지하고 있다. 더불어 판데믹으로 인한 이동제한이 사실상 해제되고 쿠바 경제위기가 심화됨에 따라 미국 국경으로 향하는 쿠바 이민자들의 흐름이 폭증함에 따라 양국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이민 문제와 더불어 쿠바가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되는 문제 역시 쿠바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1년 1월 임기 종료 며칠 전에 쿠바를 테러지원국 명단에 재포함시켰는데, 이로 인해 주요 선진국 국민들의 쿠바방문시 미국 ESTA가 자동으로 취소됨에 따라 쿠바의 최대 외화획득원인 관광산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국내 정치적 이유로 테러지원국 해제, 또는 오바마 대통령이 2015~2017년에 추구했던 화해의 수준으로 회복하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
미국과의 관계가 벽에 부딪힘에 따라 쿠바는 중국, 러시아, 터키, 베네주엘라의 지원에 더욱 기댈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쿠바의 무역 관계를 다변화하고 새로운 재원을 확보하려는 정책은 2022년 말 디아즈-카넬 대통령이 4개 주요 경제 파트너국 - 중국, 러시아, 알제리, 터키. 중국 - 을 순방하는 과정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이들 국가와의 채무 재조정 및 재정 지원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발표되지 않았으나, 일단은 한숨을 돌릴 여유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발전설비 노후로 인한 쿠바 전력난 해소에 기여한 터키의 이동식 발전선>
근본적인 경제개혁을 위해서는 對미국 관계개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지만 2023년 변동가능성 낮음
바이든 美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트럼프 행정부의 對쿠바 정책에 대해 ‘낡고 적대적인 이데올로기’로 평가하며, 1960년부터 지속된 對쿠바 제재 조치가 미국의 對중남미 관계에 비효율적인 영향을 미침을 언급한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對쿠바 강경정책이 오히려 쿠바 사회주의 정권의 영향력을 더욱 공고히 한 것으로 평가하며, 지난 4년간 추가된 對쿠바 제재를 오바마 행정부 당시 수준으로 회복할 계획임을 말했다. 그러나 2022년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선전하며 제재 해제 가능성은 대선 이후로 밀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 첫번째 이유로는, 플로리다에 거주하고 있는 153만명에 달하는 쿠바이민사회가 2024년 대선향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플로리다주는 가장 대표적인 스윙 스테이트로, 反쿠바정부 정서가 강한 쿠바계 인구의 영향력이 강해 선거때마다 후보들이 쿠바제재 강화를 주요 공약사항으로 내세우고 있다. 24년 대선에 론 디샌티스(Ron DeSantis) 플로리다 주지사의 출마가 유력해짐에 따라 민주당 정부는 對쿠바제재를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
<연도별 미국 내 쿠바 이민자 수 변화>
[자료: Migration Policy Institute]
또다른 이유로는 멕시코 국경을 통해 들어오는 중남미 출신 불법이민자의 수가 2022년 들어 역대 최고치를 갱신하며 미국 국내정치의 주요 쟁점으로 부각됨에 따라 對쿠바제재 완화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중미지역의 경제사정이 악화되면서 쿠바 외에도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콜롬비아 등 중남미 불법이민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로, 멕시코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주들의 反이민, 反중남미 정서 확대되는 점도 제재 유지에 더 무게를 싣고 있다.
시사점
2023년은 디아스-카넬 대통령의 재임과 인민권력회의 선거가 있어 향후 5년 쿠바정치지형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한해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지속되는 경제위기, 공산당의 국가장악력으로 미루어보아 급격한 변화 가능성은 낮다. 국제관계 역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 러시아를 통한 원조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군부의 지배력에 도전하는 세력이 단기간 내 등장할 가능성이 없는 바, 정치 및 경제정책의 현상유지, 또는 경제위기 심화의 길로 들어갈 확률이 높아 보인다.
자료: EIU, PrensaLatina, Miami Herald, 아바나 무역관 자체자료
원문링크 | https://dream.kotra.or.kr/kotranews/cms/news/actionKotraBoardDetail.do?MENU_ID=70&pNttSn=2009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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