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1974년 통상법” 181조에 의해 매년 3월 31일까지 대통령과 의회에 국별 무역장벽 보고서(National Trade Estimate Report on Foreign Trade Barriers)를 제출한다. 이 연례보고서는 기업, 단체 등 미국 내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제기하는 해외시장 진출 애로사항을 바탕으로 주요 교역국의 무역장벽을 미국의 통상·무역 정책 관점에서 평가한다.
2023 국별 무역장벽 보고서 개요
이번 보고서는 64개국 “해외시장”의 무역장벽을 크게 (1) 수입 정책, (2) 기술장벽, (3) 위생검역, (4) 정부조달, (5) 지재권 보호, (6) 서비스 규제, (7) 디지털 교역 및 전자상거래, (8) 투자 규제, (9) 수출 보조금, (10) 경쟁, (11) 국영기업, (12) 노동, (13) 환경 등 13가지 분야로 나눠 분석하였다.(* 기타 분야 제외) 이들 시장은 미국 상품 수출의 99%, 서비스 수출의 66%를 차지하고 있어 미국 수출의 대부분을 포괄한다고 볼 수 있다.
편찬을 위한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절차는 전년도 9월 15일부터 10월 28일까지 이뤄졌으며 접수된 93건 중 58건이 공개 게재된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나라 관련 주요 내용
이번 보고서는 대한민국에 8페이지를 할애하였다. 이는 작년 12페이지에 비해 다소 줄어든 분량으로, 미국은 주요 통상현안에 대해 한국과 정기적으로 논의하고 있음을 언급하였다.
본 보고서에서 제시한 주요 무역기술장벽은 예년과 유사했다.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등 통칭 화학관리 4법 관련 이행지침의 모호함과 기업기밀 보호 장치 미비, 테스트 과정에서의 투명성 부족 등이 기술장벽으로 제시되었다.
위생검역 분야에서는 작년에 별도 섹션을 할애하였던 가금류(poultry) 부분이 올해 보고서에는 제외되었으나 전년대비 “반추동물을 원료로 한 반려동물용 사료 수입(Market Access for Pet Food Containing Ruminant Ingredients)”을 신규로 언급하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5월 미국은 미국 등 세계동물보건기구가 BSE(소해면상뇌증, 속칭 광우병) 위험이 무시해도 될 수준이라 판단한 국가의 반추동물을 원료로 한 사료의 시장 접근을 요청하였다. 2018년 7월 한국 농림축산식품부가 반려동물 사료 수입기준을 만들고 있다고 밝힌 후 양국 기관 간 서한 및 질의응답이 오가고 미국 정부가 작년 2월의 한미 FTA 위생 및 식물위생 위원회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작년 12월까지 추가 진전이 없었다는 점을 본 보고서는 지적했다.
정부조달 분야, 특히 네트워크 장비 및 클라우드 서비스 관련하여서도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였는데, 중앙행정기관 등 가급 기관이 공공조달 시장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언급하며 동 분야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별도 문단을 통해 한국 공공부문 클라우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주목하였다.
OTT 등 온라인 플랫폼 관련 내용도 신규 언급되었다. 저작권법 개정안에서 논의되고 있는 창작자 추가 보상권 관련 보상 요건 및 기준이 불명확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 외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인한 이해관계인의 자료열람·복사 요구권이 확대되는 것과 영업비밀 열람권자 대상의 비밀유지 관련 조항이 충분치 않은 것을 언급하였다.
< 2023 NTE 보고서 내 대한민국 관련 주요 내용 >
구분 |
주요 내용 |
무역기술장벽 |
화학관리 4법의 이행지침의 모호함, 자원재활용법의 요구 기준 준수 시 제품 출시 지연 우려 |
위생검역 |
블루베리, 체리 등 시장 접근 확대 요구 |
정부조달 |
중소기업 우선 조달 정책으로 인한 외국계 기업 시장 진입 제한, 네트워크 장비 및 클라우드 서비스에서의 한국형 규격 요구 |
지재권 |
위조품 우회 배송, 지리적 표시제, 지재권 보호에 불충분한 처벌 규정, 저작권법 개정 관련된 우려사항 |
서비스 |
OTT 콘텐츠 쿼터제에 대한 우려, 국경 간 데이터 이동 제한, 법률 서비스 시장 개방 요구 등 |
디지털 |
망 사용료, 위치기반 데이터 국외반출 제한 등 언급 |
투자 |
방송, 통신, 농업, 육류유통업, 발전, 신문발간업 등에 대한 외국인 투자 지분 제한 언급 |
그 외 |
공정거래법 집행 관련 우려, 의약수가 제도의 불투명성, 국립환경과학원의 수입 자동차 검사 절차 등 |
[자료: 2023 NTE 보고서, 워싱턴무역관 자체 정리]
중국의 산업정책, 지재권, 노동권에 대한 우려
올해 보고서는 중국에 가장 많은 41페이지를 할애하였다. USTR은 중국이 미중경제무역협정(속칭 페이즈원)을 온전히 준수하고 있지 않다 평가하며 해당 협정이 중국의 비시장적 국가주도 무역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외국 기업의 시장진입을 규제하면서 “Made in China 2025”와 같은 산업정책을 통해 국영기업 외의 중국 기업에 경쟁 우위를 부여하고 있다 평가했으며 사이버 보안법은 “핵심 정보 인프라” 운영업체가 보안 심사를 통과하지 않은 제품·서비스를 사용 시 벌금을 부과해 중국 ICT 제품 사용을 유도한다고 언급했다.
지재권 보호 관련, 페이즈원 이후 WTO에서 요구하는 것처럼 법·규제개정을 하였으나 아직 미흡하여 스페셜 301조 보고서에 우선 감시국으로 등재하였다. 또한 노동권 관련, 신장 위구르 지역 등의 강제 노동 외에 자유로운 조합 설립권과 파업 권리가 없는 것을 국제 노동 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사례로 지적하였다.
EU 등의 디지털 관련 규제에 대한 주목
EU는 현재 디지털 서비스법(Digital Service Act)과 디지털 시장법(Digital Markets Act)을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 서비스법은 대형 온라인 플랫폼(월 평균 EU 내 서비스 사용자 수가 4500만 명 이상인 플랫폼)에 허위정보, 혐오발언, 불법 콘텐츠 확산 등 구조적 위험에 대한 정기적 평가 의무를 부과한다. 또한 디지털 시장법은 EU 위원회에 ‘게이트 키퍼’로 지정된 대형 온라인 플랫폼에 연 매출의 10%를 초과하진 않는 선까지의 벌금 부과를 가능하게 한다.
그 외 미국 기업들이 EU GDPR 준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GDPR 등을 강화할 것으로 보이는 현재 검토 중인 데이터법이나 AI법에 대해서도 주시 중이라 언급하였다. 이외에도 USTR은 다른 지역에서도 추진 중인 데이터 현지화 관련 규정 입법과 기술규제가 미국의 주요 우려 사항이라고 보고서에 기술하였다.
농업 및 자동차 분야 교역에 대한 언급
그 외 USTR은 농업 분야 등에 대해서 주요 무역장벽 사례를 소개하였다. 농업 분야에서는 중국과 인도네시아의 생산시설 등록 관련 규제와 인도·튀르키예·멕시코·EU 등의 GMO 관련 정책, 에콰도르·이집트·인도네시아 등의 수입 라이선스 요구와 불투명한 발급 절차를 주요 사례로 언급하였다.
자동차 수출 관련 주요 기술 장벽으로는 콜롬비아, 이집트, 모로코, 필리핀, 대만 등의 자동차 안전 규정 문제를 언급하였다. 특히 일본 자동차 시장 진입 관련해서는 일본의 자동차 자율 주행 관련 주파수 할당 문제와 스마트키 관련 독자적인 주파수 사용을 주목하였다.
시사점
통상 전문지 InsideTrade는 USTR이 이번 보고서에서 IPEF 협상 대상국들의 디지털 무역 관련 규제 현황을 주목했다고 분석하며 USMCA에서 규정된 규제 수준의 도입을 추후 IPEF 협상에서 요구할 것이라 내다봤다. 이외에도 이번 보고서에서 다룬 다양한 무역 장벽에 대한 개선 요구가 IPEF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NTE 보고서는 미국의 무역·통상정책의 수립 및 이행과 관련된 주요 당면 과제를 식별하기 위한 주요 자료 중 하나다. 캐서린 타이 USTR 대표는 이번 2023년 NTE 보고서 발간을 알리며 USTR은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통상 어젠다인 노동자 중심의 무역 정책의 이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맥락으로 볼 때 NTE 보고서에 대한 이해가 앞으로 진행될 IPEF 협상의 향방을 가늠하는 데 있어 유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3차 IPEF 협상은 5월 8일에서 15일까지 싱가포르에서 개최되었으며 이어 디트로이트에서 5월 25일부터 열리는 APEC 통상장관회의에서도 IPEF 참가국 장관들 간 별도 협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료: 미 무역대표부 NTE 보고서, InsideTrade, KOTRA 워싱턴 무역관 보유자료 종합
원문링크 | https://dream.kotra.or.kr/kotranews/cms/news/actionKotraBoardDetail.do?MENU_ID=70&pNttSn=2025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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