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소송을 위임받아 소장을 제출하는 시기 즈음에 의뢰인으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에 하나가 “우리 소송 얼마 정도 걸리나요” 입니다. 경우에 따라 어떤 의뢰인은 빨리 법원의 판결을 받아 사건을 종결시키고 싶고, 또 다른 의뢰인은 판결을 통한 궁극적 해결보다는 사건을 최대한 지연시켜 따로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고 싶어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궁금점을 해결해 드리고자 이번 편에서는 민사소송 절차의 일반과 소요기간을 ‘원고’의 기준으로 간략히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본격적으로 이번 편을 시작하기에 앞서, 본문의 내용은 일반적이고 통상적으로 진행되는 민사소송의 경우를 기준으로 한 것이고 소송기간은 경험을 토대로 말씀드리는 것으로 참고만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1. 소장 제출로 시작하는 민사소송
먼저, 소송의 시작은 ‘소장 제출’로 시작합니다. 소장이 제출되면 법원에서 소장을 심사하게 됩니다. 기본적인 형식을 갖춘 것인지, 적법한 관할법원에 제출된 것인지 등을 심사하고 인지대가 납부되지 않으면 이에 대한 보정도 요구합니다. 이러한 절차가 통상 7일 내로 이루어집니다.
소장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법원에서 상대방인 피고에게 소장 부본(소장 원본과 똑같이 만든 것)을 송달합니다. 이 송달 절차가 소송이 지연되는 대표적인 절차 중 하나 입니다. 일반적인 경우 송달은 주소가 맞고 피고가 거주하는 경우와 같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3일 내로 도달되지만, 소장에 기재한 주소가 틀리거나 피고가 그 주소에 거주하지 않는 등 송달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소송은 송달될 때까지 당분간 진행이 되지 않습니다. 주소보정 등을 통해 주소를 변경해도 피고가 송달받지 않고 더이상 우편을 통해 송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없을 때는 ‘공시송달’이라는 제도를 통해 송달된 것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2. 피고의 답변서 제출
소장의 부본을 송달받은 피고는 이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답변서를 제출하여야 합니다(민사소송법 제256조 제1항). 그 기한까지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 무변론선고기일을 재판부에서 지정하게 됩니다(민사소송법 제257조 제1항). 소장을 받았음에도 피고가 아무런 답변이 없으므로, 사실상 소장상 주장에 대해 다투지 않는 것으로 즉, 인정하는 것으로 보아 원고 승소판결(무변론)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선고기일 이전에 피고가 답변서를 제출하면 판결이 선고되지 않고 다시 재판으로 진행됩니다. 통상적으로 무변론선고기일의 통지는 피고의 답변서 제출기한으로 부터 1개월 내외에 이뤄지고, 그 지정일로부터 1개월 이후로 선고기일이 지정됩니다(빠르게 진행하고 싶을 때는 선고기일지정신청서를 제출하여 기일 지정을 재촉할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피고가 30일 이내 답변서를 미제출하는 경우의 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소장부본 송달 – 30일 이내 답변서 미제출 – 무변론선고기일 지정 – 무변론선고기일]
3. 변론(혹은 조정)기일 진행
피고의 답변서가 제출되면 원고와 피고간 본격적인 공방이 시작됩니다. 이렇게 당사자들의 기본적인 입장이 소장과 답변서를 통해 제출되었다면, 법원은 변론을 진행할 준비가 되었다고 보고 변론기일을 지정합니다. 보통 일반적으로 말하는 ‘재판’이 시작되는 것이죠. 변론기일은 한 번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 내용과 쟁점의 복잡성, 당사자의 증거신청 여부에 따라 수회에 끝나는 경우도 있고 십 수회에 걸쳐 진행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감정과 같은 증거신청은 외부 감정인(혹은 감정기관)에 맡겨 감정절차가 진행되기 때문에 그 기간을 쉽게 예측할 수 없고 이로 인해 소송이 상당히 지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의료소송의 경우, 현직 의료진분들에게 감정을 맡기게 되는데, 현업인 진료업무를 병행하여야 하다보니 길게는 2년 넘게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통상적인 민사소송의 경우 변론기일을 통한 당사자간 공방은 약 6개월에서 1년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때때로 변론기일 지정 전 혹은 변론 진행 중에 조정기일이 지정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법원에서 양 당사자의 입장을 들어보아 판결로써 해결하는 것보다 양측이 적절히 양보하여 합의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할 때, 조정위원의 중재 아래 합의의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입니다. 보통 임대차 분쟁, 대금 지연 분쟁 등 타협의 여지가 있는 분쟁에 대해 조정절차가 진행되는 듯 합니다. 조정 절차가 진행되면 통상적으로 2~3개월 정도 소요되고, 조정이 성립하면 그것으로 사건은 최종적으로 종결됩니다.
4. 선고기일 지정 및 판결
수차례의 변론기일 진행 후 양 당사자의 공방과 입증행위를 통해 변론이 성숙되어 원, 피고 모두 쟁점에 대해 더 다투거나 입증이 필요한 것이 없다면 변론을 종결합니다. 변론 종결일에는 법원이 선고기일을 지정하고 그 선고기일은 변론종결일로부터 통상 4주 ~ 5주 후에 지정됩니다. 선고기일은 지난한 싸움이 일단락되는 결정적인 순간이지만, 선고기일에 출석할 필요는 없고 출석하더라도 재판장님은 간략한 승패 결과와 필요한 경우 간략한 판결 이유만을 말해줍니다.
이렇게 선고기일의 판결로써 1심 민사소송절차가 마무리됩니다. 통상 소장 제출시로부터 선고기일까지의 기간은 짧으면 10개월 통상 1년 내외가 소요되는 것으로 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사건에 따라 소송기간은 천차만별입니다. 그래서 ‘언제 판결이 나오나요’라는 질문에 대해서 ‘모른다’라는 답변이 가장 정확하지 않을까 합니다. 소송은 오래동안 누적되어온 갈등과 분쟁이 묵혀진 상태에서 최종적인 판단을 받기위한 절차이니 만큼 법으로 정한 절차에 맞춰 진행되는 것이므로, 위에서 말씀드린 절차를 생각하시면서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적절히 진행해 나가시면 좋겠습니다.
최앤리 법률사무소 문재식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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