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초 세계 신용평가사들은 베트남의 국가 신용등급을 연이어 상향 조정했다. 다국적 기업과 글로벌 투자가들은 글로벌 공급망(GVC: Global Value Chain) 관점에서 베트남의 제반환경이 코로나19 이전보다 좋아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국가 신용등급 상향 배경에는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젊은 노동인구, 베트남 정부의 적극적인 GVC 편입정책, 질 높은 인프라 개선 목표, 정부의 우수한 거시경제 통제능력(물가 안정, 환율 통제 능력 등) 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베트남은 동남아 지역에서 싱가포르 다음으로 많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로 현지의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을 활용해 제품을 생산하고 이를 전 세계로 쉽고 빠르게 공급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베트남을 생산거점으로 활용코자 하는 기업에 있어 베트남 노동시장의 양과 질은 매우 중요한 고려요인이 될 것이다. 이에 최근 이슈가 되는 베트남의 인구 상황을 짚어보고 노동력의 양과 질의 측면에서 생산 거점으로서의 베트남을 재평가하고자 한다.
양적 관점에서 보는 베트남 노동인구의 기회와 위기
연초부터 한국과 중국의 대안 투자처로 떠오르는 주요 신흥국의 인구 증가와 관련된 이슈가 뉴스에 자주 언급되고 있다.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2022년 기준 0.78명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2020년에는 사망자가 출생자보다 많은 데드크로스를 경험했다. 지난 1월 중국의 2022년 말 기준 인구가 추계됐는데 14억1175만 명으로 1961년 대약진운동 이래 처음으로 인구가 감소한 것(전년 대비 약 85만 명 감소)으로 나타났다.
베트남의 경우는 어떨까? 베트남 인구는 지난 3월 1억 명을 돌파해 전 세계에서 15번째로 인구 1억 명을 돌파했다. 베트남의 출산율은 2022년 기준 1.94명에 이르며 중위연령은 32.5세이다. 특히 15-64세의 경제활동인구는 5470만9000명으로 우리나라의 2배 가까운 수준이다.
<2022년 한국-베트남 경제활동인구(15~64세) 비교>
(단위: 천 명, %)
국가 |
경제활동 인구 |
경제활동 참가율 |
||
명 |
증감률 |
참가율 |
증감률 |
|
한국 |
28,310 |
1.1 |
62.8 |
0.5 |
베트남 |
54,709 |
0.4 |
72.9 |
-0.5 |
[자료: 통계청(KOSIS)]
이처럼 베트남이 젊고 강한 노동력을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노동력 규모는 5780만 명으로 중국의 7억7800만 명, 인도의 5억 명에 비해 작아 전기전자, 자동차 등 대규모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기업의 수가 늘어난다면 미래에는 양적인 한계에 도달할 우려가 있다.
또한, 최근 세계은행 발표에 따르면 베트남 노동인구의 고령화 속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이며 인건비 상승폭도 높아 향후 노동시장이 위축될 여지가 있다. 2015년 베트남은 전체인구 중 경제활동인구(15~64세)가 70%를 차지하는 황금 인구구조를 이루고 있었으나 인구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어 2050년이면 이 비율이 60%로 감소하게 된다. 중장기적으로 생산성 증가 및 노동시장 참여율이 개선되지 않는 한, 노동력 부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2015~2050년(전망치) 경제활동인구(15~64세) 현황 비교>
[자료: 일본국제협력기구(JICA)]
노동시장의 질적 관점에서 보는 베트남의 GVC 경쟁력
숙련된 노동력 또한 문제이다. 실제 제조업 분야에서는 숙련된 노동자들이 서비스업과 경영지원에서는 고학력의 우수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에 복잡한 공정이나 경영기법이 요구되는 노동환경에서는 현지 인력을 활용한 대응에 어려움이 있다.
현재 베트남 주요 산업부품의 현지화율은 36%로 중국이나 인도보다 낮으며 현지 부품 조달을 위한 기본적인 산업 인프라가 매우 취약하다. 정부가 메이크 인 베트남 정책을 통해 자체 부품 생산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 중이나 여전히 반도체, 전기전자 부품 모듈과 같은 첨단 부품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UN이 발간하는 인간개발지수(HDI)에 따르면 베트남은 2021년 기준 0.703점으로 191개국 중에서 115번째에 위치하고 있으며, 중간(Medium)과 낮은(Low) 개발단계의 정확히 경계면에 위치해 있다. 전년의 113번째에 비해 조금 내려온 수치로, 인도네시아(0.705, 114번째), 필리핀(0.699, 116번째)과 비슷하고 말레이시아(0.803, 62번째), 태국(0.800, 66번째), 중국(0.768, 79번째)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해당 지수는 기대수명, 소득, 교육의 세부지표로 나누어지는데 베트남은 소득과 교육기간에서 이들 국가에 비해 다소 낮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베트남과 주요 신흥국 인간개발지수(2021년) 현황>
국명 |
인간개발지수 |
기대수명(년) |
기대교육기간(년) |
평균교육기간(년) |
소득(PPP$) |
베트남 |
0.703 |
73.6 |
13 |
8.4 |
7,867 |
말레이시아 |
0.803 |
74.9 |
13.3 |
10.6 |
26,658 |
태국 |
0.800 |
78.6 |
15.9 |
8.7 |
17,030 |
중국 |
0.768 |
78.2 |
14.2 |
7.6 |
17,504 |
인도네시아 |
0.705 |
67.6 |
13.7 |
8.6 |
11,466 |
필리핀 |
0.699 |
69.3 |
13.1 |
9.0 |
8,920 |
인도 |
0.633 |
67.2 |
11.9 |
6.7 |
6,590 |
[자료: UN인간개발지수 리포트(2021-2022)]
베트남 노동자의 연봉의 경우 2022년 제조업 노동자 기준 4783달러로 나타났다. 이는 중국(1만1854달러), 태국(7596달러), 말레이시아(7395달러), 인도네시아(6314달러)는 물론 인도(4853달러)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다만, 비제조업 근로자의 경우 1만1064달러로 중국(2만1433달러)과는 큰 차이가 있으나 말레이시아(1만4983달러), 태국(1만3817달러)과는 큰 차이가 없고 필리핀(1만316달러), 인도(1만28달러), 인도네시아(9324달러)보다는 오히려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주요 신흥국별/직종별 연간 소득 비교>
(단위: US$)
국명 |
제조업 노동자 |
제조업 엔지니어 |
제조업 관리자 |
비제조업 근로자 |
비제조업 관리자 |
베트남 |
4,783 |
9,023 |
18,400 |
11,064 |
23,433 |
말레이시아 |
7,395 |
13,211 |
29,033 |
14,983 |
39,716 |
태국 |
7,596 |
25,885 |
27,229 |
13,817 |
27,846 |
중국 |
11,854 |
17,514 |
27,784 |
21,433 |
44,676 |
인도네시아 |
6,314 |
9,032 |
19,063 |
9,324 |
24,132 |
필리핀 |
3,977 |
6,276 |
14,980 |
10,316 |
24,407 |
인도 |
4,853 |
8,255 |
20,314 |
10,028 |
25,821 |
주: 해당 통계자료는 기업 설문조사로 모집단 특성에 따라 현실과 편차가 있을 수 있음.
[자료: JETRO(2023)]
종합해보면, 베트남은 타 경쟁국 대비 노동자의 질이 노동자의 급여수준에 비해 다소 높은 편이라고 볼 수가 있다. 소득 수준에 비하여 기대수명과 교육기간이 길게 나타나고, 급여수준은 더 적거나 비슷하게 분포돼 있다. 그러나, 절대적인 교육의 기간이 짧은 편이고 비제조업 근로자의 급여수준이 제조업 노동자에 비하여 타국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베트남 노동시장은 보다 높은 학력을 요구하는 직군에 대한 노동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베트남 노동인구의 교육 수준 및 인프라
결국, 베트남의 지속성장과 생산기지, 더 나아가 소비시장으로서의 매력을 지속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교육이 핵심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2022년 기준 베트남의 교육수준을 분석해 보면, 초등교육만 받은 인구비중이 50.12%로 가장 많았으며 중고등교육은 27.31%, 대학교 이상은 13.17%로 나타난다.
<2022년 주요 국가별 경제활동인구 교육수준 비중>
(단위: %)
구분 |
미취학 |
초등교육 |
중고등교육 |
대학교 이상 |
베트남 |
8.64 |
50.12 |
27.31 |
13.17 |
한국 |
0.22 |
7.45 |
35.37 |
56.97 |
인도 |
26.33 |
47.70 |
13.76 |
12.21 |
[자료: 국제노동기구(ILO)]
다만, 전체 인구가 아닌 현재 학령기 인구를 기준으로 보면, 초등교육은 해당 연령대 인구의 거의 전부가 학교를 다니고 있으며 중고등학교 취학률도 상당히 높게 나타난다. 코로나19 시기 온라인 교육 인프라가 확충된 것을 감안한다면 의무교육 단계에서 베트남 교육 수준과 노동자의 질은 향후 지속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가 있다.
<2022년 베트남 교육기관 및 학생수 현황 >
구분 |
유치원 |
초등학교 |
중학교 |
고등학교 |
대학교(2020년) |
교육기관 수(개) |
15,329 |
26,085 |
242 |
||
증감률(개) |
59 |
6124 |
55 |
||
학생 수(명) |
4,900,000 |
9,200,000 |
6,000,000 |
2,900,000 |
1,906,000 |
증감률(%) |
57.9 |
- |
52.2 |
52.6 |
513.9 |
졸업생 수(명) |
- |
- |
- |
- |
242.400 |
[자료: 베트남 통계청]
하지만, 고등교육단계라 할 수 있는 대학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동남아 주요국과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열악한 수준이다. THE(Times Higher Education)이 발간하는 2023년 세계대학 순위에서 베트남 대학교는 Duy Tan University, Ton Duc Thang University 2곳만이 세계 1000대 대학에 포함됐다. 제조업 분야의 생산 고도화, 현지 법인의 경영효율화를 위해서는 고등교육 이상을 받은 인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상대적으로 열악한 베트남 대학의 수준은 향후 지속 성장에 있어 중요한 걸림돌로 부각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2년 주요 국가별 경제활동인구 교육수준 비중>
(단위: %)
국가명 |
1~1,000 |
1,000~순위 내 |
주요 대학 |
베트남 |
2 |
4 |
Duy Tan University, Ton Duc Thang University |
태국 |
4 |
14 |
Chulalongkorn University, King Mongkut’s University of Technology Thonburi |
인도네시아 |
0 |
18 |
University of Indonesia, University Airlangga |
말레이시아 |
11 |
11 |
University of Malaya, Universiti Teknologi Petronas |
주: 전체 2345개 대학이 등록돼 있으며 인도는 101개, 중국은 95개 등재
[자료: THE(2023)]
노동 인구의 질적 향상을 위한 베트남 정부의 노력
4차 산업혁명은 전 세계 노동시장 및 직업 구조의 변화를 가속화시키고 있으며 베트남 역시 여느 국가들처럼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최근 국제노동기구(ILO)는 4차 산업혁명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나라 중 하나로 베트남을 지목한 바 있다. 베트남의 낮은 기술 수준과 전문 인력 부족 때문이다. 이에, 베트남 정부 또한 4차 산업혁명과 걸 맞는 노동력 양성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다루며, 지난 2017년 5월 총리 지시문을 통해 4차 산업혁명 대응 인력 양성을 위한 직업훈련학교의 교육 및 직업훈련 제도 개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도요타, LG전자 등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진출해 있는 하이퐁시는 고숙련 노동력 유치 관련 선제적인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지속적인 직업훈련 시설 확대, 인적자원의 질적 향상을 위한 노동거래소 조직 등 노동자들의 숙련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다양한 제도를 시행 중에 있다.
베트남 정부의 IT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도 주목할 만한 부문이다. 베트남 정부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가속화 및 디지털 경제 발전을 통한 사회 경제 발전 전략을 국가적 발전 계획의 큰 틀로 수립하고 지난 2021년부터 정보 보안 인력 양성 및 육성 프로젝트(Decision No.21/QD-TTg)를 중점 추진하고 있다. 현재 베트남의 공공부문 149개의 대학교에서 매년 5만 명 이상의 엔지니어를, 412개의 IT 전문 대학에서 매년 1만2000명 이상의 엔지니어를 배출하고 있다.
민간 부문의 대학인 FPT University, Lac Hong University, Duy Tan University, Le Quy Don Technical University 등에서도 고숙련 IT 인적 자원을 양성하는데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FPT는 삼성 등 주요 글로벌 기업과 협업하여 IT Training Program 및 IT Academy 등을 운영 중이며 글로벌 IT 인적자원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는 전문인력을 양성하는데 주력하고 사후 채용 연계까지 추진 중에 있다.
시사점
인구의 양과 질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한국의 인구구조가 빠르게 선진국화되고 있고 중국의 인구구조 또한 노령화를 우려해야 하는 수준에 이르면서 상대적으로 젊고 양적으로도 풍부한 베트남과 인도 등 신흥국가들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베트남의 경우 인도에 비해 한국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 유사한 문화, 상대적으로 높은 가처분 소득 등으로 우리 기업들의 높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빠른 인구 고령화 진행, 고숙련 노동자 부족은 현재 베트남 노동인구가 가진 한계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노동생산성 확대 및 직업훈련 지원 정책 및 ICT 관련 전문인력 육성 등의 조치가 지속 추진된다면 이는 산업전반의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베트남은 제조업 기반으로 투자를 유치하며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뤄왔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 미-중 무역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전 세계적인 GVC 개편이 앞당겨짐에 따라 지금은 한 단계 넘어선 경제 개발 로드맵이 필요한 시점이며 빠른 기술 습득과 인적 자본 육성이 주요 대안이 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노동생산성이 높은 고숙련 노동력의 증가는 베트남 시장의 새로운 투자요인이 될 수 있지만 제조업 기반으로 진출한 기업들(혹은 진출 예정기업들)에는 그에 맞는 대응책 마련이 필요할 것이다.
자료: 베트남의 정해진 미래(조영태, 2019), UN, EUROMONITOR, ILO, JETRO, JICA, 각종 언론발표 및 KOTRA 다낭 무역관 자체 자료 종합
원문링크 | https://dream.kotra.or.kr/kotranews/cms/news/actionKotraBoardDetail.do?MENU_ID=70&pNttSn=20329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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