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으로 운하 통행 제한 강화
지난 5월 강수량이 195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파나마 운하 운영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파나마 운하는 지형에 대응하기 위해 8세트의 갑문 시스템을 사용하며 이 과정에서 선박 한 척이 지나갈 때마다 막대한 양의 담수가 바다로 흘러가게 된다. 이 담수는 3개의 호수에서 공급되는데 운하 운영 뿐만 아니라 생활용수 공급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적정 수량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올해 가뭄이 계속되면서 파나마 운하청(ACP)은 4월, 5월 연달아 운하 통행 대형 선박(neopanamax 급)의 허용 흘수(draft, 선박이 물에 잠기는 깊이)를 낮추었으며 6월말에는 43.6 피트까지 낮출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통상적인 경우 허용 흘수는 50피트이며 흘수를 제한하는 것은 곧 선박의 적재량을 줄여야 함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화물의 운송 비용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일부 선사는 이미 추가 요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시기의 물류비 상승이 높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한 후 최근 겨우 안정세를 보였는데 다시 불안 요소가 발생한 것이다.
<파나마 운하 강수량 (회계연도별)>
(단위: mm)
주: 2022 회계연도는 2021.10.1.~2022.9.30.임.
[자료: 파나마 운하청]
운하청, 지속 가능한 운하 수자원 관리 체계 구축 추진
가뭄으로 인한 운하 운영 위기는 2019년에도 있었으며 운하청은 “지속가능한 파나마 운하 수자원 관리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동 프로젝트는 파나마 인구 절반에 대한 생활용수 공급과 운하의 안정적 운영 모두를 목표로 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프로젝트 비용이 총 20억~3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 프로젝트에 대해 이미 2020년 입찰 제안이 이뤄진 바 있으며 당시에는 응찰자가 프로젝트 전체에 대한 마스터플랜까지 제출하도록 되어 있었다. 이후 운하청은 당초 입찰 계획을 취소하고 마스터 플랜 수립에 대한 입찰을 2021년 다시 개시했다. 결국 2021년 11월 미국 공병단(USACE)이 마스터 플랜 수립 과업을 수주했는데 과업 종료는 2024년 1월로 예정돼 있으며, 1년의 연장이 가능한 옵션이 포함돼 있다. 2023년 초 미국 공병단은 운하청에 초안을 제출했으며 현재 이 초안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본 프로젝트에는 여러 개의 세부 프로젝트(컴퍼넌트)가 포함될 예정인데, 대표적인 컴퍼넌트는 저수지(new reservoirs) 조성, 수처리 시설(new water treatment plants) 건설, 신규 수원 연결(incorporation of new sources of natural freshwater transfer from river basins), 갑문에 사용된 담수의 재활용 등이다.
프로젝트 자금 확보, 추진 시기 결정에 난항 예상
워낙 큰 자금이 소요되는 프로젝트인 반면 파나마의 정부 재정은 취약한 편이므로 동 프로젝트 추진에 필요한 자금 확보가 선결 과제이다. 발주처인 운하청은 연간 43억 달러의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으나 이 중 약 57%를 정부 재정에 기여하고 있으므로 프로젝트에 사용할 예산에 여유가 있는 상황은 아니다. 우리 기업이 수행하고 있는 메트로 3호선 프로젝트에 일본 JICA가 약 28억 달러를 저리로 지원한 바 있지만 이런 국제 지원을 추가로 받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시공자가 금융을 직접 조달(bidder’s financing)하여 수행하고 운하청에서 이를 상환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또한 2024년 5월에 대선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현정부로서는 동 프로젝트의 진행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유인이 다소 낮은 편이다. 프로젝트의 규모로 볼 때 대선까지 1년도 채 남지 않은 기간 동안 가시적인 진전을 보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파나마 운하의 수입(revenue) 추이 (회계연도별)>
(단위: 십억 달러)
주: 2022 회계연도는 2021.10.1~2022.9.30
[자료: 파나마 운하청]
시사점
마스터 플랜 수립이 완료되면 전체 프로젝트를 한 번에 진행시키기 보다는 자금 조달 상황에 맞춰 컴퍼넌트별로 분리 입찰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무역관이 인터뷰한 한 정부 인사는 마스터 플랜 수립이 완료될 2024년 1월 이전에도 일부 컴퍼넌트에 대해서는 부분 입찰이 진행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가뭄으로 인해 수자원 확보에 대한 경각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만큼 관련 진행상황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자료: 현지언론, 현지인사 인터뷰, 파나마 무역관 보유 자료 종합
원문링크 | https://dream.kotra.or.kr/kotranews/cms/news/actionKotraBoardDetail.do?MENU_ID=70&pNttSn=2033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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