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영국 전임 총리 테레사 메이가 ‘2050 탄소중립 달성’을 법제화하며 영국은 세계 최초 탄소중립으로의 전환을 공식 선언한 국가가 됐다. 세계가 주목하는 트렌드를 시작한 영국이지만, 행정절차 지연, 공급망 부실, 기술력 부족 등 여러 외부요인으로 인해 2030년 중간 목표 달성이 불분명한 상황이다. 학계, 산업계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진행 속도라면 2030년까지 에너지 전환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럼에도 영국은 여전히 G7 국가 중 가장 빠르게 탄소중립으로 전환하고 있는 국가다. 2010년 이래로 영국의 재생에너지 생산량은 5배 이상 증가했고, 영국 정부의 탄소중립 관련 정책 발표 및 투자 행보도 이어지고 있다. 그중 풍력은 영국이 가장 강점을 지니는 신재생 에너지원이다. 바람이 풍부하고 수심이 얕은 영국은 육상 및 해상풍력단지를 건설하기 좋은 환경을 보유하고 있다. 이와 같은 지리적 이점에 힘입어 영국은 이전부터 풍력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영국 해상풍력 산업의 현주소

 

풍력 발전은 선풍기 날개와 같은 블레이드가 회전하면서 에너지를 얻는데, 이때 진동, 소음, 전자파 등이 발생해 주변 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민가 등 고려사항이 많은 육상의 경우 발전시설 구축에 어려움이 많다. 반면 해상풍력은 비교적 주변 환경에 영향이 적고, 입지 제약도 자유로워 더 매력적이다. 게다가 영국은 수심이 얕고 부드러운 지질을 지닌 북해를 끼고 있어 오래전부터 해상풍력 산업을 선도해 왔다.


영국 산업통상부(DBT)에 따르면, 영국의 해상풍력 발전량은 현재 13.9GW에 달하며, 2030년까지 발전량을 50GW까지 늘릴 계획이다. 현재 발전량이 124㎿에, 2030년 생산 목표가 7.7GW인 한국과 비교해 보면 영국의 해상풍력 시장이 얼마나 큰지 체감할 수 있다. 현재 영국에서 착수된 프로젝트는 80여 개에 이르며 해당 프로젝트들이 모두 완성되면 77GW의 해상풍력 에너지가 생산되는 것은 물론 9만여 개의 직간접적인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해 유럽연합 7개국 및 영국, 노르웨이는 범유럽 공동 프로젝트를 확대 추진하고 있어 2050년까지 300GW 발전 용량이 확보될 예정이다.

 

특히 영국 정부는 해상풍력 산업의 빠른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부유식 해상풍력제조투자계획(Floating Offshore Wind Manufacturing Investment Scheme)’을 발표하고 항구 인프라에 최대 1억6000만 파운드(한화 약 2700억 원) 투자를 약속했다. 그뿐만 아니라, 2026년 3월까지 설비 투자액의 최대 100%만큼 자본 공제(capital allowance)를 해주는 혜택도 지원하고 있다. 해당 혜택은 2023년 만료된 초공제(Super-deduction)* 혜택에 이어 나온 조치다.

  주*: 2021 코로나19 기업들의 설비 투자가 크게 위축되자 정부에서 임시 도입한 세제 혜택으로, 설비 투자를 진행한 기업에 최대 230%까지 세액을 공제해 줌


세계 해상풍력 산업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어 세계 해상풍력 시장을 선도하는 영국의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영국 최대 해상풍력 전시 GOW2023에 가다

 

<전시회 전경>

[자료: RenewableUK]


올해로 21주년을 맞은 Global Offshore Wind 2023는 RenewableUK*가 매년 주최하는 전시∙콘퍼런스 행사로 해상풍력 개발사, 부품 제조사 등 공급사슬에 포함된 모든 기업 관계자가 참가하는 대규모 전시다. 그에 걸맞게 이번 전시도 런던 최대규모 전시장인 ExCel London에서 개최돼 5000명 이상의 참관객이 운집했다. 콘퍼런스 및 전시 관람 티켓 가격이 700파운드(한화 약 115만 원)가 넘을 정도로 고가인 전시지만, 주요 개발사와 공급망 참여기업들이 참여하는 전시인 만큼 양일간 많은 관람객이 전시장을 방문했다.

  주*: RenewableUK는 450개의 회원사를 보유하고 있는 영국의 풍력, 조력 및 파력에너지 협회다. RenewableUK는 회원사의 이익을 대표해 정부 및 유관기관과 소통하고, 회원사들이 사업 기회를 발굴할 수 있도록 최신의 산업 동향 및 비즈니스 정보를 제공하며, 기업 간 활발한 교류를 지원한다. RenewableUK가 집중하는 분야로는 육상풍력, 해상풍력, 조력, 파력, 에너지 저장(ESS), 그린수소 등이 있다. (홈페이지: www.renewableuk.com)

 

<전시회 개요>

전시회명

Global Offshore Wind 2023

개최 기간

2023년 6월 14~15일

개최 장소

ExCel London

전시 분야

해상풍력

참가업체 수

250개사 이상

참관객 수

50개국 5000명 이상

주최

RenewableUK

공식 홈페이지

events.renewableuk.com/gow23

[자료: 전시회 홈페이지]


GOW 2023 해상풍력 콘퍼런스


<전시회 및 콘퍼런스 현장>

[자료: RenewableUK, KOTRA 런던 무역관]


전시장 옆에 따로 마련된 콘퍼런스장에서는 해상풍력 산업 현황, 산업이 직면한 문제 및 해결 방안 등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어졌다. Vestas, RWE, Corio 등 글로벌 해상풍력 개발사 고위급 인사부터 정부 인사, 학계 인사 등 200여 명이 연사로 참여했다. 콘퍼런스장 외에도 전시장 내 콘퍼런스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어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한 주제의 세미나가 진행됐다. 많은 콘퍼런스 안건이 있었지만, 크게 강조된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핵심은 대형화, 기술 발전의 중요성


GOW 2023 콘퍼런스에서는 블레이드, 터빈 등 해상풍력 대형화에 주목했다. 2030년까지 해상풍력을 통해 50GW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대로라면 영국은 10년 남짓한 기간 안에 해상풍력 발전 용량을 36GW 증가시켜야 한다. 다만, 현재 수준의 발전기기 수십 대를 설치하는 것은 설치 및 운반비용 부담이 크고 공간 활용 면에서 효율적이지 못하다. 따라서 세계 각국은 해상풍력 대형화에 주목하고 있다.


해상풍력 발전기기는 블레이드의 크기가 클수록 발전량도 많아진다. 블레이드가 커지면 자연히 블레이드를 바치는 타워, 발전기인 터빈의 크기도 커지고, 이 기기들을 운반하는 선박의 크기 또한 커지게 된다. 실제로 지난 5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해 본 결과, 5년간 해상풍력 터빈의 크기는 약 3배가량 커졌다. 게다가 현재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현재보다 수배 이상 큰 해상풍력 발전기기가 필요하다. 따라서 향후 해상풍력 시장을 선도하려면 대형 발전기기 제작 기술을 선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2) 항만, 케이블, 변전소 등 필수 인프라 확보의 중요성


인프라의 확보도 중요한 포인트로 지적됐다. 해상풍력 설치 비중이 늘어날수록 장치 및 기술자들의 왕래가 잦아져 장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항만이 필요한데, 현재 개발 중인 프로젝트 대비 사용 가능한 항만 공간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해상풍력 발전을 위해서는 인프라의 구축이 필수적이므로, 항만 공간 확보 또한 고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해상풍력으로 충분히 많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더라도 생산한 에너지가 전력망에 잘 연결돼야 한다. 그 때문에 해저케이블, 해상변전소, 해저변전소 등 생산한 전기가 기존 에너지 시스템에 잘 통합될 수 있는 전력망 연결 인프라 기술 또한 뒷받침돼야 한다.


3) 다가오는 공급망 위기에 선제적 대응 필요


이처럼 해상풍력 발전은 단순히 발전기기를 바다에 꽂기만 하면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각 부품부터 해상, 육상 인프라가 모두 잘 갖춰져 제 역할을 할 때 비로소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여러 기기 및 인프라가 필요한 해상풍력 발전 시스템에 더불어 해상풍력 시장이 커지는 것을 고려해 연사들은 향후 공급망 리스크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발전사, 시공사들이 확대되는 수요를 빠르게 파악해 항만 및 선박을 선주문하고, 원재료를 미리 구매하는 것이 향후 일어날 수 있는 공급망 리스크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라 조언했다.

 

GOW 2023 전시회


GOW 2023 전시장에는 250여 개의 발전사, 부품 제조사, 원재료 공급 기업이 부스를 열어 자사 프로젝트 및 제품을 홍보하고 잠재 파트너와 교류했다. GOW 2023에 부스를 운영한 한 영국 기업은 ‘GOW 전시는 잠재 고객들을 만나 우리기업을 홍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계약해 납품 중인 고객과도 만나 소통할 수 있어 좋은 기회’라며 매년 전시에 매년 참가하고 있다 말했다. 전시회 한켠에는 B2B 네트워킹존이 마련돼 있어 전시회에서 만나 심층 논의가 필요한 기업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전시회 모습 및 B2B 네트워킹존>

[자료: RenewableUK]

 

KOTRA 런던 무역관은 GOW 2023에 참가해 여러 글로벌 개발사와 한국 진출 및 해상풍력 프로젝트 공급망 현황에 대해 논의했다. 많은 글로벌 개발사가 한국 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대부분은 이미 한국에 진출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에퀴노르, 오스테드와 같은 기업은 현지 프로젝트 진행 시 로컬 조달이 최우선으로 고려되고 있어 이들 기업의 진출이 우리 공급망 기업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몇 글로벌 개발사는 한국의 우수한 공급망 기업 발굴에 큰 관심을 보였다.


반대로 우리기업의 유럽 프로젝트 공급망 진출에 관해서는 ‘한국 내 사업 공급망 진출에 비해 배로 어려운 일’이라고 답했다. 다만 ‘해상풍력 산업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수요가 늘고 있는 만큼 경쟁력 있는 제품이라면 언제든지 공급망에 편입할 수 있다’라며 기술력이 확보되는 한 언제든 기회가 열려있음을 전했다. 다만 중장비의 경우 유럽 내 생산시설이 없으면 운송비 부담이 커 수출의 이점이 크지 않음을 지적했다.


시사점


GOW 2023의 가장 큰 장점은 해상풍력 개발사부터 학계 전문가, 공급망 사슬기업까지 산업과 관련된 대다수의 사람들이 전시 및 콘퍼런스에 참석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쉽게 만나기 힘든 기업들과도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며 산업 동향 및 각 기업의 최신 프로젝트 현황을 업데이트할 수 있다. 유럽 진출 역량을 갖춘 우리기업이라면 GOW에 참석해 영국 기업들과 교류하는 것도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newableUK는 GOW 외에도 해상풍력, 조력, 파력 부문에서 콘퍼런스, 전시 등 매년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한다. 2023년 하반기 이벤트로는 9월 20일 애버딘에서 열리는 Cable 2023, 9월 21일 에딘버러에서 열리는 전시·콘퍼런스 행사 Onshore Wind Energy 2023, 10월 4~5일 애버딘에서 열리는 부유식 해상풍력 전시·퍼런스 행사인 Floating Offshore Wind 2023 등이 있다. 이 외에도 각종 시상식 등을 개최해 회원사 간 만남을 주선하고, 산업 내 교류를 활성화시키고 있다. 2024년 GOW는 6월 14~15일 양일간 맨체스터에서 열릴 예정이다.



자료: GOV.UK, RenewableUK, KOTRA 런던 무역관 자료 종합

원문 출처 : 코트라

원문링크 https://dream.kotra.or.kr/kotranews/cms/news/actionKotraBoardDetail.do?MENU_ID=70&pNttSn=2037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