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택근무로 정장 수요 급감에 업계 파산 줄이어 -

- 온라인 홈웨어 판매량 최대 200% 증가, 한국 기업들에 기회 -




코로나19 팬데믹이 미국의 ‘캐주얼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다수의 미국 기업이 재택근무제도를 내년까지 연장하거나 반영구적으로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 남성·여성 정장 전문 의류기업들의 파산보호 신청이 잇따르고 있다. 8월 2일 남성 정장 브랜드인 맨즈웨어하우스(Men’s warehouse), 조스 에이 뱅크(Jos.A. Bank) 등 다수 브랜드의 북미 매장을 약 1400개 이상 보유한 모기업 테일러드 브랜즈(Tailored brands)가 파산보호를 신청했으며, 이에 앞서 브룩스 브라더스(Brooks Brothers)와 숙녀복 브랜드 앤 테일러(Ann Taylor), 로프트(Loft) 등으로 잘 알려진 아세나리테일그룹도 파산보호를 신청한 상태다. 여성 의류와 액세서리 전문 브랜드 뉴욕앤컴퍼니(NewYork & Company)도 모기업 RTW 리테일윈즈(RTW Retailwinds) 명의로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넥타이 수입동향으로 본 의복 소비 변화


정장시대의 쇠락은 북미 넥타이 수입 동향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 Global Trade Atlas의 수입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부터 5월 사이 미국의 넥타이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최대 절반 이상 감소했다. 미국은 중국, 이탈리아, 프랑스 3개국에서 정장용 넥타이나 보우타이 등을 가장 많이 수입해왔지만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액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2075만3288달러로 지난해 동기간 수입액 4217만5738달러 대비 50.8% 감소했다. 이탈리아, 프랑스로부터의 넥타이 수입액도 전년 동기대비 49.2%, 26.3% 감소했으며, 한국으로부터의 넥타이 수입도 18.8%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0년 1~5월 미국 넥타이 수입동향(HS Code 6215 기준)

(단위: US$ , %)

순위

국가

수입액

점유율

증감률

‘20/’19

2018

2019

2020

2018

2019

2020

1

중국

49,064

42,175

20,753

68.2

65.2

62.4

-50.8

2

이탈리아

16,567

15,944

8,093

23.0

24.7

24.4

-49.2

3

프랑스

3,668

3,743

2,759

5.1

5.8

8.3

-26.3

4

영국

1,353

1,256

605

1.8

1.9

1.8

-51.8

5

베트남

537

464

447

0.8

0.7

1.3

-3.6

6

인도네시아

205

202

122

0.3

0.3

0.4

-39.8

7

방글라데시

59

17

101

0.08

0.3

0.3

-41.9

8

필리핀

105

145

75

0.1

0.2

0.2

-48.5

9

멕시코

48

106

63

0.07

0.2

0.2

-41.3

10

인도

20

40

53

0.03

0.06

0.2

34.7

15

한국

47

18

15

0.07

0.03

0.04

-18.8

자료: Global Trade Atlas 

 

캐주얼 에브리데이


미국의 테크 회사에서는 캐주얼 차림의 출근이 흔한 일이었지만, 일반 회사들은 보통 정장 차림으로 출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반기업의 경우 금요일을 캐주얼 프라이데이로 지정해 일주일 중 하루 정도만 편한 옷을 입고 출근할 수 있도록 허용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근무 형태가 재택근무 또는 자율 출근제로 변화하면서 캐주얼 프라이데이가 캐주얼 에브리데이로 바뀌는 추세다. 이에 따라 많은 정장 브랜드를 비롯한 포멀 의류 브랜드들이 도산하고 있지만 오히려 스웨트셔츠, 레깅스, 라운지웨어 등 ‘홈웨어’, ‘재택근무 전용 복장’ 판매는 증가하고 있다. 여성 수영복, 라운지웨어, 속옷 등을 판매하는 의류브랜드 라이블리(Lively)에 따르면 지난 3월 1일 이후부터 라운지웨어 판매량은 전년동기대비 200% 증가했다. 미셸 코데이로 그랜트 Lively 대표는 언론을 통해 “원래 수영복 판매가 1위였던 시즌에 라운지웨어 판매량이 폭증한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팬데믹은 소비자들의 의류 소비 행태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고, Lively는 급변하는 상황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스톤에 기반을 둔 트랙스미스(Tracksmith)도 지난 2월부터 3월 한 달간  조깅복과 라운지웨어 판매가 92% 증가했다.


미국 의류업계 온라인 판매는 계속 증가


매장에서 까다롭게 보고 고르는 정장과 달리 집에서 인터넷으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캐주얼 복장의 시대는 자연스레 온라인 유통망을 통한 의류 판매를 증가시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tatista가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27.6%에 불과했던 온라인 유통망을 통한 일반 의류나 신발 판매 비중은 꾸준히 증가해 2024년까지 32.2%에 달할 것으로 조사됐다.  

 

2024년까지 온라인 유통망 통한 일반 의류 판매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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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Statista

  

업종 경계 넘어 새로운 기회 모색하는 의류기업


코로나19로 인해 생활복과 근무복의 경계가 사라지고, 집과 직장의 구분이 없어지면서 의류 기업들은 달라진 의복 생활에 맞는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도입하고 있다. 미국의 고급 요가복 브랜드인 룰루레몬(Lululemon)은 최근 신생 홈 피트니스 플랫폼 기업인 미러를 5억 달러에 인수하며 포스트 코로나시대에 발맞춰 더 이상 요가복 판매에 그치지 않고 요가를 배울 수 있는 플랫폼과 제품을 함께 판매하겠다는 체험 마케팅을 내세워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러사의 ‘미러’는 거울 스크린을 통해 라이브 스트림으로 요가, 발레, 필라테스, 킥복싱 등 다양한 운동을 배울 수 있는 제품으로 체온 측정부터 체형 교정 등 20가지 이상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인수 초기에는 매출에 비해 리스크가 큰 투자를 했다는 평을 받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한 4월 이후 주가는 고공행진하며 뉴노멀 시장에 적중한 전략임을 방증하고 있다.

 

최근 6개월간 Lululemon 주가 변동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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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NASDAQ

 

룰루레몬사가 인수한 미러사의 ‘미러’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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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Mirror 웹사이트

 

전망 및 시사점


포스트 코로나시대의 근무 환경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뉴노멀 근무 형태로, 회사 밀집지역에서 넥타이를 매고 정장을 입은 ‘양복 부대’의 풍경도 빠르게 사라질 것이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패션스쿨 FIT의 C교수는 KOTRA 디트로이트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직장과 일상에서의 캐주얼 시대는 많은 회사가 캐주얼 복장 출근을 허용하기 시작하며 이미 예고된 일이었지만 코로나19로 앞당겨졌을 뿐이다. 누구나 옷장에 양복 몇 벌은 있던 시대가 이제 지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장 브랜드들의 줄지은 파산보호 신청 관련,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팬데믹으로 인해 미국 의류, 신발 등의 어패럴 분야 소매업의 어닝 쇼크가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온라인 판매를 통한 홈웨어 분야는 크게 타격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의 이 같은 의복 소비 변화는 홈쇼핑과 온라인쇼핑몰 강국인 한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판로가 될 수 있다. Global Trade Atlas의 2017년부터 2019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여성용 파자마, 속옷(HS Code 6108 기준) 등의 홈웨어 수출국 3위가 미국이었다. 이는 코로나19 악재를 기회로 삼아 한국의 다양한 홈웨어와 운동복, 캐주얼 의류, 기능성 수면 베개 등을 온라인 채널과 유통망을 통해 미국에 수출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포스트 코로나시대에는 실용성 있고 편리하며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들이 인기를 끌 전망이다. 소비자 심리에 부응하는 한국 제품이 우수한 품질과 가격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울 수 있다. 바뀐 생활 환경에 맞춰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시도한 의류기업 '룰루레몬'처럼, 코로나가 불러온 소비자의 니즈와 타깃 시장을 정확히 파악해 다양한 전략을 통해 북미시장 진출을 도모해야 한다.   



자료: Global Trade Atlas, Statista, Apparel News, NASDAQ, CN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