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는 tvN 드라마 <스타트업> 6회의 줄거리 일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으시는 분들은 드라마를 시청하신 후에 이 글을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CASE: 삼산텍의 창업자 지분 분배

치열한 경쟁을 뚫고 샌드박스에 입성한 달미(배수지)와 도산(남주혁)의 삼산텍은 샌드박스로부터 투자금을 받기 전에 실사를 받습니다.

삼산텍의 실사를 맡은 SH벤처캐피탈의 지평(김선호)은 삼산텍의 정관 등에는 10점 만점을 주었지만, 주주명부는 0점을 주면서, 이 주주명부를 보고도 삼산텍에 투자할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라는 독설을 내뱉습니다.

달미를 포함한 창업자들에게 각 16%씩을 분배하고, 기여도가 높은 도산에게는 3%를 더 얹어서 19%를 분배한 주주명부는 언뜻 보기에 가장 공평한 주주명부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지평은 공평한 지분율이 결국 대표의 발목을 잡을 것이고, 최악의 경우 다른 창업자가 투자자와 손을 잡으면 회사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그리고 회사에서 뺄 수 없는 사람 즉, 키맨(Key-man)이 되는 대표에게 지분을 몰아주라고 충고합니다.

대학 시절부터 절친이었던 창업자들 도산(남주혁), 철산(유수빈), 용산(김도완)은 지분율을 앞에 놓고 싸움을 벌이고, 삼산텍은 문을 닫을 위기까지 겪습니다.

그러나 창업자들의 깊은 신뢰와 대표이사 달미의 결단으로 도산에게 64%의 지분을 몰아주고, 대표인 달미를 포함한 나머지 창업자들은 7%씩의 지분율을 보유하기로 합니다.

실제로 VC는 대표의 지분율이 높은 회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평의 말처럼 대표가 회사를 안정적으로, 열심히 경영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대표가 높은 지분율을 보유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사공이 많아서 배가 산으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외부 주주들의 간섭이나 경영권 탈취 시도를 막을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들으면, 대표이사에게 주식을 몰아주면 되는 참 간단한 문제 같습니다. 그냥 지평 말처럼 대표이사인 달미에게 90%를 몰아주면 되지 않을까요?

만약 대표이사에게 지분을 몰아주면, 나머지 창업자들은 자연스럽게 적은 지분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이 경우, 대표를 제외한 (적은 지분을 받는) 창업자들은 현재 처우가 나쁘지만 회사가 성공하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스타트업의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논리에 맞지 않게 되어 버립니다.

다시 말해, 현재 처우도 나쁘고, 회사가 성공해도 별로 남는 것이 없는 것입니다. 창업자 중 한명으로서 제대로 된 보상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대표일지라도 창업자들에게 회사에 헌신을 요구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대표에게 지분을 내놓으라는 지평의 충고에 철산과 용산이 화를 내는 것을 비합리적이라고 할 수만 없습니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지분율이 낮은 창업자에게 좀 더 많은 급여를 주거나 추후 스톡옵션으로 보상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스타트업이 대기업만큼 많은 돈을 주기도 어렵고, 대기업의 안정성이나 이름값 등의 무형적 가치를 제공해 주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이 방법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여기에 삼산텍은 문제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도산은 극 중에서 실패가 검증된 경영자이고, 달미는 팀원들이 사용하는 기본적 용어도 알아듣지 못하는 AI(Artificial Intelligence) 기술의 문외한입니다. 그래서 도산에게 지분율을 몰아주는 것도 지평에게 높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대표이사인 달미에게 높은 지분율을 몰아주기도 어렵습니다. 삼산텍은 AI를 개발하는 테크 스타트업인데 AI기술에 관하여 잘 알지 못하는 달미가 삼산텍의 키맨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스타트업 지분율을 결정하면서 모든 요소를 만족하는 선택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어느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달미(배수지)의 결정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스타트업 지분율 결정에 정답은 없고, 스타트업마다 다른 사정이 있기 마련인데, 달미는 팀원들의 마음을 고려한 꽤 지혜로운 선택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달미가 비록 대표이지만, AI를 개발하는 회사의 키맨이 될 수 없고, 도산은 개발자로서 능력은 뛰어나지만 경영 능력은 없습니다.

이 경우 대표이사와 최대주주를 분리하는 것이나, 최대주주는 회사의 키맨이라고 할 수 있는 도산이 되는 것은 삼산텍 나름의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물론, 이런 선택이 옳았는지는 시간이 흐른 뒤 회사의 성공여부에 따라 답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한가지, 지분율을 결정하고 주주명부에 도장을 찍었다고 지분율 결정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실제로 결정한 지분율에 맞게 주식 거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누군가는 주식을 팔고, 누군가는 주식을 사서 정해진 대로 지분율을 바꾸어야 합니다.

또는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유상증자 등기도 필요합니다. 지분율의 변동은 매우 중요한 사항이므로 반드시 서면 계약서를 통해서 거래해야 합니다. 그래야 훗날 엑시트(exit)를 하는 단계서 누가 얼마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지 불분명한 상황을 피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주식거래를 했으면 정해진 기한 내에 세무 신고도 마쳐야 합니다.

극적인 감동을 위해 드라마에서는 이처럼 지루하게 생각될지 모르는 절차를 장면으로 다루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현실에서는 이러한 절차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훗날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지분율 구성에 관해 변호사가 정답을 드리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스타트업 업무 경험 많고 생태계를 잘 아는 변호사로부터 이에 관한 다양한 이슈와 사례에 관한 조언을 얻을 수는 있습니다. 창업자들끼리 협의를 통해 지분율을 결정하면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실제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주식거래를 하셔서 법적 분쟁을 방지하시기 바랍니다.

-글: 법무법인 세움 변승규 변호사
-원문: [변승규의 스타트업 법률 케이스 스터디] #19. 드라마 ‘스타트업’으로 본 창업자 지분율 결정https://platum.kr/archives/153201

원문 출처 : 플래텀 https://platum.kr/archives/153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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