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서는 tvN 드라마 ‘스타트업’ 13화, 14화를 통해 베스팅의 의미와 경업금지약정의 중요성에 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CASE: 베스팅

놀라운 기술력으로 데모데이에서 1위를 차지한 달미(배수지)와 도산(남주혁)의 삼산텍은 세계적인 대기업 투스토로부터 주식 100% 인수 제안을 받습니다.

투스토에서 의무재직 기간 3년을 마친 도산(남주혁), 철산(유수빈), 용산(김도완)은 장기 휴가를 받아, 한국으로 귀국합니다. 투스토에서 자율주행 연구를 했던 이들 3명은 투스토에서 베스팅 받은 주식으로 샌프란시스코에 스튜디오를 살 지, 한국에서 한강 뷰 아파트를 살 지를 고민하다가, 한국에 완전히 귀국해서 다시 창업하기로 결심합니다.

달미(배수지)는 언니 인재(강한나)의 인재컴퍼니에 입사한 뒤,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인재컴퍼니의 자회사 청명컴퍼니를 경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율주행 면허를 위한 시험 직전 인재컴퍼니의 핵심 개발자들이 역시 자율주행을 연구하는 모닝 그룹의 AI 연구소로 이직을 합니다.

도산, 철산, 용산이 완전히 귀국했다는 소식을 접한 인재는 달미에게 이들을 청명컴퍼니로 영입할 것을 요구하고, 영입에 실패하면 청명컴퍼니의 대표 자리를 내 놓으라고 합니다.

달미가 도산에게 영입 제안을 하자, 도산은 처음에는 달미의 제안을 거절하지만, 결국, 청명컴퍼니에 합류하기로 하고, 달미와 함께 자율주행 면허 시험에 참가합니다.

여기서, 베스팅(vesting)이란 무엇이고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투스토의 알렉스가 도산에게 처음 혼자 투스토로 이직할 것을 제안할 때도 베스팅에 관한 언급이 있었습니다. 13화에서는 철산과 용산이 베스팅 받은 주식을 팔아서 무엇을 할지 들떠 있는 장면이 나옵니다. 드라마 ‘스타트업’은 스타트업 용어가 나오면 친절하게 자막으로 해설을 달아 주는데, 베스팅은 의미가 어려워서인지 해설이 없었습니다. 아쉽게도 국어에는 베스팅과 동일한 의미의 단어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래서 사전을 찾아보아도 그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상법에서는 베스팅과 비슷한 요소를 찾아볼 수 있긴 합니다. 바로 스톡옵션 관련 조항입니다. 스톡옵션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회사에 2년 이상을 재직해야 하는데 베스팅 기간이 2년인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 계약에서 베스팅은 받은 주식이 완전히 내 것이 되어 가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베스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베스트(vested)의 반대말인 언베스트(unvested)를 이해해야 합니다. 언베스트는 내 것은 내 것인데, 완전히 내 것은 아닌 상태입니다. 예전 정기고와 소유가 부른 ‘썸’이란 노래 가사와 비슷합니다. 이와 반대로 베스트는 완전히 내 것인 상태입니다. 임직원이 회사를 퇴사할 때 베스트 된 주식은 소유권을 가지고 회사를 나갈 수 있지만, 언베스트 상태의 주식은 반납하고 나가야 합니다.

예를 들어 베스팅 기간 3년으로 주식을 받으면, 처음 받은 주식은 100%는 언베스트 상태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베스트 된 주식이 늘어나서 3년이 지나면 받은 주식 100%가 베스트 상태가 됩니다.

그래서 베스팅 3년이라고 하면, 3년 동안 회사를 다니면 받은 주식이 완전히 내 것이 됩니다. 반면, 3년을 전부 채우지 못하고 퇴사하는 경우에는 베스팅이 된 주식은 가지고 나갈 수 있지만, 아직 언베스트 상태인 주식은 내놓고 나가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베스팅은 스타트업의 임직원이 정해진 의무재직 기간 동안 회사를 퇴사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동일한 베스팅 3년이라 해도 베스팅이 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매달 36분의 1씩 베스팅이 되는 방법도 있고, 매년 3분의 1씩 베스팅 되는 방법도 있습니다.

위 내용에 따라, 도산, 철산, 용산은 베스팅 기간 3년을 모두 채웠기 때문에 투스토를 퇴사하여도 받은 주식 전부를 가지고 회사를 퇴사할 수 있고, 그 주식으로 한강 아파트를 살지 말지 고민할 수 있습니다.

인재컴퍼니가 개발자들이 경쟁사로 이직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요?

인재컴퍼니의 경우, 대표에게 지분을 몰아주었기 때문에 개발자들이 받은 주식은 매우 적었습니다. 청명컴퍼니 주식도 대부분 모회사 인재컴퍼니가 가지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모닝 그룹에서 더 많은 연봉을 제안하자 개발자들이 쉽게 이직을 결정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임직원이 회사를 퇴사한 이후에도 일정한 기간동안 ‘회사와 경쟁이 되는 영업을 하지 않겠다’거나 ‘경쟁업체에 이직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약정을 경업금지약정이라 합니다.

‘스타트업 케이스 스터디’ 시리즈의 글을 시작하였을 때, 가장 먼저 썼던 주제가 ‘경업금지약정’이었을 만큼(바로가기) 스타트업에게 경업금지약정은 말할 수 없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경업금지약정은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기 때문에 언제나 유효한 것은 아니고, 법원이 여러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유무효를 판단합니다.

인재컴퍼니의 개발자들의 경우, 1) 회사의 핵심 개발자들이고, 2) 퇴사 직후에 경쟁업체로 이직하였기 때문에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재나 달미가 개발자들과 미리 경업금지약정을 체결해 두었다면? 개발자들이 퇴사하는 것은 막지 못해도, 경쟁사로 바로 이직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도산과 친구들이 청명컴퍼니에 합류하는 것은 문제가 없을까요?

도산과 친구들은 투스토에서 자율주행에 관한 연구도 했습니다. 투스토와 같은 미국 대기업이 중요 개발자와 경업금지(Non-Competition)약정을 체결하지 않았을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특히, 자율주행 기술에 관하여는 회사의 지리적 위치가 큰 의미가 없고, 세계 시장에서 함께 경쟁하므로, 한국에 있는 회사도 경쟁업체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현실이라면 경업금지약정 때문에 도산이 투스토를 퇴사하자 마자 청명컴퍼니에 합류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청명컴퍼니도 이에 따른 리스크를 고려해야 합니다. 투스토에서 도산을 비롯한 3명의 개발자들이 투스토의 영업비밀을 유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청명컴퍼니에도 막대한 금액의 손해배상청구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스타트업에서 ‘베스팅’과 ‘경업금지약정’의 중요성은 여러 차례 강조하여도 과하지 않습니다.

스타트업 창업자들도 이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지만, 변호사의 자문 없이 이런 계약을 체결하여 훗날 효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습니다. 스타트업의 핵심 임직원과는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서 베스팅 계약과 경업금지약정을 체결하시기 바라겠습니다.

-글: 법무법인 세움 변승규 변호사
-원문: [변승규의 스타트업 법률 케이스 스터디] #21. 드라마 ‘스타트업’으로 본 베스팅과 경업금지약정https://platum.kr/archives/153832

원문 출처 : 플래텀 https://platum.kr/archives/153832
원문링크 https://platum.kr/archives/153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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