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도 4차 산업기술 적용
글로벌 리서치 기관인 리서치앤드마켓이 밝힌 바에 의하면, 전 세계 푸드테크 시장은 연평균 5.8%씩 성장해 2022년에는 약 2,500억 달러(약 298조 원) 규모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특히 최근 코로나-19와 더불어 건강한 음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만큼, 푸드테크에 대한 관심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푸드테크는 말 그대로 음식(Food)과 기술(Technology)를 합한 신조어로, 식품 등 산업에 4차 산업 기술을 적용, 새로운 형태의 산업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술이다.
음식에 4차 산업 기술을 적용한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겠다. 사실 모든 동물 중 오직 사람만이 요리를 해서 ‘음식’을 먹기 때문에, 음식은 사람이 먹는 것에만 쓰는 단어다. 그래서 4차 산업이 음식에 어디까지 개입이 가능한지 애매할 수 있다. 푸드테크 전문 자문 기관인 CULTERRA Capital이 작년 발표한 2020년도 기준 푸드테크 산업의 현황과 향후 트렌드를 살펴보았다.
푸드테크 산업은 위 표에서 볼 수 있듯 크게 ‘In home(집 안)’, ‘Out-of-Home(집 밖)’, 그리고 ‘Enabling Technologies’ 분야로 나눠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집에서는 레시피 공유나 스마트 음식 콘텐츠가, 집 밖에서 접하게 되는 푸드테크 분야에는 식당 리뷰, 단골에게 주는 리워드, 음식물 쓰레기 처리 등이 있으며 집 안과 집 밖 분야의 사이에는 온라인 식료품 구입, 배달 플랫폼 등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푸드테크에 사용되는 기술은 플랫폼 구축 기술, 식료품 판매 빅데이터, 공유주방 등이 있다. CULTERRA는 특히 로봇이 요리를 하는 기술 및 육류 대체품 개발 기술, 공유 부엌, 배달 플랫폼과 빅데이터 활용을 필두로 푸드테크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집 안에서의 푸드테크 – 웰니스를 위해 인공 지능 기술과 바이오 기술이 만들어낸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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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possible이 모조 고기로 생산한 버거 패티. [출처] Impossible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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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dify서비스 화면. [출처] Verdify 홈페이지
모조 고기 식품 기업의 대규모 투자 유치는 결국 건강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이에 개인화된 전문 영양 서비스 정보를 제공하는 기업도 각광을 받고 있는데, 세계 최초 AI 개인 건강 식단 서비스 Verdify가 좋은 예시다. Verdify는 2020년 10월 약 75만 유로 규모의 시드 투자액을 유치한 기업으로, 빅데이터에 기반한 개인 영양 식단과 레시피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흥미로운 점은 시드 투자를 진행한 기업이 음식 관련 기업이나 유통이 아니라는 것. AI 전문 투자사 겐자이(Genzai)와 개인투자자 2명이 투자에 참여하며 푸드테크가 더 이상 식품 및 유통 기업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집 밖에서의 푸드테크- 더 빠르게, 더 다양하게, 더 간단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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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Glovo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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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set 서비스 화면. [출처] Allset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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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ma Kitchen 로고
배달과 식당의 중간에 위치한 공유주방 또한 여러 건의 투자를 유치하며 성장하고 있다. 주방을 필요로 하는 수요와 주방 공간을 대여해야 하는 공급 요건이 요즘 같은 코로나 시국에 부합하기 때문. 우선 주방을 필요로 하는 경우를 보자. 음식 문화도 트렌드가 있는데, 그때마다 프랜차이즈 업종을 바꾸며 주방 설비를 구비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반면 호텔, 피트니스 클럽, 공간 대여 등 기존 오프라인 고객이 방문해 식사를 했던 공간은 수요가 없어 임대료가 부담되는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솔루션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지난 7월, 영국 기반 공유 키친 스타트업인 Karma Kitchen은 시리즈 A 자금으로 2억 5천 2백만 파운드를 유치, 유럽 전역으로 사업을 확장한다고 밝혔다. Karma Kitchen은 고객의 수요에 따라 공동 주방 공간, 개인 주방, 그리고 대형 주방 공간을 대여하고 있으며, 업종에 따라 요리 도구 또한 구비해두고 있어 초기 비용 부담과 유지비 절감 측면에서 예비 창업인을 포함한 푸드테크 종사자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이커머스, 커지거나 세분화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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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로인 제품 이미지. [출처] 설로인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우리나라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온라인 식료품 주문은 이미 당연해진지 오래다. 대규모 오프라인 유통 기업을 기반으로 한 식료품 이커머스 업체들은 오프라인 매장과 거의 동일한 수준의 상품 종류를 온라인에서도 판매하고 있으며 가격 경쟁과 품질, 그리고 서비스 경쟁으로 승부수를 띄고 있다.
이와 동시에 좀 더 세분화된 특정 분야 이커머스도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2019년에는 제철 수산물 커머스 오늘회가 40억 원의 시리즈 A 투자를 받았다면, 2020년에는 한우 브랜드 설로인이 40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설로인은 숙성 한우를 빅데이터에 기반, 전문 육류 센터를 거점으로 삼아 이커머스로 판매하는 푸드테크 기업이다. 기존에는 B2B 구조로 미슐랭 레스토랑 등에 고기를 공급하던 설로인은 최근 언택트 소비가 늘면서 온라인 매출이 급증, 현재 B2C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 중에 있다.
사람이 아예 필요가 없거나, 사람이 아예 개입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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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 민족이 고려대와 개발한 배달 로봇 딜리
최근 푸드테크 트렌드 중 눈에 띄는 특징은 사람이 아예 필요가 없거나, 혹은 사람이 농작물의 개발부터 재배까지의 전 과정에 투입되는 것에 있다. 전자는 로봇화이며, 후자는 스마트팜 및 대체식품 개발 분야다. 국내 배달 앱의 명실상부 1등 브랜드인 배달의민족은 이미 2017년부터 로봇을 개발 중으로, 2017년에는 배달 로봇, 2019년에는 LG와의 협업을 통해 서빙 로봇까지 선보인 바 있다. 푸드 리테일 공간에서도 로봇 기술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데, 무인화 기술을 리테일 산업에 접목하고 있는 라운지랩은 작년 12월 30억 원 규모의 첫 기관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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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랩의 무인상회 키오스크. [출처] 라운지랩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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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씽 스마트팜의 플랜티 큐브 이미지. [출처] 엔씽 홈페이지
그래서 앞으로도 푸드테크는 미래 IT 산업의 주식으로 남아있을 수 있을까? 서울대학교 식품생명 공학부 이기원 교수는 외식업이 특히 발달한 우리나라의 경우 작년 기준 먹거리 관련 일자리는 1,000만 개 이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미 거대 산업인 만큼 새롭게 생겨나는 일자리와 기존 산업의 변화 교육 등 여러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푸드테크가 미래의 예상 ‘먹거리’에서 ‘주식’으로 변할 시대도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