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수입 주류들이 경쟁하는 호주 주류 시장, 새로운 트렌드에 힘입어 K-주류 인기 상승 및 수입 증가 -
- 호주 바이어, 한국 주류의 잠재력 높이 평가하며 품질인증과 넉넉한 유통기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 -
음주는 호주 문화에서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퇴근 후 술을 한잔 마시는 모임을 갖거나, 각종 파티, 바베큐 모임, 연회 등 다양한 자리에서 술을 접한다. 다민족 국가인 호주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와인이나 증류주, 맥주 등의 제품이 많지만, 전세계에서 수입된 주류를 함께 소비하고 있다. IBIS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호주의 전체 주류시장 규모는 155억 호주달러, 약 13조6000억 원이며 와인과 맥주가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2020년 코로나 확산으로 호주 주류시장의 트렌드 역시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데 중국의 백주(白酒), 일본의 사케가 주도하던 호주의 아시안 주류(酒類) 시장에서 소주를 필두로 한 한국 주류가 그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호주 주류시장의 주요 특징, 유통 현황, 소비 트렌드를 살펴보고 우리 주류 수출기업들이 호주 주류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 제안해 본다.
호주 내 주류별 시장 점유현황(2020년 기준)
자료: IBIS
호주 주류(酒類)시장을 이해하는 트렌드 키워드 5
1. 음주 가능 인구 비중의 증가와 1인당 술 소비량 감소
호주 주류 소비층의 인구 통계적 특성
호주 청년들의 1인당 주류 소비량 감소 추세
자료: The Australian Institute of Health and Welfare 2019
호주의 18세 이상 인구 비율은 최근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25세 이상 29세 이하 인구비율은 2016년 19.0%에서 2019년 24.0%로 증가했으며, 30세 이상 39세 이하 인구비율은 2016년 16.6%에서 2019년 24.0%로 증가했다.
반면에, 호주 보건복지연구소(The Australian Institute of Health and Welfare)에서 2019년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음주량을 줄이고 있다는 30세 미만 응답자의 비중은 증가했다. 그리고 전체 응답자 중에서 하루 평균 2잔 이상 술을 마신다는 답변 비율은 2016년 17.2%에서 2019년 16.8%로 감소했다.
2. 맥주를 비롯한 저 도수 주류에 대한 선호도 증가
호주에서는 폭음의 유해함과 건강한 식습관에 대한 소비자의 의식개선, 각종 교육과 캠페인 등을 통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도수의 주류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다. 저 알코올 도수, 저 탄수화물 및 크래프트 맥주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맥주 소비량은 최근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도수가 낮은 사과주(Cider)를 즐기던 소비자 중 일부는 도수가 더 낮은 맥주 또는 콤부차(kombucha)와 같은 무 알코올 음료를 소비하기도 한다.
3. 코로나가 부추긴 고급 증류주 소비 증가
호주 정부가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 증가와 함께 시행했던, 음식점과 유흥업소의 영업시간 규제와 대중의 집합 규제는 사람들의 모임 횟수를 급감시켰고, 이는 상대적으로 사교모임에서 애용되는 와인의 소비량이 줄어드는 영향을 미쳤다. 이에 비해 구매력이 있는 애주가들을 대상으로 증류주 소비가 늘어났는데, 가정에서 마실 고급 수입 위스키와 진(Jin), 호주에서 생산되는 증류주에 대한 수요도 증가했다.
호주에서 생산되는 증류주 예
자료: KOTRA 시드니무역관 정리
호주 정부는 코로나 바이러스 신규 확진자 숫자가 감소하면서, 2021년 초부터 업소의 영업시간 규제와 대중의 집합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2021년도에는 호주인들의 사교 모임이 다시 활발해지면서 와인 등 다양한 주류 소비가 다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4. 대형 유통망이 주도하는 주류 판매 채널
2020년 기준 호주 주류(酒類) 소매시장의 점유율은 울워스(Woolworth) 그룹(45.6%)과 콜스(Coles) 그룹(18.0%)이 전체의 63.6%를 차지했다. 호주 전역에 유통망을 가지고 있는 울워스와 콜스는 더 많은 판매점을 개점하거나 소규모 업체들을 인수하면서 시장 장악력을 키우고 있다.
자료: 각 사 홈페이지
2020년 주류 소매 시장점유율 10.3%를 차지한 매트캐시(Metcash)는 호주 전역에 있는 2700개 이상의 독립된 주류 소매점들의 단체인 Independent Brands Australia(IBA)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영업망을 확장하고 있다. 2003년에 설립된 IBA는 주류 제조사를 상대로 가격 협상력을 높이고, 마케팅 프로그램을 지원하면서 개별 주류 소매점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소규모 독립된 주류 소매점은 제품을 다양하게 구비하거나 고객 서비스 수준을 높여서 차별화하고 있다.
자료: 각 사 홈페이지
5. 온라인 판매 소매점의 부상
고급 와인과 희귀 와인은 대형 유통망이 아닌 온라인에서도 많이 소비된다. 다양한 와인 품종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늘어나고, 인터넷 쇼핑이 성장하면서 2020년 전체 와인 매출의 약 13%가 온라인 상에서 발생했다.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지 않는 온라인 전용 주류 매장도 시장 점유율을 점차 높이고 있다.
온라인 전용 주류 판매점 사례
자료: KOTRA 시드니 무역관 정리
호주 주류 판매점협회(Australian Liquor Stores' Association)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호주인의 약 70%는 본인이나 지인의 집에서 술을 자주 마시고, 소비자들은 주류 구매장소를 결정할 때 편의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온라인 구매와 배송 시스템은 코로나 사태를 통해 주요 구매채널로 자리잡고 있다.
호주 주류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한국 주류
2020년 호주 시장 증류주(HS Code 220890) 수출국가 순위
(순위: 2020년 기준/ 단위: US$ 천, %)
2020년 호주 시장 맥주(HS Code 2203) 수출국 순위
(순위: 2020년 기준/ 단위: US$ 천, %)
자료: Australian Bureau of Statistics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한국 주류는 주류판매 면허가 있는 한인 마트나 한국 음식점에서만 구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류의 확산과 함께 한국 음식과 잘 어울리는 한국 술을 찾는 현지인들이 아시아계 호주인들을 중심으로 많이 늘어났다. 그래서 2021년 현재, 단골 고객이 한국 교민들이 아닌 주류 소매점에서도 소주 등 한국 술을 발견하는 것이 어렵지 않고, 아시아계 고객들이 많이 찾는 소매점의 경우에는 인기있는 소주 제품들이 매장 전면에 진열돼 판매되고 있다.
Dan Murphy’s(울워스 그룹) 매장에서 판매되는 한국 주류
Liquorland(콜스 그룹) 매장에서 판매되는 한국 주류
아시아계 주류 소매점에서 판매되는 한국 주류
자료: KOTRA 시드니 무역관 촬영
도심 근교에 입점한 주류 매장의 매니저는 KOTRA 시드니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주류 제품은 20도 이상 도수가 높거나 가격대가 높은 프리미엄 전통주보다 일반 소주와 과일향 소주의 판매율이 월등히 높다. 그리고 한국 식당에서 먹어본 술병 사진이나 인터넷에서 검색한 제품 사진을 보여주면서 문의를 하는 고객들도 있다”고 언급했다.
대규모 와인농장을 보유하고 많은 국산 제품과 수입제품을 유통하는 대형 주류 유통사의 구매담당자는 KOTRA 시드니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술의 인기는 한국교민들이나 동양인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현지 주류(主流) 시장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새로운 트렌드 속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현재 KOTRA 시드니 무역관을 통하여 전통주를 포함한 다양한 한국 주류 제품을 소개받았고, 현지 음주문화를 감안한 제품 디자인과 용량 구성, 효과적인 마케팅 방안 등을 구상하고 있다.
호주 주류(主流)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한 전략 5
1. 호주의 주류 수입관세를 감안한 제품의 가격 책정
수입관세는 주류 제품 가격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 호주 정부는 술의 종류, 알코올 함량과 제품의 용량에 따라 수입관세를 부과한다. 도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소주의 경우에는 제조사 수출가격보다 몇 배가 더 높은 수입관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현지에서 유통되는 한국 소주 360ml 1병의 소매가격은 호주에서 생산되어 대중적으로 저렴하게 유통되는 와인 750ml 1병의 가격과 비슷하거나 비싸다. 아래 호주 국세청의 주류 관세 부과 기준을 통해서 기본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수입 주류 관세 부과 기준: Excise duty rates for alcohol (Australian Taxation Office)
2. 경쟁력 있는 호주 바이어 탐색
주류 제품은 유통면허를 보유한 바이어를 통해서만 호주 시장에서 유통될 수 있다. 호주 주류 소매점은 국내에서 생산되는 주류와 전세계에서 수입되는 주류의 격전지(激戰地)다. 글로벌 브랜드 제품들과 소규모 제조사에서 생산한 제품들이 거의 모든 가격대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주류 제품은 호주 바이어의 적극적인 영업활동이 뒤따르지 않으면 가격경쟁을 벌이기도 쉽지 않다.
3. 현지 주류(主流)시장 진출을 위한 생산시설 품질인증
한국의 일부 전통주는 생산시설과 유통시설의 품질인증 취득이 없어도 한국 시장에서 유통될 수 있다. 하지만, 호주 주류(主流) 유통망에 제품을 입점을 하려면, 유통망 측에서 제품의 품질인증 자료를 요청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HACCP 등과 같은 생산시설 품질인증 취득은 호주 시장 진출을 위해서 고려해 볼만한 부분이다.
4. 한국 전통주의 유통기한 문제 극복
한국의 발효주, 특히 생막걸리의 경우에는 유통기한이 1달에서 3달 정도로 매우 짧다. 호주의 한국 주류 바이어는 최근 KOTRA 시드니무역관에서 진행한 수출상담을 통해서, “현지의 소매점에서는 유통기한이 5~6개월 이상 남지 않은 제품을 매입하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 그리고 막걸리의 경우 단맛이 강한 제품을 선호하는 고객층이 있어서 밤, 복숭아 등 향을 더하고 살균처리를 한 탄산 막걸리의 판매량이 높은 상황이다”고 밝혔다. 생산공정을 개선하여 유통기간을 좀 더 늘릴 수 있다면, 호주 주류 시장을 좀 더 적극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
5. 고급 주류 제품 수요 확대를 위한 프리미엄 제품 마케팅
아시아계 주류 전문점의 매니저에 따르면, “중국의 마오타이와 수정방, 일본의 고급 사케 같은 경우에는 고가의 제품들이지만, 한국의 고급 전통주보다 찾는 고객들이 많다”고 한다. 고급 한국 주류는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제품의 구색도 많지 않기 때문에, 현지에서 프리미엄 제품을 찾는 고객들은 다양한 제품들을 구매하는데 한계가 있다.
고급 한식당 개점을 앞두고 KOTRA 시드니무역관을 방문한 수석 주방장은, “미국의 고급 한국 음식점에서 접할 수 있는 고급 한국 전통주를 호주에서는 구하기가 매우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고가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호주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제조사와 바이어 모두의 마케팅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시사점
호주에서는 한인 마트, 한국 음식점, 현지 유통망을 통해서 소주와 맥주 등 대중적인 한국 술이 유통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 주류를 찾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제품들이 소개되고 있다. 이런 수요가 확산되면서 호주 대형 주류 유통회사에서도 한국 주류에 관심을 보이고, 현지화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한국 주류의 인기는 고급화와 다변화 앞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 생산시설에 대한 인증 취득을 통해서 제품의 품질을 인정받고, 전통주의 경우에는 제조공정을 개선하여 유통기한을 안정적으로 늘릴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쟁력 있는 바이어와 함께 호주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주류 브랜드가 늘어난다면, 한국 주류(酒類)가 현지 주류(主流)시장에서 더욱 환영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자료: 호주 통계청, 호주 국세청, IBIS World, The Australian Institute of Health and Welfare, 현지 언론 및 KOTRA 시드니무역관 인터뷰 및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