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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 쇼핑시즌 앞두고 공급망 병목현상 확대에 소매업계 재고 확보 분주 -

- 홍수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아시아 공장 중단도 악재 -

 

 


올 연말 쇼핑시즌을 앞둔 미 소매업계의 재고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로 촉발된 공급망 문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지속되면서다. 컨테이너 운임 인상과 서유럽과 중국을 강타한 홍수, 델타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등으로 필요한 재고를 제때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업계 최대 대목인 연말 쇼핑시즌을 앞두고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공급망 병목현상에 미 소매업계 재고 확보 비상

 

미국의 본격적인 연말 쇼핑시즌은 11월 말 블랙프라이데이(추수감사절 다음날로 올해는 11월 26일)를 기점으로 시작된다. 올해는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문제와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따른 향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유통업체들이 일찌감치 물량확보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공급망 병목현상이 지속되면서 수입의존도가 높은 미국 소매업계가 재고확보에 애를 먹고있다. 소매업 분야 자문서비스 기업 JLL의 대표는 최근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여전히 공급망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많은 소매업체들이 이르면 2022년 여름 혹은 그 이후가 되어야 공급망이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급망 문제를 우려한 바이어들의 연말 쇼핑시즌 준비가 앞당겨지면서 미국 주요 항구의 컨테이너 처리가 또 다시 지연되고 있다. 미 남부캘리포니아 해양거래소(Marine Exchange of Southern California)에 따르면 8월 현재 남부 캘리포니아 항에 정박한 컨테이너 선박은 37채로 확인됐다. 이는 40채가 정박해 있던 지난 2월 이후 최대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연말 쇼핑시즌을 겨냥한 소매업체와 제조업체의 주문이 밀려들면서 항구의 컨테이너 처리 지연이 야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LA항과 롱비치항 관계자는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으로 연말 쇼핑 시즌 배송 지연을 피하기 위해 수입 물량 배송을 예년보다 앞당기는 바람에 처리 물량이 급증했다고 전했다.


항구에서 발생하는 이 같은 병목현상은 미 서부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소비 수요는 급증한 반면 코로나19로 장비와 인력 부족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컨테이너 배송 비용도 급증했다. 20일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 지수(SCFI: 중국 상하이항 출항 컨테이너선 15개 항로의 단기 운임 종합)4340.18로 전주 대비 1.36%(58.65포인트) 상승해 200910월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주 동안 노선 운임은 1FEU 1876달러로 전주보다 4.06% 올랐으며, 미주 서안 운임은 1FEU5927달러로 3.19% 인상됐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 변동 추이

 

자료: Shanghai Shipping Exchange, MacroMicro

 

선박에서 하역한 컨테이너의 내륙운송도 문제다. 항만에 기존 적재된 컨테이너와 계속해서 유입되는 신규 컨테이너로 내륙운송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해 운송비용도 급증했기 때문이다. KOTRA 뉴욕 무역관 물류사업팀 조사 결과, 뉴욕에서 매사추세츠까지 평소 1300~1400달러였던 컨테이너 운송비용은 8월 현재 4000달러까지 인상됐으며, 트럭 운전기사 임금도 평균 15%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산업별 원부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배송에 필요한 골판지 포장재는 전년대비 22~50% 상승했고 나무 팔렛트도 원자재 가격은 36%, 사용 가격은 평균 50% 이상 인상됐다. 공 컨테이너 부족현상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화주에게 배송이 완료 후 반납해야 할 컨테이너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어 정작 기업들은 선적할 컨테이너를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상기후와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멈춘 유럽∙아시아 공장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유럽과 중국의 홍수사태와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유럽과 중국, 동남아시아 지역의 공장들이 생산과 운송에 차질을 빚고 있다. 최근 홍수피해를 입은 서유럽과 중국 허난성 지역은 교통의 요충지이자 주요 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곳으로, 완제품과 원자재 운송에 사용됐던 철로와 도로가 수해를 입었고 산업공단 지역의 시설과 기계 장비, 창고가 물에 잠겼다. 공급망 소프트웨어 기업인 E2의 파운 조시 부사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블랙프라이데이와 연말 연휴 시즌을 위한 완제품과 원자재 공급 충격이 정점에 달할 것”이라며 “물량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유통이 지연되면서 연쇄적으로 공급망을 붕괴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또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시즌 가전, 가구, 의류, 가전제품의 가격 상승도 예고했다.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도 연말 쇼핑 시즌 공급망 병목현상을 악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세계의 제조공장 역할을 하는 아시아 지역이 델타 변이 확산으로 록다운을 감행하면서 공장과 항구 운영도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 18일 세계에서 세 번째로 물동량이 많은 중국의 닝보-저우산항 항구의 메이산 터미널 확진자 발생으로 항구 일부가 폐쇄되었으며 중국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은 동남아시아 지역은 전자제품, 의류 등 주요 생산시설 가동을 중단했다. 프랑스 금융사 나티시스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태국은 전 세계 수출량의 5.7%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전자제품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 같은 경제 규모가 큰 국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미국은 통신장비의 29%를 동남아시아 5개국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싱가포르 소재의 아시안무역센터의 데보라 엘름 센터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아시아 무역에 큰 지장을 줄 것”이라며 “아시아 지역 대부분의 시장이 코로나19를 잘 방어해 왔지만 현재 코로나19 확산 상황으로 볼 때 여러 곳이 지금까지의 상황을 유지하기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국가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

 

자료: Bloomberg

 

전망 및 시사점

 

공급망 병목현상과 아시아 지역의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은 미국 연말 쇼핑시즌 기간 소매업체의 재고확보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월마트나 홈디포 같은 대형 소매업체는 이 같은 공급난 해소를 위해 별도로 민간 화물선을 전세내고 자체 선적 컨테이너를 구입하는 등 물량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공급망 붕괴뿐 아니라 미국 소매업계의 구인난, 미국 내 배송료 인상 등도 대목을 앞둔 업계에 찬물을 끼얹는 요소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 상황이 단기간에 종료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올 연말 쇼핑시즌 재고 부족에 따른 매진 현상과 예년보다 낮은 세일 폭을 예상했다.

 

미 진출 한국 기업들과 수출기업들도 물류대란으로 시름이 깊다. 미 동부 H사 담당자는 KOTRA 뉴욕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조지아주 사바나항과 캘리포니아 지역 주요 항구의 경우 컨테이너를 운송할 기사가 없어 컨테이너 하역 후에도 이를 쌓아만 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컨테이너 임차 물량  확보 역시 애로를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대부분의 제품을 한국에서 가져오고 있는 L사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물류비용 상승은 대기업도 부담이 되는 정도다. 비용 뿐 아니라 기간이 지연되는 문제도 큰 애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한국 기업은 컨테이너를 쌓아둘 야적장 마련까지 고심하고 있다. 미국의 연말 쇼핑시즌을 겨냥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은 현 물류대란과 인력난, 인건비 상승, 인플레이션 상황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자료: CNBC, Reuter, Wall Street Journal, Bloomberg, Forbes, Market Watch, NBC 및 KOTRA 뉴욕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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