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귓가에 울리는 매미소리와 눈에 가득차는 녹음은 순간 휴가를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멀리 떠날 필요 없이 서울 잠실 한복판에서 워케이션을 즐길 수 있을 정도다. ‘대체 이런 기획은 누가 하는 걸까’, ‘보통 일이 아닐 텐데 어떻게 했을까’ 궁금했다. 할머니 집에서 보던 옛날 TV에 평상까지 놓여 있는 것을 보고 더 이상 궁금증을 참을 수 없어 그를 인터뷰 하기로 했다. 일년에 네 번, 계절을 사무실에 그대로 옮겨 놓는 원티드랩의 총무, 오피스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이찬영 매니저​를 만났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원티드랩 피플팀에서 총무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찬영 매니저입니다. 총무 업무라고 하면 자산관리, 구매 등이 있는데요, 간단하게 말하면 ‘구성원들이 좀 더 즐겁고 편하게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사무실 환경을 만드는 업무’라고 할 수 있어요. 각종 비품은 물론이고 슬랙, 팀즈 같은 소프트웨어도 관리하고 있어요. 사무실 공간을 구성하고 관리하는 것도 제 역할이고요.

Q. 어떻게 사무실에 계절을 옮겨 놓을 생각을 하셨나요?

2020년 8월에 롯데월드타워로 사무실 이전을 했어요. 그런데 바로 4개월 뒤에 코로나가 터져서 전사재택 근무가 시작됐죠. 하나하나 신경써서 정말 좋은 공간을 만들었는데, 구성원들이 즐길 수 없게 되니까 아쉬웠어요. 결정적으로 사무실 바로 앞 석촌호수에 벚꽃이 만발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산책을 못하게 하더라고요. 그때 ‘석촌호수 벚꽃을 사무실로 가져오자’는 생각을 했어요. 구성원들이 조금이라도 벚꽃을 즐길 수 있게요.

처음으로 이벤트를 했더니 구성원들 반응이 매우 좋은 거예요. 그래서 아예 각 계절을 살려 정기적으로 사무실에 변화를 주자고 생각했고, 회사에서도 적극 지원해주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시작한지 벌써 2년째네요.

Q. 계절마다 사무실 공간을 바꾼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닐 텐데, 계속하는 이유가 있나요?

사람들이 똑같은 사무실로 매일 출근하는 것을 정말 좋아할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무실 공간에 변화를 주는 것이 정말 중요한 거죠. 매번 같은 사무실이면 재미도 없고 지루하잖아요. 공간의 변화는 구성원들이 즐겁고 신나게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해요. 사무실에 아무것도 없을 때보다 당장 나무 한 그루, ?꽃 한 송이를 두면 출근할 때 부터 사람들의 표정이 달라져요. 출근길에 예기치 못한 재미가 생기고, 그 에너지가 업무에도 영향을 미치죠.

또 사무실을 아무리 좋게 꾸몄다고 해도, 시간은 계속 흐르는데 공간에 변화가 없다면 무덤덤해진다고 생각해요. ‘우리 회사에 이런 공간이 있었나?’ 하고 잊어버리는 거예요. 정기적으로 변화를 주면 그만큼 구성원들은 더 다채로운 환경과 분위기 속에서 업무를 할 수 있게 돼요. 자연스럽게 리프레시도 하고, 그러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도 많이 나오고, 일도 더 잘 할 수 있게 되죠.

Q. 매번 계절을 담는 콘셉트가 달라요. 기획은 어떻게 하시나요?

​먼저 ‘이 계절을 대표적으로 상징하는 건 뭘까?’를 고민해요. 그 계절이 갖는 분위기와 느낌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테마를 찾죠. 예를 들면 봄이면 벚꽃이 가장 대표적이잖아요? 그럼 ‘벚꽃은 어떤 순간과 가장 잘 어울릴까? 어떤 느낌일까?’를 더 고민해요. 벚꽃하면 데이트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테고, 누군가는 괜히 몽글몽글한 느낌을 받기도 할 거고요. 그걸 구체화해서 다양한 소품으로 구현하는 거죠. 벚꽃 나무만 사무실에 가져다 놓는 게 아니라 카메라, 사진 인화기, 코스프레 소품 같은 것들을 함께 둠으로써 그 분위기를 표현하는 거예요.

이런 생각은 거의 매일 해요. 다른 회사 사무실 사진을 보거나 SNS를 보다가도 아이디어를 떠올리죠. 제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것들, 주변에서 뭔가 재미난 걸 했다고 이야기해주는 것들이 다 아이디어의 원천이에요. 우리 구성원들도 경험했으면 하는 것들은 모두 메모로 남겨놔요. 지금도 사실 메모가 엄청 많긴 한데, 하나씩 풀어내 볼 예정이에요.

Q. 기획할 때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까 생각해요. 감성을 자극하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소소한 포인트를 찾는 거죠. 으리으리하게, 멋있게만 꾸민다고 해서 감동을 받는 건 아니거든요. 감동 포인트를 찾을 때는 오감 중에서도 특히 시각, 청각, 미각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현실적으로 사무실에서 구현이 가능한 요소들이죠. 이 세가지 감각을 만족시킬 수 있는 디테일한 요소를 찾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요.

이번 ‘시골 외갓집의 여름’ 콘셉트를 구현할 때는 미숫가루, 옥수수 같은 간식도 함께 준비했어요. 소소한 먹을거리지만, 누군가는 어린 시절 감성으로 잠깐 돌아갈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감성을 중요하게 말했지만 그 디테일의 시작은 결국 데이터예요.? 우리 회사 평균 나이대를 고려해서 많은 구성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내는 것 같은 거죠. 회사에 30대가 많은데 갑자기 교련복을 갖다 놓으면 공감도 어렵고, 당연히 감동도 주지 못하잖아요.

Q. 소품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영화소품 업체를 주로 이용해요. 보통 영화소품 업체들은 다양한 콘셉트에 맞춘 소품을 보유하고 있고, 거기서 저희 콘셉트랑 어울릴 만한 것들을 찾아서 빌려요. 가끔 빌린 소품 만으로는 디테일이 아쉬울 때가 있어요. 그럴 땐 개인적으로 어울릴만한 소품을 찾아서 챙겨오기도 하죠.

이건 회사 자랑인데, 라운지에 있는 스크린이랑 스피커가 진짜 좋아요. 그래서 소품으로 채울 수 없는 부분들은 영상과 음악을 적극 활용하죠. 매미 소리가 잔잔하게 들리는 음악을 깔아서 야외처럼 느끼게 하거나 여름 특유의 쨍한 하늘 아래 새파란 보리가 흔들리는 영상을 틀어서, 보는 것만으로도 ‘여름이 왔네~’ 느끼게 하는 거죠.

브라운의 밀짚모자도 사실 찬영님 개인 소유다. 나무, 매미채, 그리고 밀짚모자를 쓴 브라운의 환상적인 조합이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여름 감성을 만들어 냈다

Q. 혹시 가장 힘들었거나, 특히 애정을 담았던 콘셉트가 있다면요?

다 소중하지만 굳이 뽑자면 이번 ‘시골 외갓집의 여름’ 콘셉트요. 사실 외갓집은 개인마다 다르 잖아요. 그래서 ‘이걸 어떻게 모두 공감할 수 있게 표현해야 할까’를 많이 고민했어요. 과하지 않은 수준에서 공감 포인트를 딱 잡아내는 게 진짜 힘들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디테일을 더 따졌던 것 같아요. 입구에 버스정류장 표시를 세워놨는데요, 일부러 스티커도 좀 벗겨지고 낡은 걸로 골랐어요. ‘시골에 있는 버스정류장 표시가 깨끗할 수 있을까? 벌레도 많을텐데?’ 같은 세세한 것까지 생각한 거죠. 버스정류장 표시만 봐도 시골 외갓집에 온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요.

Q. 지금까지 특별히 기억에 남는 구성원들의 반응이 있나요?

다들 사무실에 들어서면서 “우와”하고 감탄하고, 사진을 찍기 시작하는 순간 뿌듯함이 밀려오죠. 특히 이번 콘셉트를 공개했을 때 PO팀 한 분이 진짜 활짝 웃으면서 이곳저곳 둘러보고 정말 좋아하시더라고요. 그 웃음이 기억에 남아요.

Q. 계절별로 이벤트도 함께 진행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구성원들이 공간을 좀 더 느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했어요. 이번 ‘시골 외갓집의 여름’ 콘셉트랑 함께 한 ‘수박조각을 찾아라’ 보물찾기 이벤트만 하더라도 사람들이 사무실 구석 구석을 살펴보게 되잖아요. 나뭇잎도 뒤져보고, 심지어 평상도 뒤집어 보고요. 평소 잘 모르는 구성원들끼리도 보물찾기 하면서 “여기 보셨어요?” “거긴 없어요” 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도 할 수 있고요. 이벤트 하나로 구성원들의 밍글링도 자연스럽게 이뤄지죠. 물론 원티드랩을 바이럴하기 위한 목적도 있어요. 재미있는 이벤트를 하면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도 많은 분들이 올리시더라고요.

Q. 마지막으로, 찬영님의 커리어 목표가 궁금합니다.

저는 축구로 비유하면, 언성 히어로(Unsung Hero·이름 없는 영웅)가 되고 싶어요. 박지성 선수가 대표적인 언성 히어로로 꼽히는데요, 그는 맨유에서 골을 넣는 화려한 플레이를 하진 않았지만 팀의 승리를 위해 묵묵히 역할을 해낸 선수였죠. 저도 조용히 뒤에서 구성원들이 즐겁고 신나게 일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사람이고 싶어요.

당장 보이는 사무 공간을 잘 조성하는 건 물론이고, 때마다 활력을 줄 수 있는 사내 이벤트 같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요. 그런 차원에서 지난해 새롭게 ‘원티드 클럽’이라는 사내 동아리를 기획했어요. 서로 다른 팀이더라도 취미나 여가활동을 같이 하면서 섞이다보면 업무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지고 즐거운 에너지도 얻을 수 있으니까요.

저는 사람들이 총무를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중요한 사람’으로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데이터를 활용해서 구성원들이 즐겁고 신나게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건 제가 특히 잘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 영역에서 더욱 탁월해지고 싶어요. 그래서 자산 관리를 비롯한 대부분의 업무를 할 때 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요.

또 한가지 바람이라면 구성원들이 저를 볼 때 즐거워진다면, 정말 좋겠어요. 보물찾기 이벤트를 할 때면 다들 지나가면서 괜히 저를 보고 씩 웃곤 하시는데, 그게 구성원들이 기분이 좋다는 신호라고 생각해요.

저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하든 ‘우리 모두가 나답게 일하고 즐겁게 성장하도록 돕는 일’을 하고 싶어요. ‘나는 어떤 커리어를 그리고 싶지?’ 고민했을 때 이 표현 만큼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게 없더라고요. ‘일하는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이찬영’이 되고 싶어요.

원문 : ‘시골 외갓집의 여름’ 원티드가 여름을 나는 법 (Interview. 원티드랩 피플팀 총무 이찬영 매니저)

choi나다운 일의 시작 원티드랩 / 원티드랩이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소개하고, 기업 문화와 채용브랜딩에 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https://platum.kr/archives/19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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