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사이공은 이곳에서 필수인 서비스예요. 우선 상품이 많고 한국의 제철 음식, 트렌디한 상품도 갖추고 있어요. 배송이 빠른 것도 강점이죠.” 베트남 호찌민 현지에서 만난 교민의 전언입니다.

마켓사이공(Market Saigon)은 심동준 대표가 2020년 설립한 이커머스 기업으로, 베트남 호찌민을 기반으로 케이-푸드 수입 및 유통, 풀필먼트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심동준 대표는 본인이 교민 입장에서 겪은 현지 유통 구조 문제와 시스템 부재가 창업의 배경이자 기회였다고 말합니다. 심 대표는 화인웍스 총괄본부장, 올윈 대표 등을 거친 경영인입니다.

브랜딩과 유통, 풀필먼트에 강점이 있는 마켓사이공은 베트남 시장을 바라보는 국내 스타트업들에게 유력 채널이 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콘텐츠 커머스 기업 컬쳐히어로(우리의식탁 운영사), 가정간편식 전문기업 오픈더테이블 등이 마켓사이공과 손을 잡았습니다.

마켓사이공의 사업을 이해하려면 베트남 시장 현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코트라에 따르면 베트남 내 한국 상품 수입 시장은 10조 원, 이중 식품만 3조 원에 달합니다. 한국 식품 수입 규모는 매년 평균 18%씩 증가하고 있고 비정식 통관상품이 많은 베트남 사정을 감안하면 5조원 규모가 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중 혼합제조식료품 및 음료 수입 규모는 매년 20%씩 증가 중이며 과일, 냉동식품을 포함시키면 3천억 원으로 추정됩니다.

수입과 판매가 아닌 유통구조를 가지고 온오프라인 채널을 가진 업체들이 성장하는 것이 글로벌 시류입니다. 단순히 수입해 판매하는 업스트림 구조가 아니라 풀필먼트를 갖추고 온오프라인을 통해 유통하는 것이 대세인 셈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마켓컬리나 쿠팡, 배달의민족 B마트가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베트남도 증가하는 수산물 수출과 식품 소비에 힘입어 수년 전부터 콜드체인을 비롯한 풀필먼트 산업의 중요성이 부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베트남은 아직까지 선진국 수준에는 못 미치고 있습니다. 수입 재품 재고와 워킹캐피탈 관리가 필요한데, 이는풀필먼트 및 플랫폼 회사들에게 기회로 작용합니다. 아울러 시장 특성상 O2O가 한쪽 방향이 아니라 온라인 기업에게는 오프라인이, 오프라인 기업에게는 온라인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콘텐츠 및 브랜딩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과 로컬에 동시 판매가 가능한 유통구조를 가진 기업이 각광받고 있죠.

투자 업계 관계자들은 베트남의 미래를 중국의 전례를 들어 예견하기도 합니다. 중국은 버블붕괴 후부터 이커머스 시장에 변화가 왔습니다. 1999년 알리바바가 등장했고 솽스이(광군제)는 이커머스 성장의 촉발제가 됐죠. 2009년 11월 11일 알리바바의 프로모션 성격으로 시작된 솽스이는 처음 80억 원 수준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12주년인 2020년 83조 원 규모(알리바바 쇼핑 채널 기준)의 거대 쇼핑 이벤트가 됐죠. 전세계 이커머스가 하락세임에도 중국은 여전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발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중국의 전자상거래 매출액은 2조8000억 달러(약 3,570조 원)로 미국(약 927조 원)과 큰 격차를 벌이고 있습니다.

베트남은 아직까지는 오프라인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라이브커머스의 주요 채널이 패이스북인 것도 이 나라의 특징입니다. 하지만 점진적이지만 이커머스 플랫폼들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솽스이와 같은 형태의 커머스 이벤트(2월 2일, 7월 7일, 8월 8일)가 있고 쇼피, 라자다, 티키가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붐업을 도모하고 있죠.

베트남의 소득수준은 선진국은 물론이고 같은 동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높은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인구의 절반인 MZ세대는 과거와는 다른 상품에 대한 니즈가 강합니다. 스마트폰 보급률 및 인터넷 사용시간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인구 46.5%를 차지하는 2040은 저렴한 것을 찾던 기성세대와는 달리 가격이 높더라도 가심비 높은 제품을 구매하는 성향을 보입니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에 대한 만족도가 낮아 실제 구매는 오프라인에서 하는 비율이 높습니다.

베트남 MZ세대는 믿을 수만 있다면 과감하게 소비하지만 온라인 쇼핑에 대한 만족도가 낮아 쉽게 구매 버튼을 누르지 않는다는 건데요. 이러한 성향은 O2O기업들이 헤쳐나가야 할 숙제이기도 하지만 신뢰가 전제되면 충성고객이 될 소지가 크다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샤오미 등 중국에서 급성장한 기업들이 초기 팬층을 형성해 안착한 전략이 베트남에서도 통한다는 분석입니다.

마켓사이공 이야기로 돌아가 보죠. 마켓사이공은 트렌디한 한국 상품, 가격이 아니라 크리에이티브 콘텐츠를 통한 브랜드 홍보, 한국식 풀필먼트를 결합해 설립 1년 만에 교민 상대 1위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발돋움합니다. 한국식 이커머스, 물류에 익숙한 소비자를 먼저 잡은 겁니다.

경쟁사와의 차별성은 브랜드 가치 제고로 이어지고 가격 경쟁력의 기반이 되죠. 마켓사이공은 제품 소싱 능력, 기본에 충실한 필수 상품군, 빠른 응대 등 CS(고객 서비스), 제품별 상세한 설명, 직관적인 UI 및 포장 디자인, 소비자에게 소구되는 마케팅 포인트 등이 강점이니다. 이성정 판단기준과 감성적 판단기준의 균형을 맞춘 겁니다.

마켓사이공이 쌀, 계란, 물, 과일, 야채, 정육 등 필수 상품군에 신경쓰는 이유는 직접 부딪치며 체득한 소비자 분석에서 기인합니다. 마켓사이공이 1년 간 수집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고객들은 신상품이나 프리미엄 상품보다 매일 접하는 기본 상품군에 대한 안정성을 가장 우선 순위로 두고 있었습니다. 아울러 필수 구매 상품군이 잘 갖춰진 곳에서 트렌디한 특화 상품을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여러 몰을 옮겨다니는 것보다 믿을 수 있는 한 곳에서 원하는 것으로 모두 구매하기를 바라는 성향이었던 겁니다.

이 조사에 따라 마켓사이공은 필수 상품군에 대한 평가가 시장 진입에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는 다른 데이터에서도 나타납니다. 베트남 배달의민족 마트에서 필수 상품군의 비중은 50%에 달합니다. 이에따라 마켓사이공은 필수상품군을 기본으로 두고 생활, 주방, 욕실 용품 및 화장품 등 프리미엄으로 상품군에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마켓사이공은 ‘신선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책임을 지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브랜딩에 담고 있습니다. 마켓사이공을 상징하는 브랜드 오토바이와 복장, 주문 후 1시간 이내 배송하는 콜드체인, 고객 대응을 하는 CS전담팀을 두고 있있는데, 이런 시도는 베트남에서 기존에 없던 시도입니다. 특히 실사용자의 목소리를 듣는 커뮤니티를 조성해 서비스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에서 수입, 유통, 판매하는 기업 중 제품에 대한 기본 정보를 제대로 알리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사용법, 먹는 법, 재료정보, 보관법 등이 부재한 상황에서 유통만되는 상황인 셈입니다. 인지도가 높은 상품은 문제없겠지만 신규 제품을 판매하는 입장에선 난관이 있는 셈입니다. 마켓사이공은 이러한 상황을 콘텐츠로 돌파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물건 판매를 잘 하는 곳이 아니라 문화와 가치를 제공하고 소비하는 곳을 지향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2022년 8월 현재 마켓사이공이 취급하는 상품은 3500여 가지, 그중 독점상품군은 120여 개, PB(자체제작 상품) 상품군은 60여 개입니다. 독점 상품군 수만 놓고보면 현지 진출한 국내 대기업 오프라인 마트보다 많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쇼핑이 늘었고 연평균 200% 이상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교민 대상 B2C에서 성과를 낸 마켓사이공은 사업 범위를 베트남 로컬로 확장 중입니다. B2B 영역에선 GS25, 롯데마트, 케이마켓 등 90여개 기업과 손을 잡았습니다. 아울러 1800여 개에 달하는 한인 공장을 잠재고객으로 두고 영업도 진행 중이니다.

베트남 진출을 고려하는 기업들에게 마켓사이공은 테스트배드 포지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현지에 오프라인 물류, 유통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고, 라자다 등 온라인 플랫폼 운영도 능숙하기 때문입니다.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은 배송 거점(다크 스토어) 중 하나를 마켓사이공 물류센터에 두고 있습니다. 마켓사이공은 배달의민족 내 ‘서울마켓’ 상품 소싱 및 재고 관리, 유통 및 확장, 온오프라인 마케팅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 음식 콘텐츠 1위 기업인 컬쳐히어로도 마켓사이공과 손을 잡았습니다. 컬쳐히어로는 330만 명 이상의 소셜네트워크 구독자와 100만 명 이상의 회원 수를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 커머스 플랫폼 우리의식탁 운영사입니다. 컬쳐히어로가 제작한 콘텐츠 시청 3위 국가가 베트남이죠. 마켓사이공은 컬쳐히어로가 제조한 특화 상품을 베트남에 유통하고, 컬쳐히어로가 제작한 사진 및 영상 콘텐츠를 브랜딩에 활용할 계획입니다.

가정간편식 전문기업인 오픈더테이블도 해외 수출 사업 확대를 위해 마켓사이공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습니다. 양사는 함께 상품 개발과 수출입을 하며 베트남 내 많은 채널에 유통하는 것을 시작으로, 베트남에서 유통할 수 있는 다양한 음식들을 연구 및 제조하며 수익을 다각화할 계획입니다.

마켓사이공은 기술 기업으로도 발돋움 중입니다. 자체 앱 개발은 물론 두손 ERP와 함께 입출고, 재고관리, 바코드 시스템 등 시스템 구축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베트남 이커머스에 적합한 형태로 제작됩니다.

마켓사이공은 지난 2년간 데이터를 축적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합니다. 어떤 상품이 어떤 타겟에게 많이 팔리는지, 가격대는 얼마가 적당한지, 어떤 PB상품이 현지에서 통하는 지 등을 체득한 것이죠. 이러한 강점으로 인해 베트남 로컬 진입을 시도하는 업체들의 위탁 비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에따라 제품 수 및 매출액 증가도 어렵지 않게 예상됩니다.

마켓사이공의 성장 가능성을 알아본 기관 및 엔젤 투자도 다수 진행됐습니다. 주요 기관 투자자로 키움 이노베이션과 Lang DW가 있습니다. LANG DW는 김우중 대우그룹 전 회장의 삼남인 김선용 대표가 베트남에서 운영하는 F&B기업이고 키움 이노베이션은 키움 그룹의 베트남 자회사입니다.

장황하게 서술했지만 마켓사이공은 궤도에 오른 완성형 기업은 아닙니다. 경영진 스스로도 지나온 길보다 앞으로 갈길이 더 많이 남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베트남에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도를 벌이고 있는 스타트업인 것은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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