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는 세계 2위 의류 수출국인 동시에 세계 2위 면화 수입국이다. 방글라데시 전체 수출의 80% 이상이 의류 수출이다. BKMEA(Bangladesh Knitwear Manufacturers and Exporters Association; 방글라데시 니트웨어 제조수출자협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방글라데시 의류산업은 전 세계 의류시장 점유율의 6.8%를 차지하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높은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섬유산업 GVC에 대한 기여도가 높은 편이나 그동안 섬유산업 GVC를 이야기 할 때에는 소외되어 온 측면이 있다.
<주요국별 의류 수출 추이>
(단위: US$ 십억)
[자료: WTO]
방글라데시 의류 수출은 초창기부터 섬유산업 GVC의 생산과 유통 밸류체인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방글라데시 의류 제조업체들은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체제에서 특화된 분야에 집중해 왔는데, 섬유산업 GVC는 방글라데시가 저임금 등 자신의 강점을 특화하고 신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기반을 제공해준 것이다. 섬유산업 GVC의 특징은 방글라데시와 같은 개도국은 생산 및 가공에, 선진국은 연구, 디자인 및 유통 등에 집중하는 것이다. 또한, 섬유산업 GVC가 있기에 방글라데시와 같은 개도국이 더 낮은 가격으로 원부자재를 조달할 수 있게 됐다.
섬유산업 GVC의 과거와 현재
섬유산업은 상대적으로 노동집약적 산업이지만 생산과정은 글로벌하다. 섬유산업 밸류체인의 글로벌화는 1950년대에 시작됐다. 생산거점이 1950년대에는 유럽에서 북미와 일본으로, 1970년대에는 다시 홍콩, 대만, 한국, 중국으로, 1980년대에는 다시 방글라데시 등 최빈국으로 이전됐다.
현재의 섬유산업 GVC는 기본적으로 서구 선진국의 소매기업들이 개도국 생산업체와 협력해 제품을 디자인하고, 생산업체들은 직물 등 원부자재를 수입하며 최종 생산품이 다시 소매기업들에 수출되어 유통되는 구조다. 아래 표는 2021년 1월 맬버른 대학에서 작성한 보고서(방글라데시를 통해서 본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GVC 회복)에서 발췌했다.
<섬유산업 GVC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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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멜버른 대학 보고서]
참고로 EIF(Enhanced Intergrated Framework)가 작성한 면화에서 의류까지의 밸류체인도는 아래와 같다.
<면화에서 의류까지 밸류체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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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CMT(Cut, Make, Trim; 단순 가공)
[자료: EIF]
섬유산업 GVC 현지 전문가 인터뷰
KOTRA 다카 무역관은 섬유산업 GVC 관련 현지 전문가인 BKMEA 회장 Mr. Mohammad Hatam과 아래와 같이 의류산업을 중심으로 한 섬유산업 GVC 트렌드 및 섬유산업 GVC에서 방글라데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인터뷰를 실시했다. 사진 좌측은 Mr. Mohammad Hatam 회장, 우측은 KOTRA 다카 무역관 직원 Mr. Ahmad Faruque이다.
<인터뷰 모습>
질문 1) 섬유산업 GVC는 어떻게 구조화돼 있고 향후 방향은 어떤지요?
섬유산업 GVC는 크게 생산부문과 소매부문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생산부문은 다시 원부자재 소싱과 제조로 나눌 수 있고 소매부문은 다시 디자인, 브랜딩, 유통, 마케팅 및 판매로 나눌 수 있습니다. 기술이 발전하고 소비자 선호가 3D 프린팅과 wearable technology로 변화함에 따라 미래에는 연구와 디자인의 중요성이 더 부각될 것입니다. 제조부문에서는 중국, 방글라데시, 베트남 등이 주요 역할을 하고 있고, 소매부문에서는 H&M, Nike, Inditex 등 다국적 기업이 주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다국적 기업들이 섬유산업 GVC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Macy’s나 월마트 같은 대형 유통업체의 역할도 중요하며 전자상거래 발달에 따라 아마존 등 포털의 중요성도 매우 높아졌습니다. 그동안 아시아 개도국들이 저임 노동력을 바탕으로 서구 선진국보다 좋은 성과를 거두어 왔습니다만 향후로는 중국의 임금 상승에 따라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 2) 앞으로 세계 섬유산업 GVC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방금 말씀드린 것 외에도 소비자들의 사회 및 환경 이슈에 대한 인지도 제고와 제품 선호도 변화로 공정무역의 틈새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이로 인해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이 더욱 증가할 것입니다. 중국이 고임금에 대한 부담으로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쪽으로 방향을 선회함에 따라 방글라데시와 베트남의 수출 확대 여지가 더욱 커질 것입니다.
질문 3) 무역정책은 섬유산업 GVC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요?
섬유산업 GVC에서 무역정책은 섬유산업에 대한 국가경쟁력과 함께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무역협정과 각 정부의 수입 및 관세정책은 섬유산업 GVC에서 어떤 나라가 어떻게 잘 대처할 수 있을지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어떤 나라들은 직물 수입관세를 인하해 사용 가능한 원부자재를 다양화하고 수출가공공단, 보세창고, 관세환급, 현금 인센티브 등을 제공함으로써 의류생산을 활성화하고 수출을 증대시켰습니다. 로비 그룹, 직능단체, NGO 등 정치적 집단도 섬유산업정책 변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질문 4) 섬유산업 GVC에서 방글라데시의 입지가 강화되는 추세라고 보십니까?
방글라데시 의류수출의 약 73%가 티셔츠, 바지, 스웨터 등 기본 품목입니다. 경상경비와 운영비 증가, 바이어들의 가격인하 압박 등으로 이윤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방글라데시 의류 수출업체들은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품목 다변화 노력 중입니다. 오늘날 방글라데시 의류 제조업체들은 속옷, MPPE(개인용 의료보호장구), 유니폼, 작업복 등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비록 많은 도전이 있지만 향후 섬유산업 GVC에서 방글라데시의 입지가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질문 5) 방글라데시 섬유산업에서 새로운 트렌드의 새로운 품목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먼저 군복 및 경찰복 등 유니폼을 들 수 있습니다. 아직 수출 규모는 미미하지만 연간 5억 달러 규모가 생산되고 있으며 생산량이 지속 증가세를 보일 전망입니다. Team Group은 벨기에군 유니폼과 코소보 경찰복을 생산중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는 개인용 의료보호장구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Beximco 등 약 50개사가 관련 제품을 생산중입니다. 한편, 란제리 및 속옷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란제리의 경우 연간 7억 달러 정도가 수출되고 있는데, 몇 년 전만해도 수출액이 절반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중국계 현지 진출업체인 Kaixi Fashion Bangladesh사는 최근 다카 EPZ(Export Process Zone: 수출가공공단)에 6억불을 투자하여 연간 2,400만벌의 여성용 속옷을 생산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질문 6) 섬유산업 GVC에서 유럽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저렴한 인건비로 개도국들이 의류 수출에서 유리한 입지를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도 고부가 첨단패션 의류 수출이 활발합니다. 이탈리아의 베르사체, 프라다, 아르마니, 프랑스의 코코 샤넬, 에르메스, 루이비통, 독일의 아디다스, 퓨마, 휴고보스 등이 대표적입니다. 또한, 유럽은 섬유산업 GVC에서 디자인, 브랜딩, 유통, 마케팅 및 판매 등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질문 7) 방글라데시는 2026년 LDC 졸업 예정입니다. 섬유산업 GVC 관련 어떤 함의가 있을까요?
방글라데시는 2020/2021회계연도 기준 의류 수출의 70%인 268억 달러 규모의 수출에 대해 무관세 혜택을 받았습니다. 방글라데시 의류 수출의 절반이 영국 및 EU로 향하고 있으며 그동안 무관세 혜택을 향유해 왔는데, LDC 졸업 후 무관세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면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LDC 졸업 후 EU가 방글라데시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게 된다면 평균 12%의 관세가 부과될 것이며, 이는 방글라데시 제품의 가격경쟁력 약화로 귀결될 것입니다. 주요 경쟁국인 베트남이 2020년 8월 EU와 FTA를 체결한 것도 큰 위협입니다. 현재 베트남은 GSP 혜택으로 수출품의 약 42%가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는데, FTA에 따라 관세가 철폐되면 거의 99% 품목이 무관세 혜택을 받게 됩니다. 방글라데시는 EU와 GSP Plus 협상을 지속해야 합니다. 아시아 생산성 기구(APO; Asian Productivity Organization)에 따르면, 2016년 기준 1인당 생산성은 베트남이 방글라데시보다 19% 높습니다.
질문 8) 그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요?
방글라데시 정부는 섬유산업 경쟁력 강화 노력과 함께 외교적 노력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LDC 졸업 이후 연착륙을 위해 수상실 직속 위원회를 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6개 하위 분과 위원회를 두고 있습니다. 섬유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다수 대형 프로젝트 추진을 통한 인프라 기반 시설 강화가 중요하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습니다. 먼저, EU 등 주요국들과 협의를 통한 LDC 졸업 유예기간 확보가 필요합니다. 제 생각에는 최대 12년까지 유예기간을 확보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둘째, 적극적인 투자 유치가 필요합니다. 방글라데시는 yarn, woven fabric 등 의류 생산을 위한 원부자재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투자 유치를 통해 방글라데시의 섬유산업 밸류체인이 더욱 안정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함께 고부가제품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유치도 적극 추진해야 합니다. 한편, EU와의 수출가격 협상이 필요합니다. 생산단가는 지속 상승 중인데, EU 바이어들의 수입가격은 하락 추세에 있습니다. 섬유산업 GVC의 안정을 위해서도 EU에 대한 수출가격이 합리적으로 조정될 수 있어야 합니다.
질문 9) 방글라데시 섬유산업의 미래는 어떨까요? 그리고 한국과의 협력은 어떻게 이루어지면 좋을까요?
지난 10여 년간 방글라데시 섬유산업은 양적 성장에 집중해 왔지만 향후로는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하며 수출품목 및 수출지역을 다변화해야 합니다. 방글라데시는 직물 및 고부가 제품 분야 투자가 유망한 지역입니다. 방글라데시는 면화 생산이 전무한 세계 2위 면화 수입국입니다. 의류산업 성장에 따라 섬유산업 전체가 성장 중입니다. Knitted fabric 생산능력은 20%가 부족하며 woven fabric 생산능력은 60%가 부족합니다. 또한, spandex, rayon, viscose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은 매우 빈약합니다. 한국 non cotton textile 업체들이 방글라데시에 적극 진출하여 윈윈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디자인과 패션에서 강점을 가진 한국 기업들이 방글라데시와 적극 협력해서 방글라데시 섬유산업이 OEM에서 ODM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양국의 협력은 섬유산업 GVC에서 고부가 밸류체인을 창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무리) 바쁘신중에도 시간 내주셔서 인터뷰에 응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BKMEA와 회장님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섬유산업에서 한-방 양국이 적극 협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시사점
1980년대 초까지 미국과 유럽 시장에 대한 최대 의류 수출국이던 스리랑카의 정세가 불안정해지면서 방글라데시가 대체 공급국으로 발전했다. 1983년 180개에 불과했던 봉제공장이 2022년 8월 기준 약 5000개로 급증했다. 방글라데시 의류산업은 국가 전체 수출의 약 80%를 차지하며 고용 400만 명에 직간접 연결 인구만 2000만 명에 이르는 국가 핵심 산업이다. 의류 수출의 90% 이상이 미국과 유럽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2010년대 초반에 대형 사건/사고들이 연이어 발생하며 다양한 정책과 규제가 시행된 바 있으며 이후 구조조정을 거쳐 섬유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추진 중이다. 섬유산업 GVC에서 방글라데시의 입지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며 신소재/신기술 개발, 섬유소재 시험/분석/평가, 하이테크 섬유기술 인력 양성, 디자인/패션 능력 강화 등 기술협력을 통한 진출이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섬유봉제산업에 대해 매우 낮은 법인세율을 부과하며 데님 및 기능성 의류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 투자할 경우 별도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자료: BKMEA 회장 Mr. Mohammad Hatam 인터뷰, WTO, 멜버른 대학 보고서, EIF, KOTRA 다카 무역관 종합
원문링크 | https://dream.kotra.or.kr/kotranews/cms/news/actionKotraBoardDetail.do?MENU_ID=70&pNttSn=1962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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