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유미 K-LABO 대표
일본에서 한류 붐이 일어난 지 벌써 20년이 되었습니다. 저는 2004년에 유학생으로 일본에 와서 졸업 후에는 일본에서 취직을 하고, 이후 2018년에는 한국 화장품이나 애완동물 용품을 수입하는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2018년은 한국 화장품 붐이 있었고, 트와이스 등 한류 그룹이 10대~20대 젊은 층 사이에서 화제가 되면서 일본과 한국이 더 가까워진 시기였습니다. 그 전까지의 붐과는 다른, 10대~2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3차 한류 붐이 시작된 시기라고도 합니다. 한류 붐의 영향으로 다양한 소비자가 한국 문화를 받아들인 덕분에 한국 화장품을 수입 및 판매하는 당사의 실적도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으며, 2021년도에는 전년 대비 200%의 매출을 달성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수입하는 화장품 아이템 수는 약 850가지로, 간사이권을 중심으로 드럭스토어와 잡화점 6500여 개 점포에 납품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도매업체를 통해 일본 전국 드럭스토어에 저희 제품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올해 7월부터는 한국 화장품이나 과자 등의 식품을 판매하는 오프라인 매장도 오픈했습니다.
제 경험담이긴 하지만 한국 화장품이 유행한 배경이나, 일본 화장품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을 어떻게 팔아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잘 팔리는지 잠깐 말씀드리겠습니다.
한국 화장품 붐의 5가지 배경
당사는 1천~2만 명의 팔로워가 있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약 1100명으로 구성된 SNS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는데, 일본인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한국 화장품의 특징을 물어보면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압도적인 가성비'라고 답합니다. 지금까지 일본의 드럭스토어나 멀티숍에서 판매되고 있던 화장품은 주로 성인 여성을 위한 제품 위주여서 높은 가격 때문에 젊은 층이 구매하기에는 부담스러웠습니다. 저렴한 제품이 있다고 하더라도 해당 제품은 패키지가 세련되지 않고 선택지가 한정적이었습니다.
한류 붐과 함께 소매점 구매 담당자들이 한국 화장품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조금씩 매장에서도 한국 화장품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10대들도 가격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고, 세련된 디자인 패키징의 한국 제품이 매장에서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젊은 층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층이 한국 화장품을 구매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립 틴트와 CICA 등 일본에 없던 제품들이 일본 시장에 소개되면서 한국 화장품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시키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당사는 OEM 제품 개발도 하고 있는데, 한국 화장품이 인기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본 업체가 당사에 직접 연락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화장품 전시회에서 세미나에 참가했던 적이 있는데 유관기관 관계자가 한국 화장품 시장을 소개해 매우 놀랐습니다. 일본 화장품을 선호했던 일본인들의 인식이 바뀌며 한국 화장품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다고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마케팅 관점에서 보면 한국 기업은 SNS를 이용한 커뮤니케이션에 강점이 있고, 그 결과 소비자와 기업이 가까운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작이 나오면 인스타그램 등 SNS상에서 공개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동영상을 통해 제품의 특징(제품을 직접 개봉하여 제형 등을 보여주는 등)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한 생활 속에서 해당 화장품이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소비자가 직접 사용해보고 싶게 만드는 상황을 연출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제품 샘플을 받은 인플루언서들이 SNS를 통해서 정보를 확산하는 것도 일본에 비해 신속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바이어 입장에서 보면 한국 화장품 브랜드의 가장 큰 특징은 뭐니 뭐니해도 제품화 속도입니다. 일본기업의 경우 제품 기획에서 제품화에 이르기까지 시간도 길고 비용도 많이 들지만 한국 기업은 기획에서 샘플 제작, 제품화에 이르기까지 일본보다 몇 개월 이상 빨리 진행되며 가격도 저렴합니다. 한국에는 소량 주문이라도 받아주는 OEM 업체들이 다수 있기 때문에 대량 주문을 하지 않고도 아이디어를 제품화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이 부분은 일본기업에 아이템을 제안할 때 일본 담당자가 굉장히 놀라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프리젠테이션할 때 한국에서 OEM·ODM 생산을 하면 일본 경쟁사와 차별화가 가능하다고 어필하고 있습니다.
다만 한국 문화를 비롯해 한국 제품이 보다 다양한 소비자들에게 주목받게 된 계기는 코로나19 사태 영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로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SNS를 통해 한국의 트렌드를 접하거나 Netflix 등에서 한국 드라마를 보고, 요리나 과자, 잡화 등을 자연스럽게 보게 되는 경우가 늘어났습니다. 한글 모양이 귀엽다고 생각하는 젊은 층이 많기 때문에 바이어들도 일본어나 영어보다 한글이 실려 있는 패키지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얼마나 한국 트렌드를 빨리 소개할 수 있는지가 관건
바이어 입장에서 생각하는 중요 거래 포인트는 '속도'입니다. 물론 패키지 디자인과 가격도 중요한 요소이지만, 한국의 트렌드를 어떤 수입상보다 빠르게 반영하여 가격 경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메이저 드럭스토어의 경우 제품을 대량으로 납품할 수 있는 대신 거래 계약을 하기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이 기간에 트렌드가 지나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6개월에 한 번씩 제품 교체 시기를 노리고 제품을 제안해야 합니다.
반면, 멀티숍은 제품의 교체가 빠르기 때문에 계약도 빨리 진행됩니다. 트렌드 제품을 바로 소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한편, 제품 교체도 빠르기 때문에 대량으로 재고를 떠안는 것은 수입상에게는 리스크가 됩니다. 한국 기업은 제품을 한꺼번에 많이 판매할 수 있는 대형 유통상과 거래하고 싶을 수 있지만 일본에서는 대형 유통상이 직접 수입하는 경우는 적고, 중소기업을 통해서 수입하는 일이 많으므로 이 점에 유의하는 게 좋습니다.
일본 화장품 시장에서 지금 주목하는 제품
이미 한국에서는 유명한 제품이지만 토너 패드와 립 트리트먼트 제품은 현재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아침 세안 후에 화장수로 스킨을 케어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토너 패드의 경우 화장수를 머금고 있는 패드를 한 장 꺼내 닦아내기만 하면 간편하게 스킨케어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입니다.
립 트리트먼트는 잠자는 동안 입술을 케어하는 아이템으로 일본에서 인기 있는 이유 중의 하나가 두 가지 기능을 하나로 한 2 in1 제품이라는 점입니다. 스틱 타입의 립밤은 수분 공급과 발색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특히 주목받고 있습니다. 립 제품류는 핑크 계열이 인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자신의 개인 컬러를 분석하여 피부 색상에 맞는 색상을 선택하고 싶은 여성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화장품 트렌드는 나날이 변화하고 있으며, 소비자는 SNS와 유명 화장문 전문 사이트 등에서 바로 트렌드를 접할 수 있기 때문에 바이어 입장에서는 '얼마나 빨리 트렌드 제품을 시장에 투입할 수 있느냐'가 포인트입니다. 지금은 주요 한국 화장품 구매 소비자가 젊은 층 중심이기 때문에 가격이 중요하지만 5~10년 후 지금의 주요 소비자들이 구매력을 갖춘다면 더욱 다양한 한국 화장품이 일본에 들어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국의 까다로운 소비자 사이에서 유명한 제품은 마케팅만 잘하면 일본에서도 반드시 잘 팔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화장품 업계가 더욱 발전하기를 기원합니다.
※ 해당 원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원문링크 | https://dream.kotra.or.kr/kotranews/cms/news/actionKotraBoardDetail.do?MENU_ID=70&pNttSn=19642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