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지속됨에 따라 독일의 산업 또한 긴장 태세를 갖추고 있다. 특히 독일은 가치사슬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원자재 부분에 있어 러시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공급 차질이 심화될 경우 독일 산업은 여러 생산 프로세스가 연속적으로 중단될 위기가 도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독일 연방정부는 러시아 자원의 의존성을 낮추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독일, 가치사슬의 시작인 원자재 부분을 러시아에 의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지속됨에 따라 독일의 산업 또한 긴장 태세를 갖추고 있다. 최근 러시아의 대독일 가스 공급은 전체 용량의 20%로 감소해 독일 내 에너지 위기감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천연가스뿐만 아니라 독일 산업은 주로 가치사슬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원자재 부분에 있어 러시아로부터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실정이다.
독일의 가스 부족, 연쇄반응을 일으킬 수도
독일 산업계의 천연가스 소비는 전체 독일 천연가스 소비의 약 37%를 차지한다. 독일에서 천연가스는 일반적으로 화학, 철강, 금속과 같은 분야에서 사용된다. 이러한 분야에서 생산된 제품은 다른 산업에 있어서 필수적이다. 따라서 독일의 가스 부족은 결국 독일 산업 전반에 걸친 연쇄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례로 알루미늄이 없다면 자동차 생산이 철강이 없다면 주택 건설 및 기계 제작이 중단될 것이다.
러시아에 영향받는 독일의 주요 산업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는 독일의 산업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 독일은 특히 화학 및 석유화학 산업에서 가치사슬의 시작점에 있는 가스를 포함한 주요 원자재와 1차 제품을 러시아에서 수입한다. 철강산업 또한 화학산업과 같이 독일에서 가스 소비가 매우 높은 산업에 속하며, 이를 이어 기계공학, 소재 공급 분야 등도 가스에 크게 의존하는 등 독일 산업은 공급 차질로 인해 여러 생산 단계가 연속적으로 중단될 위기에 처해있다.
1. 화학산업
가스 소비가 큰 독일 화학 산업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산업 중 하나이다. 올해 8월에 발표된 독일 경제연구소(Ifo)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12개월 동안 악화세를 보인 독일 화학 산업 전망은 올해 7월 -44.4%까지 하락했다. 천연가스는 화학산업 내 에너지 소비의 44%를 차지하고 있고 전체 화학제품의 30%가 천연가스 사용이 필수인 만큼 천연가스는 화학 산업 부분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밖에도 현재 화학 산업계의 기업 절반 이상이 자재 부족의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은 적어도 2023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더불어 화학 전구체의 수입 가격도 급격히 상승했다. 독일 경제연구소(Ifo)에 따르면, 2022년 5월 기준으로 기타 무기기초물질 및 화학제품이 전년 동기 대비 65% 이상 상승했다. 동기간 비료와 질소 화합물의 경우는 전년 동기 대비 약 170%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2. 금속산업
독일은 러시아산 산업용 금속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 특히 니켈, 팔라듐, 크로뮴은 독일이 러시아에서 대규모로 수입하는 원자재이다. 독일 경제연구소(IW)에 따르면, 2019년 독일은 전체 니켈 수입규모의 40%를 러시아에서 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화학 산업·전기 공학 등 분야에 사용되는 팔라듐의 경우에 러시아산이 25%, 스테인리스강 및 화학제품에 쓰이는 크로뮴은 20%를 차지했다.
<독일이 러시아에서 대규모로 수입하는 산업용 금속 예시>
(단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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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내 러시아 수입점유율 |
주요 사용 분야 |
니켈(Nickel) |
40% |
· 부식하지 않는 철강 합금 |
팔라듐(Palladium) |
25% |
· 화학산업 · 전기 공학 · 자동차 촉매 |
크로뮴(Chromium) |
20% |
· 스테인리스강 · 화학제품 · 안료 |
[자료: deutsche-wirtschafts-nachrichten.de]
위에 언급된 원자재 외에도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알루미늄과 인산염 또한 추후 부족해질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3. 자동차 산업
독일 자동차 산업의 경우 중요 중간재가 러시아에서 수입되고 있다. 일례로 자동차 타이어 제조에 필요한 이소프렌 고무의 75%가 러시아에서 공급받고 있다. 또한 자동차 촉매 생산에 사용되는 귀금속 팔라듐의 25% 역시 러시아산이다. 독일 쾰른 경제연구소의 정보 서비스(iwd)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5만 유로(한화 약 6809만 원) 상당의 독일 자동차에는 약 500유로(한화 약 68만 원)의 러시아 부가가치가 포함돼 있으며, 이 중 러시아 에너지 품목이 150유로(한화 약 20만 원) 및 기타 품목이 350유로(한화 약 48만 원)를 차지한다고 한다.
· 주: 1유로=1,361.73원 기준
비단 기타 원자재뿐만 아니라 가스 공급 또한 자동차 산업계가 우려하고 있는 부분이다. 자동차 제조업체와 공급업체는 생산 시 가스의 의존성이 여전히 높은 관계로, 러시아 가스 공급이 완전히 중지될 경우 자동차 산업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독일 자동차산업협회(VDA)는 지난 2분기에 유럽 산업이 가스 소비를 20% 정도 감축한 것을 언급하며, 독일 자동차 업계 또한 에너지 소비, 특히 가스 소비 감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4. 농업 산업
독일의 농업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의 여파에서 자유롭지 않다. 비료의 주요 수출국인 러시아는 독일 농업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2021년 기준 질소 비료 수출국 1위, 칼륨 비료 및 인산염 비료의 수출국 2위를 차지할 만큼 주요 수출국이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질소·인산염 및 칼륨에 대하여 금수조치를 취했다. 독일을 포함하여 유럽 농가들이 특히 위 3가지 비료에 의존하는 만큼, 이러한 금수조치는 독일 농업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더군다나 비료의 경우, 글로벌 식량 위기의 위협으로 인하여 러시아를 제외한 다른 비료 수출국들도 금수조치를 취한 까닭에 러시아산 비료를 대체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질소 비료는 독일이 자체적으로 생산이 가능하나 천연가스가 쓰인다. 또한 칼륨과 인산염의 경우, 원자재의 천연 자원을 통해서만 생산할 수 있는데, 이 중 상당 부분이 러시아에 있다. 이밖에도 섬유, 제지, 의약품, 음료, 운송 수단, 인쇄 관련 산업 등도 러시아에서 가스를 포함한 주요 원자재와 중간재 공급이 중단될 시 영향을 받을 분야로 언급되고 있다.
독일 연방정부, 러시아 자원에 대한 의존성 감축을 위해 노력
독일 연방정부는 러시아 자원에 대한 의존성을 줄이려 전력을 다하고 있다. 수십년 동안 독일은 러시아에서 원자재를 조달해 왔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하여 양국 관계가 최저점을 찍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천연가스의 대체 문제와 더불어 산업 전반에 걸친 중요 러시아산 원자재를 대체하기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올해 8월 9일 독일은 가스 추가 분담금(Gas-Umlage)을 발효했다. 가스 분담금은 러시아의 저렴한 가스 공급이 크게 감소함에 따라 가스 유통기업이 파산해 공급 안정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 하에 도입됐으며 가스 유통기업은 이 결정된 분담금을 통해 비용 증가분을 고객에게 전가가 가능하다. 이 가스 분담금은 2022년 10월 1일부터 24년 4월 1일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그 뒤를 이어 8월 18일 독일 숄츠(Olaf Scholz) 총리는 천연가스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기존 19%에서 7%로 인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감면된 세금은 2024년 3월까지 적용 예정이며, 이를 통하여 가스 소비자는 정부 차원의 가스 분담금에 따른 부담을 다소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타 원자재의 경우, 독일은 공급망 다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러시아나 중국에 치우치게 의존하는 대신 다른 비서구 국가와 협력을 더욱 확대하고 독일 기업이 이러한 제3국에 투자하도록 장려할 계획이다. 또한 2차 원자재의 공급원으로써 재활용을 포함하고 독일과 유럽에서 순환 경제의 중요성 또한 대두되고 있다.
추가적으로 독일의 공급망 위기와 원자재 동향은 KOTRA 해외시장뉴스에서 참고할 수 있다.
☞ KOTRA 해외시장뉴스(독일, 공급망 위기와 높은 대중국 의존도에 맞서는 전문가의 해법) 바로가기
☞ KOTRA 해외시장뉴스(독일 원자재 공급망 동향) 바로가기
시사점
유럽의 강대국이라고 불리는 독일 또한 원자재 의존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는 국내 기업에 원자재 및 부품에 대한 공급망을 사전에 확보하고 의존도를 줄여 준비태세를 갖춰야 함을 시사한다. 특히 원자재가 부족한 우리나라의 경우 원활하고 탄력적인 공급망을 준비하지 못하면 위기가 도래할 시 시장과 생산을 전반적으로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에 확실하고 다양한 공급 루트를 마련해야 한다.
자료: Handelsblatt, Autor motor und Sport, iwd.de, focus.de, deutsche-wirtschafts-nachrichten.de, Ifo, 독일 쾰른 경제연구소(IW), euractiv.de, stadtwerke-solingen.de, 독일 연방통계청 및 KOTRA 자료 종합
원문링크 | https://dream.kotra.or.kr/kotranews/cms/news/actionKotraBoardDetail.do?MENU_ID=70&pNttSn=1963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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