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이 뒤바뀐 경험, 누구나 한번쯤 해보았을 것이다. 늦은 밤까지 좋아하는 영화나 책을 본 후, 장시간 비행 또는 해외여행을 다녀온 후, 밤낮이 바뀌어 고생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왜 밤낮이 바뀌면 몸이 힘든 것일까?

주기적으로 잠을 자는 생체리듬은 인간을 포함한 동물, 식물, 미생물의 모든 생명체에서 나타난다. 밤낮과 같은 규칙적인 환경 변화에 생명체가 단순히 적응하기 보다 내재적 시계 즉, 일련의 유전자에 기반한 내재적인 분자 진자에 영향을 받는다. 이 분자 진자가 일명 “생체시계”이다.

2017년 10월 10일,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스웨덴어: Karolinska Institutet) 노벨 위원회는 2017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제프리 홀 (Jeffrey C. Hall) 미국 메인대학 교수, 마이클 로스바쉬 (Micheal Rosbash) 미국 브랜다이스대학 교수, 마이클 영 (Michael W. Young) 미국 록펠러대학 교수를 선정하였다. 이들은 초파리에서 생체시계를 조절하는 유전자를 분리해낸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상을 수상하였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의 연구가 인간의 건강과 질병에 영향을 주는 생체시계를 설명하는 생리학적 메커니즘을 밝힌 공로가 있다고 노벨상 수상의 의미를 부여하였다.

생체시계 (biological clock)란 무엇을 의미할까? 생체시계는 생명체가 내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시계를 통칭하는 용어이다. 생체시계는 크게 3가지 시계로 구분되는데, 24시간 보다 짧은 주기를 가지는 울트라디안 리듬 (ultradian rhythm), 24시간의 주기를 가지는 서카디안 리듬 (circadian rhythm), 24시간 보다 긴 주기를 가지는 인프라디안 리듬 (infradian rhythm)으로 구분된다. 이 중에서도 지구의 자전 주기에 의해 생기는 24시간의 주기를 가지는 서카디안 리듬을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생체시계라고 하면 서카디안 리듬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생체시계의 비밀을 처음 감지한 사람은 18세기 천문학자 장-자크 도르투드 메랑 (Jean Jacques d’Ortous de Mairan)이었다. 그는 식물 ‘미모사’가 낮에는 태양을 향해 잎을 펼치고 있다가 어두워지면 잎을 오므리는 사실에 주목하였다. 그리고, 빛이 없어도 잎들은 일상적인 밤낮 (24시간)의 주기에 따라 움직이는 사실을 관찰하였다. 이는 식물에 생체시계가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최초로 증명한 것이었다.

식물에 내재되어 있는 생체시계 (출처: nobelprize)

동물의 경우, 가장 상위 단계의 전사인자는 클락 (CLOCK)과 비말원 (BMAL1)이며, 상기 이합체의 조절을 받는 하위 유전자로는 피리어드 (Period) 계열의 유전자들 (PER1, PER2 및 PER3), 크립토크롬 (Cryptochrome) 계열의 유전자들 (CRY1 및 CRY 2), 핵수용체 계열의 로르알파 (RORα)와 레벌브알파 (REV-ERBα) 등이 있다. 이와 같은 생체시계 유전자들은 전사/번역 자동-되먹임 고리 (transcription/translation auto-feedback loop)를 형성하며, 세포 수준에서도 자발적으로 리듬을 생성하는 분자 진자로 작동하게 된다.

최근, 분자 생체시계의 전사/번역 기반 자동-되먹임 고리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재설정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방식의 전사 후 또는 번역 후 공정이 주요 조절 메커니즘으로 작용한다고 알려지면서, 일주기 생체시계 유전자의 발현 조절에 관한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일주기 리듬과 분자 생체시계 (출처: ibric)

이러한 생체시계 유전자들은 일주기적으로 발현하고 있는데, 급격히 분열하는 세포들 예를 들어 종양세포나 줄기세포 등에서 현저히 억제되어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일주기 생체시계 유전자들 및 생명체가 가지는 내재적 리듬을 이용하여 일주기 리듬강화 조치를 병행하여 종양 치료 효과를 최적화하고, 간에서 항암제 해독활성이 극대화되는 시간대를 선정함으로써 부작용도 줄이려 하고 있다.

또한, 대사증후군, 면역계 이상, 뇌질환 및 심혈관계 질환 등 다양한 질병의 발병 과정과 증상은 일주기 생체시계의 기능 이상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일주기 생체시계 조절 경로를 직접적인 타깃으로 하는 약물 (분자 생체시계 제어 화합물)들이 개발되고 있으며, 생체리듬 치료의 임상적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일주기 분자 생체시계 제어 화합물 (출처: ksmcb)

분자생물학적, 생리학적, 생화학적 및 의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생체시계”와 관련하여 특허로 보호받을 수 있는 대상은 무엇일까? i) 생체시계 리듬에 관여하는 신규한 유전자를 동정한 경우 그 유전자의 기능 또는 용도, ii) 생체시계 신호전달 경로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을 제어하는 화합물을 개발하여 신약으로 사용하는 경우 그 화합물 및 용도, iii) 일주기 리듬을 측정하는 단계를 포함하는 신규 질환의 진단 정보를 제공하는 방법, iv) 일주기 리듬을 회복시키는 물질을 선별하는 단계를 포함하는 신규 질환의 치료용 조성물의 스크리닝 방법, v) 생체시계 유전자가 돌연변이된 동물체 및 이의 용도, 또는 vi) 생체시계 산출 방법 및 시스템 등이 특허 대상으로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원문 : 우리 몸속의 시계, 생체시계 – 신약의 타깃(target)으로 떠오르다!

필자 소개 : 김주영 책임 연구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처, 대학병원 유전체 연구소 연구원, 생명공학 기술분야 특허 업무를 해왔다. 현재, 특허법인 비엘티에서 화학 바이오 분야 특허, IP 전략 수립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원문링크 https://platum.kr/archives/192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