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행정 서비스의 고질적인 문제라 할 수 있는 아날로그 규제, 이것이 가장 뿌리 깊게 남아있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의료'다. 그동안 일본에서 온라인 진료 서비스는 대면을 보조하는 데에 그쳤으나 올해 4월부터 의사의 온라인 진료와 약사의 복약지도가 허용되면서 규제의 대다수가 폐지 수순을 밟았다. 그럼에도 온라인 진료 서비스 이용을 방해하는 아날로그 규제는 아직도 곳곳에 남아있다.

 

올해 4월부터 본격 시작된 온라인 진료 서비스

 

일본의 온라인 진료 서비스는 이미 2015년부터 전국적으로 허용되었다. 하지만 당시의 온라인 진료는 어디까지나 대면 진료의 보조적인 수단으로, '30분 안에 통원 혹은 방문이 가능’한 것으로 제한하는 등 거리와 이용 빈도 및 금액 등 다양한 제약이 존재했다.

 

2020년 코로나19 발발의 영향으로 2020 4월에 초진부터 온라인 진료를 허용하는 ‘코로나 특례’(코로나19 상황이 수습될 때까지의 시한적 조치)가 발령되면서, 온라인 진료 서비스를 촉진하는 제도 개선으로 이루어졌다.

 

<일본 온라인 진료의 주요 개선사항>

온라인 진료에 관한 항목

2020년 3월 이전

(코로나 특례 전)

코로나19 특례

(2020.4~2022.3)

20224월 이후 새로운 규제

진료보수

초진료

(대면진료 2880엔)

-

2140

2510

(대면의 87%)

재진료

(대면 730)

710

730

730

(대면의 97%)

의학관리료

(대면 2250엔~)

1000

1470

1960

(대면의 87%)~

이용 가능한 케이스

초진불가, 재진만

- 원칙적으로 같은 의사가 대면진료와 병행

초진부터 가능

이하의 경우에 초진 가능

- 주치의

- 의사가 환자의 의학적 정보를 파악해 가능하다고 판단

- 진단 전 상담으로 의사와 환자가 합의

실시 규칙

- 대략 30분 이내에 통원 혹은 방문 가능한 환자

- 초진 후 3개월마다 대면진료 등이 필요

- 대면과 동일한 의사가 담당

제한없음.

현행규칙은 폐지

(다만 다른 의료기관과 연계해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가질 것)

진료보수 규칙

1개월의 온라인 진료 비율은 10% 이하

[자료: 닛케이 XTech 기사 참조해 KOTRA 도쿄무역관 작성]

 

가장 크게 개선된 부분은 진료 보수의 인상이다. 일본 후생노동성 장관 고문기관인 중앙사회보험의료협의회(중의협)에서 정한 2022년도 온라인 진료 보수는 초진이 2510엔이다. 대면 진료의 2880엔 대비 87% 수준이며, 코로나 특례로 인정한 2140엔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재진(재진료)의 진료보수는 20엔이 올라 대면과 같은 수준(730)이 되었다.

 

코로나 특례 이전의 온라인 진료는 진료보수가 낮은 재진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의료기관이 온라인진료시스템 이용료를 환자에게 청구하는 케이스가 적지 않았다. 진료보수가 인상되면서 시스템 이용료를 환자에게 전가하지 않는 의료기관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거리’, 빈도’,금액’ 등의 제약도 모두 폐지됐으며, 주치의가 아닌 다른 의사라도 사전에 환자의 진료이력 등 의학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면 온라인 진료를 담당할 수 있게 되면서 일본에서 온라인 진료의 장벽은 많이 낮아진 상황이다.

 

약제사의 원격근무는 불가


온라인 진료의 아날로그 규제는 많이 사라졌으나 의료 분야의 과제는 남아있다. 마찬가지로 올해 4월부터 허용된 조제약국에서의 온라인 복약지도에는 아직 아날로그 규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현행 제도상 약제사는 대면으로도 온라인으로도 조제약국의 실제 점포에 상주해 복약지도를 해야 한다. 고객과 원격대면을 하더라도 약제사의 원격근무는 금지되는 것이다.

 

또한 처방약 배송에서도 어느 지역에서는 무인 택배함 등을 사용한 비대면 수령이 가능한 반면에 다른 지역에서는 조제약국이 직접 집에 배달해야 하는 등 혼란을 보이고 있다. 처방약을 규제하는 의약품의료기기등법(약기법)의 관련성청 및 통달(通達)에 대한 해석이 각 지방지자치단체(이하 '지자체')에서 통일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편리성을 높이는 비즈니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 1위 편의점 기업 세븐일레븐 재팬은 야마토 운수, 약국 체인점 등과 손을 잡고 무인 택배함을 사용해 처방약을 배송하는 실증실험을 2022 2월부터 시작했으나 기간은 20226월까지, 대상지역은 도쿄 인근의 카나가와현 가와사키시(川崎市)로 한정했다. 지자체마다 무인 택배함 배송에 관한 해석을 확인해 서비스를 확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규제가 거의 사라진 온라인 진료도 보급 측면에서는 아직 과제가 많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특례 하에서도 온라인 진료를 실시한 의료기관의 비율은 3~6%에 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온라인 진료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전화를 사용하는 진료가 70%,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비디오 회의 형태는 30%.

 

벤더가 제공하는 많은 온라인 진료 지원 시스템은 클라우드 형태로 작동 단말의 범위가 넓어 도입 초기비용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서비스를 도입한 진료기관은 전체의 20%에 지나지 않다. 온라인진료 시스템 개발사의 관계자 M부장과의 인터뷰에 따르면 보급을 위해서는 환자가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의사가 환자에게 장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와 의료업계는 진료과목별로 온라인진료를 안내하는 가이드라인을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전히 아날로그인 시판 약 판매


시판약 판매는 아직도 아날로그 규제가 그대로 남아있는 분야이다. 편의점과 일부 할인 판매점 등 의약품을 판매하는 유통업은 늘고있으나 매장 수는 대형 편의점의 경우 가맹점의 2% 미만에 그치고 있다. 매장에서의 시판약 판매에는 손님의 상담에 대응하는 약제사 혹은 위험성이 낮은 제2, 3류 시판약을 다루는 등록판매자의 대면접객 및 일정의 상주를 의무화하는 규제가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 등으로 구성된 일본 프랜차이즈체인협회(JFA)는 온라인으로 의약품 구입 상담이 가능하도록 정부에 규제개혁을 제언하고 있다. 원격기술을 활용해 지역의 플래그십 매장과 지역별 센터 등에서 등록판매자가 온라인으로 의약품 구입 상담에 일괄적으로 대응하는 체제를 예상하고 있다.


플래그십 매장과 지역 센터에서 24시간 상담에 대응하는 체제를 구축하면 각 매장도 시판약을 모든 영업시간에 판매할 수 있게 된다. 현재는 등록판매자가 없는 시간은 의약품 선반에 셔터를 내려 구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편의점(로손)의 시판약 판매 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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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로손(LAWSON) 홈페이지]

 

JFA는 안전한 판매 방법도 구체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등록판매자가 상주하지 않는 매장은 온라인 상담 없이는 시판약을 판매할 수 없도록 하며, 고객은 스마트폰 앱으로 등록판매자와 온라인으로 상담, 매장에 방문할 때 역시 매장 내 단말기로 등록판매자와 온라인으로 상담한다. 등록판매자는 적절한 시판약을 조언한 뒤, 상담자에게 그 약의 정보를 QR코드 등으로 발행하는 구조이다.

 

또한 계산대에서는 QR코드 등에 기록된 시판약 만을 판매하며 약은 매장 선반이 아닌 계산대 뒤 혹은 창고 등에만 보관한다. 밤에 문을 닫는 매장은 매장에 병설된 택배박스를 활용해 폐점 후에 비대면으로 약을 받는 방법도 제안하고 있다.

 

규제개혁추진회의는 대면규제 방식에 대해 논의를 본격화하겠다는 생각이나 현재까지 규제 폐지의 방향성까지 타진하지는 못한 상황이다.

 

시사점


일본에서 온라인 진료의 아날로그 규제 폐지가 가능했던 것은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온라인 진료의 전면 허용에 반대하는 이해 관계자들을 설득하는 동시에 후생노동성에 지속적으로 규제 개혁을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2020 9월 스가 전 정권 발족 후, 고노 타로 전 규제개혁상은 후생상 등과 협의하면서 온라인 진료를 초진부터 용인하는 방향으로 타진했으며 2021 6월에는 규제개혁실시계획에 이 내용을 담아 정부의 방침으로 내세우면서 온라인진료에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진료보수 개정은 의료비를 부담하는 전국건강보험협회와 경단련,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가 함께 진료보수 인상에 부정적인 의료관계자 설득에 나섰다.

 

온라인진료 시스템 개발사의 관계자 M부장과의 인터뷰에 따르면 “온라인 진료 관련 제도 개선은 업계가 희망하는 수준에 상당히 근접했다. 앞으로는 시스템 벤더와 의료업계가 어떻게 보급시킬 것인지에 달려있다.” 며 온라인 진료의 제도 개정을 높게 평가했다다만, 의사의 진료와 약제사의 의약품 처방이 세트로 디지털활용이 되지 않고서는 환자의 편의성이 높아질 수 없다. 또한 위험성이 높은 처방약조차 안정성 등의 과제를 정리해 온라인 복약지도가 허용된 상황에서 시판약의 온라인 상담 또한 시급히 검토되어야 할 과제이다.

 

온라인 진료 보급에 적극적인 의욕을 보이는 일본 정부는 계속적으로 원격 활용의 방해가 되는 규제를 찾아내어 신속히 재검토할 것으로 보이며, 아날로그의 나라로 불리는 일본이 오명을 떨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자료: 일본 후생노동성, 닛케이신문, 닛케이XTech, 로손 등 각사 홈페이지 자료 및 KOTRA 도쿄 무역관 자료 종합

원문 출처 : 코트라

원문링크 https://dream.kotra.or.kr/kotranews/cms/news/actionKotraBoardDetail.do?MENU_ID=70&pNttSn=1965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