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22년 5월 임금피크제를 무효로 보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임금피크제의 유효성과 관련한 기사와 각종 평가들이 쏟아졌었습니다. 경영학을 전공하였던 필자가 임금피크제를 처음 접하였던 것은 ‘노사관계론’ 수업에서 였는데요. 당시 임금피크제는,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노령화가 심해지는 현재 흐름에서 근로자는 정년을 연장할 수 있고, 회사는 인건비 부담을 줄여주는 ‘합리적’ 제도라고 긍정적으로 평가되었습니다. 이렇게 노사 모두에게 환영을 받을 수 있었던 요소가 있어서 도입을 추진하는 회사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임금피크제에 대하여 연령차별을 이유로 차별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효라는 취지의 판결이 나온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편에서는 임금피크제의 내용과 유형을 간단히 살펴보고, 위 대법원 판결의 에피소드 및 판단, 그 함의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 임금피크제는 무엇이고 어떠한 유형이 있을까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은 전통적으로 성과에 따른 연봉제 보다 연공서열에 따른 호봉제가 정착되어 있습니다. 이에 따라 근무기간이 길어질수록 급여는 상승하는데 고령화에 따라 업무 효율은 떨어져 회사에게 부담이 되고, 근로자는 한참 자녀 양육 등 지출이 많은 나이에 퇴직의 공포에 위험에 떨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는 청년의 신규 고용을 가로막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회사와 사회의 각 구성원들의 이해에 맞추어, 일정 연령 이상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임금, 근로시간, 근로일수를 조정하는 제도가 바로 ‘임금피크제’입니다. 임금피크제는 위와 같은 사측, 근로자측, 사회의 요구에 의하여 2000년대 초반 이후부터 명예퇴직 압박이 심화되자 도입되기 시작하였고, 2016년 고령자고용촉진법 개정으로 정년 60세 이상 의무화가 시행됨에 따라 도입이 본격화되었습니다.

임금피크제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조건 및 피크 시점 이후 고용 형태 등에 따라 정년유지형, 정년연장형, 재고용형으로 나뉩니다.

정년유지형은, 단체협약 혹은 취업규칙 등 노사간 합의를 통해 정년 나이를 정하고, 해당 나이까지는 정년을 보장하되 정년 이전 특정 시점부터 임금을 낮추는 유형입니다. 정년연장형은, 기존에 정하였던 정년 나이를 연장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여, 기존의 정년 혹은 그 이전 특정 시점부터 임금을 낮추는 유형입니다. 재고용형의 경우, 정년 퇴직자를 계약직 등으로 재고용하여 임금을 낮추는 유형입니다.

그럼 이번 2022년 5월에 나온 대법원 판결에서는 어떠한 유형이 문제된 것인지,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2022년 5월 26일 대법원 판결의 사건 및 내용

이번 대법원 판결 대상 사건의 에피소드는 다음과 같습니다(이하 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참조).

피고 회사는 노동조합과의 합의로 새로운 인사제도를 도입하기로 하였고, 이에 따라 성과연급제와 명예퇴직제를 시행하기로 하였습니다. 위 성과연급제란 만 55세 이상 정규직 직원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으로, ‘기존’의 정년 61세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직원들이 만 55세 이상이 되면 그 이전까지의 직급과 역량등급과 무관하게, 정년 이전 일정한 기간 이후부터는 임금을 단계적으로 삭감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이 정년연급제가 바로 임금피크제입니다). 원고는 이러한 성과연급제가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용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성과연급제가 시행되지 않은 경우 원고가 받을 수 있었던 임금 등과 이미 지급받은 임금 등의 차액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 것이었습니다. 한편, 피고 회사의 경우, 성과연급제가 적용되는 만 55세 이상 정규직 직원들의 성과가 그 이하의 나이의 직원보다 떨어지지 않았고, 위 성과연급제 시행에 따라 만 55세 이상 근로자에게 부여된 목표 수준이나 업무 내용도 그 이전과 동일하였습니다.

위 대법원 판결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위 규정 위반을 근거로 하여 위 피고 회사의 성과연급제 제도를 무효라고 보았기 때문인데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 사업주는 채용, 임금, 퇴직 등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제1항을 적용할 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 외의 기준을 적용하여 특정 연령집단에 특히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연령차별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말은 어렵지만, ‘합리적인 사유 없이’ 단지 나이 때문에 근로자를 차별하여서는 안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법은 항상 그렇듯이 “합리적인 이유”라는 모호하고 추상적인 표현을 쓰고 있는데요.

이번 판결에서는 그 의미를 구체화하여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 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판결이 의미가 있는 것은, 위 규정을 임금피크제에서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일응의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그 기준으로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의 불이익 정도, 임금 삭감 대상 조치 도입 여부 및 적정성, 감액 재원의 도입 목적 사용 여부를 제시하면서 그 외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대상 사건으로 돌아가서 살펴보면, 대법원은 위 기준을 적용하여, ① 55세 이상 정규직 직원들이 나이가 그 이하인 직원들 보다 오히려 성과(실적)가 더 좋으므로, 성과를 높이기 위한 성과연급제의 목적이 임금삭감 조치를 정당화할만한 사유로 보기 어렵고(도입 목적의 타당성 X), ② 원고의 임금 하락이라는 불이익에 대한 대상조치(상응하는 조치)도 없었으며(대상 조치 도입 X), ③ 그 외 원고에게 부여된 목표 수준이나 업무의 내용에 차이도 없어서(대상 근로자의 불이익), 위 피고 회사의 성과연급제는 연령을 이유로 임금 분야에서 원고를 차별한 것으로 그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어, 성과연급제를 무효로 보았습니다.

3. 위 대법원 판결의 취지 및 함의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른바 임금피크제의 무효 여부에 대해 일응의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준을 적용하여 이번 대상 사건처럼 정년유지형 중에서도 정년 이외 다른 근무조건의 조정없이 임금을 삭감하는 경우에 대해 무효라고 판단하였는데요. 이와 같은 대법원 판결은, 임금피크제 도입 이후 임금피크제의 본래 목적과 달리, 정년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임금은 삭감하여 회사의 인건비 부담 완화만을 목적으로 도입한 임금피크제는 무효로 볼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특별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사용되었는지’도 유효성 판단 기준으로 보았다는 점인데요. 이를 보면, 이번 대법원 판결은 임금피크제의 본래 목적인 ‘고령 근로자의 지속적 경제활동’, ‘회사의 인건비 부담 완화’, ‘신규인력 채용 및 생산성 향상’ 등에 적합하게 임금피크제가 고안되어 운영되어야 한다는 정책적 함의를 품고 있기도 한 것 같습니다.

한편, 정년연장형의 경우, 정해진 기존의 정년을 연장한다는 점에서 임금 피크제의 목적에 타당하고 정년 유지형의 경우보다 그 근로자의 불이익 정도가 적어, 위 판결 취지에 따를 때 무효로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의 서울고등법원 판례에서 정년 2년 연장을 조건으로 하면서 임금삭감폭이 50% 정도로 크다면 무효로 본 사례가 있는 등(서울고등법원 2021. 9. 8. 선고 2019나216671 등 판결 참조), 구체적인 사건 내용에 따라 달리 판단될 수 있으니 유형별로 나누어 도식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정년유지형 중에서 특정 사례에 대한 판단이기 때문에 임금피크제 제도 자체가 무효라고 확대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취지에 맞추어 각 사업장에서 시행하고 있는 임금피크제 제도를 다시 점검해보고 과연 우리 회사의 임금피크제가 본래 목적과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계기로 삼아, 관련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분쟁을 줄이는 기회로 삼으시면 좋겠습니다.

최앤리 법률사무소 문재식 변호사

원문링크 https://platum.kr/archives/194824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