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Financial Action Task Force)는 2022년 10월 21일 파리에서 개최된 정기총회에서 미얀마를 ‘강화된 고객확인(Enhanced Due Diligence) 등급’ 적용 대상 국가로 지정했다. 금융 제재의 일종인 이 조치에 따라 은행들은 향후 미얀마를 대상으로 하는 국제 금융거래를 보다 상세히 검토하게 됐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이하 FATF)는 자금세탁과 테러 자금 조달 방지에 취약한 국가를 ‘관찰대상국(Jurisdictions with strategic deficiencies)’으로 지정하고 제도 보완 및 시스템 개선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협력하지 않거나 개선 노력이 미진한 국가를 ‘조치를 요하는 고위험국가(High-Risk Jurisdictions)’로 분류해 규제를 가하고 있다. 고위험국가(High-Risk Jurisdictions)는 성격에 따라 ‘대응조치(Counter-measure) 등급’과 ‘강화된 고객확인(Enhanced Due Diligence) 등급’으로 다시 세분화되며, 이 중 대응조치 대상국은 국제 금융거래 중단이라는 가장 강력한 제재를 받게 된다. 반면 강화된 고객확인 대상국에는 금융거래 고객정보 검토 강화라는 통제적 조치만 적용된다.
<단계별 조치내용 및 대상국>
단계 |
|
조치 내용 |
대상국가 |
➊ 조치를 요하는 고위험국가 |
(1) 대응조치(Counter-measure) |
금융거래 전면 금지 등 |
북한, 이란 |
(2) 강화된 고객확인(Enhanced Due Diligence) |
금융거래 시 고객확인 강화 |
미얀마 |
|
➋ 강화된 관찰 대상 국가 |
자금세탁방지제도 및 시스템 개선 |
시리아, 튀르키에 등 23개국 |
[자료: 금융위원회]
현재 고위험국가(High-Risk Jurisdictions)이면서 ‘대응조치(Counter-measure)’ 단계를 적용받고 있는 국가는 북한과 이란 2개국이며, ‘강화된 고객확인(Enhanced Due Diligence)’ 대상으로 지정된 국가는 미얀마가 유일하다. ‘관찰대상국((Jurisdictions with strategic deficiencies)’은 알바니아, 바베이도스, 부르키나파소, 캄보디아, 케이만군도, 콩고, 지브롤터, 아이티, 자메이카, 요르단, 말리, 모로코, 모잠비크, 파나마, 필리핀, 세네갈, 남수단, 시리아, 탄자니아, 튀르키에, 우간다, 아랍에미리트연합, 예맨 등 총 23개국이다. 미얀마도 이번 강등 조치가 있기 전까지는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참고)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Financial Action Task Force)는 1989년 G7 합의에 따라 설립된 정부 간 국제기구로 UN협약 및 안보리 결의와 관련된 금융조치(Financial Action)의 이행을 위한 행동기구(Task Force) 역할을 한다. 주요기능은 국경을 초월해 발생하는 자금세탁, 테러자금 조달 등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국제기준의 마련, 회원국 간 상호 평가‧감독의 실시, 비협조국 및 국제기준 미이행국에 대한 금융제재 결정 등이다. 현재 미국, 일본, 영국, 중국, 독일, 프랑스, 브라질, 아르헨티나, 터키 등 총 37개 국가와 2개 국제기구(European Commission, Gulf Cooperation Council)가 회원으로 있으며, 우리나라는 2009년 10월 정회원으로 가입해 부의장국(2014년) 및 의장국(2015년)을 맡은 바 있다. 참고로 러시아는 2022년 6월부로 의결권을 정지당했다. |
강화된 고객확인(Enhanced Due Diligence) 등급 적용 경위
FATF가 정기총회 회의록에서 밝힌 이번 강화 조치의 근거는 미얀마의 자금세탁 방지제도 및 시스템 개선 노력 부진이다. FATF는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규제 및 감시체계의 구축, 위반자에 대한 법적제재, 국제공조 노력 등 총 40개 권고 항목(Recommendations)을 규정하고 이에 대한 이행 여부를 국가별 위험도 판단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미얀마는 지난 2018년 9월 발표된 ‘상호 평가 보고서(Mutual Evaluation Report)'에서 7개 항목에 대해 ’준수(C, Compliant)‘, 10개 항목에 대해 ’대체로 준수(LC, Largely Compliant)‘, 17개 항목에 대해 ’부분 준수(PC, Partially Compliant)‘, 6개 항목에 대해 ’미준수(NC, Non-Compliant)‘ 상태인 것으로 평가받은 바 있다.
(*주: 미얀마에 대한 상호 평가 보고서는 FATF의 지역기구인 아태지역 자금세탁방지기구(APG, Asia Pacific Group on Money Laundering)에서 작성하며, FATF의 권고 항목(Recommendations)에 대한 이행 상황을 준수(C, Compliant), 대체로 준수(LC, Largely Compliant), 부분 준수(PC, Partially Compliant), 미준수(NC, Non-Compliant) 등 4개 등급으로 평가한다.)
<미얀마 중앙은행 양곤 사무소>
[자료: KOTRA 양곤 무역관 자체 촬영]
이와 같은 평가 결과에 대응해 2019년 미얀마 중앙은행(CBM, Central Bank of Myanmar)은 금융거래 확인 지침 강화안을 발표했으며 2020년 2월에는 FATF에 대한 정부 차원의 협조를 보장하고 8개조로 구성된 개선 계획을 수립해 2021년 9월까지 이행하기로 약속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후 8개조 개선 계획에 대한 실천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으며 2021년 2월 군부 쿠데타로 정권이 교체되는 등 정치적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약속한 이행 기한인 2021년 9월이 지났다. FATF는 2022년 6월 정기총회에서 이와 같은 개선 이행 부진상황에 대해 ’상당한 우려(significant concern)‘를 표명했으며 계획을 신속하게 완료하지 않을 경우 10월 정기총회에서 ’강화된 고객확인(Enhanced Due Diligence)' 등급 적용이 결정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는 이와 같은 경고를 받은 이후에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결국 2022년 10월 정기총회에서 ‘강화된 고객확인’ 등급의 적용이 확정됐다. 참고로 미얀마는 2022년 8월 아태지역 자금세탁방지기구(APG)가 발표한 상호 평가 보고서에서도 6개 항목 준수(C), 16개 항목 대체로 준수(LC), 15개 항목 부분 준수(PC), 3개 항목 미준수(NC) 등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바 있다.
2011년 고위험국 지정 경험과 이후 경과
미얀마는 이미 지난 2011년 10월 고위험국가로 지정됐던 경험이 있다. 당시 FATF는 미얀마에 대해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 조달 방지를 위한 제도적 결함 개선에 진전이 없으며, FATF와 함께 수립한 개선 계획의 실천에도 전념하지 않았다”며 지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미얀마 정부는 2014년 자금세탁방지법(Anti-Money Laundering Law)를 개정했으며, 2015년에는 테러방지법(The Counter Terrorism Law)을 제정하고 동년 중앙은행이 자금세탁 방지 관련 지침을 발표하는 등 뒤늦게 개선 노력을 진행했다. 그리고 이런 자구책 실천의 결과가 인정돼 2016년 2월부터 관찰대상국 등급으로 하향 지정됐으며, 동년 10월에는 관찰대상국 명단에서도 제외됐다. 그러나 근본적인 제도 개선 및 감시 체계 구축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에 이후에도 미얀마는 여전히 불안 요소가 존재하는 국가로 남아 있었으며 결국 2020년 2월에 개선 계획의 수립 및 적극적인 실천을 요하는 ‘관할대상국’으로 재지정되며 FATF의 관리 감독을 받게 된 바 있다.
현지 반응
미얀마 군정의 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는 국가행정위원회(SAC, State Administration Council) 정보부 조민툰(Zaw Min Tun) 차관은 이번 조치에 대해 “정치적인 이유가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논평하면서도 정부 대응과 영향에 관해서는 정치적 해석을 자제했다. 조민툰 차관은 FATF의 경고에 대해 최대한의 조치를 취해 미얀마가 고위험국가 명단에서 신속히 빠져나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히는 한편 고위험국가로 지정됐던 2011년부터 2016년 사이에도 경제발전에는 문제가 없었다며 자국 경제에 미칠 충격에 대해 제한적인 평가를 했다.
미얀마 중앙은행(CBM, Central Bank of Myanmar)도 “과거에는 FATF의 40개 권고 항목 중 20개 미만만 제대로 이행했으나, 최근에는 24개 항목을 이행 완료했다.”고 밝히는 등 자국의 개선 노력이 점진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또 과거 고위험국가 지정 경험을 바탕으로 등급 개선을 위한 이행 계획을 이미 수립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 단, 상기 성명에서 24개 항목을 이행했다고 자체 평가한 기준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양곤시 주유소와 약국에 늘어선 구매 행렬>
[자료: KOTRA 양곤 무역관 자체 촬영]
현지 주민들은 FATF의 강화 조치가 발표된 다음 날인 10월 22일 극도로 혼란에 빠진 모습을 보였다. 특히 페이스북(Facebook)을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외환거래 중단, 달러화로 수입되는 의약품, 생필품 및 유류 공급의 중단 등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확대 전파되며 약국과 주유소에 많은 인파가 몰렸다. 시중 환전소 환율이 중앙은행 고시환율(달러당 2,100Kyat)보다 3배 가까이 높은 6천 Kyat를 기록했다는 소문도 급격히 퍼졌다. 그러나 다음날인 10월 23일부터는 안정을 되찾는 모습을 보였으며 생필품 및 유류 공급 중단 사태도 현재까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시중 환전소 환율도 고위험국가 지정 이전에 비해 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시사점
이번 조치로 인해 미얀마와의 금융거래 절차가 복잡해지는 것은 분명하다. 은행들이 더 많은 서류와 증빙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으며 내부 검토도 철저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금융거래에도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융경색의 정도가 이전과 비교해 특별히 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일부 존재한다. 미얀마가 이미 고위험국가로 지정된 경험이 있으며, 2021년 2월 군부 쿠데타와 국제 제재 이후 은행들이 이미 자체적으로 면밀한 검토를 하고 있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규제가 도입된 것은 아니라는 시각이다. 따라서 이번 조치의 영향에 대한 성급한 확대 또는 축소 해석은 지양할 필요가 있으며 향후 있을 금융당국과 은행의 세부 지침에 따라 기업별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자료 : 국제자금세탁방지위원회(FATF), KOTRA 양곤 무역관 자료 종합
원문링크 | https://dream.kotra.or.kr/kotranews/cms/news/actionKotraBoardDetail.do?MENU_ID=70&pNttSn=19782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