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평가기관인 ‘스타트업 지놈(Startup Genome)’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대한민국 서울의 창업생태계 순위는 작년 16위에서 6계단 상승한 10위에 오르며, ‘창업하기 좋은 도시 TOP 10’에 진입했다.

이를 반증하듯 글로벌 스타트업 이벤트 ‘컴업2022’에는 미국, 영국, 독일, 이탈리아, 인도, 베트남, 탄자니아 등 전 세계 19개국 250여명의 스타트업과 생태계 관계자가 참여했다. 이들은 최근 혹한기에 접어든 전 세계 투자 동향, 한국의 외국인 창업 환경 등 이슈를 분석하고 토론하며, 각국의 스타트업 생태계 현황을 소개하고 글로벌 진출을 위한 상호 협력도 논의했다.

이번 컴업2022 현장에서 이탈리아, 독일, 말레이시아 스타트업 6개 사를 만났다. 이들은 ‘컴업 X’ 세션의 주요 행사인 해외 스타트업 데모데이 및 경쟁 피칭 무대에 오른 기업들이다. 이들은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어떤 인상을 받았을까.

이탈리아 패션 스타트업 ‘TA-DAAN’의 코스탄자 톰바(Costanza Tomba, 사진 왼쪽) CPO와 로베르타 리고시(Roberta Ligossi, 사진 오른쪽) CEO ⓒ플래텀

올해 컴업 2022에서 IR을 진행했다.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리고시 : 한국 액셀러레이터의 외국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알게됐고 기회라고 생각해서 지원했다. 다행스럽게도 선정되어 무대에서 IR 발표까지 했다. 한국시장을 제대로 알아보고 싶었고, 핏이 맞는 곳이 있다면 비즈니스 접점을 찾고 싶다. 소비자에게 우리 제품을 널리 알리는 한편  우리 사업에 관심있는 투자자를 만나길 바란다.

한국 시장은 외국 스타트업에게 어떤 장벽이 있다고 보나. 

리고시 : 해외 스타트업 입장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언어장벽이다. 이 부분은 대부분의 외국 스타트업이 느끼는 걸 거다. 영어를 잘하는 한국인도 많지만, 젊은 세대에 한정된 느낌이 있다.

톰바 : 반면에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구성원의 영어수준은 꽤 높다. 그래서 스타트업 관계자들과는 소통이 원활하다. 언어를 떠나 우리 같은 초기 단계 스타트업은 세계 어디에서나 쉽지 않다. 좋은 제품을 개발해 핏이 맞는 시장을 잘 찾아가는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한국 시장의 매력도는 얼마나 있을까.   

리고시 :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정부 주도로 잘 조성되어 있다. 그리고 우리같은 패션 스타트업에게 정말 매력적인 마켓이다. 이커머스가 굉장히 견고한 시장이고 인테리어나 럭셔리 제품 카테고리가 풍성하다. 특히 한국 소비자는 외국 제품에 대해 마음이 열려있다는 인상을 받고 있다.

한국 창업 생태계에 대한 평가를 해준다면.

톰바 : 투자 환경을 보면 긍정적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유럽피언 창업자 입장에서 보자면 한국 투자 생태계는 매우 잘 되어 있고 평판도 좋다. 정부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민간 VC가 시드부터 시리즈 A, B라운드까지 투자를 한다.

리고시 :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도 점점 더 세계화가 되어 갈 거라 전망한다. 그럴 역량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

이탈리아 펫테크 스타트업 TracyPet SRL의 안드레아 벤추렐라(Andrea Venturella) CTO ⓒ플래텀

컴업2022에 참여한 배경을 이야기해 준다면. 

한국 액셀러레이터가 진행하는 해외기업 대상 육성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인연이 됐다. 한국은 펫마켓이 굉장히 크기에 우리에겐 좋은 타깃 시장이고 파트너와 투자자를 만날 가능성도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직접 겪은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어땠나. 어떤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나. 

한국은 스타트업 인프라와 투자 환경이 좋은 손꼽히는 국가이다. 현재 이탈리아의 투자 환경은 상황이 좋지 않다. 유럽 전체를 봐도 프랑스나 독일 정도를 제외하면 한국같은 인프라는 보기 힘들다. 한국은 스타트업 투자가 규모있게 진행되고 있고 큰 스타트업 지원 센터도 밀집되어 있다.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좋은 인풋이 한국에 풍부하게 있는 건데, 세계를 둘러봐도 흔한 사례는 아니다.

그러면 단점은 뭐가 있을까. 

짧은 경험이기에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다만 외국 기업에게 다소 폐쇄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현지에서 기업 관계자, 투자자와 미팅을 하면서 자주 들은 말이 우리 팀에 한국인이 있는지 없는지였다.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면 현지에 지사를 두고 한국인 직원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유럽의 비즈니스 형태와는 상이한 측면이 있다.

또 미팅을 하면서 느낀 것이 영어로 소통이 생각보다 원활치 않았다는 거다. 언어의 장벽이 존재하는 거다. 아울러 스타트업들이 내수시장에 치중하는 듯한 인상도 많이 받았다. 그리고 문화의 차이가 있는 듯 싶다. 예를 들어 유럽에서는 명함을 주고받을 때 그냥 편하게 주고 받는다. 이런 게 한국인이 보기에 굉장히 예의 없게 보일 수 있다. 한국인들은 굉장히 공손하게 명함을 주고받더라. 그런 문화 차이가 넘어야할 작은 산들인 것 같다.

그러나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아주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컴업과 같은 큰 행사가 한국과 한국 스타트업을 더 국제화시킬 거다.

한국 스타트업에게 조언해 줄 것이 있다면. 

한국 스타트업들과 미팅을 하면서 느낀 것은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고 팀들이 굉장히 다이나믹하다는 거였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느낀 점은 글로벌 무대로 나가는 것을 주저한다는 인상이었다. 진출 검토 국가도 아시아 내에 머무르는 듯했다.

사견이지만, 비즈니스를 시작할 때부터 세계로 나갈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고 본다. 미국 스타트업 대부분이 첫 번째로 생각하는 것이 글로벌 서비스이다. IT와 AI 등 한국 기업이 잘 하는 섹터들이 많다. 다른 나라에서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 또는 외국 VC로부터 투자유치를 하려면 시작부터 준비되어야 한다고 본다.

독일 스타트업 Future Demand의 하네스 트론스버그(Hannes Tronsberg) CEO ⓒ플래텀

컴업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뭔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한국은 라이프 엔터테이먼트 산업에서 10위 안에 드는 큰 시장이라는 것, 그리고 지난 2년 간 생활 엔터테이먼트 콘텐츠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K-팝이라는 것이다. 이걸 제대로 알려면 한국 시장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한국 시장에 진입하는 데 필요한 서포트를 얻기 위해서 선택했다.

직접 본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어떻던가. 

굉장히 활기차다고 느꼈다. 한국의 매력적인 스타트업을 다수 만났는데, 더 많은 스타트업 창업가를 만나길 바란다. 그들로부터 얻는 긍정적인 영감이 있다.

한국 스타트업 미래는 어떨 거라고 보나. 

관련 전문가는 아니지만, 몇 년 내 굉장히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국 스타트업과 창업자들을 보고 있으면 그런 확신이 더 크게 든다. 또 한국은 환경적으로 정부가 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창업을 시도하고 세계로 뻣어나가는 것을 지원하는 배경이 있다는 것은 중요한 동인이다.

독일 스타트업 ‘Löblich’의 크리스티안 레오브(Chrisian Leob) CEO ⓒ플래텀

컴업2022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뭔가. 

저먼 앙트레프레너십 아시아(German Entrepreneurship Asia, GEA)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한국시장에 우리 제품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기뻤다.

한국시장에 대한 인상은 어땠나. 

한국은 동네 슈퍼마켓에서 독일 제품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개방적인 시장이다. 독일과의 물류, 유통 채널도 연결되어 있고 한국민의 독일 제품 인식도 좋다. 다만 우리같은 작은 회사들이 진출하는 데는 관문이 있어 보인다. 한국의 식음료 관련 법규와 수입과정은 난해한 편이다.

한국 창업 생태계도 직간접적으로 느꼈을 텐데. 

한국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각각의 멘토와 연결해주고, 한국마켓에 대해 세세하게 가르쳐 줬다. 감사한 일이다. 앞으로 실질적인 네트워킹, 파트너 발굴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 시장과 스타트업 생태계를 어떻게 보나. 

예전에는 아시아에서 일본만이 혁신적이고 높은 상품력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작년부터 한국도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됐다. 특히 한국에는 엔지니어링 등 영역에 창의적인 인재들도 많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긍정적일까.

아시아에서 한국과 견줄만한 곳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와 민간에서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고,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전방위적인 지원도 이루어지고 있다. 그것의 상징과 같은 것이 컴업과 같은 행사라고 본다.

ASEIC 주최 에코톤 우승팀 초청 피칭대회에서 우승한 말레이시아 스타트업 ‘Energreen Tech SDN BHD’ (왼쪽 IR.WONG SHIAN CHING(COO), 오른쪽 : IT.DLOE JSY DHRTN(CMO)) ⓒ플래텀

6개 국가 지역 우승자가 출전한 에코톤 IR 피칭에서 우승됐다. 소감을 말해준다면. 

노력이 보상받은 느낌이다. 피칭을 준비하면서 프로그램 멘토들로부터 많은 조언을 들었고, 그것이 회사와 서비스의 매력을 더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되었다. 덕분에 설정했던 여러 목표를 예상보다 높게 달성할 수 있었다. 에코톤 대회를 통해 피칭 테크닉은 물론 우리 프로젝트를 더 구체화 시킬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건 우리의 몫이다.

친환경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탄소 배출량 감소, EV 비용 절감을 위한 다양한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세컨드 라이프 EV 배터리 스토리지 솔루션이 있다.

회사의 장단기 마일스톤은 뭔가. 

꾸준한 발전을 통해 아시아 전역으로 확장해 나가는 거다. 더 나아가 전세계로 서비스를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그전에 앞서 우승을 한 오늘은 맥주를 마실 거다.

말레이시아 스타트업 ‘BeeBag’의 Joshua Lim Yi Fan CEO ⓒ플래텀

에코톤 IR 무대에 올랐다. 

말레이시아 에코톤 대회에서 수상해서 IR 무대에 초대받았다. 투자자, 혹은 친환경 기업과의 네트워킹을 희망하며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시장은 어때 보이나. 

굉장히 매력적이다. 한국에 정말 많은 기회가 있다는 것을 보게 됐다. 또 스타트업 관계자들의 진보적인 마인드도 인상적이다.

우리는 스마트 재활용 백을 제조하고 있다. 제품에 모바일과 연동이 가능한 NFC 칩이 삽입돼 일상 속에서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게 유도한다. 다만 아직 말레이시아에는 아직 우리 제품이 널리 쓰일 여건이 아니다. 반면에 재활용백이 보편화된 한국은 매우 적합한 시장이라 본다. 아울러 전반적인 마켓도 크기에 목표 시장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외국 스타트업이 한국 시장에서 가장 먼저 맞뜨리는 어려움은 뭘까.

아마도 언어장벽이 될 것 같다. 진지한 사업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는 한국어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야 될 듯 싶다. 다음에는 그게 가능한 사람과 함께 오려한다.

오늘 행사 후에 무엇을 할 계획인가. 

같은 말레이시아 스타트업이 우승해서 기분도 좋고 자랑스럽다. 함께 축하파티를 할 거다.

원문링크 https://platum.kr/archives/196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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