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영, Intermediate animator, Sony Pictures Imageworks
캐나다는 세계의 많은 애니메이션, VFX 영화를 제작하는 주요 국가 중 하나이다. 이 중 브리티쉬 컬럼비아주는 할리우드와 가까운 지리적 이점, 다수의 전문 교육기관 소재, 다양한 산업 지원정책 등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애니메이션, VFX 클러스터가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광역밴쿠버 컨벤션·관광국(The Metro Vancouver Convention and Visitors Bureau)에 따르면 필름과 TV 프로덕션 산업을 통해 약 6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브리티쉬 컬럼비아주에서 창출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활발한 산업환경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도 많이 있다. 그중 밴쿠버에 위치한 소니 픽처스 이미지웍스에서 3D 애니메이터로 근무하고 있는 김나영씨가 3D 애니메이터 취업 과정, 근무 경험담, 현장에서 얻은 생생한 업계 정보를 밴쿠버 무역관에 알려주었다. 한국 경력을 살려 캐나다 취업 및 정착에 성공한 김나영씨의 이야기가 해외 취업을 희망하는 많은 이들과 관련 업계가 캐나다 애니메이션, VFX 산업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본문은 김나영씨로부터 받은 기고문으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되었다.
한국 경력을 기반으로 캐나다 취업 및 정착에 성공한 경력 10년 차 3D 애니메이터
<소니픽처스 이미지웍스에서 근무하고있는 김나영 3D 애니메이터>
[자료: 김나영님 개인 제공]
Q1. 간단한 자기소개 및 현재 근무 중인 회사, 직무 소개 부탁드립니다.
A1. 안녕하세요. 3D 애니메이터 김나영입니다. 경희대학교에서 디지털콘텐츠 학과를 전공하였고 졸업 후 국내 애니메이션 기업인 토이온과 키링에서 약 5년간 경력을 쌓았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캐나다 워킹 홀리데이를 알게 된 후 2017년에 캐나다로 오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의 경력을 살려 취업에 성공한 후 이를 계기로 지금까지도 캐나다에서 3D 애니메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몬트리올 시네사이트(Cinesite), 토론토 픽쏘몬도(Pixomondo), 토론토 넬바나(Nelvana)를 거쳐, 현재는 밴쿠버의 소니 픽처스 이미지웍스(Sony Pictures Imageworks)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등으로 유명한 소니 픽처스 이미지웍스는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로 밴쿠버에 본사가 위치해 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몬스터 호텔 4(Hotel Transylvania 4), 씨 비스트(The Sea Beast) 작품에 참여하였습니다. 현재는 넷플릭스용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작업하고 있습니다.
<김나영 애니메이터가 참여한 작업물>
주: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Hotel Transylvania4, Extinct, Riverdance, Spookiz
[자료: 각 영화 스크린샷]
Q2. 처음 워킹홀리데이로 1년 동안 캐나다에 오신 후 정착까지 결정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A2. 캐나다는 애니메이션과 영화 산업이 잘 발달돼 있고 관련 기업이 많아서 취업 및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도 많습니다. 또한 3D 애니메이션 제작 전 과정의 세부적인 체계를 의미하는 파이프라인이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어 본인이 하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어 작업 효율도 좋습니다. 캐나다의 애니메이터 직종 급여는 한국보다 높고 야근도 훨씬 적기 때문에 일과 생활의 좋은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여러가지 이유로 캐나다에서의 삶을 지향하게 되었습니다.
Q3. 캐나다에서 취업 후 정착하는 과정에서 워킹 홀리데이, 취업비자, 영주권순으로 다양한 비자를 받으셨는데 준비해온 과정이 궁금합니다.
A3. 워킹 홀리데이 비자는 일명 Open work permit으로 1년 동안 캐나다 내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비자입니다. 하지만 비자 유효기간은 1년으로, 이후 캐나다에서 합법적으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취업비자를 내주는 취업처를 구해야 합니다. 제가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채용된 토론토의 Pixomondo는 당시 취업비자를 지원해 주는 시스템이 없었습니다. 마침 몬트리올소재 시네사이트 회사에서 취업비자를 지원해준다는 이야기를 들어 지원했고 다행히 채용이 되었습니다. 채용된 후 비자를 두 차례 연장받으며 근무하고 있던 중 2019년에 터진 팬데믹의 여파로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취업비자 연장을 받지 못해 고국으로 돌아가거나 취업할 곳을 찾지 못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때 캐나다 영주권을 받아야 좀 더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캐나다 영주권 신청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저는 그중에서 ‘캐나다 경력 1년 소지자’가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택하였습니다. 캐나다에서는 각 주(州)마다 영주권 초대 기준에 차이가 있습니다. 제가 근무하던 몬트리올이 위치한 퀘백주에서 요구하는 이민 점수의 충족은 힘들어(전공 학위, 프랑스어 구사 여부 등) 영주권 준비를 위해 다른 주로의 이동을 결정했습니다. 운이 좋게 밴쿠버에 있는 소니 픽처스 이미지웍스에 채용되어 밴쿠버로 이주한 후 바로 영주권을 직접 신청하였고 현재는 캐나다 영주권자 신분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본인의 작업물 스타일과 잘 맞는 회사에 지원하는 것이 입사 성공 포인트
Q4. 지금까지 캐나다 내 다양한 유명 애니메이션 제작사에서 경험을 쌓아오셨는데요. 입사 성공 비결 및 구직 준비를 위해 미리 준비하거나 알아두면 좋은 팁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A4. 비결이라기보다 제가 생각하는 입사 성공 공통점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우선 저의 애니메이션 스타일이 회사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와 잘 맞아떨어진게 채용 합격의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애니메이션 스타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실제로 연기하는 것처럼 부드러운 라이브 액팅이 있고 카툰 같은 과장된 스타일이 있습니다. 당시 저의 데모릴(포트폴리오)은 과장된 스타일이 대부분이었는데 합격한 회사의 프로젝트도 비슷한 스타일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서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면접을 볼 때에는 면접관과의 아이 콘택트을 잘 유지하면서 의견 전달을 명확하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어려운 영어를 구사하기보다는 쉽고 심플하며 확실한 의사 표현을 하려고 했는데 그게 잘 통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표정도 최대한 밝게 유지하려 했습니다. 업계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입사 성공의 팁이 있습니다. <운+실력+타이밍>입니다.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업계에서 인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시기에는 구직이 힘듭니다. 그러니 취업이 안되더라도 너무 자신을 탓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해외 취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첫째로 실력, 즉 자신의 데모릴입니다. 본인의 데모릴 수준에 따라 연봉이 달라지고 채용여부가 결정됩니다. 본인의 데모릴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혼자서 개인작업을 하는 것보다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서 데모릴을 업그레이드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요즘엔 훌륭한 온라인 튜터링이 많으니 본인에게 투자한다고 생각해서 적극적으로 활용하시길 바랍니다. 두 번째로는 영어입니다. 애니메이션 스킬이 훌륭하더라도 영어 실력이 부족해서 인터뷰에서 떨어지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그러니 해외 취업을 염두해 두고 있다면 틈날 때마다 영어공부 하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정보입니다. 링크드인에 올라오는 공개된 정보보다 더 자세하고 신속한 업계 정보는 해당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 혹은 같은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나옵니다. 예를 들어 Sony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지원 링크를 통해 이력서를 내는 것보다 인사팀에게 바로 이메일을 보내면 훨씬 빠르게 답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취업을 희망하는 회사의 대략적인 표준 연봉테이블을 대략적으로 알고 있으면 적어도 평균에 못 미치는 계약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아는 어떤 애니메이터 지망생은 유학 정보를 얻기 위해 희망 업계에 일하고 있는 분들을 구글링을 통해 찾아 이메일을 보냈다고 합니다. 저처럼 소셜미디어에 이메일 주소를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을 적극 활용하시길 바랍니다.
Q5. 입사지원부터 캐나다 현지 기업 채용까지의 과정은 어떻게 진행됐는지, 그리고 면접 관련 팁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A5. 요즘에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 있는 회사의 링크드인(Linkedin)을 팔로우해서 최신 채용 정보를 확인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지인을 통해 구인 정보를 얻기도 하며 그들의 추천을 받아서 인터뷰를 보기도 합니다. 저도 대부분의 경우 지인의 추천을 받아 인사팀에 이력서와 데모릴을 이메일로 보냈습니다. 대부분 5일 이내로 답장이 왔고 채용 담당자와 이메일로 면접 날짜를 조율하고 면접을 봤습니다. 면접에서는 주로 간단한 자기소개,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작품과 스타일, 일할 때 가장 힘든 점과 해결 방법에 관련된 질문을 자주 받았습니다. 미리 예상 질문을 뽑아 놓고 연습하면 도움이 많이 됩니다. 그리고 면접 보기 전 동종업계에서 면접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질문을 받았는지 조언을 구하는 것도 좋습니다. 예상 질문에 대한 준비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 자신감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면접을 본 후 빠르면 당일, 느리면 2~3주 내로 인터뷰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채용이 확정되면 인사 담당자와 이메일로 필요한 서류를 주고 받고 연봉 협상과 채용 날짜 등을 협의하게 됩니다. 면접은 같은 주에 있는 회사의 경우에는 회사로 찾아가서 대면 면접을 봤고 다른 지역의 경우에는 화상 면접을 봤습니다. 특히 팬데믹 이후로는 화상 면접이 일반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캐나다 비쥬얼 이펙트 회사인 ILM의 화상면접을 본 후 찍어 놓은 영상을 저의 개인 유튜브에 공유한 적이 있었는데 조회수도 가장 높고 캐나다 취업을 준비하는 많은 분들이 도움이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좀 더 상세한 인터뷰 질문과 면접 분위기가 궁금하시다면 저의 영상도 참고해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캐나다 회사 영어 면접 정보를 소개한 유튜브 영상>
[자료: 김나영님 유튜브 채널 ‘곰나 Gomma’]
Q6. 현지에서 애니메이터 업무를 하는데 있어서 영어 실력의 중요성은 어느 정도 인가요
A6. 작업자의 경우에는 영어 실력이 업무에 미치는 영향이 적습니다. 총감독이나 팀장과 미팅을 할 때 수정 사항을 알아듣지 못해도 코디네이터가 수정 사항을 글로 정리해서 공유해 주기 때문에 작업에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코디네이터는 팀장과 함께 팀원의 스케쥴을 관리하고 팀 미팅도 잡아줍니다. 그리고 감독과의 리뷰(daily rounds, director review)가 있을 때 리뷰 노트들을 정리해서 전달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팀 리드와 단둘이 대화를 할 때에는 코디가 없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기고 그게 누적이 되면 인사평가에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적당한 영어 의사소통 능력이 된다면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작업자가 아니라 관리자나 리드의 경우에는 영어의 비중이 굉장히 큽니다. 애니메이션 관리자와 리드는 8시간 일과 중에 7시간이 미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화의 연속입니다. 그러니 의사소통에 차질이 있으면 시니어 이상으로는 진급이 어렵다고 볼 수 있습니다.
Q7. 캐나다에서 근무하는 애니메이터는 보통 어떤 국가에서 온 분들이 많은가요? 한국인이 많은지, 또 한국인만의 강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A7. 업무 현장에서 중국, 일본, 영국, 인도, 멕시코, 스페인, 미국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프랑스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캐나다는 영어와 불어가 공용어이고 또 프랑스인은 비자 발급이 더 수월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캐나다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애니메이터도 많고 어느 회사에 가든 한국 사람들을 꼭 만날 수 있습니다. 한국인의 경우 책임감과 성실함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단점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요. 맡은 일이 있으면 야근을 해서라도 마감 전에 끝을 냅니다. 여담으로 캐나다의 한 제작사는 한국인이 알아서 작업을 잘 끝내주기 때문에 한국인 채용을 선호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캐나다 내 애니메이션과 영화 산업의 지속적인 호황으로 구인 수요가 높은 편
Q8. 캐나다 진출 전 한국에서도 애니메이터로 근무하셨는데 한국과 비교했을 때 캐나다 대우 및 현지 근무 환경은 어떤가요?
A8. 한국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와 캐나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근무 환경 차이는 큽니다. 회사의 규모와 자본력이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는 TV 판이나 유튜브용이 대부분이라 극장판에 비해 투입되는 자본이 적기 때문에 양질의 퀄리티를 생산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캐나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경우에는 자본이 탄탄한 회사가 많기 때문에 퀄리티가 좋은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습니다. 급여수준도 높은 편으로 2~3년 경력만 쌓여도 Intermediate 직급 기준 원화 기준 6000만 원에서 8000만 원 사이로 연봉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야근 수당도 지급됩니다. 병가, 건강보험, 다양한 액티비티 지원 등 복지도 좋은 편입니다. 액티비티로는 Internal screening(영화 개봉 전 상영 및 관람), Halloween party, Christmas party, Wrap up party(프로젝트 마무리를 축하하는 파티), 요가 클래스, Master class(외부 초청 강의), Virtual life drawing(크로키) 등이 있습니다.
[자료: 김나영님 개인 제공]
Q9. 지금까지 작업하신 작품 중 가장 뿌듯했거나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으신가요?
A9. 계속 애니메이션 애니메이터로 일을 하다가 처음으로 VFX 회사에 입사해서 스타워즈의 스핀오프 드라마 만달로리안(Mandalorian) 작업에 참여했을 때가 있습니다. 매번 과장이 큰 카툰 느낌의 스타일 작업만 하다가 실사 스타일에 처음으로 참여한 것이라 적응이 어려웠던 적이 있습니다. 제가 업계에 처음 발을 들인 주니어 애니메이터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체력적, 정신적으로 힘들고 위축이 많이 되었습니다. 2~3개월 정도 작업에 참가했고 나중에 최종 렌더링 되어 디즈니 플러스에서 공개된 버전을 TV로 보게 되었는데 결과물이 너무 멋져서 큰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다시는 VFX 회사에 문을 두드리지 않겠다는 결심을 바꾸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김나영 애니메이터가 참여한 작업물>
[자료: Mandalorian 드라마 스크린샷]
Q10. 근무하면서 기억에 남는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A10. 토론토의 Nelvana에서 캐나다의 베스트셀러 ‘The Most Magnificent Thing’이란 동화책을 22분 분량의 애니메이션 영화로 만들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캐나다의 한 뉴스 프로그램에서 회사로 비하인드신 촬영을 왔는데 그때 제가 강아지를 직접 연기한 영상을 본 후 작업물을 리뷰하는 과정을 촬영해갔습니다. 그 영상은 심지어 집에서 편하게 잠옷을 입고 가볍게 찍은 레퍼런스용 영상이었는데 그 장면이 공중파 뉴스 및 인터넷에도 공개되어서 아찔했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은 좋은 추억이 되었습니다.
<캐나다 현지 뉴스 방영장면>
[자료: Global news]
체계적인 파이프 라인과 좋은 배급사가 캐나다 애니메이션 산업의 강점
Q11. 캐나다에서 동부와 서부지역에서 모두 일해 보셨는데 지역별 특징이 있나요?
A11. 지역마다 살짝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 동부 토론토에 있던 2017년 당시엔 2D 애니메이션 회사가 많은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지원할 만한 3D 애니메이션 회사가 적어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Nelvana에서 계약이 종료된 후 처음으로 VFX 회사에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토론토에 VFX 회사는 소수 존재하지만 취업 비자를 지원해주는 회사를 찾기 어려워 결국 몬트리올로 이사를 가게 됐습니다. 동부 몬트리올에는 밴쿠버만큼 큰 애니메이션, VFX 회사가 진출해 있습니다. 취업비자도 잘 지원해 주는 편입니다. 하지만 토론토나 밴쿠버에 비해 연봉이 대체적으로 낮은 편이었고 납부해야 하는 세금은 높았습니다. 서부 밴쿠버에는 몬트리올보다 좀 더 많은 애니메이션, VFX 회사가 위치해 있습니다. 몬트리올처럼 밴쿠버에서도 관련 산업을 지원하는 세금 혜택이 잘 되어있어 글로벌 애니메이션, VFX 회사가 많이 진출한 것입니다. 표준연봉테이블은 몬트리올 보다 높고 토론토와는 비슷한 편입니다. 그리고 취업비자를 잘 지원해 줍니다. 그래서 저처럼 밴쿠버로 넘어와서 경력을 채운 후 영주권을 받은 사람들이 주변에 많습니다.
Q12. 한국과 캐나다 애니메이션 업계를 비교했을 때, 큰 차이점은? 현재 한국에서 캐나다로의 진출을 모색하는 애니메이션, VFX 기업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인데 현지 관련업계 종사자로서 한국에 공유하고 싶은 정보나 느낀점이 있다면?
A12. 한국 업계 시스템 중 개인적으로 느낀 아쉬운 점은 파이프라인이 덜 체계적이라는 점입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그에 맞는 예산과 마감 스케쥴이 정해지는데요. 예산 내에서 작품을 잘 마무리 짓기 위해 각 파트별로 시간 배분을 잘 해야 하고 스케쥴 지연 방지를 위해 매번 일정 조율을 해야 합니다. 이러한 일정 운영 능력은 피디의 역량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러한 스케쥴 관리가 미흡했고 작품 초반에 결실을 맺지 못하는 미팅들이 많아서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있었던 점이 아쉽습니다. 그 결과 일정에 쫓겨서 후반부의 아티스트들이 고생을 많이 하고 들인 시간에 비해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 배급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많은 사람들이 보지 못하면 영화는 성공할 수가 없습니다. 성공하지 못한 영화는 자본 창출에 실패하여 다음 작품 제작이 불가능합니다. 한국에도 뛰어난 실력의 아티스트와 회사가 많지만 픽사나 소니처럼 글로벌한 회사가 되지 못한 이유는 글로벌 마켓 진출을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나라로의 배급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인력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각 나라마다 자국민 보호 정책이 있어서 그 나라의 인력을 채용하면 나라에서 지원금이나 세금공제 혜택과 같은 기업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고 그만큼 영화 배급에도 플러스 요인이 됩니다. 일례로 한국, 미국, 캐나다의 합작으로 애니메이션 영화 넛잡(The Nut Job)의 경우 인력의 50%는 국내 레드로버 회사에서, 남은 50%는 토론토에 위치한 툰박스란 회사에서 작업했습니다. 그로 인해 북미 배급에 큰 성공을 거뒀고 4200~4280만 달러의 제작비를 투자해 손익 분기점을 훨씬 넘은 1억1300만 달러의 수익을 냈습니다. 그 후 넛잡2도 바로 제작하여 흑자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고 합니다.
Q13. 현지 업계 종사자로서 향후 캐나다 애니메이션, VFX 산업의 채용 동향 및 산업 전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고 있나요?
A13. 캐나다의 애니메이션과 영화 산업은 지속적으로 호황을 보일 것으로 전망합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극장의 수요는 줄었지만 OTT 플랫폼이 다양해지게 되었습니다. 팬데믹이 한창일 때에 오히려 영화업계의 구인은 훨씬 많아졌습니다. 심지어 재택근무가 업무 능력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입증되면서 하이브리드나 재택근무를 유지하는 회사도 많아졌고요. 그로 인해 타 지역에 거주하면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났습니다. 캐나다 중에서도 특히 밴쿠버와 몬트리올이 기업 대상 세금혜택이 많아 다수의 글로벌 회사가 들어와 있는 상황입니다. 디즈니 플러스 스튜디오도 최근 밴쿠버에서 새로 오픈한 후 적극적으로 인재를 물색하고 있습니다. 캐나다 내 애니메이션·영화 산업은 지속적으로 활발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참고로 캐나다에 있는 주요 애니메이션·영화 회사로는 Sony Pictures Imageworks, Framestore, Cinesite, Animal Logic, Disney, Weta FX, Industrial light & magic(ILM), DNEG, Image Engine VFX, Reel FX, MPC Film, Digital Domain, Scanline VFX, Icon Creative Studio, On Animation Studio 등이 있습니다.
마무리 하며
Q14. 향후 개인적인 목표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A14. 현재 일하고 있는 소니 픽처스 이미지웍스에서 극장판 경력을 더 쌓아 실력을 성장시키고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저는 기록을 남기고 좋은 정보를 공유를 좋아하는 성격으로 대학생 때부터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블로그를 하면서 애니메이터를 꿈꾸는 분들, 해외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를 계기로 네이버 블로그(고모늘보 이야기)와 개인 유튜브 채널(곰나로그)을 통해 3D 애니메이터를 위한 팁, 캐나다 해외 취업, 캐나다 생활 정보 등을 공유해 오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채널에서 양질의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면서 캐나다나 해외 애니메이터 취업을 꿈꾸는 많은 분들께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3D 애니메이터 컨텐츠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는 개인 유튜브, 블로그>
[자료: 김나영님 개인 유튜브, 네이버 블로그]
또 새로운 분야에도 도전을 하고 싶습니다. 애니메이션은 다소 정적인 작업인데 그와는 완전히 다른 취미, 신체적으로 활동적이거나 악기를 다루거나 하는 등의 색다른 경험을 하고 적성에 맞으면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족과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가장 큰 지향점입니다. 가족과 주변 친구들과 다양한 추억을 공유하고 그들이 편히 이야기 나눌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 현재 저의 목표입니다.
<캐나다 밴프 여행 사진, 미국 픽사 스튜디오 방문 사진>
[자료: 김나영님 개인 자료]
Q15. 마지막으로 캐나다 취업을 목표로 하는 구직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15. 무엇보다 영어 공부를 최대한 열심히 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영어 능력에 따라서 나에게 주어지는 기회가 달라집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의사소통이 되지 않으면 취업이 어렵습니다. 또한 일상생활을 할 때에도 “내가 영어만 더 잘 할 줄 알았더라면”이란 생각이 드는 경우를 종종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나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의 영어 구사력이 있다면 해외 생활을 하면서 겪는 불편함을 큰 무리 없이 감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요즘에는 이력서만큼 링크드인이 중요해졌습니다. 어느 회사에서는 이력서와 함께 링크드인 프로필 주소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미리 링크드인 프로필 관리를 잘 하고 업데이트해 놓으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본인의 목표점을 늘 잊지 않길 바랍니다. 캐나다 취업에 성공하면 새로운 인생을 살 것 같고 고난이 끝날 것 같은 착각이 들게 됩니다. 하지만 살다 보면 새로운 난관을 마주하기 십상입니다. 바로 그 지점이 자신을 한 단계 성장시킬 수 있는 터닝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포기하지 마시고 자신의 지향점을 재점검해서 목표를 하나씩 이루어 가시길 바랍니다.
자료: Global news, Destination Canada, Hotel Transylvania4, Extinct, Riverdance, Spookiz, Mandalor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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