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산업이 수출 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스위스에서 안정적 원자재 공급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2020년 기준, 스위스의 1인당 원자재 소비량은 34.4 톤으로 EU 국가 평균인 18.4 톤의 두 배에 달한다. 이 중 가공 및 생산 과정을 거쳐 다시 수출되는 원자재를 제외한 내수 소비량 또한 1인당 약 16.4 톤으로 1인당 14 톤인 EU 국가 평균치보다 높다. 이렇듯 스위스의 전반적 원자재 소비량이 많은 가운데 특히 에너지, 금속 및 산업용 광물 원자재 분야의 수입 및 재활용 의존도가 높다. 최근 원자재 공급 위기로 스위스 내 다양한 산업 분야가 큰 타격을 입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 기사에서는 현재 스위스가 처한 원자재 공급 위기를 살펴보고 이에 대한 정부와 산업 협회의 대응 및 장기적 관점의 정책을 소개한다.
스위스의 높은 원자재 수입 의존
스위스는 에너지, 동식물, 광물 등 다양한 원자재를 수입하고 있으며 의존율도 높다. 주요 에너지의 약 80%, 대부분의 동식물 원자재, 스위스에서 채굴이 금지된 광물 등 광범위한 종류의 원자재를 수입하고 있다. 일부는 내수용이며 나머지는 가공 및 생산 과정을 거쳐 다시 수출을 하는 구조이다. 2000년부터 2020년까지 평균적으로 수입된 원자재의 41%가 내수 시장에서 소비됐고 59%는 수출됐다.
<스위스 원자재 및 원자재 등가물 수입량 추이 2000~2020>
(단위: 백만 톤)
[출처: 스위스 연방 통계청]
<스위스 원자재 수입량 추이 2017~2021>
(단위: 백만 톤)
|
2017 |
2018 |
2019 |
2020 |
2021 |
원자재 수입량 |
54.0 |
52.4 |
52.5 |
48.6 |
50.5 |
[출처: 스위스 연방 통계청]
<스위스 원자재 수입 주요 항목>
(단위: %)
항목 |
2017 |
2018 |
2019 |
2020 |
2021 1) |
동식물 원자재 |
18.1 |
18.3 |
18.0 |
19.9 |
20.4 |
금속 원자재 |
12.9 |
13.3 |
12.6 |
12.6 |
13.4 |
비금속 원자재 |
25.9 |
25.2 |
24.5 |
24.8 |
24.8 |
에너지 원자재 |
33.4 |
33.3 |
34.9 |
31.9 |
30.6 |
기타 |
9.8 |
10.2 |
10.0 |
10.8 |
10.8 |
[출처: 스위스 연방 통계청]
원자재 공급망 위기
(1) 에너지
원자재 수입 항목 중 가장 비중이 높은 항목은 에너지 분야이다. 2021년 기준 스위스는 에너지 비축량의 7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지질, 기상, 물류 또는 지정학적 상황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스위스 경제 전문지 AWP의 분석에 따르면, 스위스가 2022년 8월까지 천연가스 수입에 지출한 금액은 약 44억 스위스 프랑(약 6조 937억 원, 2022.12.21. 기준)으로, 이는 지난 10년간 같은 기간 지출액과 비교했을 때 6배에 달하는 높은 액수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에너지 가격 상승의 결과임과 동시에 스위스 가스 공급망의 취약성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이기도 하다. 스위스로 공급되는 모든 가스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를 거쳐 오는 구조로, 주변국 내 가스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스위스에서는 공급 차단까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스위스 연방 정부는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네덜란드 등 가스 수입의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으나, 이들 국가 역시 러시아산 가스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아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석유의 경우 2022년 러시아산 원유 및 가공유 수입금지 조치와 더불어 가뭄으로 발생한 라인강 수위 문제로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공급에 문제가 발생했다. 하지만 라인강 수위가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으며, 석유시장은 규모가 크고 유동적이기 때문에 심각한 수급 문제가 유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 에너지 소비자가격 추이 1970~2021>
*주: Y축=1970년 가격을 100으로 환산했을 때 연도 및 에너지 분류별 소비자가격
[출처: 스위스 연방 통계청]
(2) 금속 및 광물
스위스는 MEM 산업(기계, 전기장비 및 금속 산업)이 수출 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금속 및 광물 원자재의 안정적인 공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코로나19 이후 세계 경제가 점차 회복됨에 따라 MEM 산업의 수주액은 2022년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10.1%, 매출은 12.1%, 수출은 9.0% 증가했다. 하지만 최근 원자재 가격이 급격히 상승함에 따라 현재 스위스의 많은 MEM 기업이 공급망 문제를 겪고 있으며 이는 생산 차질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2021년 스위스 MEM 산업 협회에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에서 MEM 산업체 2개 중 1개는 알루미늄, 구리, 철강 등의 금속 원자재가 부족해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더해 운송비까지 증가함에 따라, 기업의 3분의 2가량은 제품 가격을 상향 조정했고, 3분의 1가량은 가격 조정 대신 이윤 손해를 감수하는 등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공급망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2020년 스위스에서는 원자재 정책 방향에 관한 정치적 논의가 진행됐다. 주요 지적 사항은 스위스에는 독일 등 주변 국가와 달리 원자재 전담 관리 기관이 존재하지 않아 일관되고 포괄적인 원자재 정책이 없다는 점이었다. 또한 원자재 공급 안정성 면에서 인접 국가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연방 의회는 독립적인 원자재 기구를 두는 제도에 부정적 의견을 표명했으며, 원자재 공급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 연방 정부가 직접 원자재 수입에 관여할 것임을 강조했다.
해당 결정에 따라 현재 스위스가 직면한 원자재 공급 문제에 연방 정부 차원의 해결책이 지속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예를 들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초래된 가스 가격 상승이 질소 비료의 주요성분인 암모니아 생산량을 감소시키자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연방 경제교육조사국(WBF)은 의무 비축 비료 사용을 승인했다. 또한 연방 의회는 올해 10월 1일부터 천연가스를 중유로 대체하는 이중 연료 설비를 권장하고 있는데, 이로써 연간 가스 소비량이 약 20% 절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단기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의해 불이익을 받는 기업이 없도록 하는 정부의 추가적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정부뿐 아니라 산업 협회 차원에서도 공급망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추진 중이다. MEM 산업협회의 경우 '자원 종속성 평가'를 개발·보급했는데, 이는 개별 사업체가 주요 수입 금속 원자재에 대한 의존도를 대략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평가 도구다. 원자재 공급문제 발생 이전에 선제적으로 안정적 공급을 계획하고자 하는 시도라 볼 수 있다.
<금속 원자재 리스크 평가 도구>
*주: 응답자가 해당 산업 분야, 사업장 근로자수, 생산 항목, 핵심 원자재 종류 등을 입력하면 공급 리스크, 사회적 호환성, 환경 영향, 기업 민감성 등을 측정해 제공하는 평가 도구
[출처: 스위스 MEM 홈페이지]
전망 및 시사점
원자재 공급 차질 및 가격 상승으로 스위스 내 다양한 산업 분야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국회의 공산품 관세 전면 철폐(2024년부터 시행 예정) 결정이 상당한 완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공산품 관세가 폐지되면 원자재 수입 가격이 낮아지고 최종적으로 소비자 가격 또한 낮출 수 있어 경쟁력 제고 효과까지 예상된다.
스위스의 원자재 공급 관련 논의는 당장 직면한 공급망 위기를 넘어 더욱 장기적인 관점까지 포괄하는 양상이다. 2022년 전 세계 곡물의 60%, 철강의 60%, 원유의 40% 등의 원자재가 스위스에 기반을 둔 약 550개 원자재 무역 기업에 의해 거래되는 만큼, 세계 원자재 무역 허브로서 '지속가능한 원자재'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들이 보인다. 싱가포르, 인도 등 신흥 원자재 무역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스위스는 사회적·환경적으로 적합한 원자재를 공급하는 '윤리적 시장'으로서 국제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한 조사 및 연구 작업의 일환으로서 원자재 부문의 모든 거래 물량 데이터가 2021년 3월 처음으로 작성되기도 했다. 이렇듯 원자재 조달에 관한 단기적 해법을 찾는 것을 넘어서 장기적으로 원자재 무역 시장의 흐름을 주도해 나갈 수 있는 전략과 정책을 추진하는 모습은 우리에게도 미래의 원자재 공급을 대비하는 데 있어 시사점을 준다.
자료: 스위스 연방 통계청, 연방국제경제조달처, 스위스 MEM, AWP, KOTRA 취리히 무역관 자체 자료 종합
원문링크 | https://dream.kotra.or.kr/kotranews/cms/news/actionKotraBoardDetail.do?MENU_ID=70&pNttSn=1991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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