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타 알리나 사우스벤처스 파트너 ⓒ플래텀

연구에 따르면, 전혀 다른 환경, 맥락을 경험한 사람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고 한다. 폴란드 출신 ‘마르타 알리나(Marta Allina)’는 이런 ‘이방인 체험’이 익숙하다.

마르타는 어릴 때부터 외국에서 살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고, 선택한 국가가 한국이다. 외교관 아버지를 따라 처음 왔고, 한국에서 대학교를 다녔으며 국내 대기업에서 첫 사회생활을 했다. 이후 우연한 기회에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와 접점이 생긴 뒤 한국과 해외를 잇는 액셀러레이터이자 네트워커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 머문 기간을 합치면 18년에 달하고 한국어가 모국어처럼 유창하다.

그는 다양한 직책을 가지고 있다. 액셀러레이터 사우스벤처스 파트너이자 외국인 스타트업 커뮤니티 서울스타트업스(Seoul Startups) 대표, 그리고 저먼 앙트레프레너십 아시아(German Entrepreneurship Asia, 이하 GEA) 한국 총괄을 맡고 있다. 마르타는 왜 한국이란 나라에 와서 스타트업 신에 있을까. 그리고 국내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제언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 있을까.

개인사부터 여쭤볼게요.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한국에서 지냈어요.  

어릴 때부터 역동성이 있는 해외 국가에서 살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어요. 어머니가 반대가 심했는데, 멀리 살게 되면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빠르게 도와줄 수 없다는 것이 걸리셨다고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아서 ‘걱정 많이 시키는 딸’이라고 한탄하셨죠. 그래서 나온 절충안이 가족 모두가 경험한 한국이었어요. 어머니도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했고, 지인이 있기에 무슨 일이 생기면 대안 마련이 가능했으니까요. 처음에는 단기 교환학생으로 왔는데,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네요.

한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한 뒤 대기업에서 근무했어요.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에서 4년 동안 근무했어요. 한국 회사의 업무 방식, 문화 등을 배운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 다만 번아웃을 겪었던 지라 퇴사하면서 결심한 것이 책상에 앉아 하는 일은 안 한다는 거였죠. 그래서 다음에 한 일이 바텐더였어요.

예상하기 힘든 직업 변화네요. 

서울 강남 청담동 위스키 바에서 1년간 바텐더로 일했는데, 대기업보다 제 성격에 잘 맞았고 스타트업 생태계로 오는 기회가 됐어요. 위스키 바에 오는 손님들 중에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많았는데, 한국말을 잘하는 외국인이 바텐더를 흥미로워 하더라고요. 그게 인연이 되어 프리랜서로 스타트업 글로벌 마케팅 업무를 맡기도 했어요. 그러다 한국 액셀러레이터에서 글로벌 프로그램 매니저 자리를 제안해 줘서 스타트업 무대에 발을 들여놓게 됐죠.

세 가지 직책을 가지고 있어요. 사우스벤처스 파트너, GEA 한국총괄, 그리고 서울 스타트업스에서는 메인 운영진이예요.

바쁘고 힘들지만 정말 재미있어요. 다양한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직책은 여러 개 있지만 ‘커뮤니티 빌더(community builder)’와 ‘에코 시스템 빌더(ecosystem builder)’라고 스스로 정의해요.

지난해 ‘컴업 2022’에서 GEA 한국 총괄로 독일 스타트업 데모데이를 주선했어요. 참가 기업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피드백은 긍정적이에요. 데모데이 무대에 오른 것도 의미 있고, 네트워킹 행사에서 국내외 산업 담당자들과 연결되는 계기가 돼서 좋았다고 해요. 그중에 유기농 레모네이드 제조 기업 ‘Loblich’의 제품이 현장에서 인기가 많았어요. 한국 모 대기업에서 관심을 가져줘서 구체적인 비즈니스 논의가 오고 가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독일 정부가 진행하는 GEA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을 소개해 준다면요. 

처음 목적은 독일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거였는데, 지금은 전 세계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어요. 이 프로그램에 마켓 디스커버리(Market Discovery Program)와 마켓 액세스(Market Access) 과정이 있어요. 마켓 디스커버리는 해외 진출 전에 현지 시장을 검증하는 것이고, 마켓 액세스는 현지에서 구체적으로 진행하는 거예요. 해외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스케일러에이트(SCALER8)’ 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스케일업 시켜서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요. GEA가 제공할 수 있는 가장 큰 가치는 전 세계 500여 명의 멘토 네트워크예요. 글로벌 시장을 고려한다면 문을 두드려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국내외 스타트업을 많이 지켜봤을 거예요. 그들이 가장 어려워한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아무래도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은 자금과 관련된 어려움이 많죠. 대기업처럼 많은 월급을 줄 수 없고, 가시적인 혜택을 줄 수도 없으니까요.

‘서울 글로벌 네트워킹데이’에서 발표 중인 마르타 알리나 사우스벤처스 파트너 ⓒ플래텀

여러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과정을 도우며 지켜봤을 거예요. 그 과정에서 아쉬웠던 점, 조언할 부분이 있다면요. 

한국 스타트업이 하는 실수 중에 하나가 처음부터 해외 진출을 검토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국내서 성장한 뒤 나간다는 막연한 계획이 많아요. 처음부터 글로벌한 마인드 셋으로 운영하시면 좋겠어요. 국내와 해외를 동시에 할 필요는 없지만, 해외 진출을 한다는 마인드로 가야 나중에라도 확률이 생겨요.

언어와 관련된 이슈를 최대한 없애야 해요. 액셀러레이션 과정에서 언어 때문에 멘토링이 원활치 않을 때가 많았고 IR 피칭으로 가는 과정도 험난하더라고요. 팀원 모두가 영어를 다 할 필요는 없겠지만, 해외 시장을 바라본다면 조직을 구성할 때 영어 능력자를 염두에 두시면 좋겠어요.

많은 기관에서 해외 진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성공 사례가 많지 않은 건 현지 시장과 맞지 않아서라고 봐요. 마켓 디스커버리 과정 없이 바로 마켓 액세스를 진행해버리는 경우인 거죠. 실패할 확률이 높은건데, 투자된 자금과 시간, 노력이 너무 아까워요. 해외로 진출하기 전에 시장을 공부해 보고 검증해 보는 준비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과정에서 시장 기회가 보이면 진출하는 것이고, 기회가 없으면 다른 시장을 찾아야죠.

대기업 출신 대표님들이 스타트업에 대기업 문화를 적용하고 싶어 하는 경우도 많아요. 조금이라도 더 ‘린’하고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스타트업 특성과 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근래 한국에 많은 해외 스타트업들이 오고 있어요. 정부도 적극 권장하는 추세이고요. 한국 마켓이 매력적인 부분은 무엇이 있을까요. 

한국의 디지털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기에 원격근무를 하는 데 부족함이 없는 환경이에요. 더불어 글로벌 대기업이 많기에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는 기회가 많죠. 근래 대기업들이 스타트업과의 협업과 투자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도 호재고요. 그리고 한국에서 글로벌 커뮤니티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는 것도 좋은 신호죠. 일례로 서울 스타트업스의 멤버가 12월 기준 3,600명이 넘었고 활동도 다이내믹해요.

그러면 한국은 외국 스타트업이 비즈니스를 하기에 좋은 환경일까요. 규제 이슈는 없을까요. 

현재 기준에서 아주 좋은 환경은 아니라고 봐요. 경제가 굉장히 안 좋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는 아직까진 외국 스타트업을 위한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다고 말하기 어려워요. 한국어를 못하면 사업하기 힘들기에 한국인 코파운더나 직원이 반드시 필요해요. 사실 저도 여러 이슈로 한국 지인에게 도움을 청할 때가 많아요. 세 번째로 다수의 한국 투자자들과 액셀러레이터들이 외국인 창업자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아요. 외국인 창업자는 리스크가 굉장히 크다고 생각해요. 또 한국에 법인이 없으면 해야 할 것이 배로 늘어요. 한국은 정부 차원에서 스타트업 지원에 적극적이지만, 낡은 규제라는 난관도 동시에 가지고 있어요. ‘타다’ 사건은 한국이 정치적인 이슈로 규제를 할 수 있다는 쓴 교훈을 주기도 했고요.

비자 이슈도 있어요. 외국인을 채용하면 외국인에게 ‘E7’이라는 외국인 취업 비자를 줘야 해요. 그런데 그 비자를 발급받으려면 한국인 직원이 최소 5명이 있어야 하고 매출도 있어야 해요. 초기 스타트업에게 허들이 있는 거에요. 정부의 오아시스(OASIS, 정부의 외국인 기술창업비자 취득·창업활동 종합지원 프로그램)도 해외 창업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어요. 한국 스타트업이 외국 직원을 찾는 통로를 못 찾는 이슈도 있어요. 인력채용 회사들 조차 외국인 대상 서비스는 없죠.

외국인 직원들이 한국 스타트업에서 바라는 것은 뭐가 있을까요. 

함께 정을 나누는 진정한 원팀 속 구성원이 되고 싶은데, 언어나 문화 이슈로 잘 안된다고 토로하곤 해요. 글로벌 마인드로 운영하는 회사들이 많아지고 있기에 점차 나아질 거라 봅니다.

한국 스타트업도 준비가 되어야겠지만 외국인 팀원도 팀에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봐요. 한국을 오래 경험한 입장에서 조언을 구할 때가 있을 텐데요. 

외국인이 아니라 한국인처럼 생각하는 열린 마음이 있어야 적응 기간이 짧아진다고 말해요. 저는 한국인 동료들에게 외국인처럼 대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어요. 한국어로 대화했고, 한국인 신입사원처럼 일을 했어요. 그래서 눈치도 많이 봤죠. 한국인 팀원들도 같은 마인드로 접근해 주면 어딘가에서 합리적인 접점이 찾아진다고 생각해요.

외국 스타트업이나 관계자들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많이 물어볼 것 같아요. 그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한국에서 성장 중인 산업 등 비즈니스 동향과 정부의 중점 지원 사업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하나 아쉬운 건 정보 대부분이 한국어로는 제공이 잘 되는 편인데 외국어로 제공되는 콘텐츠는 많지 않다는 거예요.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더 좋아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우선 정부의 해외 지원 프로그램 방향이 순서대로 가길 바랍니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면밀히 준비할 수 있는 사전 프로그램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스타트업은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한 마인드셋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어요. 지금 시대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정말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한국에서 창업하고 싶거나 일하고 싶은 외국인들에게는 서울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들도 눈여겨 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부산처럼 역동적이고 기회가 있는 지역이 많습니다.

한국에서 이루고 싶은 본인의 목표는 뭔가요. 창업할 생각은 없나요?

지금은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 일조하는 것만 생각하고 있어요. 스타트업은 아니지만 스타트업처럼 움직이고 있고요. 개인적인 목표는 제대로 된 글로벌 스타트업 허브, 네트워크를 만드는 겁니다. 기대해 주세요.

마르타 알리나 사우스벤처스 파트너 ⓒ플래텀

원문링크 https://platum.kr/archives/199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