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석 위미트 대표 ⓒ플래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곡물 생산량의 3분의 1이 가축 사료에 사용되고 있으며, 가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전 세계 총배출량의 15%를 차지한다. 2021년 기준 전 세계 77억 명의 육식 인구가 소, 돼지, 염소, 닭, 오리 등 많은 육류를 소비하고 있다. 2050년에는 세계 인구가 약 95억 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기에 연간 육류 소비량은 약 1천억 마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육식 위주의 식량 소비로 인해 가축 사육이 많아져 환경오염 및 자원 고갈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푸드테크 기술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육고기의 맛을 구현한 식물성 고기, 동물 세포를 배양해 진짜 고기를 생산하는 배양육 등 식물성 재료를 통한 대체 식품은 우리 생활에 근접한 상황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대체 단백질 식품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대체육 시장은 2030년 전 세계 육류 시장의 30%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기업 에이티커니(AT Kearney)는 일반 육류의 시장 점유율이 2025년 90%에서 2030년 72%로 줄어들고, 2040년에는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육류의 60%가 대체육이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푸드테크 스타트업 ‘위미트‘는 육류 소비가 가속화되면서 발생하는 윤리적, 환경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고기’를 제안한다. 위미트는 대부분의 대체육이 채용한 콩고기 방식을 벗어나 버섯을 주재료로 식감과 고기 맛을 살린 제품 라인업을 선보이고 있다. ‘비건 라이프 스타일을 대중에게 알리는 소신 있는 회사’를 지향하는 안현석 위미트 대표를 만났다.

지난 11월 열린 디캠프 주최 스타트업 데모데이 ‘디데이 올스타전’에서 안현석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플래텀

-현실에서 대체육은 멀게만 느껴진다. 대체육은 비건이 먹는다는 인식이 있다. 

비건은 단순히 식습관만을 지키는 사람들이 아니라고 본다. 조금 더 확장해서 해석하면 본인이 지향하는 삶을 사는 것, 세상을 대하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채식이라고 하면 고기를 아예 끊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식단에서 식물성의 비중을 늘려나가는 것도 비건 식단이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환경 개선 활동은 개인이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위미트 제품도 그런 관점에서 바라봐 줬으면 한다. 대중에게 ‘비건 라이프 스타일’을 전하는 것이 회사의 방향성 중에 하나이다.

-위미트는 겉으로 보면 식품 사업이지만, 환경이나 문화와도 연관되어 있다. 이 산업에 관심을 가진 계기가 있나.  

지구 온난화와 환경 문제는 전 세계 사람들이 주목하는 주제일 거다. 개인적으로 비건까진 아니지만 채식을 실천하고 있는데, 일상에서 많은 제약을 경험했다. 환경에 대한 관심도 있었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다 창업까지 이어졌다. 우릴 통해 대중이 선택할 수 있는 음식 옵션이 조금 더 많아지면 좋겠고, 식물성만으로도 충분히 맛있는 음식이 된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거창한 의미를 붙이지 않아도 맛이 있어 대중이 많이 찾는다면 결과적으로 환경에 도움이 되는 거다. 그런 임팩트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대체육은 콩 단백질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이고 콩고기와 동일시되기도 했다. 위미트가 제품 재료로 버섯을 이용하는 이유는 뭔가. 

대부분의 대체육은 소위 콩고기라고 불리는 조직 단백질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조직 단백질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맛, 그것을 감추기 위한 첨가물 사용, 그리고 분쇄육과 같은 한정된 활용성으로 인해서 기존 방식은 보편화되기가 어려웠다. 쉽게 말해 짜장라면에 들어가는 게 콩고기들인데, 씹으면 스펀지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일반적인 정육 고기 식감과 거리감이 있는 거다.

위미트는 대체육을 만드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려고 노력 중이다. 기존 대두 기반 조직 단백질을 활용한 분쇄육 제품이 아닌 버섯을 소재로 실제 고기와 같은 식감을 살린 식물성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버섯에는 구아닐산 성분이 있는데 음식 육수 낼 때 감칠맛 내는 소재다. 맛적인 측면에서 장점이 있고 자실체 조직을 활용한다면 더 고기에 근접한 제품이 될 거라 판단했다. 나아가서 배양 발효 기술을 통해서 고기의 결을 살리는 버섯 균류 복합 소재를 만들고 있다. 사실 식품을 잘 아는 상황이 아니어서 할 수 있었던 접근이었다.

-버섯으로 만든 고기와 콩고기의 차이점은 뭘까.   

각자 장점이 있기에 누가 좋고 나쁘다로 나누긴 어렵다. 아울러 맛에 대한 호불호는 주관적인 영역이기도 하다. 콩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영양소가 고르게 분포되어 있고 단백질 소화율이 고기와 거의 비슷하다는 걸 거다. 버섯은 콩보다 식이섬유 함량이 높아서 포만감을 주고 소화도 빠르고 항산화 성분이 있다. 아울러 버섯은 면역력을 증가시켜 주고 항암 작용이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어디에 가장 중점을 두고 개발했나.

소비자의 ‘경험적 식감’을 주요 포인트라고 생각했다. 대중이 생각하는 고기 고유의 맛과 식감이 있는데 대용품은 둘 다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뜯어지는 결같은 건 콩고기에서는 구현하기 힘들었던 건데 버섯 고기에서는 가능하고  씹는 맛도 있다. 고기의 뜯어지는 결과 식감을 살려 실제 고기의 경험을 구현해 내는 것이다.

-시장 조사를 하며 제품 개발을 했을 거다. 대체육에서 소비자들이 바란 것은 무엇이었나. 

콩고기 관련 리뷰 수만 건을 모아서 데이터 마이밍을 했다. 요약하자면 ‘대체육 경험이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다’는 걸로 귀결된다.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불만을 나타낸 부분은 ‘맛이 없다’는 거였고, 구체적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은 ‘식감’이었다. 식감만 제대로 구현하면 소비자의 만족감이 올라간다고 판단한 배경이다.

-소비자가 자주 하는 피드백은 뭔가.  

자주 언급하는 건 아직까지 향이나 맛이 100% 고기나 똑같지는 않다는 것이고, 또 버섯 고유의 향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위미트의 제품 개발도 그걸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식감에서 100% 만족감을 주는 것을 지향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남아있다. 고기와 같은 단단함은 구현이 됐는데, 정말 고기처럼 찢기는 느낌을 기대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위미트 제품군 / 사진=위미트

-MZ에게 채식이 트렌디한 걸로 보이는 것 같다. 위미트의 고객층 다수가 젊은 세대인 것으로 안다.

아직은 20대 중후반부터 30대 초중반이 통계적으로 가장 많다. 아무래도 비건 트렌드에 민감하고 새로운 시도에 열려있는 세대이다. 다만 소비자가 특정층에 머무르지 않고 넓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콜드체인이 필요한 사업이다. 물류에서 이슈는 없나.

냉동 배송을 하며 신경 쓰이는 게 포장재 이슈다. 스티로폼을 안 쓰고 종이 보냉박스를 쓰지만 어찌 됐건 쓰레기가 생긴다. 환경적인 가치를 전달하려는 우리의 활동이 쓰레기를 더 만드는 게 아닌가 고민할 때가 있다. 그래서 판매 채널을 소비자 가까이에 두는 방안을 깊이 고민하고 있다. 현재까진 자체몰에서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것이 주력인데, 가급적이면 조금 더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거리를 좁혀서 택배 쓰레기가 안 나올 수 있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오프라인 매장 납품이 될 거다. 오프라인 매장의 지속적인 러브콜을 받으면서 현재 저변을 넓혀가는 중이다. 대체육 제품을 오프라인 매장에 지속적으로 납품하는 케이스는 위미트 이전에는 없다시피 했다. 뿐만 아니라 현재 대형 사업자들로부터 납품 요청도 받고 있다.

-프라이드나 꿔바로우 등 치킨을 대체하는 콘셉트인데, 어떤 제품을 더 선보일 건가. 

찜 등 닭과 관련된 여러 제품을 구상하고 있다. 다양성을 넓혀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넓히고자 한다. 접근성과 다양성 두 가지 다 해결하는 것이 숙제로 남아있다.

-대체육 시장은 아무래도 해외가 더 클 것 같다. 해외진출 계획이 있나.

아무래도 국내보다 해외가 비건 인구와 상품이 많고 다양하다. 마트나 레스토랑에 가도 비건 옵션이 많고 사람들의 이해도도 높다. 좋고 나쁨을 떠나 채식을 실천하는 사람이 많기에 자연스럽게 준비해 놓는 거다. 우리도 해외 진출을 추진 중이지만 대규모 제조 공정이 갖춰진 게 아니라서 현재까진 준비하는 단계다. 하지만 올해 준비를 잘해서 하반기부터 해외에서 우리 제품이 선보일 수 있는 장을 만들려고 한다. 그걸 위해 수출 업체들이랑 계속 논의를 하고 있다.

-어느 나라를 생각하고 있나.

대체적으로 시장이 큰 미국과 유럽을 많이 바라보는데 우리가 더 관심을 가진 시장은 아시아 지역이다. 인도나 동남아 쪽은 문화적으로 소고기, 돼지고기에 대한 선호도가 낮다. 우린 닭고기와 비슷하게 생겼기에 인식적으로 거부감이 없고 맛도 소구 되는 부분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양성 차원에서 그들에게 새로운 단백질 소스가 되면 의미 있을 것 같다.

-시중 고기 제품과 비교할 때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다.

직접 제조를 하고 공장을 작게 세팅해서 생산량이 많지 않다. 스케일업 작업을 하고 있기에 향후 자연스레 가격도 낮아질 거다. 식품은 소비하면 없어지는 것이기에 사람들의 가격 민감도가 의류 신발 등 잡화에 비해 예민하다. 우리가 만든 음식이 일상 속에서 소비되려면 가격 정책 전략을 조금 더 손 봐야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건 파인다이닝이 아니라 대중에게 접근성이 높은 제품이다. 매일 소비할 수 있는 가격대로 맞춰갈 거다.

지난 10월에 열린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9번째 데모데이에서 안현석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플래텀

-‘위미트(WEMEET)’라 회사 이름을 지은 이유가 있나.

‘내일을 위한 고기의 새로운 기준’이라는 의미를 담고 싶었다. 그리고 발음 상 ‘미트(meat)’를 떠올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회사명은 지인이 지어준 거다. 채식하시는 사람들이 많이 읽는 인문서 중에 ‘아무튼, 비건 (당신도 연결되었나요?)’이라는 책이 있다. 그 책에서 연결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세상과의 연결, 주변과 연결, 동물들과의 연결,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존재와의 연결을 이야기하는 거다. 나뿐만 아니라 주변으로 시선이 확장되는 순간 내가 지향하는 가치관들이 넓어진다. 세상과 연결이 되는 순간 뭔가 삶도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회사명에 ‘우리 연결되었다’라는 의미도 담고 싶었다.

-창업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건 무엇이었나. 그걸 어떻게 해소했나.

아무도 안 간 길을 걸어가며 결정 내리는 게 어렵다. ‘리더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 ‘리더의 역할이라는 게 무엇인지’ 등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회사에서의 리더라고 하면 목적을 달성하는 사람,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팀을 잘 끌고 가는 사람인데 그 역할을 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가 제일 큰 것 같다. 사람과의 관계가 사실 되게 어렵잖나. 대표자로서의 역할을 하다 보면 원하지 않는 형태로 인간관계가 형성될 수도 있고, 대표자라는 역할 때문에 사람들과의 관계가 다르게 세팅될 수도 있다. 지금은 마음을 편하게 먹고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려 노력 중이다. 남이 바뀌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내가 바뀌는 게 먼저인 것 같다.

-연결되는 질문일텐데, HR은 어떻게 하고 있나. 그리고 리쿠르팅할 때 기준이 있나. 

‘최고의 조직’ 저자인 김성준 박사가 ‘스타트업에서 뽑지 말아야 될 사람’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몇 가지 기준을 찾았다. ‘자기 객관화가 안 되는 사람’, ‘본인은 잘못한 거 없고 남 탓만 하는 사람’, ‘부정적인 기운을 퍼뜨리는 사람’ 등이다. 최소한 그런 부류의 사람을 뽑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또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가 어느 강연에서  스타트업은 용병이 아니라 선교사 같은 사람을 우선적으로 찾으라’라고 말한 것이 와닿았다. ‘회사의 미션을 믿고, 그 미션을 세상에 전파할 의지와 마음 자세와 실행력이 있는 사람을 선택하라’는 의미로 해석했다.

-회사의 비전은 뭔가. 그리고 어떤 회사로 기억되고 싶나.

카테고리를 떠나서 소신 있는 회사, 변화를 앞장서서 만들어 나가는 회사가 되길 바란다. 사람들의 입맛에 맞추는 상품을 만드는 것은 중요하지만 듣기 싫은 소리도 하는 하는 회사가 되고 싶다. 하지만 그걸 하려면 살아남아야 가능할 거다. 우린 고기와 유사한 제품이 아니라 아예 새로운 고기를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 비전이다. 닭고기 기반 대체 정육 솔루션을 넘어서 궁극적으로는 소, 돼지 함께 고기의 한 종류로 인식될 수 있는 대체육의 표준을 지향하고 있다.

-끝으로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환경 보호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 텀블러를 늘 들고 다니면 좋겠지만 어려우면 일회용 컵을 쓴 뒤 잘 씻어서 분리수거하면 된다. 본인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다. 채식도 어려운 게 아니라는 인식이 넓게 공유되길 바란다. 위미트를 텀블러 쓰듯이 가볍게 생각해 달라. 한때 인류가 마차를 운송 수단으로 이용했던 적이 있다. 위미트는 한때 가축이 고기였던 세상을 미래에 만들려고 한다. 내일을 위한 고기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가겠다.

안현석 위미트 대표 ⓒ플래텀

원문링크 https://platum.kr/archives/201100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