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EU를 떠난지 올해로 2년째다. EU의 법과 제도 울타리 안에서 무역을 하던 영국은 이제 개별 국가들과 협상을 체결해 교역하고 있다. 수많은 국가와의 교역이 EU의 협약 아래 이뤄지고 있었기 때문에 영국이 처음부터 다시 협상을 진행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영국 국제무역부(DIT)는 속도보다 질에 초점을 맞추며 그저 많이 맺는 것보다 영국의 정책 방향성과 결이 맞는지, 실질적 이익을 가져다 주는지 여부를 판단하여 신중하게 맺을 것이라 밝혔다. 대신 영국에 이익이 된다고 판단하면 최대한 효율적이고 빠르게 협상을 끝내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앞으로는 FTA로 무역의 자유도가 실제로 개선되었는지 등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라 전했다.
영국의 무역협정 체결 현황
실제로 영국은 투자 관련도가 깊은 싱가포르와는 상호 투자 협약을 맺고, 캐나다와는 친환경 성장 협약을 맺는 등 영국에 돌아올 실익을 고려해가며 주변 국가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 한국과도 2021년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었으며, 모든 공산품의 관세가 철폐돼 자동차 등 주요 품목이 영국에 무관세로 수출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해당 협정 이후 양 국간 교역이 33% 증가했으며, 자유무역협정 수출활용률은 90%에 달한다. 관련하여 KOTRA 런던무역관은 2021년 4월, 한-영 FTA 프론티어 100 웨비나를 개최하고 한-영 FTA 활용방안 및 변경되는 영국 VAT 제도 등에 대해 안내했다. 해당 웨비나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링크 바로가기: 현장·인터뷰 - KOTRA 해외시장뉴스 뉴스 | 현장∙인터뷰
앞서 밝혔듯 영국의 무역협정은 현재진행형이다. 아래 영국이 준비하고 있는 무역협정을 통해 영국이 어떤 국가와 어떤 조건으로 무역협정을 맺는지 확인할 수 있다.
2023년 발효 예정인 협정 (1) 영국-호주 자유무역협정
호주는 브렉시트 이후 영국이 처음 맺은 자유무역협정으로, 2021년 12월 16일 체결되었으며, 2022년 2월 의회를 거쳐 발효를 앞두고 있다. 호주는 영국의 21번째 교역대상국으로 전체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남짓이지만, 브렉시트 이후 무역다변화를 추진하는 영국의 주요시장 중 하나다. 관세 철폐 말고도, 해당 협정에서 호주는 법률, 금융 등 영국 서비스 기업들이 자국 기업과 똑같이 대우받을 수 있도록 허가하여 영국 서비스 수출이 50억 파운드 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호주는 영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 요건을 대폭 완화하여 양국간 이동의 용이성을 더할 예정이다.
특히 입국비자 완화 조치는 지금껏 호주가 그 어떤 국가에도 제공하지 않은 조건으로, 영국의 국익을 우선 고려하여 무역협정을 맺겠다는 정부의 방향성이 잘 드러나는 협정이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영국-호주 자유무역협정이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 폭을 1.5도 내로 제한한다’는 파리기후협정 내용이 빠져있어 환경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협정이라 비판하기도 했다.
2023년 발효 예정인 협정 (2) 영국-뉴질랜드 자유무역협정
영국-뉴질랜드 간 자유무역협정 협상은 2020년 6월 17일 시작되어 2022년 2월 28일 최종 합의되었다. 해당 협약은 각 국가 의회비준 과정을 남겨두고 있어 2023년 1월 현재 발효되지 않았으나, 의회 통과 이후 효력을 갖는다.
영국은 뉴질랜드와의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교역을 60% 이상 증가시킬 것이라 기대하고 있으며, 경제적 가치는 8억 파운드에 이를 것이라 예상한다. 또한 뉴질랜드로 수출하는 5,900개의 영국 중소기업들의 행정서류가 대폭 간소화되어 서류작업만 완료되면 48시간 내 상품 교역이 가능해진다. 관세 철폐로 영국산 의류, 선박 등의 상품 수출이 늘어나고 뉴질랜드산 소고기, 양고기, 수산물 등의 상품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자유무역협정은 양국의 투자 증진에도 도움이 된다. 본 영국-뉴질랜드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뉴질랜드 해외투자 검토 대상 기준이 상향되었다. 덕분에 영국 기업들이 뉴질랜드 투자체제 하 검토 대상이 될 가능성이 적어졌고 뉴질랜드에서 사업을 넓히거나 수익을 창출하기 용이해졌다.
뿐만 아니라 뉴질랜드는 영국이 가입을 신청한 CPTPP(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의 회원국이기 때문에 뉴질랜드와의 자유무역협정은 영국의 CPTPP 가입 가능성을 높이는 역할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2023년 발효 예정인 협정 (3) 동남아프리카(Eastern and Southern Africa States, ESA) 경제동반자협정
영국-동남아프리카 경제동반자 협정은 개발도상국의 발전에 초점을 맞춘 협정으로, 빈곤을 줄이고 각 국가들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견인코자 영국과 동남아프리카 국가들이 맺은 협정이다. 모리셔스, 세이셜, 짐바브웨가 참여하여 2019년 체결되었고, 2021년 1월 1일 발효되었다. 그러나 마다가스카, 코모로스, 잠비아 등의 국가는 아직 해당 협정에 참여하지 않은 상태이며, 각 국가가 서명 및 발효절차를 마치면 즉각적으로 경제동반자 협정에 편입될 예정이다.
협정이 발효됨과 동시에 영국으로 들어오는 동남아프리카 국가 상품의 관세 및 할당이 철폐된다. 반대로 동남아프리카로 들어가는 영국 제품에 대해서도 점진적으로 관세 및 할당을 철폐된다. 단, 일부 동남아프리카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민감 상품의 관세는 유지된다. 관세 철폐가 이루어질 항목에는 일반 상품과 더불어 서비스 수출, 공공조달 서비스 등이 포함된다.
2020년 진행된 영국-아프리카 투자 정상회담 이후 영국은 아프리카로의 투자 진출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2020년부터 2년간 42억 파운드(한화 약 6조 3,567억원)를 투자하겠다던 기존 목표를 20억 파운드(한화 약 3조 270억원) 가량 상향 달성했으며, 영국국제투자(British International Investment, BII)는 2022년 향후 5년간 아프리카 인프라, 금융 서비스 등 주요 부문에 60억 파운드를 투자할 계획이라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아프리카로의 적극적 진출을 꾀하는 영국에게 본 협약은 보다 기회를 넓혀주는 단초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023년 기대되는 협정 (1) 영국-인도 자유무엽협정
영국은 인도와 자유무역협정을 맺기 위해 수개월째 협상 중이다. 2022년 1월 초 공식적으로 시작된 협상은 당초 2022년 연내 마무리지을 예정이었으나, 영국의 정치 소란 등 크고 작은 일들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목표하던 기간 내 협상을 끝내지 못했다. 지난 2022년 12월 16일 인도에서 만난 영국 무역부 장관 케미 바데노크와 인도 상공부 장관 피유시 고얄은 자유무역협정 관련 6번째 회담을 마쳤으며, 7번쩨 협상은 2023년 초 예정되어 있다.
영국은 2000년부터 2022년까지 인도에 320억 달러를 투자한 인도의 6번째로 큰 글로벌 투자자이다. 또한 인도의 7번째 수출국이기도 하다. 지난 10년동안 양국의 교역은 22%라는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자유무역협정을 통한 교역이익이 더욱 클 것으로 기대된다. 영국 정부에 따르면 2035년까지 영국과 인도의 교역 규모는 280억 파운드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단, 인도는 자국 제조산업을 보호하고 외국 기업의 대거 진입을 방지하기 위해 세계 평균보다 높은 관세율을 설정하고 있다. 인도의 높은 관세는 공급망 거점으로써 인도의 매력도를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자유무역협정 협상의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자국의 이익을 늘려야 하는 영국은 주종 수출품인 스카치 위스키와 자동차 제품에 대한 관세인하 협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외에도 인도는 데이터 활용 관련 엄격한 제한사항을 두고 있어 영국 기업들이 데이터에 쉽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2023년 기대되는 협정 (2) CPTPP(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
EU 탈퇴 이후 영국의 교역국 다변화 노력은 CPTPP 가입 신청에서도 드러났다. CPTPP는 11개국 이 서로 합의하여 역내 무역 장벽을 대부분 없애는 다자간 무역협정이다. 본래 미국이 주도하여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로 진행되었지만,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TPP에서 탈퇴를 결정하면서 나머지 국가들끼리 CPTPP로 수정하여 다시 맺은 협약이다. 협정의 주요 내용에는 역내 관세 철폐, 데이터 거래 활성화, 금융투자 규제 완화 등이 있다.
영국은 CPTPP 가입을 통해 성장하는 인도 태평양 시장으로 진입하고자 한다. 2022년 2월 영국은 CPTPP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고, 현재까지 협상이 진행 중이다. 영국 일간지 BBC는 CPTPP 회원국은 영국 수출에서 10% 미만을 차지하고, TPP의 주요 구성원이었던 미국이 빠지면서 영국에게 실익이 없다며 비판하기도 했으나, 브렉시트 이후 새로운 시장을 발굴중인 영국에게 좋은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자유무역을 향한 길
영국은 2023년에도 발표한 바와 같이 신중하게 무역협약을 맺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언급된 CPTPP, 인도 외에도 영국은 캐나다 멕시코, 걸프협력회의(Gulf Cooperation Council), 이스라엘과 협약 체결이 논의되고 있으며 모두 2023년 완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 EU를 벗어난 영국이 무역다변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자료: GOV.uk, BBC, CNN, The Times, KOTRA 런던무역관 자료종합
원문링크 | https://dream.kotra.or.kr/kotranews/cms/news/actionKotraBoardDetail.do?MENU_ID=70&pNttSn=1999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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