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인플레이션
뉴질랜드가 '22년 3분기에 32년 만에 최고의 물가 상승률을 보인 이후 지속적인 통화 긴축 정책에도 불구하고 물가는 쉽게 잡히지 않고 있다. 이 중 식품 물가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22년 12월 식품 연간 물가 상승률은 32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보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22년 11월 연간 식료품 인플레이션이 10.1%로,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22년 12월에는 11.3%로 32년 만에 가장 큰 상승을 보였다. 이 중 과일 및 채소가 전년대비 23.3% 증가해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하였고 이어 육류, 가금류 및 생선 가격이 11%, 식료품(Grocery food) 10.8%, 레스토랑 및 즉석 식품류(Ready to eat food) 7.8%, 무알코올 음료 가격은 7.3% 급등하였다.
<뉴질랜드의 '22년 연간 식품 가격 변화>
[자료: 뉴질랜드 통계청, Stats NZ]
뉴질랜드 헤럴드에 따르면, Westpac 선임 경제학자 Satish Ranchhod는 뉴질랜드 내 최근 악천후와 수차례의 공급 차질이 식품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대다수의 국내 언론에서는 뉴질랜드 식품 인플레이션이 '23년 내에 완화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소비자들에게는 어려운 해가 될 것이라는 분석을 보도하였다.
식품 국제 공급망 혼란
러-우 사태로 인해 공급망 차질이 빚어진 이후, 약 70%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던 뉴질랜드 밀의 가격도 급상승해 빵과 같은 밀을 기반으로 하는 식품들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뉴질랜드는 러시아나 우크라이나와의 직접적인 무역은 적은 편이나 이런 러-우 사태가 뉴질랜드 내 주요 무역 국가인 호주나 영국 등에 미친 연쇄 효과 때문이다. 이런 국제적인 공급망 혼란으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며 뉴질랜드는 '22년 2분기부터 역대적인 물가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는데 특히 식품 쪽은 악천후와 인력난까지 겹치며 부족 사태들이 이어지고 있다.
주요 식품의 식품 부족 사태 사례
1) 치킨너겟 부족사태
뉴질랜드 내 또 다른 식품 공급 혼란은 '22년 7월경 불거진 치킨너겟 부족사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한동안 슈퍼마켓에서 현지 어린이들의 주요 간식을 담당하던 치킨너겟과 텐더 등을 볼 수 없었으며 해당 코너는 한동안 텅텅 비어있었다. 대표적인 치킨너겟 회사인 Tegel Foods의 CEO인 Egbert Segers은 이 현상을 “인력부족, 코로나, 계절성 질병, 이산화탄소 부족”으로 정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작년 정부의 Marsden Point 정유 공장의 폐쇄로 치킨너겟 등 닭고기의 유통기한 보존을 위해 사용되는 정유 과정의 부산물인 이산화탄소가 부족해지면서 치킨너겟, 치킨 텐더, 치킨 버거의 생산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자료: https://www.nzherald.co.nz]
2) 달걀 부족 사태
치킨너겟 부족 사태가 지나가자 이번에는 달걀 부족사태가 떠올랐다. 정부는 '12년부터 농부들에게 암탉을 우리(Caged) 사육 방식에서 자유 방목(Free range), 군체(Colony), 외양간 시스템(Barn raised system) 사육방식으로 변경할 것을 요구하였다.
- 배터리 케이지(Battery Cage): A4용지의 크기보다 작은 공간인 550㎠의 공간에서 평생 살아가며, 암탉들은 앉기, 긁기, 날개 펴기 등의 정상적인 행동을 할 수 없다.
- 군체(Colony): 군체는 배터리 케이지의 새로운 유형으로 최대 80마리까지 수용 가능하다. 케이지 크기는 다양하나 암탉은 최소 750㎠를 보장받으며 개방형 집처럼 이동할 수 있고 다른 암탉과 상호작용 할 수 있다.
- 자유 방목(Free range): 외부에서는 1헥타르당 최대 2500마리의 암탉을 키울 수 있고 내부에서는 평방미터당 9마리의 암탉을 키울 수 있다.
- 외양간 시스템(Barn raised system): 1평방미터당 7마리의 암탉이 있을 수 있다.
가금류의 건강에 해로운 것으로 간주되는 배터리 케이지를 금지하겠다는 이런 정부의 방침은 약 10년 후인 '23년 1월 1일부로 정식 발효되었으며 이전에 86%에 육박하던 이런 방식의 사육 방법은 '22년 12월까지 10%로 떨어졌다. 조정 기간 동안 농민들은 정부의 규정에 따라 농장을 조정하고 필요 장비를 수입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등 전환에 대비하였지만 정식 발효된 시점인 연초부터 달걀 부족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가금류 산업 협회의 Brooks 이사는 이 부족 사태에 기여한 다른 요인으로 대형 슈퍼마켓 체인들의 군체 형태의 달걀 거부 결정을 꼽았다. 대형 슈퍼마켓 체인들은 정부 규정상 허용됨에도 불구하고 동물 복지 문제를 이유로 각 '25년과 '27년부터 군체 형태의 달걀을 받지 않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미 달걀 산업의 1/3이 군체 형태로 전환했으나 이를 위해서는 농부들이 상당한 비용을 다시 투자하여 자유 방목(Free range)과 외양간 시스템(Barn raised system)으로 옮겨야 한다. 또한 성수기에 몰린 국제 관광객 수의 급등 또한 달걀 부족 사태를 심화시키는 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식 공휴일이었던 지난 2월 6일 와이탕이 데이에는 뉴질랜드 최대의 달걀 농가 중 하나인 지골드푸드(Zeagold Foods)에서 화재가 발생해 약 5만 마리의 암탉이 죽었으며 언론들은 이로 인해 국가적인 이 달걀 부족 사태는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통계청 Food price Index에 따르면 달걀 가격은 ‘22년 10월에 한 다스(12개)당 NZ$ 6.28로 전년대비 26% 상승을 보였으며 11월에는 한 다스당 NZ$ 5.93으로 전년대비 16% 상승한 수치를 보였다.
<뉴질랜드 연도별 달걀가격 상승률>
(단위: 뉴질랜드 달러)
[자료: 뉴질랜드 통계청, Stats NZ]
현지 언론인 Stuffs에 따르면, 최근 국가적인 달걀 부족 사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남섬의 테아나우 지역 커뮤니티에서 달걀 7개를 150달러에 판다는 글을 보도하였다. 비록 게시글의 판매자의 판매 의도 진위 여부는 불확실하나 달걀 부족 사태가 전국을 강타했음을 실감케하는 보도다.
시사점
뉴질랜드는 현재 32년 만에 최고로 높은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으며, 그중 역대적인 식품 물가 상승을 경험하고 있다. 이 배후로는 뉴질랜드 내 악천후와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식품 공급망 혼란이 자리하고 있지만 이에 더해 계절성 질병과 인력난 또한 치솟은 식품 가격 상승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런 높은 식품 인플레이션 중 가장 주요 품목은 과일 및 야채이며 육류 및 가금류와 생선, 식료품(Grocery food)이 뒤를 잇고 있다. 이런 인플레이션 현상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의 유류세 인하 및 대중 교통비 반값 지원 등의 인플레이션 완화 정책들이 오는 3월 종료를 앞두고 있어 소비자의 가계 부담은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가금류 사육 방식 규제 방침으로 인하여 ‘23년 연초부터 뉴질랜드는 달걀 부족 사태와 달걀 가격 폭등을 경험하고 있다. 가금류 산업 협회가 국가가 여전히 약 40만 마리의 산란계가 부족한 실정이며 이 부족 사태가 안정화 되기까지는 최소 몇 달이 걸릴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달걀 농가들은 급등하는 수요 압박을, 소비자들은 치솟은 가격과 부족 사태를 한동안 견뎌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최근 발생한 뉴질랜드 북섬 홍수로 인하여 농가의 피해 뿐만 아니라 임대, 운송, 건설, 물류에도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은 더욱 가중될 수 있어 물가의 안정화까지는 예상보다 장기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 뉴질랜드 통계청, https://www.stuff.co.nz, https://www.nzherald.co.nz 등 KOTRA 오클랜드 무역관 자료 종합
원문링크 | https://dream.kotra.or.kr/kotranews/cms/news/actionKotraBoardDetail.do?MENU_ID=70&pNttSn=2004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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