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미국 각계 기업들의 채용 규모 감축이나 정리해고(Layoff) 움직임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지금 미국 고용시장에는 긴장감이 포착된다. 특히 1월 정리해고 규모는 2009년 이후 최고치에 달하기도 했다. 경제 분석 전문기관 California Economic Forecast에 따르면, 올해 1월 미국 전체 정리해고 건수는 전년 12월 수치의 136%인 약 10만3000건에 육박해 이미 경기 침체의 불안에 사로잡힌 고용시장에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테크 업계를 필두로 계속되는 정리해고

 

코로나19 팬데믹이 기승을 부리던 2020년 높은 수준을 보이다 잠잠해진 미국 업계의 정리해고 움직임이 작년 11월부터 다시 증가하며 올해 초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기세는 현재 3월까지도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1월에 정리해고를 진행한 기업들 중 약 41%가 테크 분야 기업들인 만큼, 근래의 이러한 인력 구조 조정은 특히 실리콘 밸리를 중심으로 한 테크 업계에 집중되는 경향이 짙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소규모 스타트업 기업들에서 구조 조정이 많이 일어났으나 최근에는 누구나 아는 빅테크 대기업들 위주로 정리해고 소식이 전해져 더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글로벌 테크 업계 기업들의 정리해고 현황을 추적하는 플랫폼 Layoffs.fyi에 따르면, 예상보다 더 많은 미국의 테크 기업들이 지속적인 감원을 진행 중임이 목격된다. 올해 1월부터 3월 현재까지 해고 규모가 가장 큰 상위 20개 기업을 살펴보면, 1월 20일 무려 1만2000명을 해고한 기술 분야 대기업 ‘구글(Google)’에서부터 1월 18일 1만 명을 해고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까지 익숙한 기업들이 다수 포함된다. 이커머스 자이언트 ‘아마존(Amazon)’은 작년 11월 1만 명 해고에 이어 1월 초 8000명을 더 해고했으며, 온라인 가구 판매 플랫폼 ‘웨이페어(Wayfair)’ 역시 1월 말 1750명을 해고했다. 컴퓨터 업계의 대표주자 ‘델(Dell)’과 ‘아이비엠(IBM)’ 또한 각각 6650명과 3900명을 해고했고 팬데믹 시대에 급격히 떠오른 온라인 화상 콘퍼런스 플랫폼 기업 ‘줌(Zoom)’도 1300명을 해고하며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가장 최근으로는 3월 14일 1만 명을 해고한 빅테크 기업 ‘메타(Meta, 구 Facebook)’가 꼽히는데, 메타는 작년 11월에도 이미 1만1000명을 해고한 바 있다.

 

<2023년 미국 테크 업계의 정리해고 현황>

 

: 2023년 3월 15일 기준

[자료: Layoffs.fyi 웹사이트(https://layoffs.fyi/), KOTRA 로스앤젤레스 무역관 일부 편집]

 

지역으로 살펴보자면, 상위 20개 해고 실시 기업 중 실리콘 밸리를 포함한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SF Bay Area)에 위치한 기업이 11개로 가장 많았다. 그 외에는 시애틀(Seattle), 오스틴(Austin), 뉴욕(New York City), 보스턴(Boston), 포틀랜드(Portland), 워싱턴 DC(Washington D.C.), 세인트루이스(St. Louise), 필라델피아(Philadelphia)에서도 600명 이상의 대규모 해고가 진행된 것으로 집계된다.

 

한편, 핵심 업계 중 하나인 자동차 산업 분야도 사업적 이익 구조에 부담을 느끼며 이러한 구조 조정 흐름을 피하지 못하는 양상이다. 지난 1월, 정리해고 조치 없이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밝혔던 미국의 오토 메이커 ‘제너럴모터스(General Motors, 이하 GM)’는 3월 초 입장을 번복하며 직원들에게 희망퇴직을 권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자발적 퇴직 프로그램(Voluntary separation program)을 통해 자격을 갖춘 직원이 스스로 퇴사할 경우 근무 기간에 따라 일회성 퇴직금이나 해고 수당 등과 같은 일정 보상을 받는 것이다. GM과 함께 미국의 대표 오토 메이커로 꼽히는 ‘포드(Ford)’ 역시 유럽에서 약 3800개의 일자리 감축 계획을 언급하며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외에 소매업계에서도 ‘노드스트롬(Nordstrom)’과 ‘월마트(Walmart)’ 등을 주축으로 이미 구조 조정 움직임이 시작됐고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메이저 플레이어 기업 ‘디즈니(Disney)’ 역시 7000명의 정리해고를 예고한 바 있다.

 

반면 고용시장은 여전히 견고해

 

위와 같은 대규모 정리해고 움직임이 미국 내 대부분의 산업계를 휩쓰는 가운데 이에 따른 실업자의 증가 등 전반적인 고용시장 약화가 예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현재 미국의 고용시장 여건은 그 어느 때보다도 안정적인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어 이목을 끈다. 견고한 고용시장 현황을 뒷받침하는 일례로 실업보험 신청 규모를 들 수 있다. California Economic Forecast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주별 실업보험 청구 건수(Weekly unemployment insurance claims)는 2월 말까지 약 20만 건 규모를 밑돌며 지속적인 감소세를 나타냈다. 2010년부터 이어져 온 평균적인 실업보험 청구 규모는 약 26만 건 수준으로, 2020년 초 코로나19 팬데믹 발 이례적인 급증을 겪은 이후 꾸준히 하락해 최근까지도 큰 변화가 목격되지 않는 것이다.

 

<2018년 4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주별(Weekly) 실업보험 청구 건수 변화 추이>

 

[자료: California Economic Forecast]

 

구조 조정의 소용돌이 속 변화무쌍한 업계 상황과는 달리, 고용시장의 핵심 지표인 실업률 역시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U.S. Bureau of Labor Statistics)에 따르면, 특히 지난 1월 실업률은 1969년 이래 최저치인 3.4%를 기록했고 2월 수치 또한 3.6%로 집계돼 큰 변화가 포착되지 않았다. 낮은 실업률과 함께 구인 수요가 구직 수요를 웃도는 현상도 지속되는 중이다. 2022년 8월 약 1020만 건으로 다소 감소했던 미국 전체 비농업 부문 구인 건수(Job openings)가 올해 1월 다시 1100만 건 가까이로 증가했고 같은 시기 채용 건수(Hires)는 약 640만 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여전히 채워지지 않은 빈 일자리가 많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약 570만 명으로 기록된 1월 실업자 규모 역시 구인 규모를 훨씬 밑돈다.

 

<2023년 1월 기준 미국 비농업 부문 구인 및 채용 건수>

(단위: 천 건)

 

[자료: 미국 노동통계국(U.S. Bureau of Labor Statistics)]

 

그렇다면 작년 말부터 막대한 정리해고가 진행되는데도 왜 고용시장의 지표들은 이처럼 견고한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정리해고의 결과는 왜 데이터로 드러나지 않는 것일까? 근래에 해고되거나 퇴직한 인력들은 왜 실업수당을 청구하지 않고 실업률에도 왜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그 해답을 두 가지로 추정하고 있다. 하나는 해고된 인력들의 재빠른 업계 재흡수다. 대규모 정리해고 이후, 해고된 직원들이 빠르게 타 기업들로 다시 채용되면서 실업보험을 신청할 필요가 없어지고 실업률 집계에도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타당한 추측으로 꼽힌다. 신규 법인 설립 규모가 최근 계속 과거의 평균치를 웃돌고 있는 만큼, 해고된 이들이 신규 스타트업 취업 등으로 업계에 흡수된다는 것이 또 다른 추측이다.

 

시사점

 

최근 미국 경제에도 크고 작은 변화들이 일고 있다. 우선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2022년 6월 최고치를 기록한 뒤 지금까지 꾸준히 감소하며 인플레이션 완화 움직임을 이어가는 중이다. 얼마 전 미국 노동통계국(U.S. Bureau of Labor Statistics)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U, Consumer Price Index for All Urban Consumers) 상승률은 6.0%로, 전월 대비 0.4%p, 전년 6월 최고치인 9.1%와 비교하면 3.0%p 감소했다. 한편, 실리콘 밸리 은행(Silicon Valley Bank; SVB), 실버게이트 은행(Silvergate Bank) 등 최근 지방 은행들의 갑작스러운 파산 소식이 이어지며 시장과 업계의 불안감을 높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 1년간 지속된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이러한 은행 파산의 원인일 수 있다고 분석하는 가운데, 향후 연준의 금리 정책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도 있다.

 

이렇듯 급변하는 경제 상황 속에서, 고용시장 또한 대규모 정리해고라는 변화를 겪으며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반면에 구인 규모나 실업률 등의 주요 지표는 계속 고용시장의 컨디션이 안정적임을 증명하며 현실과는 엇갈린 시그널을 주기도 한다. 우리 기업을 포함해 미국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각계의 기업들은 경제 지표와 흐름을 꾸준히 파악하는 동시에 고용시장의 변화 역시 지속적으로 주시할 필요가 있다. 우선 고용시장의 안정세는 견고하며 아직 경기 침체를 야기하는 변화는 목격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복합적인 경제 상황의 변화가 지속되고 있으며, 기업들의 올해 추가 구조 조정 소식이 들려오기도 한다. 따라서 관련 기업들은 정부의 경제 정책, 시장 변화, 고용시장 트렌드 등을 계속 모니터링하는 동시에 예기치 못한 문제 상황에도 대비할 수 있는 탄력적인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겠다.

 

 

자료: California Economic Forecast, Layoffs.fyi, CNN Business, TechCrunch, Business Insider, Mondo, U.S. Department of Labor Employment & Training Administration, U.S. Bureau of Labor Statistics, 그 외 KOTRA 로스앤젤레스 무역관 자료 종합

원문 출처 : 코트라

원문링크 https://dream.kotra.or.kr/kotranews/cms/news/actionKotraBoardDetail.do?MENU_ID=70&pNttSn=20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