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21~22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금리인상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1월 개인소비지출(PCE)물가지수가 발표된 이후 3월 FOMC에서 기준금리 50bp인상 전망에 무게가 실렸으나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 하락, 소매판매 감소 등으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이번에는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2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폭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연준이 이번 FOMC에서 어떠한 결정을 할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SVB 파산과 인플레이션 지표 사이, 딜레마에 빠진 연준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3월 14일 미 중앙은행은 물가 압력 조절과 금융 시스템 안정화 사이를 잘 봉합해야 한다며 SVB로 촉발된 은행권의 혼란을 진정시키기 위해 어떻게 통화 정책을 수정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지난 3월 10일 SVB 파산에 이어 그 여파로 이틀 후인 12일 시그니처뱅크가 뉴욕주 금융당국에 의해 폐쇄조치 됐다. 두 은행의 파산 소식이 발표된 후,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정책이 은행의 자산건전성을 악화시키고 유동성 위기로 내몰았다며 연준에 그 화살을 돌렸다.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8회 연속 450bp의 금리 인상을 단행, 지난해 제로였던 미국 기준 금리는 4.75%까지 상승했다.

 

미 정부의 개입으로 SVB 파산 충격은 진정된 모습이나 은행권에 불안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이 가운데 14일 발표된 2월 CPI는 연준에 더 큰 고민을 안겨주었다. 2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6.0% 올라 8개월 연속 둔화세를 기록했다. 또 전월과 비교해서는 0.4% 올라 전년 동기비, 전월비 상승률 모두 다우존스 예상치와 정확하게 일치했다. 하지만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CPI는 전월대비 0.5%올라 또 다시 상승폭을 넓혔다.

 

<미국 전월비 근원 소비자물가지수 변동 추이>

 

[자료: Bureau of Labor Statistics, Bloomberg(그래픽)]

 

씨티그룹의 네이선 시트 국제 경제 글로벌 헤드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이 목표 인플레이션 달성과 금융 안정화라는 과제 사이에 갇혀있다”고 전했다. SVB 파산 몇 일 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견조한 노동시장과 소비자 지출 증가 등의 데이터에 근거해 3월 FOMC에서 기준금리 50bp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파월 의장은 당시 14일 발표될 인플레이션 지표와 최근 고용시장 보고서 등을 면밀하게 살펴 정책 결정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SVB 파산은 정책 전망의 근간을 흔들어 연준의 향후 정책 방향을 혼란시키고, 금융 시스템이 견딜 수 있는 금리수준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고 진단했다. 지난 13일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들3월 FOMC에서 0.25% 포인트 금리 인상 예측을 금리 동결로 전환한다고 밝히며,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을 언급했다. 모건스탠리의 줄리안 리처스 이코노미스트 역시 은행 파산 이후 불확실성이 증대되었으며, 연준이 향후 추가적인 은행의 스트레스 징후에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전했다.

 

도이체뱅크의 매튜 루제 수석 US이코노미스트는 “금융 시장 문제가 없었다면, 이번 인플레이션 데이터는 FOMC에서 연준이 50bp를 인상할 만한 근거가 될 수 있다”며 이번 FOMC에서 연준이 25bp를 인상하면서도 금리 고점이 5%를 넘어설 것이라는 시그널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리처스 이코노미스트 역시 이번 CPI를 놓고 봤을 때 SVB 파산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금리인상을 완전히 멈출 가능성은 낮게 예상했다.

 

완화된 인플레 압력, 높아진 연준의 금리 동결 가능성

 

두 은행의 파산 소식 이후 발표된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와 소매판매 지표는 연준의 금리 동결 가능성을 더욱 키웠다. 15일 발표된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와 소매판매 모두 하락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진 이유다. 노동부에 따르면 2월 PPI는 시장 전문가의 예상과 달리 전월대비 0.1% 하락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0.3% 상승)를 크게 벗어났다. 전년 동월과 비교해서는 4.6% 상승해 1월에 비해 오름폭이 크게 줄었다. 일반 소비자 물가의 선행지수인 PPI는 연준이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중요하게 반영하는 주요 지표다. PPI의 하락으로 잡히지 않았던 소비자 물가 상승 우려가 일정 부분 해소됐다.

 

<미국 생산자물가지수 변동 추이>

 

: (위)전월비, (아래)전년비

 [자료: Bureau of Labor Statistics, Bloomberg(그래픽)]

 

 

같은 날 발표된 2월 소매판매 역시 전월대비 0.4% 감소했다. 지난 1월 예상을 뒤엎고 깜짝 증가(3.2%)했던 소매판매가 한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13개 품목 중 자동차, 가구, 의류 등 8개 품목의 소매판매가 감소했다. ING의 수석 인터내셔널 이코노미스트는 노트를 통해 “PPI와 소매 판매 데이터는 시장이 다음주 연준이 금리 동결을 결정하는 방향으로 예측하는 구실이 되고 있다”며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태와 불가피한 대출 조건 긴축 상황에서 추가적인 금리 인상 조치를 할지는 의문스럽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13일 노무라 시큐리티스는 연준이 3월 미팅에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노무라의 에이치 아메미야와 데이콥 메이어 이코노미스트는 노트를 통해 “금융 안정 리스크에 대한 대응으로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측한다”며 유동성 확대를 위해 연준이 양적긴축(QT)을 중단할 수 있다는 전망도 함께 내놨다.

 

전망 및 시사점

 

16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의 페드워치툴(FedWatch Tool)은 연준이 3월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18.1%, 25bp 인상할 가능성을 81.9%로 예측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연준이 SVB파산으로 야기된 금융 불안이 수요와 경제적 활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광범위한 의문을 해결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고 분석했다.

 

물가안정에 총력을 기울여왔던 연준이 이번에는 금융불안과 그로 인해 발생할 여파를 예측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했다. SVB파산 직전, 견조한 고용시장과 소비지출 지표를 종합해 빅스텝 가능성도 열어두는 발언을 했으나 불과 일주일여 사이에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우리 기업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이번 FOMC에서 연준이 어떠한 결정을 내리는지 지켜보고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자료 : Financial Times, Wall Street Journal, Bloomberg, CME Group, Bureau of Labor Statistics 및 뉴욕무역관 종합

원문 출처 : 코트라

원문링크 https://dream.kotra.or.kr/kotranews/cms/news/actionKotraBoardDetail.do?MENU_ID=70&pNttSn=20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