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사태가 장기적인 양상으로 변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복구 및 재건 준비에 관한 논의는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황폐해진 유럽을 재건하기 위한 마셜플랜(현재 가치 환산 시 약 1150억 달러 규모)과 비견되는 우크라이나 복구∙재건 사업의 규모는 지난해 말 우크라이나 정부 추산에 따르면 약 7500억 달러에 달한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재건 구상
키이우 경제 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12월 기준 우크라이나 주택 약 15만 채가 피해를 보아 손실액은 약 540억 달러로 추산된다. 인프라는 약 1380억 달러 규모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도 필수 기반 시설(에너지 생산 시설, 도로, 철도망, 병원 등)에 대한 긴급 복구가 진행 중이며 여기에 약 170억 유로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토목·건설 분야가 전후 재건의 큰 축을 이루며, 시설 복구를 위한 투자가 최우선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체 10년의 재건 계획을 2단계로 나눠 1차는 2023~2025년 약 3500억 달러, 2차는 2026~2032년 약 4000억 달러의 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17개 프로그램, 약 850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우크라이나 재건 프로그램별 투자 예상액>
국가 재건 프로그램 |
투자액(추산) |
복구 사업 전 - 기관 역량 강화 |
약 1억 달러 |
복구 사업 전 - 디지털 정부 |
약 1억 달러 |
국방력 강화 |
약 500억 달러 |
EU 통합 |
약 10억 달러 |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 재 구축 |
약 200억 달러 |
에너지 독립과 그린딜 |
약 1300억 달러 |
비즈니스 환경 개선 |
약 50억 달러 |
자금 조달의 경쟁력 있는 접근 보장 |
약 750억 달러 |
거시 재정 안정성 확보 |
약 600-800억 달러 |
부가가치 창출 부문 확대 |
약 500억 달러 |
물류 병목현상 해소와 EU와의 통합 |
약 1200~1600억 달러 |
주택 및 지역 인프라 복구 및 개선 |
약 1500~2500억 달러 |
인프라 재건 및 현대화 |
약 350억 달러 |
교육제도 개선 |
약 50억 달러 |
보건 시스템 개선 |
약 50억 달러 |
문화·스포츠 발전 |
약 200억 달러 |
효과적인 사회 정책 |
약 70억 달러 |
[자료: https://recovery.gov.ua/en]
우크라이나는 재건 사업을 통해 파괴된 노후 시설을 러-우 사태 이전 수준으로 복구하는데 그치지 않고 사회 기반시설 전반의 현대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 분야는 이러한 관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재건 프로그램 중 에너지 독립과 그린딜 분야에는 러-우 사태 이전부터 논의됐던 원전 건설이 포함돼 있으며,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에 주로 분포되었던 풍력 발전 단지 가운데 약 80%가 우크라이나의 통제를 벗어나 있음에 따라 이 분야의 재건도 활발히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 그리드 구축과 신재생 에너지 및 ESS 분야의 협업도 매우 유망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 재건의 경제적 측면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우크라이나는 곡물과 식물성 오일의 세계적 산지로 국제 식량 안보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에는 다양한 광물 자원이 매장돼 있는데, 그중 철광석 매장량이 풍부하며 세계적인 철강 생산국으로서 유럽에 철강을 공급해왔다.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에는 유럽에서 가장 많은 우라늄 원석이 매장돼 있어 러-우 사태 이전에는 2027년까지 자국 원전에 필요한 우라늄 원료를 자급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희토류와 관련해 주목받고 있다. 유럽연합에서 자체 조달이 어려운 30개 광물 중 2/3가 우크라이나에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유럽연합과의 전략 자원 매장량 공동 조사가 러-우 사태 이전부터 진행됐다. 그린에너지 전환에 필수 불가결한 희토류 채굴과 관련한 사업도 유럽연합의 핵심 원자재법 도입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국제 사회의 협력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의 재원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각국 정부, EU, 세계은행, IMF, 유럽투자은행(EIB),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및 여러 기업의 원조, 차관, 투자 등의 형태로 마련될 예정이다. 이 외에도 러-우 사태에 따른 배상금 및 러시아의 해외 동결 자산 또한 위법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우크라이나 재건 자금으로 활용돼야 한다는 주장에 점차 힘이 실리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은 약 3500억 달러로, 이 중 약 10%가 EU 역내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EU는 역내 은행에 예치된 러시아 자산에 대한 보고를 의무화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한편,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 등 여러 주체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자금 지원함으로써 발생할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 지난 1월 EU∙G7∙우크라이나는 다기관 기부자 조정 플랫폼(Multi-Agency Donor Coordination Platform for Ukraine)을 출범시켰다. 이를 통해 재건 기금을 조성하고 효율적인 재건 목표 설정과 포괄적 복구 패키지를 수립하는 등 효율적 운영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폴란드의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참여
폴란드는 러-우 사태 초기부터 우크라이나 난민을 적극 수용함은 물론 우크라이나 지원 특별법을 마련해 우크라이나 난민의 폴란드 내 취업 등 정착을 지원하고 있다. 유럽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1월 현재 폴란드의 GDP 대비 우크라이나 지원 액 규모는 0.63%로 세계 4위를 차지하고 있다. 폴란드는 현재도 적극적인 지원 정책과 지리적 이점을 통해 우크라이나향 물자 보급 기지와 인도적 지원의 허브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향후 우크라이나가 복구와 재건을 통해 성장하는데 있어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EU 후보국 지위를 얻은 우크라이나가 향후 EU 표준에 맞추어 산업을 재정비하고 발전시켜 나가는데 있어 폴란드의 경험 공유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별 대우크라이나 지원 규모>
주: GDP 대비 %
[자료: statista.com]
폴란드 Pekao 은행이 2022년 10월 발간한 우크라이나 재건 보고서에 따르면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재건을 통해 향후 10년간 3.6~3.8%의 GDP 성장을 기대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 중 325억 즈워티(한화 약 9조7000억 원, GDP의 0.9%)는 직접 효과를 통해 1400억~1560억 즈워티(한화 약 42조~46조 원, GDP의 2.7~2.9%)는 간접 효과를 통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건에 있어 가장 시급한 산업은 건설분야로, 폴란드가 최근 20년간 집중적으로 건설해 온 도로·철도 등 인프라 사업의 노하우는 물론 러-우 사태 이후 르브프·보로지안카·부차·이르핀 등에 임시 모듈 주택을 공급한 경험을 바탕으로 주택 건설 부분에서 협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전력 송전과 배전 인프라 산업을 꼽을 수 있으며 특히 우크라이나-폴란드 전력망 연결 사업은 EU의 CEF(Connecting Europe Facility) 기금 수혜도 기대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경제 효과로 폴란드 정부는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자국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으며 정부 기관들을 통한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폴란드 투자무역청(PAIH, Polska Agencja Inwestycji i Handlu)은 지난해 6월부터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진출을 희망하는 자국 기업의 등록을 추진해 2023년 2월 말 현재 1750여 개의 건설, 제약, 의료기기, 농식품, 자동차, 기계·장비, IT, 에너지 기업이 등록되었다.
폴란드 개발기술부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400여 개 기업이 포함된 카탈로그를 제작, 재건사업에서 폴란드 기업들과 협업할 수 있는 기관에 배포할 예정이다. 또한 국제기구 및 우크라이나 정부를 통해 진행되고 있는 긴급 구호 및 복구, 공공 재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공공 기관 입찰에 필요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산업별 웨비나를 통해 정보 제공과 업계의 요구 사항을 수렴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폴란드 수출보험공사(KUKE, Korporacja Ubezpieczeń Kredytów Eksportowych)의 경우는 우크라이나 진출 기업들의 요구에 부응해 지난해 6월부터 우크라이나 기업과 거래하는 폴란드 수출 기업들에게 보험 제공을 재개했다. 또한 폴란드 정부는 2023년 2월 21일 수출 보험보장법 개정안을 발의해 폴란드 수출보험공사가 기존의 수출보험뿐만 아니라 러-우 사태와 같은 특수 상황에서 발생하는 위험 인수와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그린필드(green-field) 투자 및 우크라이나 재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폴란드 기업과 건설사의 위험을 인수할 수 있도록 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재건 박람회
한편, 우크라이나 복구사업에 필요한 국제사회의 협업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2월 15일과 16일 양일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우크라이나 재건 박람회(Rebuild Ukraine 2023)가 개최됐다. 이 행사는 정부, 건설업계, 금융기관 등 다양한 주체 간 교류를 확대하기 위한 국가관뿐만 아니라 참가국별 관련 부처, 우크라이나 지방 정부, 기업 관계자들 간 콘퍼런스가 6개의 주제를 가지고 진행됐다.
이 콘퍼런스에서는 우크라이나 지방정부의 복구 및 개발 관련 콘퍼런스도 진행돼 마리우폴(Mariupol), 이르핀(Irpin), 헤르손(Kherson) 등 8개 주요 피해 지역과 바쉬탄카(Bashtanka), 보즈네센스크(Voznesensk) 등 11개 지역의 개발에 관한 논의가 심도있게 이루어졌다. 이들 우크라이나 지자체는 주로 해당 지역의 학교, 병원, 사회 인프라 시설, 스포츠 시설 또는 공항이나 산업 단지와 같은 도시 개발 관련 재건 프로젝트를 소개했으며 재건 계획, 현장 사진, 건설 비용과 예산안까지 마련해 최적의 시기에 바로 작업을 시작할 수 있는 기관과의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2023년 우크라이나 재건 박람회 컨퍼런스 전경>
[자료: KOTRA 바르샤바 무역관 촬영]
한국관 운영
이 행사는 우크라이나 재건을 주제로 개최된 첫 대규모 박람회로 한∙중∙일 3국 중 유일하게 한국만이 참여해 우크라이나 재건에 대한 우리의 깊은 관심과 참여 의지를 표명하는 계기가 됐다. 한국관에서는 건설∙에너지∙스마트시티 분야의 한국 기업을 적극 홍보했으며 현지 기업 및 기관 107개사(113명)가 한국관을 방문하는 등 성황을 이루었다. 또한 우리 기업 소개와 함께 내방객을 대상으로 부산 엑스포 유치 홍보를 전개하여 많은 관심을 받았다.
[자료: KOTRA 바르샤바 무역관 촬영]
시사점
아직 러-우 사태가 한창인 상황에서도 우크라이나 복구와 재건 프로젝트는 많은 국가와 기업으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각국 정부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재정 적자 심화, 글로벌 인플레이션, 경기 둔화 등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자국 기업의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참여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러-우 사태의 특수성과 불확실성, 다양한 주체 간 기대 이익의 충돌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우리 기업들도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참여를 위한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하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면밀한 정보 수집과 리스크 관리 방안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자료: Pekao 은행, 폴란드 동유럽연구소(Ośrodek Studiów Wschodnich), 폴란드 경제인연합회(Związek Przedsiębiorców i Pracodawców), businessinsdider.com.pl, 일간지 Rzeczpospolita, recovery.gov.ua 등 KOTRA 바르샤바 무역관 자료 종합
원문링크 | https://dream.kotra.or.kr/kotranews/cms/news/actionKotraBoardDetail.do?MENU_ID=70&pNttSn=2008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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