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재 무역관장, KOTRA 파키스탄 카라치무역관장


이달 9일 기준 파키스탄 외환보유액은 43억달러다. 파키스탄 경제 운영에 필요한 원유 등 필수 품목을 한 달간 수입하면 끝나는 돈이다. 지난 2월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5%에 달했다. 1974년 이후 최악의 상승세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가 파키스탄 국가신용도를 ‘CCC-’로 한 단계 강등하기도 했다.

국가 부도를 막기 위해 긴급한 조치를 연일 발표하는 파키스탄 정부와 시장 민심은 사뭇 달라 보인다. 제2의 도시인 라호르에 캐나다 유명 카페 프랜차이즈 팀홀튼 1호 매장이 최근 개장했다. 커피 가격이 만만치 않은 이 카페 앞에는 매장 밖까지 기다리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국가 부도 위기 상황에서도 이런 모습이 신기했는지 매장 앞 긴 대기 줄의 사진이 외신에 나오기도 했다. 미래가 불확실한 파키스탄이지만, 한국 기업이 관심을 거두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여실히 보여주는 그림이다.

피치에 따르면 오는 6월까지 국제통화기금(IMF), 국제개발은행, 차관공여국 등에 상환해야 할 부채는 70억달러다. 6월에 종료되는 총 65억달러의 IMF 구제금융 패키지 중 11억달러 추가 차관 송금을 위해 IMF와 파키스탄 정부 간 지난한 협상이 진행 중이다. 지난달 21일 파키스탄 의회는 IMF가 요구하는 재정수입 확대를 위한 조치들이 담긴 추경을 통과시켰다. 현지 전문가들은 3~4주 내 IMF에서 11억달러 추가 자금이 들어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기존 차관의 만기 연장이나 신규 차관도 추가로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파키스탄이 이번에도 국가 부도 위기를 어렵게나마 극복할 것이란 얘기다.


그렇다고 대외부채 문제가 완벽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속할 수 있는 대외부채 관리시스템을 공고히 다져야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10월에는 총선도 있다. 향후 파키스탄 정치·경제 일정은 불확실성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숫자들이 있다. 파키스탄은 인구 2억3000만 명으로, 세계 5위 인구 대국이다. 세계 5위 규모의 인구는 한국 기업이 무시하기 어려운 수요를 창출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1년 파키스탄 가계 총지출이 3284억달러였다. 베트남, 말레이시아보다 규모가 더 크다. 아시아개발은행에 따르면 빈곤층이 2001년 인구의 64.3%에서 2019년 21.9%로 줄어 비약적인 개선을 보였다. 2019년 이후 외환위기, 코로나19, 글로벌 경쟁 심화 등 대외 요인에 따라 부침이 있었으나 중산층은 매년 두터워지고 소비가 고급화될 가능성이 높다. 제조업이 국가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조금씩 높아졌다. 2019 회계연도 11.5%였던 제조업 비중이 2022 회계연도에는 12.4%로 증가했다. 2019년부터 자동차, 모바일, 가전제품 등이 파키스탄 정부 정책에 힘입어 조립 생산되기 시작한 점을 감안하면 기존 섬유산업에 집중돼 있던 제조업의 다양성이 확대되고 대기업에 의한 생산활동이 향후 더 높아질 전망이다. 부품 현지화 의무가 점점 확대되고 있어 현지 부품생태계 조성도 필요한 상황이다.

파키스탄의 향후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은 작지 않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파키스탄만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경쟁과 코로나19는 모든 지역에서 불확실성을 높였다. 기업 입장에서는 민첩하게 대외 요인들의 변화에 반응하고 대응하는 역량 강화가 필요해졌다. 정부도 급변하는 세계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민첩한 대응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더욱 절실해졌다. 특히 파키스탄과 같은 시장 잠재력이 높은 국가에서는 더욱 그렇다.



출처: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3032099011




원문 출처 : 코트라

원문링크 https://dream.kotra.or.kr/kotranews/cms/news/actionKotraBoardDetail.do?MENU_ID=70&pNttSn=20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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