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시장이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세계 굴지의 대기업들이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은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것 같다. 메타는 메타버스 사업에 수 조원을 투자해가며 메타버스 구현을 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고, 애플과 삼성은 연 내에 메타버스 헤드셋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그에 반해 대중의 반응은 뜨뜻 미지근하다. 최근 메타는 수 개월 전, 고가로 출시한 플래그쉽 헤드셋 모델인 Meta Quest Pro 제품의 가격을 약 30%까지 인하하며 재고를 처리하려는 (?)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렇듯 메타버스가 뜨거운 감자에서 애물 단지로 전락하는 듯해 보이는 것의 이면에는 아마도 킬러 애플리케이션의 부재, 장시간 사용하기에는 무겁고도 거추장스러워보이는 헤드셋 등,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대중들에게 가장 친숙하게 알려진 메타버스 기기인 가상현실 (Virtual Reality, VR) 헤드셋만 사용해봐도 그 이유를 체험해볼 수 있다. 사용자들을 강렬하게 끌어당길 매력적인 사용처가 존재하지 않고, 특히나 한 시간 정도만 사용해도 목과 어깨가 뻐근해지기에 쉽사리 소비자들의 서랍행으로 전락하는 신세인 것 같다.
가상현실 헤드셋, 그럼 왜 가볍고 얇아지기 힘들까?
가상현실 헤드셋이 선글라스급으로 가볍고 얇아지기만 해도 대중들의 거부감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을 텐데, 무작정 이를 달성하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는 가상현실 헤드셋의 근본적인 구조, 그리고 이것을 구성하는 부품들의 광학적 한계에서 이유를 알 수 있다.
현재 상용화된 가상현실 헤드셋의 광학계는 대부분 위와 같은 구조를 가진다. 각 눈당 하나의 디스플레이, 그리고 그 디스플레이의 영상을 확대해서 보여주는 렌즈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 구조가 가볍고 얇게 구현되려면, 크게 두 가지를 개선하는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디스플레이와 렌즈 사이의 거리를 줄이고, 두 번째, 렌즈 자체의 두께와 무게를 줄이는 것. 하지만 이 두 가지는 일면 상충되는 특성을 가진다. 디스플레이와 렌즈 사이의 거리를 줄이려면 렌즈의 초점 거리가 그만큼 짧아져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렌즈 자체의 크기와 두께를 늘려야하기 때문이다. 이는 같은 크기의 렌즈라면, 초점거리가 짧을수록 빛을 더욱 큰 각도로 꺾어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유리, 플라스틱 등 우리에게 친숙한 물질로 렌즈를 만든다면 위와 같은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이를 우회하고 메타물질 (Metamaterial)이라는 신소재를 이용하여 렌즈를 만들려는 시도와 특허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은 상용화가 가깝지는 않은 실정이다.
팬케이크 렌즈, 첫 번째 이슈의 해결 시도
하지만 최근 출시되고 있는 가상현실 헤드셋들은 획기적인 방법으로 첫 번째 이슈를 우회하여 해결한다. 바로 팬케이크 (Pancake) 렌즈를 사용하는 것이다.
위의 그림은 구글의 연구 결과물에서 가져온 그림인데, 일반적인 팬케이크 렌즈의 도식을 보여준다. 이처럼 팬케이크 구조는 빛이 지나가는 길을 여러 번 꺾어주는 (Optical folding) 방식을 채택한다. 이를 이용하면 같은 초점거리를 가진 렌즈를 사용해도 디스플레이와 렌즈 사이의 거리를 획기적으로 줄여줄 수 있는 것이다. 위 그림은 편의상 LP, QWP 등과 같은 각 소자 사이의 거리를 띄어서 표시하였지만 실상으로는 필름에 불과하므로 위 그림에서 보는 거리보다 더 짧음을 유의하자. 최근에 출시되고 있는 Meta Quest Pro, HTC Vive Flow 등 비교적 간소화된 형태를 가진 가상현실 헤드셋들은 대부분 위의 팬케이크 렌즈 구조를 활용한다. 물론 이도 빛의 손실이 많아 효율이 좋지 않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긴 하다. 하지만 이를 활용한 특허가 많이 등록되는 것을 보면, 당분간은 이와 같은 팬케이크 렌즈 구조가 활용된 가상현실 헤드셋이 주류를 이루지 않을까 예상한다.
홀로그램, 두 번째 이슈의 해결 시도
그럼 두 번째 이슈인 렌즈 자체의 두께와 무게는 굴지의 대기업들이 어떻게 해결하려고 하는 걸까? 바로 홀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홀로그램은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스타워즈의 그 홀로그램이 아니다. 홀로그램은 ‘모든 것’을 의미하는 Holo와 ‘정보, 기록’을 의미하는 Gram 단어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단어이다. ‘모든 것을 기록한 것’이라는 의미이다. 홀로그램은 보다 구체적으로, 빛을 기록하는 매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특수한 조건에서라면 어떤 물체에 투과된 빛이든, 반사된 빛이든,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가진 빛을 이 홀로그램에 기록할 수 있는 것이다.
재밌는 사실은 이 홀로그램의 원리를 이용하여 우리의 입맛대로 렌즈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홀로그램은 수 mm의 두께를 가진 포토폴리머 필름으로 제작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에 쓰이던 두껍고 무거운 렌즈를 얇은 필름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위의 그림은 최근 메타의 메타버스 사업 부문을 담당하는 리얼리티 랩스에서 행해진 연구의 결과인데, 필름 형태의 얇은 홀로그램 렌즈를 제작해서 안경 형태의 가상현실 헤드셋을 구현한 연구이다. 마크 저커버그 CEO가 최근 자랑스럽게 공개한 Holocake 2 헤드셋이 바로 위 원리를 차용한 헤드셋이다.
이 홀로그램은 비단 메타뿐만 아니라, 이름을 한 번쯤 들어봤을법한 굴지의 대기업들에서 모두 주목하고 있는 기술이다. 2018년, 애플이 인수한 증강현실 글래스 스타트업 ‘아코니아’도 홀로그램 기술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회사이다. 애플뿐만 아니라, 구글, 삼성전자, 인텔 등 굵직한 기업들이 모두 위 기술의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홀로그램은 앞서 언급하였듯이, 빛을 기록할 수 있는 기술인 것인 만큼, 렌즈뿐만 아니라 제작자가 원하는 특수한 기능을 가진 소자를 입맛대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홀로그래픽 렌즈를 차용해 획기적으로 간편하도록 만들어진 가상현실 헤드셋이 조만간 출시될 지도 모르겠다.
원문 : 가상현실 (VR) 헤드셋, 얼마나 얇아질 수 있을까?
필자소개 : BLT 엄정한 파트너 변리사는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직접 투자하는 ‘액설러레이터형’ 특허사무소 ‘특허법인 BLT’의 창업자입니다. 기업진단, 비즈니스모델, 투자유치, 사업전략, 아이디어 전략 등의 다양한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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