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부동산은 그동안 투자 또는 자산증식의 수단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금리 인상으로 인해 서울 부동산 마저 가격이 급락하자, 한국 정부는 서울 일부 지역(용산, 강남3) 제외하고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일본의 부동산은 어떨까? 일본에서는 80년대 버블경제 이후 부동산 폭락을 실제로 경험한 사람들 주택을 구입하지 않고 평생 임대살이를 원하는 세대가 등장해 '평생 친타이(賃貸)파'라고 불리고 있다. 이들의 등장 배경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며 한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시사점을 알아본다.


평생 친타이(賃貸)파의 등장 배경

 

1) 버블경제 이후 부동산 폭락

도쿄의 땅을 팔면 미국 대륙 전체를 살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던 버블경제 시기 제곱미터당 평균 140만 엔에 육박했던 도쿄의 주택지 가격이 1990년대 초 버블경제 붕괴 이후 제곱미터당 평균 60만 엔 이하로 떨어졌다. 당시 일본 국민들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부동산 가격의 50% 이상이 순식간에 날아가는 것을 목격했으며, 이러한 경험은 많은 일본 국민에게 부동산은 언제든 가치가 떨어질 수 있는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만들었다.


<일본 주택지의 평균 가격 추이>

(단위: 1,000 엔/㎡)

[자료: 일본 국토교통성 통계]


2) 주택은 감가상각이 자산이라는 인식

많은 일본인들이 위와 같은 맥락에서 주택은 지어진 순간부터 감가상각이 시작되는, 매해 그 가치가 떨어지는 자산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매 5년마다 실시되는 국토교통성의 2018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 주택의 57%가 목조주택인데, 각 건축구조물별 내용연수를 적용하면 결국 절반 이상의 주택이 내용연수 20년짜리 자산이 되는 것이다.


<일본 건축구조물별 내용 연수>

구조

내용연수 (年)

방화 목조

20

목조

22

기타(블록조,벽돌조)

38

철골,철근,콘크리트조

47

[자료: 일본 총무성 통계국] 


이와 관련된 일본 부동산 임대의 특이한 관행이 있는데, 바로 레이킹(사례금)이다. 레이킹이란, 입주계약 시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지불하는 사례금으로 통상 월세의 1~2개월치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불하게 된다. 한국과 같이 부동산 가격이 크게 상승하지도 않고, 전세 제도가 없으니 대부분의 임대인들이 부동산 매매 차익으로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보다는 대출을 받아 집을 구매한 소유주이기 때문에 집주인의 소득보전을 위해 이러한 관례가 생겨났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3) 일본의 강력한 임대차보호법 

'평생 친타이파'가 가능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일본의 강력한 임대차보호법 덕분이기도 하다. 일본은 입주심사가 매우 까다로운데, 이는 한번 입주를 하고 나면 임차인을 내보내거나, 월세를 인상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 차지차거법(임대차보호법) 28조에서는 월세 계약은 2년 단위 계약이 기본이며, 건물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지 않을 경우 계약해지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건물주가 월세 인상을 요구하려면, 인상 요구 통지서와 근거서류를 임차인에게 발송해야 한다. 세입자는 이를 거절할 수 있으며, 분쟁이 해결되지 않을 시 지역 간이재판소에서 민사 . 최종 결렬시에는 정식 재판으로 이어지는데, 아무리 건물주가 월세 인상의 근거서류를 잘 준비하더라도 조정이나 재판에서 월세 인상을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최근 일본 부동산 시장 동향

 

평생 친타이파가 늘어나고, 일본에서 부동산이 한국에서만큼 안전 자산으로 인식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30대 중후반부터는 실거주 목적의 주택구매 비율이 느는 것도 사실이다. 2018년 총무성 통계국의 조사에 따르면, 30대 초반까지는 자가비율이 26.2%에 불과하다가 30대 후반에 43.8%, 40대 초반에는 54.7%에 이른다. 2023년 2월 기준 일본 시중은행의 장기(30년 이상)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1.7%대로,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며 가정을 꾸리는 경우 30대 중후반에는 저금리 장기 주택 담보대출의 혜택을 받아 주택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버블경제 시기 다수 건축된 철근콘크리트조 건물들의 내용 연수인 약 50년이 지난 현재, 대규모 재건축 붐이 일며 일본 내 다른 지역에 비해 공시지가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 지역도 있다. 2022년 7월 1일 국토교통성 발표에 따르면, 지가 상승률 전국 1위는 공시지가가 3.1% 증가한 후쿠오카현이었다. 후쿠오카시에서는 현재, 2026년 말을 준공 기한으로 하는 '텐진 빅뱅', 2028년 준공 예정인 '하카타 커넥티드' 등 대규모 재건축 붐이 일어 공시지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하카타 커넥티드 재건축 현장>

[자료: 후쿠오카 무역관 제공]

 

시사점

 

일본 부동산을 살펴보면, 아무리 공시지가 상승률이 가장 높은 지역이라 하더라도 더 이상 과거 한국과 같이 부동산을 소유함으로써 자산을 2-3배로 단번에 불리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임대차 보호법을 충실히 갖추어 평생 친타이파를 보호하는 한편, 중장년층이 실거주 목적으로 주택을 구매하는 경우 장기 저금리 주택담보대출의 혜택을 받아 주택을 소유할 수 있게끔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한국 부동산 시장에 주는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원문 출처 : 코트라

원문링크 https://dream.kotra.or.kr/kotranews/cms/news/actionKotraBoardDetail.do?MENU_ID=70&pNttSn=20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