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Adidas)가 리복(Reebok)에 이어 러시아 내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5월 초 밝혔다. 작년 봄 아디다스는 다른 해외 브랜드와 같이 오프라인 매점 문은 닫았으나 쇼핑몰 내 매장 임대는 유지하고 있었다. 그 외에도 운송업체 Pick Point, 주얼리 브랜드 Swarovski 등이 지난해에 이어 줄줄이 러시아 내 사업을 처분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발표에 의하면 러시아에 있는 3000개 이상의 외국 기업 중 211개(7%)만이 러시아를 떠났다고 한다. 또, 468개 브랜드는 더 이상 판매는 중단하지만, A/S를 계속하겠다고 발표했다고 한다. 이는 실제로 철수를 선언한 기업 수와 차이가 나는데, 이유는 해외 기업들이 처분한 자산을 러시아 기업들이 사들여 동일 업종의 영업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그 예시는 스타벅스와 맥도날드 등이었다. 러시아 내 사업을 중단한 스타벅스와 맥도날드 러시아 지분을 러시아 회사가 사들여 Stars Coffee와 Vkusno I tochka라는 새로운 이름의 커피숍과 햄버거 가게를 열었다. 올해는 지난 3월 이후 러시아 내 영업을 중단한 의류업체 Inditex(Zara, Bershka, Pull&Bear 등)가 2023년 3월 17일 러시아 내 매장을 전부 닫겠다고 발표했다. 그 후 4월 두바이에 본사를 둔 R-MIXED가 지분을 사 새로운 브랜드명으로 옷가게를 다시 개점했다.
스웨덴 가구 브랜드 IKEA 역시 작년 봄 이후 1년간 공장 영업을 중단했었다. 그 사이 직원 수도 1000명에서 500명으로 줄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2021년 대비 78%나 줄었다. 2023년 IKEA의 지분은 러시아 가구 그룹 Luzales에 넘어갔다. 해당 업체는 IKEA는 새로운 이름 Luzales-Tihvin과 함께 학교용 가구 제작에 들어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일부 기업은 러시아 자산의 매각을 발표했지만, 아직 새로운 구매자를 찾지 못했다. 이렇게 빠져나간 해외 브랜드를 대신 생겨나는 러시아 업체들 때문에 러시아인들의 외국 기업 철수에 따른 불편함은 줄었겠지만, 여전히 줄어든 선택지와 상승한 가격으로 인한 영향을 받고 있다.
러시아가 추가한 철수 조건
외국 기업은 앞으로 러시아를 떠나는 게 더 어려워진다. 러시아 재무부는 지난 3월 27일 외국 기업의 자산 매각 관련 조항을 개정, 발표했다. ‘비우호국’ 투자자들이 사업체를 매각할 경우, 시장 가치의 최대 1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존에 존재했던 비우호국 기업이 현지 자산을 매각할 경우 최소 시장 가격의 50% 이상 할인된 금액으로 팔아야 한다는 법률에 이어 추가 세금까지 내야 한다는 뜻이다.
해외 기업이 러시아 지분을 90% 이상의 할인된 금액으로 판매했을 경우 해당 시장 금액의 10%, 90% 이하 할인 시는 5%를 세금 명목으로 러시아 정부에 내야 한다. 러시아 투자 회사 Open Invetments의 투자 분석가 A.Kochetkov는 언론과의 인뷰에서 이러한 정부의 조치로 해외 기업들을 붙잡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해외 업체들의 러시아 철수 조치는 대부분 경제적인 관점이 아닌 해당 기업이 속한 국가의 정치적 결정에 따라 결정된 것이기에 러시아 쪽에서 철수하는 기업에 이러한 제재를 가하는 것은 업체를 붙잡기보다는 추후 철수회사 자산을 사들일 러시아 업체에 조금 더 나은 조건에 제공하고 이로 인해 경제 전체에 긍정적인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러시아 언론지 Kommersant의 발표에 의하면 지난해 러-우 사태 이후 러시아 비즈니스를 중단한 업체들의 손해 금액은 약 2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이중 러시아 시장 철수를 해 러시아 내 자산을 '제값'에 팔지 못한 업체들의 손해가 13억~15억 달러로 추정되고, 아직 철수하지 았지만 영업을 잠정 중단한 업체들의 피해 금액까지 합치면 약 20억 달러가 된다. Kommersant는 이에 대해서 이러한 손해에도 불구하고 해외 글로벌 기업들의 러시아 사업규모는 총사업의 3~5%에 밖에 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에 큰 영향은 없었을 것이라고 한다.
러시아 측의 반응
러시아는 빠져나가는 해외 자본으로 인한 손실을 막고자 최근 러시아 내 특별경제지역(세금 감면 혜택 지역) 입주 조건을 다양화했다. 이전에는 극동에 위치한 루스키섬 및 칼리닌그라드에 위치한 특별경제지역에 입주하려면 인프라 건축 혹은 재건에 참여하는 것이 조건이었다. 현재는 인프라 건축을 위한 자산(기계 등) 임대 및 인프라 건설에 대한 자금 투자 등의 선택 항목이 추가됐다. 해외 투자자들을 위한 '출입구'를 확대해 해외 업체 이탈로 인한 외화 유출을 방지하고자 하는 선택이다.
또한 러시아 경제발전부 소속 대외교역 전문가들은 이탈한 서방 업체들로부터 수입하던 제품 1/8 정도를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국가들로부터의 수입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우호 관계인 EAEU 내에서 자급자족 가능한 제품 462개 리스트를 만들었다. 2021년에는 해당 리스트의 50%에 해당하는 규모를 EAEU 외 국가들로부터 수입했지만, 서방 제재로 인해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로의 수출을 중단하며 러시아 내 제품 생산 혹은 EAEU에서 수입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해당 리스트 중 59개 품목에 대해서는 EAEU 국가들이 상대적 우위를 갖고 있어 수입 대체를 해도 문제를 없다는 입장이다.
EAEU 국가들이 비교적 우위를 갖고 있는 제품 중 하나는 파이프, 보일러 및 이를 위한 장치다. 러-우 사태 이전 대부분(89%)은 EAEU 외에서 수입됐지만(약 20억 달러 상당), 러시아 내 기술력도 늘어가는 추세다. 벨라루스의 경우 수입되는 경차 제조가 가능하지만 자동차 부품 일부(변속기, 시트 등)는 EAEU 내에서 생산 가능한 나라가 없다. 카자흐스탄의 경우 석유, 화학산업, 촉매 제조 등에 사용되는 알루미늄 산화물 제조에 잠재력을 보이며 아르메니아와 키르기스스탄은 옷과 천류 제조에 강점을 나타내고 있다고 경제발전부 소속 전문가들이 밝혔다.
대외교역 분석센터 RANHIGS의 센터장 A.Knobel은 EAEU 국가들은 자국 생산을 해 러시아의 수입 점유율을 올릴 수 있는 잠재력이 있지만 대부분 병행수입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밝혔다. 지난해 러시아 수입 중 EAEU 국가들 지분은 2021년 8%에서 13%까지 늘어났다.
또한 EAEU 국가들의 수입도 총 40% 이상 늘었다. EAEU에서 러시아로 재수출하는 일부 품목은 EAEU 내에서 생산하지 않는 제품도 있다. 수입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품목은 자동차 및 부품류이며(100% 증가), 그다음으로는 화학산업제품(80% 증가), 식품 및 섬유 제품(30% 증가) 순으로 증가했다. 2022년 CIS 국가들의 유럽 수입이 많이 늘고 대러시아 수출이 많이 늘어난 것을 미루어 짐작해 봤을 때 재수출이 많이 이루어진 점을 볼 수 있다.
Knobel 센터장의 분석에 의하면 몇 년 내 EAEU의 수입 점유율은 15~20%까지 상승할 것이나 그 이상은 다른 우호국들로부터의 수입이 있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 중소중견기업 지원단체 대외관계 국장 N.Dunaev는 현재 EAEU 내에서 거의 모든 생활용품은 생산 가능하며, 의약 및 화학제품은 약 50%, 기계제품은 30%, 하이테크 제품은 10~15% 대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품질 측면에서는 아직 부족하다고도 추가했다.
미국 및 EU가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항목 중 하나는 제3국을 통한 러시아로의 수출 금지 항목이다. 이처럼 EAEU를 통한 우회수출 방법도 어려워지는 가운데 EAEU는 러시아의 새로운 수입 대체자가 될 것인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자료: 워싱턴포스트, Kommesant, RBK 등 KOTRA 상트페테르부르크 무역관 자료 종합
원문링크 | https://dream.kotra.or.kr/kotranews/cms/news/actionKotraBoardDetail.do?MENU_ID=70&pNttSn=2027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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