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도바 안준한 대표(사진오른쪽)와 박대일 청두 지사장(사진 왼쪽) ⓒ플래텀

한국인이 만든 콘텐츠는 주로 한국인이 소비한다. 때문에 한국의 유튜브는 5,000만이라는 작은 시장 규모의 한계를 가진다. 유튜브가 탄생시켰지만 유튜브에 갇힌 크리에이터들에게 출구전략이 필요한 셈. 국내에 다른 대안이 없기에 해외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다.

창작자 크로스보더 플랫폼 ‘아도(adoba)’는 이런 한계를 기술로 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업이다. 글로벌 크리에이터와 브랜드가 자유롭게 글로벌 시장에서 활동하고 협업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 생태계’를 지향한다. 글로벌 크리에이터들은 아도를 통해 중국 플랫폼에 채널을 개설하고, 콘텐츠를 올리고, 수익을 정산할 수 있다. 아도바가 중국 주요 12개 온라인 플랫폼과 콘텐츠 유통 계약을 맺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아도바는 국내 및 글로벌 크리에이터들의 중국 시장 진출의 동반자를 자임하고 있으며, 550여 개 국내 크리에이터를 중국에 진출시켜 2000여 개가 넘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사업성과 가능성을 인정받아 2020년 10억 원 프리 A 라운드 투자유치에 이어 2021년 40억 원 규모 시리즈 A 라운드 투자를 받기도 했다.

아도바를 이끌고 있는 사람은 안준한 대표와 박대일 청두 지사장이다. 안준한 대표는 중국 전문가로 꼽힌다. 대기업을 경험한 뒤 스타트업에 뛰어들어, 에너지 빅데이터 기업인 인코어드테크놀로지스를 공동 창업했다. 2016년에는 운영하던 VR 플랫폼 회사를 중국 최대 VR 플랫폼 87870에 매각했으며, 2019년 아도바를 창업했다. 박대일 지사장은 한국에서 창업을 경험했고 상하이에서 현지 기업에서 근무했다. 이색적인 부분은 중국에서 활동중인 유명 왕홍(网红)이라는 것이다. 두 사람을 베이징에서 만났다.

-2020년 인터뷰때와 비교해 보면 많은 변화가 보인다. MCN 비즈니스에서 기술 플랫폼으로 사업 무게 중심을 이동했다. 

안준한 대표(이하 ‘안’) : 회사의 방향성이 달라진 것은 없다. 여전히 중국에는 큰 기회가 존재하고 있고, 이 시장에 더 많은 크리에이터들을 안착시키는 것이 우리 업의 본질이다. 이 사업을 시작한 배경에는 중국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 사업 가능성이 있었고, 외국 콘텐츠 크리에이터에게도 충분한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바이두 ‘하오칸 비디오’와 윈-윈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았다. 당시 바이두는 영상 플랫폼 후발 주자로서 콘텐츠가 필요할 상황이었고, 우리는 외국인 크리에이터의 문제를 풀어줄 플랫폼이 필요했다.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았고 합이 잘 맞아서 좋은 성과가 나왔다. 이렇게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른 플랫폼으로 영역을 넓혀갔다.

다만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의 효율적인 메카니즘이 필요했다. 4년여 간 통계를 보니 크리에이터 20%는 리소스를 투입하는 것 대비 ROI가 충분히 나왔지만, 80% 크리에이터들은 그렇지 않았기에 새로운 방법론을 찾아야 했다. 크리에이터와 현지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회사의 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그래서 사람 손이 많이 필요한 MCN식 매니지먼트에서 IT 솔루션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업을 해석하고 문제를 재정의한 거다.

우선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살펴봤다. 아도바는 중국 각종 플랫폼에 외국인 크리에이터가 입점하고 오리지널리티와 수익화에 대한 인증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권한이 있다. 그리고 크리에이터가 활동하고 나서 얻은 수익을 정산할 수 있게 하는 권한도 개인에게 부여할 수 있다. 이 두 개의 권한은 아도바만이 전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갖고 있다. 우리가 가진 이 권한을 크리에이터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풀기로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작년 10월에 베타 론칭한 ‘아도바로(路)’다. 6월 말 ‘비드콘(VidCon, 전 세계 유튜버·크리에이터·미디어사·MCN사들이 참가하는 크리에이터 이벤트)’에서 글로벌 버전을 공개할 예정이다.

4년 전과 지금의 큰 변화는 매니지먼트로 접근했던 중국 시장을 지금은 솔루션을 통해 접근하고 있다는 거다. 그걸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 있는 여러 국가 크리에이터들도 중국 시장에 보낼 수 있게 됐다. 문제 해결 방법론이 바뀐 거다. 그렇다고 MCN 비즈니스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20%의 크리에이터는 매니지먼트를 통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 이미 충분히 성과를 내고 있고 우리가 돕는다면 더 많은 것을 기대할 수 있는 비즈니스다.

-창업 초기 ‘중국향 MCN’이란 수식어가 있었다. 

안 : 현재 집중하는 시장이 중국인 것은 맞다. 유리한 사업적 카드를 확보하기 위해 대륙 시장을 먼저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우리의 방향성은 여러 국경을 넘어 다양한 플랫폼에 접근하는 크로스보더다. 하나의 콘텐츠를 유튜브에만 올리는 게 아니라 더 다양한 플랫폼에 올릴 수 있다면 크리에이터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되지 않겠나. 기존에 유튜브에 올렸던 콘텐츠를 재활용하면 추가적으로 더 수익을 만들 수도 있다. 유튜브에서 반응이 없던 콘텐츠도 다른 플랫폼에서 호응을 얻을 수 있다.

사실 국경을 넘어가도 유튜브인 경우가 다반사다. 넘어가도 유튜브만 있는 시장이 아니라 유튜브의 크기와 비슷한 플랫폼들이 무수히 많은 나라로 가면 의미가 있을 거다. 일례로, 유튜브는 2.6억 명의 유저가 있는 인도 시장이 제일 크다. 그런데 유튜브가 막혀있는 중국은 다수의 플랫폼이 3억, 5억 명 정도 유저를 보유하고 있다. 인도 시장 하나보다 중국에 있는 여러 플랫폼에 접근하기 쉽다면 새로운 가능성이 생기는 게 아닐까. 아도바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중국 플랫폼 MAU를 다 합치면 50억 명에 달한다. 이런 현실적 이유로 중국 시장을 먼저 공략했다.

한국에서 중국으로 가는 부분은 이미 검증했고, 글로벌에서 중국으로 가는 확장판도 나온다. 중국에 있는 크리에이터들의 글로벌 진출도 우리를 통하면 가능할 거다. 마지막에는 글로벌에서 글로벌로 갈 수 있을 거라 본다.

-아도바가 중국에 진출시킨 크리에이터가 만든 수치나 성과를 이야기해 준다면.

안 : 전체적으로는 한 550팀 정도를 중국 플랫폼에 진출시켰고, 이 크리에이터들이 유튜브나 틱톡 등 글로벌 플랫폼에서 가지고 있는 구독자 수는 2.6억 명 정도 된다. 이미 성장한 크리에이터도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로 ‘헤이지니’가 있다. 이들이 중국에 진출해 확보한 구독자 수는 3천만 명을 넘었고, 우리가 파트너십을 맺고있는 중국 플랫폼 12개를 통해 만들어진 채널이 2천여 개를 넘었다.

내부적으로 데이터 분석을 해보니까 한 명의 크리에이터가 유튜브로 성장할 때보다 중국 플랫폼에서 성장 속도가 3배 정도 빠르다. 그래서 전체적으로는 한 1년에서 1년 6개월 뒤에 유튜브와 비슷한 정도로 성장시킬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우린 유튜브를 포함해서 다수의 플랫폼을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선택이 아니라 확장 개념으로 중국 시장을 열어 왔다.

-작년 10월에 베타 론칭한 ‘아도바로’는 크리에이터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나. 

안 : 아도바로는 크리에이터들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데 필요한 모든 모듈을 결합한 것이다. 중국 플랫폼에서 해외 크리에이터가 활동하려면 장기 비자, 현지 은행 계좌 등 까다로운 인증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아도바로는 플랫폼 내 채널 개설 및 수익 정산 서비스, 플랫폼 가이드라인·매뉴얼, 중국 트렌드 뉴스레터, 중국 플랫폼에서 활용 가능한 각종 자료(음원, 폰트, 이미지 등), 채널 데이터 대시보드 등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크리에이터 중국 활동을 지원한다. 6개월여 간 베타테스트를 하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앞서 3년여 동안 300여 팀을 직접 매니지먼트해서 중국에 진출시켰는데, 최근 6개월 동안 200여 팀이 솔루션을 통해 중국 플랫폼에 입점했다.

-가설이 모두 맞아 떨어지진 않았을 거다. 예상대로 된 부분과 아닌 부분이 있을텐데. 

안 : 맞아떨어진 부분의 핵심은 매니지먼트로 진출시키는 것에 비해 확연히 비용 절감이 된다는 거다. 크리에이터당 들어가던 비용이 10분의 1까지 줄어들었고, 개별적으로 계약하지 않기에 오퍼레이션 양도 많이 감소했다. 중국 진출 크리에이터를 더 많이 늘릴 수 있는 기술적 도구가 마련된 거다.

근데 풀어야 되는 숙제도 생겼다. 한국 크리에이터만으로 중국 시장을 열었을 때 한계가 명확히 보였다. 그래서 범위를 넓혀 글로벌로 더 빨리 나가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글로벌로 나갈 때도 솔루션이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이나 호주, 유럽 크리에이터를 MCN 방식으로 중국에 진출시키려면 언어와 시차 등 극복해야 할 요소가 많다. 매니지먼트 비용이 계속적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솔루션을 통해서 진행하면 많은 비용을 세이브 시킬 수 있다. 매니지먼트가 아니라 솔루션을 했을 때 글로벌로 뻗어나가는 게 훨씬 더 유리해진다라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

-6월에 글로벌 버전을 론칭한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떤 부분을 가장 중점적으로 신경썼나. 핵심 기능이나 주목할 부분은 뭔가.

안 : 우리가 베타 버전에서 확인하고 싶었던 거는 솔루션으로 바뀌었을 때 나타나는 효율성이다. 숫자적인 측면에서 6개월 만에 200여 팀이 들어왔으니 성과가 좋다고 할 수 있다. 정식 버전을 내놓을 때는 조금 더 유용한 기능이 포함될 예정이다.

기본적으로 크리에이터들이 중국 플랫폼에 접근할 때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할 거다. 콘텐츠 업로드 등 현지 채널 운영과 관련된 전반적인 기능들이 제공된다. 플랫폼 별 데이터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한다. 특히 수익 정산을 쉽게 할 수 있게 했다.

유튜브에서 평균적으로 6개월에서 1년 정도 수익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중국에서도 동일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기술만 믿고 방치하면 이탈률이 높아질 수 밖에 없기에 플러스 알파로 비즈니스 연결에 대한 해결책도 찾고있다. 아도바가 3년 동안 중국 현지 진출을 시킨 크리에이터 중 20%는 우리가 현지 브랜드 광고를 수주해 연결시켰다. 그런 부분을 조금 더 자동화하는 형태를 구상하고 있다. 브랜드들이 크리에이터들한테 광고를 의뢰할 수 있고, 크리테이터가 원하는 광고를 픽해서 수행할 수 있게 하는 형태다. 이런 기능들이 추가되어 정식 버전이 출시될 거다.

아도바는 동남아의 아마존 ‘쇼피’같은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쇼피는 자체 커머스를 운영하지 않지만 그 안에 수많은 커머스몰 셀러가 입점해 있다. 판매자가 독립적으로 브랜드와 고객 간 인게이지먼트를 높일 수 있도록 해서 엄청나게 빨리 성장했다. 우리도 크리에이터가 아도바로에 접속만 하면 각각의 플랫폼에 영상을 자유롭게 올리고, 데이터를 관리하고, 정산까지 할 수 있게 했다. 중국에 가장 특화돼 있고 적합한 플랫폼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국내 크리에이터 규모가 크지 않다고 했는데, 글로벌 시장에서 비중은 어느정도 되는 건가. 모수가 작은 건가.

안 : 여러 리포트에서 전 세계 유튜브 크리에이터 수를 5천만 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고, 그 중에 한국 크리에이터 수를 10만 명 정도로 본다. 유료화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 10만여 명 정도 된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비즈니스를 도모한다면 10만 명이 아니라 5000만 명을 목표로 하는 것이 맞는 판단일 거다. 한국 크리에이터들이 가진 콘텐츠는 중국 시장에서 충분히 강점이 있다. 다만 비즈니스 관점에서 모수를 키우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양질의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실현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안 : 결국 크리에이터에게 좀 더 많은 수익을 가게 하는 비즈니스 연계가 핵심이 될 거다. 한국 크리에이터들이 1년 동안 100만 원을 못 버는 것이 현실이다. 크리에이터들에게 비즈니스적인 기회가 더 많이 제공되어야 양질의 생태계가 조성된다. 그래서 관련 테스트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작년에 음원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올초 크리에이터 굿즈 플랫폼 ‘오라운드’와 협업해서 크리에이터의 수익화를 돕고 있다. 이어서 준비하고 있는 게 크라우드펀딩과 커머스이다. 크리에이터들이 부가적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을 계속 연결할 계획이다.

아도바 안준한 대표와 박대일 청두 지사장 ⓒ플래텀

-아도바는 쓰촨성 청두에 40여 명 규모 자회사를 두고 있다. 청두 지사가 서울 본사보다 인원이 두 배나 많다. 한국과 중국 지사는 각각 어떤 역할을 하는 건가.

안 : 처음에는 서울에 대부분의 조직을 두고 있었다. 지금은 R&R을 구분해서 R&D 조직은 청두에 두고있다. 청두 지사에서 솔루션이 개발되고, 기획되고, 운영된다. 파트너십과 이슈 해결, 위기대응 부분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실험하는 건 본사가 청두인 것처럼 운영되는 것이다. 서울 본사는 첫 번째 로컬 브랜치라는 개념에서 비즈니스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 청두가 솔루션과 플랫폼 파트너십을 맡고, 서울은 크리에이터 교육과 홍보, 비즈니스, 세일즈를 하고 있다.

-지사가 청두에 있는 이유는 뭔가.

안 : 중국에서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을 1선 도시라고 부른다. 그리고 ‘신(新) 1선 도시’라고 분류하는 대도시가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청두다. 청두는 인구 2천만이 넘는 대도시이자 소비 시장이다. 청두의 별명 중에 하나가 ‘왕홍의 성’이기도 하다. 왕홍들이 많이 활동도 하지만 그 왕홍들이 파는 물건에 대한 소비력도 상당히 크다. 청두를 선택한 배경이다.

-자회사 운영을 박대일 지사장이 맡고 있다. 전체 서비스 기획과 디자인 플랫폼 파트너십을 총괄한다. 

안 : 박 지사장은 중국 기업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고 국내서 창업도 경험했다. 특히 중국 동영상 플랫폼에서 왕성히 활동 중인 유명 왕홍(활동명 ‘따이‘)이기도 하다. 중국에서 매년 외국인 크리에이터들을 대상으로 한 어워드가 있는데, 박 지사장이 2021년부터 2023년 까지 3년 연속으로 우수 왕홍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법인 총괄자가 가져야 할 여러 덕목이 있을 거다. 경영적인 관점에서 관리를 잘 하는 것일 수도 있고, 숫자에 강한 재무적인 능력자일 수도 있고, 강한 인내심일 수도 있을 거고, 전략을 잘 세우는 사람일 수도 있을 거다. 박 지사장의 가장 큰 강점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것이다. 청두 지사의 가장 큰 업무 비중은 R&D지만, 현지에서 각종 중국 플랫폼들과의 관계십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플랫폼에서 직접 활동하는 왕홍으로서의 경험이 업무에 상당히 도움이 되고 경쟁력이 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된 건가.

안 : 사업을 함께 하기 전부터 중국 시장을 같이 바라보는 입장에서 교류를 했다. 박 지사장이 국내서 창업을 했을 때 선배 창업자로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파트너의 인연은 코로나 사태가 맺어줬다. 사업 성격상 아무래도 중국인 직원이 많이 필요하다. 그런데 한국에서 외국인을 채용하는 데 여러 제약이 있어서 원하는 만큼 뽑을 수는 없었다. 고민 끝에 중국 현지에 자회사를 설립해서 여러 기능을 옮기기로 했다. 하지만 코로나 여파로 직접 건너가서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 고민을 안고 있을 때 박 중국에 체류하고 있던 박 지사장과 온라인으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함께 해보자고 제안했다. 박 지사장도 크리에이터 산업에 관심이 많아기에 시기가 잘 맞았다. 결과적으로 박 지사장 덕분에 기대 이상의 성과가 나고 있다.

-박 지사장이 아도바에 합류한 배경은 뭐였나. 

박대일 지사장(이하 ‘박’) : 크리에이터들은 MCN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 MCN에 속해도 이득이 없어서 그럴 거다. 중국이든 한국이든 MCN이 해줄 수 있는 건 거의 다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크리에이터 활동을 하고 있을 때 다른 크리에이터나 팔로워들이 아도바를 자주 언급하더라.

중국이 약간 특이한 게 팔로워들이 크리에이터 걱정을 많이 해준다. ‘너 먹고는 사니’와 같은 느낌이다. ‘너 조회수 그렇게 나오는데 괜찮니?’ ‘내가 너 팔로우했는데 왜 이렇게 팔로워가 안 늘어나니. 너무 걱정이 된다.’는 댓글 정말 많이 달린다. 구독자들에게 소구될만한 아이템도 많이 알려주고, 심지어 대본을 써주기도 한다. 내가 MCN에 안 들어가서 발전이 더디단 의견도 많았다. 특히 내가 한국 사람이니 한국 MCN 아도바에 들어가라는 조언이 많았다.

그렇게 좋은 인상이 있었는데, 펜데믹 기간 안 대표와 이야기가 시작됐다. 과거부터 인연이 있었고 마침 중국에 자회사를 만든다고 해서 내가 해보자 싶었다. 다른 걸 떠나 아도바의 사업 방향성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봤다.

-1인 크리에이터를 하는 것과 조직을 꾸리는 건 다른 역할이다. 40여 명의 조직을 만들었는데, 우여곡절이 많았을 듯 싶다.

박 : 사업에 필요해서 한 명 두 명을 뽑다보니 인원이 늘었다. 예전에 상하이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 비슷한 역할을 했던 경험이 도움이 됐다. 리쿠르팅 과정에서 왕홍으로 나를 알아보는 지원자들도 종종 만났다.

안 : 중국 MCN 중에 ‘루한(如涵)’이라고 있다.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상장한 MCN인데, 배경에는 유명 왕홍인 ‘장다이(張大奕)’가 있었다. 한 명의 크리에이터가 상장에 큰 역할을 한 거다. 마찬가지로 박 지사장도 크리에이터 사업에 포부가 크다. 중국에서 왕홍 생활을 하며 체득한 노하우와 경험을 다른 크리에이터들한테 공유하는 역할을 할 거다.

-여담인데, 박 지사장은 먹방 콘텐츠로 유명한 크리에이터다. 콘텐트 방향성을 음식으로 정한 이유가 있나. 

박 : 많이 먹는 콘텐츠가 아니라 맛있는 걸 찾아다닌다. 약간 미식 콘텐츠 탐방 성격이다. 과거 한국에서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했는데 그때도 음식 콘텐츠를 다뤘다. 청두는 먹을 게 너무 많아서 좋다.

-한국에서 창업도 했다. 한국 내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음식 배달업이었다.

박 : 너무 손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었다. 근데 크리에이터 비즈니스도 전통적으로 품이 많이 들어가는 편이다. 그래서 안 대표가 이 산업을 IT 솔루션으로 해결하려는 것에 깊게 동의한다.

안 : 손이 많이 가는 사업이기에 비용 구조 컨트롤이 어렵다. 대부분의 MCN의 사업이 어려워진 배경일 거다. IT 시스템, 솔루션으로 해결해야 활로가 크게 보인다.

-크리에이터 입장에서 아도바로의 가장 큰 강점은 뭐라고 보나. 

박 : 크리에이터 입장에선 쌍수들어 환영할만한 서비스이다. 처음부터 끝가지 한 번에 다 처리해 주잖나. 좀 더 창작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 중국 왕홍들도 하나의 콘텐츠로 글로벌 멀티 플랫폼을 활요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안 대표는 IT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이끌고, 박 지사장은 크리에이터 입장에서 감성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어떤 시너지가 나고 있나. 

안 : 나는 배경 자체가 엔지니어다 보니 데이터 기반으로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크리에이터 산업을 IT로 혁신할 수 있을지가 사고의 방향이다. 데이터를 가져와서 처리하고 시스템으로 만드는 것을 추구한다. 다만 기능적으로만 풀어서는 안 되는 부분도 있다. 그런 부분을 박 지사장이 메워준다. 어떤 기능을 크리에이터들이 좋아하는지,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기능은 무엇인지를 잘 안다. 크리에이터에게 환영받을 수 있는 현실적인 솔루션으로 아도바로가 만들어지고 있는 토대다.

-향후 아도바로와 동일한 성격의 플랫폼이 나올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기능적으로 아무리 좋은 솔루션이 나와도 선듯 시도하기 어려운 시장이 중국이다. 아도바는 이 시장에 4년 먼저 들어와서 머리 깨져가며 경험과 기술력을 쌓았다. 그런 카드는 쉽게 가질 수 없다. 그게 바탕이 되어 지금은 중국을 넘어 글로벌을 추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여유까지 생겼다.

안준한 아도바 대표가 지난해 10월 열린 ‘대한민국 크리에이터 중국 진출 챌린지’ 선포식에서 ‘아도바로’를 설명하고 있다. ⓒ플래텀 

-2020년 당시 적지않은 투자유치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확장 동력 마련을 위한 추가 투자 니즈도 있을 것 같다. 자금 조달 계획이 있나.  

안 : 6월에 글로벌 론칭을 하고 나서 당분간 수치 확보를 할 생각이다. 우리가 증명하고 싶은 건 매니지먼트에서 IT 솔루션으로의 전환의 성과, 그리고 그 솔루션이 글로벌에서 중국까지 원활히 확장될 수 있는 지다. 한국에서 중국으로 진출한 팀들의 결과물보다 글로벌에서 중국으로 간 팀의 성과가 더 커야 의미가 있다. 그게 구체적으로 보일 때가 투자 유치에 나설 타이밍이라고 본다.

우리 업은 크리에이터들을 다양한 플랫폼에서 원활히 진출시키고, 그렇게 만들어진 영향력을 가지고 비즈니스를 만드는 거다. 여기에 전제되어야 할 부분이 규모의 경제로 가야 한다는 거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비해 MCN 산업은 한두 개, 혹은 일부의 성공 사례가 회사를 먹여 살리지 않는다. 규모를 늘릴 수 있는 방법론, 크리에이터들한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는 해결책이 필요하다. 더 넓게 외연 확장이 되는 것을 수치로 증명하면 큰 난관을 넘은 거다.

-국내외 VC들이 최근 MCN에 대한 투자에 난색을 표한다고 하던데.

안 : 우린 MCN이 어려워진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솔루션을 만들고 있다. 물론 말로만 하면 안 될 거고 시장의 반응을 통해 충분히 검증하려 한다.

-아도바는 중국이 만리장성을 높게 쌓아서 기회를 찾은 기업이다. 반대로 중국에 대한 편견으로 어려움도 있었을 거다. 

안 : 한국에서 두 차례 성공적으로 투자 라운드를 진행했다고 자평한다. 좋은 VC, 파트너들을 만났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투자를 안 한 기관들도 아도바의 가설과 검증 과정은 높게 평가해 줬다. 하지만 반대쪽 저울에 중국이라는 키워드를 놓고 고개를 저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 사업 모델은 괜찮지만 중국이라서 어렵다고 본 거다. 이렇듯 중국에서의 사업은 불확실하고 위험할 것 같다는 인식이 넓게 퍼져있다.

그 이슈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했다. 우린 중국 비즈니스를 직접 해결한다는 원칙이 있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현지인이 중간에 끼어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틀린말은 아니지만 100% 진실은 아니다. 누군가가 중간에 끼여 있어서 리스크가 훨씬 더 올라가는 상황도 비일비재하다. 아도바는 중국 12개 플랫폼과 다이렉트로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누구를 통해서도 아니라 직접 크리글로벌 크리에이터들을 중국 플랫폼에 입점시키고 관련된 정산도 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 놓았다. 우리가 자랑하는 강점이다. 지금도 여전히 중국 시장에 대한 고민과 학습을 해나가면서 어떻게 하면 리스크를 최대한 해체하고 줄일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아도바로 글로벌 론칭을 하게되면 해외 크리에이터가 중국 플랫폼 진출도 가능하게 되는 거다. 같은 방식으로 기업이나 브랜드도 중국에 진출할 수 있지 않을까. 

안 : 맞다. 서울에서 그동안 테스트 한 것이 그 부분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충분히 니즈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중국 시장에 간 크리에이터와 콘텐츠의 길을 따라 가려는 기업도 많고, 크리에이터의 트래픽을 원하는 브랜드들도 많다. 기존 브랜드들이 해왔던 방식은 중국에 있는 왕홍들과의 협업하는 형태였는데 큰 성과를 내지는 못 했다. 아도바는 커뮤니케이션이 자유로운 자국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진출하는 방식을 제안해 왔고 성과도 좋았다. 그 모델을 미국, 유럽, 동남아에도 심을 수 있을 거라 본다.

-박 지사장은 아도바 사업의 R&D를 책임지고 있다. 본인이 생각하는 회사의 미래와 비전은 뭔가.

박 : 현재 추구하는 건 중국 MCN과 차별화되는 ‘외국인 전용 MCN’이다. 그걸 완성시켜 중국에서 1등을 하고 싶다. 지금까진 해외에 있는 콘텐츠를 가져와서 올리는 형태이지만, 향후 중국에 있는 외국인을 모아 콘텐츠를 만든다면 더 많이 대중에게 소구될 거라 본다. 현지에 특화된 MCN으로 가려는 계획이 있다.

-안 대표가 생각하는 아도바의 향후 계획은 뭔가.  

안 : 회사의 방향성을 IT 회사라는 관점에서 끌고 나가려고 한다. 아도바로라는 솔루션을 통해 크리에이터가 글로벌 플랫폼에 자유롭게 접근하게 하겠다. 아울러 비즈니스와 연계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해 진정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실현하려고 한다.

아도바 안준한 대표와 박대일 청두 지사장 ⓒ플래텀

원문링크 https://platum.kr/archives/207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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