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현 더벤처스 파트너 ⓒ플래텀

베트남은 한국 기업이 가장 활발하게 진출하는 해외 국가 중 하나이다. 삼성, 엘지, 롯데 등 국내 대기업들이 이미 베트남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한국 제품과 한국 문화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며 국내 스타트업과 개인 사업자의 진출도 늘어가는 추세다.

국내 초기 스타트업 투자사인 더벤처스는 지난 2015년 베트남 지사를 설립하고 현지 스타트업 투자 및 기존 국내 피투자사의 베트남 진출을 지원해 왔다. 더벤처스 베트남 지사를 총괄하는 김대현 파트너는 2014년 중고거래 컨시어지 기업 ‘셀잇’을 창업한 이력이 있다. 이후 가능성을 인정받아 법인설립 1년 2개월만인 2015년 일찌감치 케이벤처그룹(현 카카오인베스트먼트)에 인수되었으며 2017년 모바일 중고마켓 번개장터를 운영 중인 퀵켓과 합병했다. 번개장터에서 김대현 파트너는 최고커머스책임자를 역임, B2C 커머스 사업을 이끌었다. 김대현 파트너를 만나 더벤처스가 베트남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와 현지 스타트업 생태계 동향에 대해 들었다.

-더벤처스는 베트남에 일찌감치 진출했다. 배경을 설명해 준다면. 

더벤처스는 그간 한국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많이 냈다. 5년에서 10년 후를 보며 새로운 시도가 가능한 해외 이머징마켓을 살펴봤는데, 한국인이라는 어드벤티지를 가지고 나갈 수 있는 시장은 베트남과 인도 두 곳이라고 판단했다.

그중에 베트남은 스타트업이 붐이 일어나고 있는데 대부분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에 포커싱이 돼 있다. 부족한 사회 인프라를 스타트업이 채워나가고 있기에 투자 기회가 충분한 것이다. 아울러 베트남은 심리적으로도 가깝고 또 우리의 경험을 100% 투영할 수 있는 곳이라 생각했다.

-김 파트너의 가족도 7월 베트남으로 이주 예정이다. 그만큼 현지에 집중한다는 의미일 거다. 

현지 투자를 하려면 당연히 상주해야 한다. 그래야 현지 창업자들을 더 살펴볼 수 있고 베트남에 대한 이해도도 높일 수 있다. 가족의 편의성 측면에서도 최적의 국가라고 봤기에 이주하는 건 어렵지 않게 결정할 수 있었다.

-베트남 지사는 현지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맞다. 로컬 회사를 우선적으로 검토한다. 다만 한국 스타트업이 우위를 가질 수 있는 카테고리에 대한 검토도 하고 있다.

-어떤 카테고리에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나. 외국 VC 입장에서 현지 법률이나 규제에 맞춰 투자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 

베트남 스타트업 다수가 싱가포르에 모회사를 두고 운영되고 있다. 베트남 법인인 자회사라서 싱가포르 법령에 의거해서 투자를 하면 된다. 우리가 투자 전 주의깊게 관찰하는 건 싱가포르 법인과 베트남 법인이 어떻게 링크돼 있는지다. 베트남 시장은 비즈니스의 성격에 따라 필요한 라이센스가 다른데 외국인이 취득할 수 없는 것도 있다.

우리가 집중하는 분야는 교육과 커머스 영역이다. 심사역들의 백그라운드가 컨슈머 산업에 특화되어 있는 것이 한 요인일 거다. 정부에서 규제를 한다거나 민감한 산업은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예를 들어서 결제, 특히 외환 쪽 비즈니스는 외국계 VC가 접근하기에 리스크가 크다. 하지만 그 산업 외에 투자할 수 있는 분야는 많다.

-교육과 커머스 분야에서 기회가 크게 있다고 봐도 되나. 

베트남에 쇼피와 티키와 같은 종합몰은 이미 자리를 잡고있다. 하지만 버티컬 몰의 가능성은 충분히 남아있다. 한국도 예전에는 종합몰에서 가구를 샀지만 지금은 오늘의집이나 한샘몰 등에서 구매하는 흐름이잖나. 베트남도 그 시대에 들어와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런 사업이 잘 되려면 콘텐츠랑 같이 가야하는데, 그걸 잘하는 스타트업을 집중적으로 발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베트남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뭔가. 보통 사람(창업자)과 팀을 이야기 한다. 기존 투자자 등 주주구성도 중요할 거고.

더벤처스가 한국에서는 주로 시드 투자를 하는데, 팀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 베트남도 다르지 않지만, 한 가지 필수적인 것은 제품이 있어야 된다는 거다. 그래서 현지에서는 프리 시리즈 A 라운드부터 참여한다. 투자 금액도 최소 30만 달러에서 최대 100만 달러 사이에서 집행한다. 그래서 우리 베트남 포트폴리오 기업들은 프로덕트는 물론 매출과 트래픽이 발생하고 있는 회사들이다.

프리 A 단계부터 참여하기에 기존 투자자가 있는 상황에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떤 투자자들이 주주로 있는지도 살펴본다. 정말 믿을 만한지를 판단하기 위함이다. 아울러 현지 로펌과 함께 실사도 한다. 보통 스타트업 투자할 때 실사 잘 안 하잖나. 우린 최소 70% 수준까지는 실사를 진행한 뒤 확정한다.

-더벤처스는 공동창업자를 선호한다고 알고 있다. 이유가 있나. 

더벤처스가 창업자로 구성된 VC다 보니 경험에 근거한 기준이다. 내가 창업했을 때도 다섯 명의 코파운더가 있었는데, 많아 보일 수도 있지만 외롭고 힘든 상황에서 큰 힘이 되었다. 사실 창업은 혼자하면 외롭고 고민도 많게 마련이다. 결국 그걸 견디고 피보트나 사업확장 등 결과를 내는 배경에는 코파운더의 힘이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린 무조건 2인 이상 코파운더로 구성된 팀에만 투자를 집행한다.

-그렇게 투자한 팀 중에서 기억에 남는 케이스를 이야기해 준다면.

우리가 투자한 베트남 로컬 기업 중에 ‘에어키친(Airkitchen)’이라고 있다. 파운더가 온라인 비즈니스에 최적화돼 있고 펀드레이징에 강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파운더가 한 명이어서 처음에는 투자를 망설였다.  그래서 우리 투자 원칙을 이야기 했는데, 다음에 만날 때 하노이 기반 FnB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공동창업자를 영입해서 왔다. 이어 검증된 CTO까지 합류시켰다. 온라인에 최적화된 대표자와 오프라인 FnB 운영에 강점이 있는 코파운더, 그리고 기술에 최적화된 CTO 등 최적화된 조합을 이뤘기에 2022년 3월 투자를 진행했다. 이 회사는 우리가 투자할 때 월 거래액이 3만 달러 정도였는데 현재 로컬 포함해서 한 40만 달러 정도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베트남 온라인 FnB 배달 시장에서 혁신을 하고 있는 팀이다.

-베트남은 빠르게 창업 상태계가 조성되는 나라로 알려지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될거라 전망하나. 

국가적으로 베트남의 성장세는 당분간은 계속 유지될 거라 본다. 제조 기반 기업들이 여러 글로벌 이슈로 인해 베트남으로 많이 오고 있다. 소비시장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민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기회가 창출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 필요로 하는 서비스들의 레벨도 높아지게 마련이다. 이런 흐름은 스타트업에게 기회가 된다.

인재풀의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미국 등 해외에서 유학하고 베트남으로 돌아와 창업을 시도하는 인재들이 많아졌다. 베트남의 강점 중에 하나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풀이 풍부하다는 거다. 개발을 배운 사람들이 1년에 8만 명씩 졸업을 한다. 이런 베트남의 컴비네이션이 베트남 스타트업 시장을 이끌어 나갈 거라 예상한다.

아울러 우리같은 VC에게도 기회다. 우리가 투자한 팀이 5년 혹은 10년 뒤 베트남의 디지털 제너레이션을 이끌어 갈 거란 확신을 가지고 있다.

다만 베트남 스타트업 투자 시장에 무한히 가능성이 남아 있지는 않을 거다. 앞으로 몇년 간은 유효하겠지만 그 뒤에는 쉽지 않을 거다. 나중에 베트남 스타트업도 큰 성장을 할 텐데 그때는 투자하고 싶어도 티켓을 받지 못 할 수 있다. 예상하기에 지금부터 한 24개월 정도가 베트남 얼리 스테이지 투자의 최적기가 아닌가 싶다.

-IT 외주 분야에서 베트남이 자주 언급된다. 현지 개발자 풀의 수준은 어느정도인가.

전 세계 외주 개발 소싱 시장에서 7위 정도 했던 나라였는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영향으로 지금은 5위까지 올라왔다. 그걸 적극 활용하기 위해 국내 대기업들도 현지에 IT센터를 열고 있다. 외주 개발 등으로 실력을 쌓은 엔지니어들이 하나 둘씩 나와서 창업 전선에 서고 있는 타이밍이기도 하다. 그들이 현지 온라인 시장을 이끌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투자 유무를 떠나 베트남 창업자들을 많이 만나봤을 거다. 베트남 창업자, 스타트업의 특징은 뭐라고 보나.

두 가지 정도 느낀게 있는데, 우선 버티는 능력이 있다. 일례로 우리가 투자한 ‘하우스’라는 호텔 운영 대행 스타트업이 있다. 1~2성급 호텔을 전문적으로 운영 대행하는 회사인데, 팬데믹이 터진 직후 존폐의 위기를 맞았다. 근데 이 회사가 펜데믹 기간을 이겨내고 다시 본업으로 돌아와서 지금 34개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파운더들이 집 팔고, 차 팔고, 운영 대행하는 호텔에 가족과 거주를 하며 기다렸다고 한다. 어렵게 버텨서 다시 궤도에 올라와줘서 투자자 입장에서 정말 고마웠다. 하우스 외 베트남 창업자들은 전반적으로 인내심이 있는 편이다.

그리고 문제 해결 능력이 있다. 어떤 이슈가 발생하면 풀어내겠다는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 특히 국가나 사회가 채워주지 못 하는 부분을 스스로 해결하려고 경향이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현지 스타트업의 좋은 면이다.

-베트남을 타겟시장으로 보는 스타트업도 많다. 어떤 분야 스타트업이 베트남에 진출하면 가능성이 높을까. 

식권대장같은 모델이 가능성이 크다. 베트남은 스타트업은 물론이고 탑티어 기업까지 직원 이탈을 방지하는 HR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식권대장같은 솔루션은 복지 영역에 맞닿아 있기에 크게 소구될 거다. 베트남 젊은층은 모바일 서비스를 굉장히 잘 받아들인다.

그리고 베트남은 FnB가 강세를 보이는 나라지만 예약 솔루션이 전혀 없다. 구글 맵으로 찾아서 전화해도 서로 대화가 통하지 않아서 답답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한국의 캐치테이블 같은 모델이 들어오면 잘 될거라 본다.

-정상적인 방식이 아니라 우회적인 방식으로 베트남 시장에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일부 극단적인 케이스를 일반화하는 건 좋은 접근은 아닐 거다. 고용 잘 하고, 임금 제대로 지급하고, 복지를 잘하는 정상적인 접근으로도 성과를 내는 기업은 많다. 물론 일부 비즈니스에 대해서는 패스트랙이 필요할 수 있지만 베트남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현재 베트남의 가장 큰 이슈가 부정 부패 척결이다. 사회가 빠르게 자정화돼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가까운 미래에 FM대로 하는 것이 관행이 될 거다.

국내외서 지금을 투자 혹한기라고 한다. 해빙기는 언제 올거라 예상하나.

베트남에 있다보니 투자 빙하기를 체감하지는 못 하는 편이다. 베트남은 내수 경제 시장이고 다이나믹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등 산업에서 경색 분위기가 없지는 않지만 시장에서 요구하는 것들이 많고 그걸 해결하기 위해 젊은 인구들이 열렬히 도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전망하자면, 올해 3분기, 혹은 4분기는 지금보다 나을 거다. 다만 VC 투자 방향이 조금 달라질 거라 본다. 선진국 위주로 투자되던 흐름에서 성장세에 있는 이머징 마켓으로 투자의 방향이 이동할 거라 예상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베트남 디지털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이 좋은 기회라고 본다.

-창업자 출신 투자자다. 창업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내며 엑시트를 했는데, 재창업이 아니라 투자를 선택한 이유는 뭔가.

창업을 한번 해봤으니 투자도 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레이트 투자보다는 얼리 스테이지가 맞다고 봤고, 그걸 제일 잘할 수 있는 곳이 더벤처스였다. 그리고 투자로 연결된 베트남 로컬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일도 동기부여가 됐다. 스타트업 대표들이 내가 겪은 시행착오를 되풀이 하지 않길 바라며 경험을 전하고 있다. 더벤처스가 보유한 자산들이 유의미하게 활용되고 있어서 보람을 느낀다.

-스타트업 VC는 재무적인 투자 외 다양한 역할을 한다. 본인이 생각하는 VC 업의 본질은 뭐라고 보나.  

결국 신뢰다. VC뿐만 아니라 모든 비즈니스가 마찬가지 일거다.

-창업자일 때와 투자자인 지금 달라진 것이 있나. 

관찰자 입장에서 한 두 발 뒤에서 보는 것이 차이같다. 객관적인 입장으로 보게되는 것을 대표들에게 이야기하려고 노력한다. 여담이지만 스타트업 대표들한테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쉬라는 거다. 창업자 상당수가 포모에 사로잡혀 있다. 회사가 하려고 하는 비즈니스의 가치와 본질에만 집중하면 된다. 얼마나 고객에 집중하고 있는지만 놓치지 않으면 된다.

-끝으로 장단기 계획을 이야기해 준다면.

최소 5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는 게 하반기 계획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베트남 디지털 시장을 이끌어갈 스타트업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투자해서 여정의 동반자가 되는 것이다.

아울러 한국과 베트남 스타트업 생태계의 접점을 만들려고 한다. 이전까지 한국과 베트남 사이에는 제조 또는 부동산으로 연결된 것들이 많았다. 우린 양국이 벤처, 스타트업, 기술 회사 간 연결 고리가 공고히 맺어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국에서 성과를 낸 창업자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베트남 스타트업에 전한다면 의미있는 성과가 날거라 본다. 양국 창업 생태계가 이어지는 다리 역할을 하겠다.

원문링크 https://platum.kr/archives/2073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