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3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미 연방정부 부채의 법정 상한선 도달에 대비해 1월 19일부터 특별 회계 조치에 돌입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의회에 전달하였다. 2021년 12월 기나긴 진통 끝에 가까스로 인상했던 2조5000억 달러 한도가 다시 소진된 것이다.  난   118대 의회에서는   악해 인상까지 험난한 황이 예견된 가운데   유예해놓은 미 정부 채무 불이행 한, 소위 "X-date"는 6 초였다. X-date까지 미 의회가 부채한도 협상을 타결하지 않으면, 그 여파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미칠수 있는 상황이었다.


부채한도란?


부채한도는 미 연방정부가 지출 의무 이행을 위해 재무부 채권 발행 등을 통해 빌릴 수 있는 한도로 1917년 법제화됐다. 기존에는 미 헌법에 의해 미 정부가 신규 부채를 발행할 때마다 의회의 승인을 얻어야했다. 부채한도는 1960년 이래 78번 인상됐으며, 가장 최근의 인상은 2021년 12월로 당시 약 28조9000억 달러로 설정되었던 부채 한도를 31조4000억 달러로 인상하였다. 2001년 이래 미국 정부는 연평균 1조 달러에 육박하는 재정 적자를 겪고 있어 부채 한도의 정기적인 인상 없이는 지출 의무를 이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외에는 덴마크가 부채한도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2021년 기준 덴마크 중앙 정부 부채는 한도의 약 14% 정도로 미국 연방정부와 같이 정기적으로 부채한도를 인상할 필요는 없는 상황이다. 호주는 2007년 부채 한도 제도를 도입하였고 미국처럼 재차 한도를 인상하며 제도를 운영한 바 있으나 2013년 12월 폐지하였다.


협상에 이르기까지


부채 한도 협상은 공화당 케빈 매카시 신임 하원 의장의 지도력을 시험대에 올리는 첫 번째 무대였다. 2 1 원   첫 회동을  채  서는 재량 지출 삭감과 증세 정책 취소 등이 동반돼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 그에 반해 바이든 대통령은 조건없는 부채 한도 인상을 요구하며 지출 삭감과 부 채한도 인상을 결부시키는 것을 반대했고 이후 부채한도 관련 협상에 나설 것을 요구하는 매카시에 백악관은 공화당 내부적으로 예산안을 도출한 이후에 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리고 현지시각으로 3월 9일 바이든 대통령은 고소득자 증세 정책 등을 통해 향후 10년간 3조 달러의 부채를 감축하는 방안을 담은 2024 회계연도 대통령 예산안을 공개하였다. 


공화당은 이에 4월 말 부채 한도 인상과 재량 지출 감축 방안 등을 담은 법안인 '제한, 절약, 성장법(Limit, Save, Grow Act)'을 하원에서 통과시켰다. 부채 한도의 1조5000억 달러 인상 혹은 2024년 3월 31일까지 한도 적용을 유예하는 반대급부로 재량지출의 감축과 지출 인상폭 제한, 저소득층 복지 프로그램의 근로요건 강화 등을 담고 있는 이 법안을 통해 공화당은 향후 10년간 4조5000억 달러의 부채를 감축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 제한, 절약, 성장 법안 주요 내용 요약 >

분야

상세 내용

부채한도

 - 하기 두 선택지 중 먼저 도래하는 것을 적용

  1) 부채한 15000

  2) 2024년 3월 31일까지 부채한도 적용 유예

재량지출 한도적용

 - '24 회계연도 재량지출 수준을 '22년 수준으로 회귀

 - 향후 10년간 재량지출 인상폭을 1%로 제한

  · 재량지출 삭감 항목은 추후 지정

저소득층 복지프로그램

의무근로요건 강화

 - 자녀가 없는 메디케이드 수혜자에 근로요건 적용

 - 저소득층 영양 보조 프로그램(SNAP) 수혜 위한 근로대상자 연령 연장

 - 빈곤층 일시부조 제도(TANF) 수정

에너지

 - 화석 연료 증산 법안 통과

 - 청정에너지 및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 종료

기타

 - IRA로 국세청(IRS)에 편성된 예산(800억 달러) 삭감

 - 미사용 코로나19 긴급 구호 자금 환수

 - 학자금 상환 유예 조치 취소 등

[자료: Bloomberg Government]


하원에서 공화당의 부채 한도 인상 법안이 통과되었지만 민주당이 상원과 백악관을 장악한 정치 지형상 해당 법의 최종 발효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 법의 통과로 비로소 협상의 양대 당사자들이 원하는 바가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5월 1일 옐런 재무장관은 기존 6월 초로 알려졌던 X-date를 6월 1일로 공지하며 의회에 부채 한도 인상에 합의할 것을 재차 요청하였다. 그로부터 몇 시간 후, 바이든 대통령은 양당 상하원 수뇌부 간의 부채 한도 협상 관련 회동을 가질 것을 제안하였고 5월 9일에 성사된 이 회동이 2023 부채 한도 협상의 시작점이 되었다.


협상 결과


수차례의 영수 회담과 실무진 간의 물 밑 협상 끝에 현지 시간 5월 28일,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하원의장은 부채 한도 협상안을 타결했다고 밝혔다. 직후 공개된 부채 한도 인상 법안인 '2023 재정책임법(Fiscal Responsibility Act of 2023)'은 99페이지로 이뤄져 있으며, 중요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부채한도 적용을 2025년 1월 1일까지 약 2년간 유예하였다. 기존 공화당 주장에서 양보된 것으로, 이를 통해 다음 부채 한도 협상은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에 이뤄질 전망이다. 재무부의 특별 회계 조치도 2025년 초부터 다시 사용 가능할 전망이다. 단, 부채한도 인상의 반대 급부로 백악관과 민주당은 향후 2년간의 재량 지출의 삭감 및 인상폭 제한을 받아들여야 했다.


재량 지출 중 국방 예산은 바이든 대통령의 24년 예산안 수준인 8863억 달러로 설정되었다. 독극물 등 유해 물질에 노출된 전역 군인을 위한 신규 프로그램 운영을 포함한 보훈 예산도 바이든 대통령의 요구안이 관철되었다. 하지만 국방 예산을 제외한 24 회계연도 재량 지출은 7037억 달러로 제한되었으며 25 회계연도의 총 재량 지출 증액은 24 회계연도에서 1%까지만 증액이 가능하다. 국방 및 보훈 예산을 제외한 재량지출 수준은 22 회계연도 수준으로 회귀하였으나 백악관은 IRS 예산 환수액 전용 등을 통해 23 회계연도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공화당은 10년간 재량지출 인상폭을 적용코자 하였으나 2년간 제한한 후, 적정 재량 지출 한도를 권고하는 선에서 마무리 하였다.


기존 예산에서 환수도 진행될 예정이다. 코로나19 긴급 구호자금 미집행분 300억 달러와 작년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포함되었던 IRS 확대 개편 예산 800억 달러 중 약 13억9000만 달러가 환수될 예정이다. 또한 800억 달러 중 200억 달러는 향후 2년간 전용돼 다른 재량지출에 투입될 예정이다. 공화당은 이번 회기 첫 법안으로 IRS 예산 편성 폐지를 결의할 정도로 IRS 확대 개편(및 그에 따른 증세)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단, 800억 달러는 10년간 편성되기로 했던 예산이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IRS 운영에 지장이 없으리라는 예측도 제기되었다.


민주당 강경파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번 협상안에서 저소득층 대상 복지 프로그램의 의무 근로요건 강화가 포함되었다. 흔히 푸드 스탬프라고 불리는 저소득층 영양 보조그램(SNAP) 수혜를 위한 의무 근로대상자를 확대, 부양할 자녀가 없는 50-54세 사이의 성인을 포함시켰다. 기존에는 18-49세의 성인에게만 의무 근로요건이 적용되었다. 단, 전역군인이나 홈리스, 위탁보육 경험 성인 등에게는 적용 예외를 둘 예정이다. 또한 빈곤층 일시 부조제도(TANF)의 적용 산식을 변경해 주정부가 TANF에 투입할 예산이 감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외 공화당에서 주장하던 미국의 에너지 자립 차원에서 주장하던 화석 연료 개발 프로젝트 심의 절차 간소화가 반영됐으며, 현재 6월 30일까지 유예된 바이든 행정부의 학자금 상환 유예조치도 추가 연장이 불가능할 전망이다. 또한 연말 예산안 미통과에 의한 연방정부 셧다운 등을 방지하기 위해 12개 예산 법안이 기한 내 미통과될 경우에 대비한 페널티를 부여하였다. 의회 예산처는 이 법안을 통해 10년간 약 1조5000억 달러의 정부 부채가 감축될 것이라 추산하였다.


< 2023 재정책임법 주요 내용 요약 >

분야

상세 내용

부채한도

 - 2025년 1월 1일까지 부채한도 적용 유예

24년도 예산 조정

 - '24 회계연도 재량지출 중 국방예산 8,863억 달러 편성

 - '24 회계연도 비국방 재량지출 7,037억 달러 편성

  · '22 회계연도 국방부 외 재량지출 약 7,340억 달러

재량지출 인상한도 적용

 - '25 회계연도 재량지출은 '24년 대비 1% 증액

  · 국방 8,950억 달러, 비국방 7,107억 달러

저소득층 복지프로그램

의무근로요건 강화

 - 저소득층 영양 보조 프로그램(SNAP) 수혜요건 강화

  · 부양자녀 없는 50-54세 성인 대상 의무근로요건 강화

  · 단, 전역군인이나 홈리스, 위탁보육 경험자 등에겐 적용 예외

 - 빈곤층 일시부조 제도(TANF) 적용산식 변경

예산 환수

 - 미집행 코로나19 긴급 구호 자금 환수

 - 미 국세청(IRS) 편성 예산(800억 달러) 환수 및 전용

  · 13억9,000만 달러 환수, 200억 달러 향후 2년간 비국방 재량지출에 전용

에너지

 - 환경영향평가(NEPA) 절차 간소화

 - 마운틴 밸리 파이프라인 프로젝트 추진 가속

기타

 - 연방 학자금 대출 상환 유예 조치 추가 연장 제한

 - 연말까지 예산법안 미통과시 전년대비 재량지출 1% 감액

[자료: Bloomberg Government 등]


협상 결과에 대해서 바이든 대통령은 누구도 원하는 걸 모두 가질 수 없다고 평했다. 하지만 지출을 감축하는 와중에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주요 사업을 지켜낸 것에 의의를 두었다. 매카시 하원의장은 연방 예산을 감축하는 방향으로 간 것에 의미를 두며, 가장 보수적인(conservative) 법안이라고 자평하였다. 하지만 공화당 강경파들은 부채한도 인상법안 대비 많은 것을 타협한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었으며, 일각에서는 하원의장 퇴출을 결의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부채한도 협상, 그 전망과 영향


2023 재정 책임법이 하원 본 회의에서 통과되는 데 까지도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첫 번째 관문으로 지목된, 본 회의 상정을 위한 특별규칙 제정을 위한 하원 운영위원회 표결에서도 7-6으로 겨우 통과했다. 예산 보수파로 분류되는 토마스 매시 의원의 찬성표가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다. 운영위원회에서 정한 본 회의 특별규칙 표결도 마지막 순간, 민주당의 도움 없이는 의결될 수 없었다. (241-187, 민주당 52표 찬성) 본 회의에서도 상당수 민주당 의원들은 완벽하지 않은 법안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민과 경제, 나아가 세계 경제를 위협에 빠뜨릴 수 없기 때문에 찬성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314-117) 상원에서도 양당 강경파의 반발이 있겠지만(버니 샌더스 의원은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언론에 밝혔다), 양당 원내대표의 인도 하에 결국은 의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 정부 디폴트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미국 경제 및 금융 부문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연방 재정지출의 동결이 경제 성장 동력을 위축시켜 경기 침체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먼저 제기됬다. 경제 성장이 둔화된 현재, 연방정부 지출이 미 GDP 성장률에 기여하는 비율이 3분의 1을 넘기 때문이다. 또한 미 재무부가 대규모 국채 발행을 하게 될 텐데 이 경우 시장의 유동성을 미 재무부가 대거 흡수할 것이고 이는 시중은행들의 수익구조 악화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케빈 매카시 의장이 첫 번째 시험대를 무사히 통과했다는 평가를 받게 되었다.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의 협상을 통해 '초당적' 부채 협상안을 마련하고 통과시키는 과정을 통해 지도력을 입증했다는 후문이다. 매카시 의장의 선출을 탐탁치 않게 여겼던 일부 강경파 의원들도 매카시 의장 지지측으로 선회했다는 관측도 있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원내대표도 특별규칙 표결 과정에서 마지막 순간에 민주당 캐스팅보트를 행사, 당을 아우르는 지도력과 차후 협상에 대비한 정치적 감각을 입증하였다.


편, 부채한도 협상을 거래 수단으로 사용하는 현 미국 정치 지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이미 발생한, 따라서 당연히 갚아야할 연방 정부의 채무 이행을 무기화한다는 비판과 더불어 지금의 천문학적인 연방정부 부채는 결과적으로 예산 법안을 통과시킨 양당 모두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극화가 심각해지고 있는 미국 정치 지형으로 인해 부채한도 협상을 둘러싼 양당간 첨예한 대치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다음 부채한도 협상은 2025년 1월에 시작된다.



자료: The Hill, 백악관 브리핑룸, CNN, Wall Street Journal, Roll Call, 뉴욕타임스, 블룸버그통신, Politico 및 KOTRA 워싱턴 무역관 보유자료 종합

원문 출처 : 코트라

원문링크 https://dream.kotra.or.kr/kotranews/cms/news/actionKotraBoardDetail.do?MENU_ID=70&pNttSn=2030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