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만에서 이탈리아 명품브랜드인 Valentino의 상표 분쟁이 있었다. 관련된 대법원 판결을 접하고 미등록 유명상표를 보호하는 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어 이를 칼럼으로 공유하고자 한다.

상표권의 보호 방식은 ‘사용주의’와 ‘등록주의’로 분류되는데, ‘사용주의’란 말 그대로 먼저 ‘사용’한 사람에게 상표권을 인정하는 방식이고, ‘등록주의’란 먼저 ‘등록’받은 자에게 상표권을 인정하는 방식을 말한다. (관련 칼럼 바로가기)

우리나라는 ‘등록주의’를 택하고 있음에도 사용주의와 연관이 깊은 상표법 조항을 두고 있는데, 바로 등록되지 않았지만 유명한 상표를 보호하는 조항이다.

상표 보호의 원칙 ‘속지주의’

국제적으로 상표는 ‘territorial’ 원칙을 기본으로 한다. ‘속지주의 원칙’이라고도 하며 상표권 보호를 위해서는 보호를 원하는 국가마다 등록을 받아야 하는것이 국제적인 기본 원칙이다.

미등록된 유명상표의 보호는 위 ‘territorial’ 원칙을 보완하기 위한 제도이다.

쉽게 말해, “맥도날드”, “코카콜라”와 같이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가 어떤 국가에서 미처 등록을 받지 못한 경우, 그 나라에서만 다른 사람이 권리를 가져도 되느냐 하는 문제와 연관이 있는 것인데, 이에 대해서 국제적인 논의를 거쳐 외국에서 유명한 상표를 등록여부와 무관하게 보호하자는 것으로 국제조약을 통해 약속된 것이다. (Art 6 bis of the Paris Convention, Art 16(2) of TRIPs)

Paris Convention

수십 년전 미국의 월마트가 한국에 진출하려고 했을 당시, 국내 지방에서 작은 슈퍼를 운영하는 분이 해당 상표권을 등록, 간판을 걸고 슈퍼를 운영하고 있어, 월마트 본사에서 수 액의 대가를 지불하고 월마트 상표권을 양도 받았다는 사례를 들은 적도 있다.

위의 월마트 사례에서 월마트 상표권을 원 소유자에게 인정해주기 위해, 일부 국가에 상표 등록을 받지 못한 상태에 해당 국가에 사업을 확장하는 경우, 유명 상표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하겠다.

또한, 일반 수요자들 역시 유명 상표권자의 출처인줄 ‘혼동’할 수 있다는 공익적인 이유도 있다.

다만 외국에서만 유명한 상표를 보호한다면, 국내 기업이나 개인의 관점에서 봤을 때 형평성에 어긋나므로 국내에서만 유명한 미등록 상표에까지 등록주의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 등록 유명상표의 보호

우리나라 상표법을 살펴보면, 동일་유사한 선등록상표가 존재할 경우 등록받을 수 없다는 거절이유는 1개인 반면에, 등록이 되지 않은 유명상표가 존재할 경우 이와 동일་유사한 출원상표는 등록받을 수 없다는 거절이유는 무려 6개가 존재한다.

상표법 제34조 중 일부

인지도를 구분할 수 있는 레벨 별로, 그리고 인지도를 인정받은 지역 별로 세부적으로 나누어 거절이유 조항으로 두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상표법 제34조 9호 내지 14호에 해당하는 ‘잘 알려진 상표’에 대해 규율하고 있는 대만 상표법 제30조 제1항 11호는, 출원상표가 ‘다른 사람의 잘 알려진 상표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경우, 관련 대중에 혼동의 가능성 또는 그 잘 알려진 상표의 독립성 또는 명성을 희석할 가능성이 있다면’ 등록받을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만 상표법 제30조 중 일부

발렌티노 대만 대법원 판결의 의의

앞서 언급한 대만 대법원 판결이 난 사건의 발단을 살펴보면, 발렌티노 S.p.A는 상기 조항에 근거하여 GIOVANNI VALENTINO 상표에 이의신청을 제기하였고, TIPO(Taiwan Intellectual Property Office)가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에 대해 행정 소송을 제기하였다.

행정 소송의 항소도 패한 후 VALENTINO는 지식재산법원에 행정 소송을 다시 제기하였고, 소송 기각 후 대법원 상고 끝에 다시 판단을 받게 되었다.

-대만 상표법 시행규칙 제31조에 따르면, 상표법에서 정한 ‘잘 알려진’이라는 용어는 관련된 기업 또는 소비자가 일반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상표임이 객관적인 증거로서 충분히 인정될 때를 말한다
-상표법 제23조(현재 상표법 제30조)를 개정한 2003년 개정당시, 잘 알려진 상표의 수준을 일반 소비자가 인식해야 한다는 정도로 증가시키지 않았다.

본 판결은’ 잘 알려진’ 상표라는 용어가, 상표권자와 관련된 기업 및 소비자에게 널리 인식되면 충분하다는 것이지 관련성이 없는 일반 소비자에게까지 보편적으로 널리 인식될 필요는 없다는 것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대만 상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이러한 ‘잘 알려진’의 정도와 주체에 대해서는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수십년 간 사례와 판례를 바탕으로 그 등급(?)을 어느 정도 완성도 있는 수준까지 마무리했다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유명하면 몇 호로, “많이 유명”하면 몇 호로 적용된다는 개념이 마무리된 것인데 아직까지도 그 “어느 정도”의 어느 정도를 어디까지, 얼마의 매출까지, 얼마의 광고비 지출까지로 볼지에 대해서는 정립된 기준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Paris Convention 에서는 미 등록 유명상표의 보호 요건을 제시하고 있으며, 유명상표의 외국 상표권자의 권리로 ‘등록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등을 규율하고 있다.

유명상표 보호의 추가 요건 도입 검토 필요

미국,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서는 유명상표권자나 제3자의 이의신청 없이는 관련 거절이유에 대해 임의로 심사하지 않는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의신청 없이도 외국 상표 또는 국내 특정 상표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거절이유가 통지가 가능하다.

유명하다는 인식의 정도가 주관적이어서 출원인에게 예상치 못한 손해를 끼칠 수 있는 점 및 등록주의 원칙의 예외 규정인 만큼 국제 조약에서 제시한 요건에 입각하여 그 예외의 인정을 제한적이고도 객관적인 기준 하에서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원문 : 잘 알려진 상표는 얼마나 잘 알려져야 하나?

choi필자 소개 : 노지혜 BLT 파트너 변리사는 국내외 대기업 상표 및 디자인의 국내 및 해외 출원 업무에 대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상표 및 디자인 분쟁 관련 컨설팅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특허청 산업재산권 분쟁조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는 중소기업의 상표, 디자인 출원 업무 및 관련 컨설팅 업무를 주로 진행하고 있다.

원문링크 https://platum.kr/archives/208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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