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가 전례없는 규모의 산불을 경험하고 있다. 국토 대부분이 산림인 캐나다는 매년 산불이 발생하지만 올해는 시즌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직 산불 영향이 가장 커지는 7~8월을 앞두고 있어 이번 산불 시즌은 캐나다 경제와 사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시작한 캐나다 정부는 향후 방지 대책 마련에 전력을 다할 것으로 전망된다.
<캐나다 서부 산불 현장>
[자료: BC Wildfire Service]
캐나다, 사상 최악의 산불 시즌 시작
이번 캐나다 산불 시즌의 규모가 심상치 않다. 5월 초 캐나다 서부에서 발생한 산불로 3만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6월 초 동부까지 번진 산불로 인해 퀘벡주에서는 전력 인프라가 파괴되고 1만 4000명이 대피하기도 하였다. 산불 연기는 미국까지 넘어가 북미 일부 지역의 대기질이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누적된 산불 발생건수는 6월 21일 기준 2735건으로, 피해면적은 약 5만 9656㎢에 달한다.
<캐나다 산불 발생 현황>
[자료: Canadian Wildland Fire Information System, 2023.6.19. 기준]
캐나다는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산림을 보유한 국가로 산림 면적은 362만 ㎢ 규모이다. 이에 따라 기온이 높은 5~10월을 주로 산불 시즌으로 본다. 산불 시즌의 절반도 넘지 않은 6월 현재 시점에서 이미 전체 피해 면적이 과거 데이터를 모두 추월했다. 캐나다 산불 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산불로 인한 피해 규모는 이미 지난 10년간의 평균치보다 13배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연간 산불 피해 면적 수치>
(단위: 헥타르)
[자료: Canadian Wildland Fire Information System, 2023.6.19. 기준]
남은 시즌 전망 또한 밝지 않다. 캐나다 천연자원부는 최근 발표한 산불 시즌 전망 브리핑에서 올해 산불이 이미 ‘심각’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남은 기간 동안 산불 발생 빈도는 평균보다 더 높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캐나다 7~8월 산불 심각성 전망(좌: 7월, 우:8월)>
주: 연적색은 평균 대비 높음, 적색은 평균 대비 훨씬 높음을 의미
[자료: 캐나다 천연자원부]
올해 산불 위험도 ‘심각’, 경제 타격 불가피
전문가들은 산불의 영향이 커짐에 따라 경제와 사회에 미칠 간접 손실이 연간 수십억 달러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는 재화∙시설 손실, 주요 산업 피해, 지역 주민의 건강∙재정 피해가 포함된다. 캐나다 역사상 가장 큰 산불 재해였던 2016년 앨버타주의 Fort McMurray 산불을 참고해볼 수 있다. 해당 재해로 8만8000명이 대피하고 약 2400여 개의 주택과 상업건물이 파괴됐다. 인프라 재건과 복구에는 수 년이 소요됐으며 산불로 인한 직간접 손실 비용은 약 99억 달러로 추산된다. 산불의 영향으로 앨버타주의 오일샌드 생산은 일 평균 약 100만 배럴의 피해를 입어 원유 수출이 일시적으로 14% 감소하기도 했다. 산불 발생 이후 해당 지역 주민의 주택대출 체납 비율과 대출 연체율도 크게 증가해 산불이 개인의 만성적인 재정 스트레스를 발생시켰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자료: Jason Franson /The Canadian Press via AP]
전문가들은 낮은 습도, 높은 온도, 강풍 등의 요인으로 올해 산불 확산 위험이 Fort McMurray 산불 시즌보다 더욱 높다고 분석했다. 이미 5월 중순 앨버타 인접 지역에서 발생한 2개의 대형 산불 발생에 따라 일부 작업장에서 긴급 대피 명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오일·가스 생산이 잠정 중단돼 일시적으로 생산량이 감소하기도 했다. 현재는 생산이 재개된 상태이지만 관련 업계는 여전히 올해 산불 시즌의 동향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다.
관광산업은 이미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산불 발생 인근 지역 상점들은 문을 닫았고 호텔, 투어, 야외 액티비티 서비스 제공 업체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퀘벡주의 경우 500개 이상의 아웃도어 서비스 제공업체 중 350개가 산불로 인해 강제로 폐쇄되었다. 캐나다 서부 유명 여름 피서지인 토피노시는 도로 폐쇄로 인해 방문객의 접근이 불가능해져, 해당 지역의 투어 예약 취소가 증가하고 있다. 앨버타 주는 화재 위험이 제일 높았던 시기에 일시적으로 12개의 주립 공원 폐쇄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캐나다 원주민 관광협회의 대표 Keith Henry는 ‘팬데믹 이후 관광업의 성공적인 회복을 기대하고 있었으나 지금은 업계에 매우 어려운 시기’라고 전하며 ‘산불이 소비자 지출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 기로에 선 캐나다, 방재 노력이 절실
캐나다 환경부의 연구 과학자인 Nathan Gillett은 ‘캐나다는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 평균보다 약 두 배 높은 속도로 온난화를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산불 외에도 기후변화는 이미 캐나다인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1년 6월 서부 BC 주에서는 섭씨 49.6도라는 기록적인 기온을 기록한 열돔 현상(Heat Dome) 이 관측됐고, 2022년 9월에는 캐나다 역사 상 가장 심각한 태풍으로 평가되는 허리케인 피오나가 동부지역을 강타해 경제적 피해를 끼쳤다. 캐나다 기후 연구소는 기후 변화 영향으로 2025년까지 발생할 수 있는 손실액을 연간 250억으로 예측하고 있다. 캐나다는 기후변화 저지를 위해 2050년까지 순 제로(Net Zero) 배출량 달성을 목표로 청정 전기, 청정 연료, 탄소세 부과 등의 많은 관련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현지 방재 전문가들은 정부의 방재대처 부분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캐나다 산불 대처 역할 분담>
[자료: 캐나다 천연자원부]
현재 캐나다 지역별 산불 진압과 비상 대응 관리는 각 주정부에서 국가비상관리와 연구 교육 등은 연방정부가 담당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캐나다의 방재 능력이 예산 삭감, 인력 부족, 산불 관리와 관련 복잡한 지침 등으로 약화됐으며 정부가 산불 해결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직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온타리오주는 2019년 예산에서 산불 진압 자금의 67%을 삭감했으며, 앨버타주에서는 2019년 산불 인력 예산 삭감과 함께 산불 초기 진압에 필수적인 레펠 전문 소방팀이 해체되기도 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의 경우 올해 책정된 산불 예방 예산은 연간 3200만 달러로 이미 책정된 예산 중 절반 이상이 벌써 소진된 상황이다. 관련 현지 전문가들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초월해 각 주정부가 산불 예방을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에 집중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동부까지 확산된 이번 대형 산불이 캐나다 전역에 자연재해의 위험과 방재 중요성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일깨워줄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각 주정부는 자연재해 정책의 개선을 약속하고 긴급 예산 지원 등의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연방정부는 대비와 복구에 필요한 자원 지원을 우선순위로 삼는 동시에 국가 기후 적응 전략(Canada's National Adaptation Strategy)에 더욱 중점을 둘 계획이다. 작년 11월 연방정부가 새롭게 발표한 국가 기후 적응 전략은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대비를 위해 마련된 전략으로 10억 캐나다 달러 이상의 금액이 투자될 계획이다. 해당 전략의 다섯가지 중점 목표 중 하나인 ‘재난 복원력’ 부문에서는 산불 예방 능력과 복원력 강화를 중심으로 하는 상세한 추진 계획이 포함돼 있다.
<캐나다 기후적응전략 중점 목표>
[자료: 캐나다 정부 Canada's National Adaptation Strategy, 2023.01]
<산불 방지 관련 추진 계획>
산불 미래 이니셔티브 |
지역 산불 예방과 완화, 산불 복원 센터, 원주민 소방 관리 지원 등 산불 복원을 위한 장기 투자 |
재해 완화∙적응 기금 |
재난 복원력 구축을 위한 커뮤니티 인프라 구축 지원 |
산불 위험 관리 프로그램 |
산불 관리 기술 및 과학 전문 지식을 활용한 지원 |
FireSmart 프로그램 |
산불 예방과 대비를 위한 보호구역 거주 원주민 커뮤니티 역량 강화 |
국가 화재 관리 |
국립공원의 복원력과 역량 구축 |
캐나다 산불 센터 |
기관 간 산불 예방∙완화를 위한 자원 및 정보 공유 |
Wildfire Sat |
우주 위성을 통한 캐나다 내 활성 산불 모니터링 |
연방 정부 산불관리 투자 |
소방 능력 향상을 위한 정보 연구, 관련 도구와 장비 구매, 교육 제공에 투자 |
[자료: 캐나다 정부 Canada's National Adaptation Strategy, 2023.1]
저스틴 트뤼도(Justin Trudeau) 총리는 6월 1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지금 현재 직면한 위기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있다고 말하며 ‘이와 동시에 다음 단계에 대해 생각하면서 향후 몇 년, 수십 년 동안 캐나다인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준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향후 몇 년간 기후 비상사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소방 헬리콥터 자원이 필요하며 재난 훈련 강화에도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사점
2022년 2월에 발표된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 산불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해 2030년까지 14%, 2050년까지 30%, 2100년까지는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캐나다의 산불 문제는 앞으로도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산불은 미국까지 피해가 확대되어 북미지역의 기후 변화에 대한 인식을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정부는 더욱 적극적으로 친환경 정책과 재해방지 대책을 추진하고 지속가능성과 환경보호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기후변화와 연관된 일부 품목의 수요도 북미지역에서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 예로, 이번 산불이 주거지역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북미지역에서는 개인 방재용품, 공기청정기, 관련 필터 제품의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재난에 강한 도로 및 교량과 같은 재난 발생 방지 인프라와 방재를 위한 건축 시설 물품의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6월 초 시작된 산불 확산은 비로 인해 일시적으로 정체돼 있지만, 8월까지는 캐나다 전역에서 평균 기록 이상의 화재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남은 산불 시즌 동안의 산불 향방과 정부 대처에 따라 캐나다 경제와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도 변화할 것으로 보여 지속적으로 상황을 주시해 볼 필요가 있다.
자료: 캐나다 정부 누리집, 캐나다 천연자원부, Canadian Wildland Fire Information System, Ciffc, The Economist, NY times, APTN news, CBC, BBC, Financial post, Bank of Canada, Edmonton journal 외 KOTRA 밴쿠버 무역관 자료 종합
원문링크 | https://dream.kotra.or.kr/kotranews/cms/news/actionKotraBoardDetail.do?MENU_ID=70&pNttSn=2036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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