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부동산 시장 지표는 경제의 방향과 흐름을 짚어주는 풍향계 같은 역할을 한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의 모기지 이자율을 기록하고 있는 요즘, 인플레이션과 고용시장의 미래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는 부동산 시장 향방을 알아본다. 국책 모기지회사 프레디맥의 조사에 따르면 6월 8일 기준 30년 고정 모기지 평균치는 6.71%, 15년은 6.07%로 최고점을 찍었던 7%대에서 소폭 내려왔다. 이와 관련, 코어로직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셀마 헵은 “주택 재고 부족으로 매도자가 우위에 있는 상황이지만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 긴축정책을 지속할 경우 금리 부담이 매수세를 꺾을 수도 있다는 관측들이 있다”고 전망했다.
<프레디맥의 서베이>
[자료: Freddie Mac]
미국 부동산 시장 현황
(주택 시장 현황) 지난해 금리 인상 자이언트 스텝이 지속적으로 단행되며, 7개월 연속 하락했던 주택가격지수는 올해 2월과 3월 두달 연속 상승했다. 3월 발표된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지수(미국 주거용 부동산 가격을 측정하는 주요 지표로 전국적으로 주거용 부동산 가치 변화를 추적함)에 따르면 3월 주택가격지수는 2월 대비 0.4% 상승했으며 이는 전년 동월 대비 0.7% 오른 수치다. 전국 기준이 아닌 10대 도시 지수와 20대 도시 지수는 소폭 하락해 시애틀(-12.4%), 샌프란시스코(-11.2%) 등 기존에 주택가격이 많이 올라있던 서부의 도시들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플로리다주의 마이애미(7.7%), 템파(4.8%),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샬롯(4.7%) 등이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연방주택금융청(FHFA)도 미국의 1분기 주택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4.3%, 2022년 4분기 대비 0.5%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매물에 비해 여전히 수요가 높은 것이 주택가격지수 반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크레익 라자라 S&P 다우존스 상무는 “두달 연속 상승세가 완전한 집 값 회복세를 의미하지는 않지만 지난해 6월 시작됐던 하락장이 끝나가고 있다고 추측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연준의 금리 고공행진으로 미국 주택 시장은 매도자와 매수자가 감소하는 침체 분위기가 이어져왔지만, 매물 대비 수요는 여전히 많은 상태다. 리얼터닷컴의 2월 조사에 따르면, 미시간주의 경우 집을 팔기에 가장 좋은 달인 5월 기준 평균 26일만에 주택 판매가 되고 있어 전국 평균인 76일을 훨씬 상회했다. 한인 기업들과 주재원들이 많이 분포해있는 미시간주 트로이, 로체스터 지역 전문 ‘EXP리얼티’의 세일즈&마케팅 이그제큐티브이자 리얼터인 마크 기버(Mark Gibeau)는 14일 KOTRA 디트로이트 무역관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주택 매물이 부족해 여전히 셀러 마켓(셀러가 우위에 있는 마켓)이 유지되고 있다"며 "최근 거래를 성사시킨 집들의 경우 리스팅이 올라가고 펜딩(Pending)까지 걸린 평균 일수는 7일 정도이며, 3일만에 풀 캐쉬로 계약되는 집들도 꽤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금리 시대에 주택을 구매한 이들이 주택 판매를 꺼리고 있어 매물 부족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스-쉴러 지수와 30년 모기지율 추이>
[자료: Tradingeconomics]
(상업용 부동산 현황) 팬데믹을 지나오며 시작된 상업용 부동산 침체는 여전히 회복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최근 보도에 따르면, 올해 상업용 부동산의 1분기 사무실 공실률이 12.9%를 기록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최고 공실률을 넘어선 수준으로, 많은 회사들이 현 시점에도 재택 근무를 허용하고 있다는 점이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공실률 증가는 재택근무에 따른 오피스 축소가 가장 큰 이유로 여겨지지만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차이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은 대부분 5년 변동금리에 25년 만기 상환의 구조를 지니고 있는데 요즘 같은 고금리 상황에서는 대환 대출이 쉽지 않고 대환 대출이 되더라도 이자 부담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렌탈 시장 현황) 아파트나 콘도, 코압 등 렌탈 시장의 경우 지역 편차가 큰 편이다. 부동산업체 레드핀(REDFIN) 조사에 따르면 서부 지역의 아파트나 콘도 렌트비는 지난달 -2.1%까지 떨어졌지만 뉴욕 등 대도시가 있는 동북부 지역은 오히려 5.4% 로 증가했다.
<미국 지역별 렌트 현황>
[자료: REDFIN]
경제적 파급효과는?
미국 경제에 파급효과가 큰 부동산 시장은 중요한 경기선행 지표로 여겨지며 인플레이션과 고용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플레이션) 연방준비제도(FED/이하 연준)는 장기간 지속되어온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하며 금리를 인상시켰고 금리 인상으로 주택 가격은 지난해 6월부터 하락하는 양상을 보여 왔다. 이에 장기간 지속되어온 인플레이션도 서서히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노동부의 13일 발표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4.0% 올랐다. 이는 4월(4.9%)보다 0.9% 감소한 것으로, 2021년 3월 이후 약 2년만에 가장 소폭으로 인상한 수치로 기록됐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한 연준의 계획이 다소 방향을 잡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CPI 오름폭은 연준 목표치의 2배를 넘어서는 상황이라 연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고용시장) 팬데믹을 지나면서 ‘대사직 현상’ 같은 인력난을 겪고 있는 고용 시장의 경우 오히려 실업률이 상승하지만 건전한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고용 시장의 인력 부족 현상은 팬데믹 이전에 비해 심해졌다. 조기 은퇴자 증가와 이민 노동자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마이클 가펜 BOA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민간 실업률은 4.5~5%로 전망되는데 과거 미국 평균 실업률에 비하면 높은 수치는 아니다”며 “인력난으로 일자리는 증가하지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각 분야에서 실업률이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전망
업계 전문가들은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전제 하에서 주택 가격의 꾸준한 상승을 예견하고 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로렌스 윤은 “앞으로 더 이상 큰 폭의 주택가격 하락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며 주택 시장은 내년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어 “모기지 금리는 떨어질 것으로 본다”며 “올해 말 6%에 근접해, 내년에는 6%대 이하로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시사점
미국 경제 흐름을 이해하는 것은 미국에 사업을 확장하고 진출하려는 한국 업체들에 중요한 과제다. 미 세계보건기구(WHO)가 5월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해제하며 사실상 엔데믹 시대로 들어서고 있지만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원자재 인상과 높은 인건비와 물류비, 금리 인상 등 여전히 많은 어려움이 산재해 있다. 불확실성의 경제 상황 속에서, 미국의 주택가격지수, 소비자물가지수 등의 지표 점검은 대미 수출 확대와 판로 개척에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미국의 주택 가격이 꾸준히 회복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가전 제품과 인테리어 용품, 생활용품 등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수출 확대를 위한 판로 개척 계획이 필요한 때이다.
자료: The White House written materials, U.S. Department of Labor, Freddie Mac , BOA, Vanguard, WSJ, CNN, Bloomberg 등 KOTRA 디트로이트 무역관 자료 종합
원문링크 | https://dream.kotra.or.kr/kotranews/cms/news/actionKotraBoardDetail.do?MENU_ID=70&pNttSn=2035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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